지체가 떨어진 승려들

경복궁 사정전에서 대신들과 정사를 토의하던 태종은 자못 골치가 아팠다. 고려말 비대할대로 비대해진 사찰의 토지와 노비를 몰수하여 국가의 소유로 하여야 봉건적중앙집권의 물질적토대를 강화할수 있었고 동시에 사찰의 세력을 약화시킬수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불교를 독실히 믿는 태상왕의 제재로 하여 그것을 과단성있게 밀고나갈수 없어 1402년에 단행된 제1차 사찰의 토지와 노비몰수는 철저하게 진행될수 없었다.

태종은 이래저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마음이 돌아서기 시작한 부왕의 뜻을 거슬려 사찰의 토지와 노비를 마구 몰수할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의 물질적토대를 강화할수도 없을것이였다.

불교세력을 약화시킬것을 주장하는 량반관료들의 갈가마귀떼 지저귐같은 제기도 귀를 소란스럽게 할뿐이였다.

40살안팎의 한창나이인 태종은 뭇시름을 잊고저 궁녀의 방을 찾아갔다. 젊은 녀자에게서 느껴지는 야릇한 감각은 일시적인 환락을 가져왔을뿐 태종에게 그리 오랜 기쁨은 주지 못하였다.

어떻게 하면 사찰의 세력을 꺾어버릴가 하고 한창 궁리하고있는데 마침 지방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다.

경상도 진주목사 안로생의 보고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금산사(전라북도 김제군)의 주지 도증은 그 사찰의 녀종 강장, 강덕자매를 건드려 둘다 아이를 가지게 하였으며 와룡사(경상남도 사천군)의 주지 설연은 그 사찰의 녀종 가이 등 무려 5명을 건드렸다고 하오니 엄중히 문책하고 중한 벌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태종은 이 보고를 받자 천둥같이 노하였다.

《금욕과 청렴을 표방하는 승려들이 이럴수가 있단 말이냐!》

곧 승정원 지신사 황희를 불러 승려들의 비행을 알아보도록 하였다. 그러자 얼마 안있어 의정부가 력대 불사의 비행자료를 자세히 수집하여 보고하였다.

임금의 의향을 알아차린 의정부의 관리들은 사원의 토지와 노비를 몰수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비발치듯 제기하였다.

이리하여 1406년 3월에 제2차로 사찰정리가 진행되였다. 제2차 사찰정리에서는 《밀기》(고려초 도선이 지었다는 예언서)에 실려있는 사찰외에 지방 각 고을의 《답산기》(예언서의 일종)에 실려있는 사찰에 한하여 수조지를 주고 그밖의 모든 수조지를 몰수하였다.

제3차 사찰정리는 1419년 11월에 있었는데 이를 통하여 봉건국가는 사찰에 종속된 수많은 노비들을 국가수중에 장악할수 있었다.

세차례의 사찰정리의 결과 대체로 3~4만결의 토지와 수만명의 사찰노비가 몰수되였다.

1424년(세종 6년) 봉건국가는 다시 사찰정리를 진행하였다.

봉건국가는 이렇게 4차에 걸치는 사찰정리를 통하여 약 10만결의 사찰토지와 10만명안팎의 사찰노비를 몰수하였다.

봉건국가의 수차에 걸친 사찰정리의 결과 사찰은 약 8 000결의 토지와 4 000명미만의 승려들과 얼마간의 노비만을 가지게 되였다.

고려말 대토지와 많은 노비를 소유하고 부귀영화를 자랑하던 승려들의 생활은 한갖 꿈으로 되여버렸다.

락엽지는 쓸쓸한 가을 회암사의 주지와 봉은사의 주지는 로상에서 서로 만나 신세타령을 하였다.

《고려때는 귀족들과 대등한 대우를 받던 우리들이 몰락하였으니 참 서글프구려.》

그들은 같은 해에 승과에 합격한지 수십년만에 지금은 큰 사찰의 주지를 하고있는 터였다.

《그래도 우리같은 주지는 걱정이 없네. 얼마전 우리 사찰의 승려들은 서울에 들어갔다가 포교에게 잡히여 장형 100대를 맞았네.》

《그것 참 불행중 다행일세. 작은 고을의 노비로 처박히지 않은게 말이네.》

조선봉건정부는 계속 불교를 배척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도첩제를 실시하여 승려로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것을 극력 억제하고 연산군때에는 사원을 철페하여 놀이터로 만들고 승려를 다시 환속시키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고려때에는 그렇게 사회적으로 우대를 받고 으시대던 승려들이 노비, 령인(배우), 기생, 혜장(신만드는 수공업자), 사령 등과 같이 일곱가지 천민의 부류에 속하게 되였다.

태조, 세종, 세조 등 개별적인 임금들이 불교를 깊이 믿어 사찰과 승려들을 우대한 때도 있었으나 불교를 배척하고 승려들을 업신여기는 국가정책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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