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     심

(사람은 하루에도 숱한 문을 여닫는다. 출입문과 현관문, 살림집과 사무실문… 헌데 그토록 무수히 열고닫으면서도 별로 눈여겨본적 없는 저 문에 한 인간의 운명이 이렇게도 심각하게 비낄줄이야.)

강선비닐박막공장 지배인 우재명은 사무실문을 바라보며 달리는 살지 못할 사람이라고 여겨왔던 오랜 지기와 마음속대화를 나누고있었다.

근 20년간 한뜨락에서 고생도 같이하고 긍지와 보람도 함께 나누며 살아온 공장목수 오세종의 모습이 그 문속에 비껴들며 얼른거리였던것이다.

(저 문도 그렇고 공장의 크고작은 출입문들과 현관문, 책걸상과 연탁 어느것이나 오세종이 자네가 뼈심을 들여 멋스럽게 만든것들이 아닌가.)

공장 구석진 곳의 목공실에서 누가 보건말건 묵묵히 자기 일에 전념해온 그가 며칠전 느닷없이 저 문을 열고 들어서던 일이 떠올랐다.

《이젠 공장문을 나설 때가 된것 같습니다. 일욕심에 육신이 따라서지 못할 때쯤에 제꺽 자리를 뜨는게 옳은 처사지요.》

정 그러면 젊은 사람들에게 힘에 부친 일감을 맡기고 슬슬 일하라고 하는데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렇겐 못합니다. 노루친 막대기 3년을 우려먹는다는 식으로 낡은 공적을 빗대구 공장밥을 그냥 먹는거야 잡초로 사는 인생이지요.》

그렇게 공장을 떠나갔던 오세종이 어제저녁 갑자기 옛 일터에 나왔다가 판자며 각재토막들을 싸들고 정문을 벗어났다고 한다.

경비원이 유심히 쳐다보자 《문짝을 마저 좀 짜느라구…》하고 얼버무리며 못할 일을 한 사람처럼 바삐 사라지더라는것이였다.

(일손을 놓고 집에 들어가더니 뭔가 생각이 달라진것인가.)

퇴직한 오세종이 그 좋은 재간으로 제살궁리를 한다고 해서 누가 탓할 사람도 없었다.

지금까지 법없이도 살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그가?…

전화통은 성가시게 찌르릉거렸지만 오세종과 관련된 잊지 못할 추억속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지배인이였다.

 

*    *

 

우재명이 공장지배인으로 임명된지 며칠후 한창나이때부터 알고지내는 사이인 오세종이 찾아왔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량심은 행동의 거울이며 거짓과 진실을 판결하는 기준이다.》

자기한테는 목수재간밖에 없으니 그것으로 공장을 꾸리는데 한몫하겠다는것이였다.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때에 성실하고 량심적인 그가 스스로 찾아온것이 무등 기뻤다.

오세종은 공장목수가 되여 구석진 방을 하나 차지하게 되였다.

그의 손은 거칠었지만 재간없는 고운 손보다 공장에는 유익했다.

공장은 워낙 부재생산기지로 건설되였던 건물인지라 그가 할 일은 허다하였다.

휴계실들과 식사실이 번듯하게 꾸려지자 인차 사무실들을 꾸리자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때 오세종이 지배인사무실 문턱을 넘어섰다.

《내 생각엔 공장사람들도 그렇구 주변사람들도 정신을 번쩍 차리게 구호판을 하나 큼직하게 내걸었으면 좋겠수다.》

이렇게 되여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는 구호판이 온 공장의 관심속에 제작되게 되였다. 높이만 해도 2m나마 되는 그 구호판제작을 주관하느라 오세종은 꼬박 며칠째 눈 한번 붙여보지 못하였다.

그 큰 구호판을 생산건물벽면에 올리느라 수고한 그였지만 지배인이 이왕이면 불장식까지 하는게 더 좋겠다고 하자 군말없이 다시 발판에 올라 아찔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날 밤은 그의 속마음을 더 깊이 알게 된 못 잊을 밤이였다.

