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높은 부름

붕-

렬차가 원산역을 가까이할수록 제대병사 김유성의 마음은 흥분으로 설레였다.

복무의 나날 언제 한번 잊은적이 없는 고향땅이였다.

역구내에는 가족, 친척들이 나와 기다리고있었다.

렬차에서 내린 김유성을 어머니 리숙이 엎어질듯 달려와 부둥켜안았다.

《사격경기에 참가하여 명포수상장을 수여받은 네가 경애하는 원수님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은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정말 용타.》

마중나온 가족, 친척들과 인사를 나눈 김유성은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오늘도 일이 바쁘다고 일터에 나갔지. 자, 어서 집으로 가자.》

김유성은 아버지가 보고싶었다.

《아버지의 직장에 먼저 가자요.》

김유성의 아버지는 원산시물정화사업소에서 오수준첩공으로 30여년을 일해오고있다. 아버지가 일하는 작업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김유성의 눈가에 추억의 빛이 어리였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어릴 때 김유성은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가 깊은 밤에야 들어서군 하는 아버지, 남들이 가족들과 즐겁게 휴식하는 명절날에조차 일터에서 살다싶이 하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김유성의 가슴속에서는 점차 의혹이 머리를 쳐들었다.

대체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것일가.

시내에서 일한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길을 오가며 둘러봐야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었던것이다.

집에 들어와서도 아버지는 늘 살림집구획이 그려진 도면과 기계부문에 대한 참고도서를 펼쳐들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군 하였다.

호기심을 안고 김유성은 물었다.

《아버지는 대체 무슨 일을 하나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한단다. 아주 보람있는 일이지.》

그 말에 석탄을 캐는 탄부, 나라의 광맥을 찾아내는 탐사대원 등 여러 직종을 떠올리던 김유성은 아버지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커가던 자랑이 순간에 실망으로 바뀔줄이야.

비가 억수로 퍼붓던 어느날 학교에서 동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김유성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시내의 어느 한 골목에 있는 망홀로 생활오수가 흘러나오고있었다. 거기서 한사람이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안겨들었다.

김유성의 눈은 커지지 않을수 없었다.

저렇게 험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것을 난생처음 알게 된 그였다.

얼마 지나 망홀로 넘쳐나던 생활오수가 쭉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 학급동무들이 《저 사람이 너의 아버지 비슷하구나.》 하는 소리에 김유성은 일하던 사람의 얼굴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온몸에 오수를 뒤집어쓴 사람이 바로 오수준첩공인 아버지 김일관이였던것이다.

보람있는 일을 한다던 아버지가 오수망이나 관리하는 사람이였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는 김유성의 얼굴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어떻게 그 자리를 떴는지 알수 없었다.

그날 밤 집에 들어온 아버지에게 김유성은 울분을 토했다.

《아버지는 하필이면 왜 그런 일을 하나요.》

자식의 푸념에 김일관은 허구픈 웃음을 지으며 너도 이제 크면 아버지를 다 리해하게 될것이라고 말하였다.

그후에도 김일관의 생활은 변함없이 흘러갔다.

아침일찍 일터로 나갔다가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오고.

자식의 심정에는 아랑곳없이 맡은 일에만 모든 정열을 쏟아붓는 아버지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깊은 밤 공부에 여념이 없던 김유성이 학습장에 《아름다운 거리에 기쁨이 넘쳐흘러요》라고 써놓고는 《아버지, 그다음엔 뭐라고 쓸가요.》라고 물었다.

헌데 오수망관리를 더 잘할 생각에만 옴해있던 김일관은 《그 거리의 오수망에서 물이 쭉쭉 빠져야 할텐데…》라고 말하는 바람에 아들을 실망시켰었다.

어쩌다 아들과 함께 거리에 나섰을 때에조차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오수가 잘 빠지는가고 묻군 하였다.

그럴 때면 김유성은 아버지와 함께 거리에 나선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떨어져 걷군 하였다.

언제부터인지 김유성은 학교를 오가면서 아버지가 일하는 일터를 에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수준첩공이 자기 아버지라는것이 알려질가봐 겁이 들기까지 하였던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이였다.

여느때없이 일찌기 집에 들어선 김일관은 밥술도 얼마 뜨지 못하고 약을 먹고는 이내 자리에 누웠다.

그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의 이마를 짚어보던 김유성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불덩이같았던것이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갑자기 창밖에서 번개가 치고 꽝-꽈르릉 하는 요란한 우뢰소리가 나더니 대줄기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눈을 뜬 김일관이 잠자리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거리를 돌아봐야 하겠다며 작업복을 입는 그를 집사람들이 만류하였다.

하지만 일단 결심하면 무조건 실천하고야마는 그를 누구도 막을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집에 들어서는 김일관의 몸은 불덩이같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비껴흘렀다.

자기가 담당한 지역의 오수망들에서 물이 쭉쭉 빠져나갔던것이다.

김일관을 부축하여 함께 온 사람이 사업소지배인이라고 자기 소개를 하고는 가지고온 보약제를 꺼내놓으며 안해인 리숙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세대주의 건강에 미처 주의를 돌리지 못했습니다. 일관동무는 우리 사업소의 보배입니다. 오수망과 양수설비관리에서 막히는데가 없고 어렵고 힘든 일에 늘 앞장서는 일관동무입니다. 우리 힘을 합쳐 남편의 건강을 빨리 회복시킵시다.》

지배인의 그 말이 김유성의 가슴에 이상야릇한 파문을 일으켰다.

오수망관리나 하는 아버지가 보배라니?

김유성이 중학교를 졸업할무렵 학교에서 학부형회의가 진행되였다.

그날 김유성은 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교실에 들어서는 동무들이 부러웠다.

당일군, 군관, 과학자, 의사 등 각이한 직업을 가진 그들에 비하면 자기 아버지는 너무나도 평범한 로동자였다.

오수준첩공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학부형회의에 참가하는것을 바라지 않던 김유성은 어머니에게만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잠시후 아버지가 교장선생과 함께 교실에 들어서는것을 보는 김유성은 두눈이 커지지 않을수 없었다.

사람들앞에 나선 교장선생이 우리 학교의 오수망보수공사를 손색없이 맡아해준 김유성학생의 아버지라고 소개하고는 그때 정말 수고가 많았다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하는것이였다.

학부형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성이 아버지를 우리도 잘 알고있다고, 우리가 사는 살림집구역의 오수망보수와 관리를 잘해주어 생활에서 불편을 모른다고 말하며 저저마다 인사를 하였다.

그 광경은 김유성에게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남들이 저어하는 궂은일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좀처럼 버릴수 없던 그였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를 존경하는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인가.

그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김유성은 조용히 물었다.

《아버진 하많은 직업중에서 왜 그런 직업을 택했나요?》

김일관은 생각깊은 어조로 말하였다.

《나도 오수망관리를 처음 맡아할 때에는 일에 대한 애착심이 없어 다른 직종으로 옮길 생각까지 했단다. 허나 도시경영부문 일군들은 인민들의 생활상편의를 돌봐주는 영예로운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신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전달받고는 생각이 달라졌지. 명심하거라.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량심껏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는것을.》

김유성은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소중히 새겨안고 혁명의 군복을 입고 조국보위초소로 떠났다.

 

*                       *

 

이윽고 김유성의 발걸음은 어느 한 살림집구역에서 멎어섰다.

이제는 작업반장이 된 아버지가 반원들과 함께 오수망보수공사를 마감단계에서 다그치는 모습이 그의 눈에 안겨왔다.

세월은 흘러 귀밑머리가 희여졌지만 어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열정에 넘쳐있는 아버지,

드디여 일을 끝낸 김일관의 손을 꼭 잡고 사람들은 고마움에 넘친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회주의애국공로자의 일솜씨가 과연 다르구만요.》

《우리 대의원이 아닌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유성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사회주의애국공로자!

우리 대의원!

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긍지가 김유성의 가슴에 터질듯 차넘쳤다.

얼마나 훌륭한 아버지인가, 얼마나 값높은 부름인가.

그 부름을 몇번이고 새겨보는 김유성의 가슴속에는 아버지처럼 조국과 인민을 위해, 사회와 집단을 위해 량심껏 성실히 일해나갈 결심이 바위처럼 들어앉았다.

주체109(2020)년 9월 18일 《로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