자정무렵 공장을 돌아보던 지배인은 목공실에서 불빛이 새나오는것을 보고 다가갔다. 래일까지 푹 쉬라고 억지로 등을 떠민 사람이 혹시 아직도…

톱밥이 뽀얗게 묻은 모자를 쓰고 곤죽이 된 몸으로도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대패질을 하는 오세종을 마주할 때에는 더우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일밖에 모르는 그를 지배인은 집으로 떠밀었다. 강짜를 부리다싶이 해서야 그를 일에서 떼여낸 지배인은 퇴근길에 다시한번 놀랐다.

맥빠진 자세로 터벌터벌 지배인을 따라오던 오세종이 고작 두걸음만 짚으면 질러갈수 있는 도로옆의 좁은 잔디밭을 빙 에돌아오는것이 아닌가. 이 깊은 밤중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가 지배인앞에서 목소리를 높인것은 단 한번뿐이였다.

《경기에서 지면 졌지 부정선수를 넣으면 안됩니다, 절대로. 잡초처럼 살아선 안된단 말입니다.》

오세종은 바로 이런 사람이였다.

남모르게 재능을 바친다고 재세할줄 몰랐으며 작업조건을 핑게대거나 생활상애로를 놓고 불평할줄은 아예 몰랐던 인간이였다. 비량심적인것과는 타협을 모르는 참으로 정직한 사람이였다. 그래서 공장사람들은 누구나 그 인간됨에 머리를 수그리군 하지 않았던가.

결국 그런 사람도 로쇠해지고 가정사에 파묻히면 달라진단 말인가.

지배인은 종잡을수 없는 생각을 털어버리며 방을 나섰다.

 

*    *

 

하늘가에 저녁노을이 비낄제 소형뻐스는 거리를 벗어났다.

뻐스에는 지배인과 초급당위원장, 부원이 타고있었다. 일군들은 진지한 토의끝에 오랜 공로자인 오세종의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주기로 하였다.

텔레비죤과 몇가지 우대상품이 뻐스에 실려있었다.

숨죽다싶이 하였던 공장이 3대혁명붉은기를 쟁취하고 온 나라에 소문난 자력갱생본보기단위로 솟구쳐오르기까지 오세종이 바친 노력에 비해볼 때, 그의 성실성과 대중의 신망에 비해볼 때 뭔가 더 마련해주고싶은것이 모두의 심정이였다.

어느덧 뻐스는 오세종의 집 가까운 곳에 멎어섰다.

나지막한 울타리너머로 보이는 그의 단층집은 너무도 수수했다.

더우기 출입문이 그러하였다.

낡은 형식의 문인데다 도색도 드문드문 벗겨져 남정의 손길이 가닿은지 오래되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홍성애부원이 《저런 문을 그냥 두고있다니.》하고 혀를 찰 때 방원봉초급당위원장은 《원, 사람두. 가사는 제쳐놓고 공장일에만 신경을 썼군.》하고 말하였다.

우재명지배인에게는 두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오세종의 가정생활을 등한시한 자신에 대한 질책처럼 들려왔다.

당사자인 오세종은 영문도 모르고 황급히 손님들을 맞아들이였다.

모두가 부산을 피우며 방안에 들어서니 대패밥이 한가득 널린 옆방에서 제법 고급한 모양을 갖춘 문짝 하나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제야 가사에 좀 신경을 쓰는것 같구만.》하고 지배인이 칭찬조로 말하자 동행한 공장부원은 《생활문화야 누구나 응당 관심해야 할 일이지요.》하고 제꺽 동을 달았다.

초급당위원장은 《이젠 공장일을 놓았으니 집도 좀 잘 꾸려놓고 여생을 즐겁게 보내기 바랍니다.》하면서 오세종의 두손을 잡았다.

오세종의 어줍은 태도며 가정방문의 강렬한 첫인상으로부터 세사람은 그 문이 다름아닌 이 집의 낡은 출입문을 교체할 새 문짝이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던것이다.

이때 안주인 김옥희가 부엌에서 올라오며 세대주 핀잔인지 자랑인지 모를 말, 세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말, 겉과 속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보석같은 인간의 진면모에 대한 말을 털어놓았다.

《아이구, 그게 우리 집문짝일게 뭐나요. 공장 청년학교문을 바꿔주지 못한게 속에 걸린다구 이렇게 잔뜩 벌려놓지 않았겠나요.》

한동안 누구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참만에야 홍성애가 겨우 《문이… 참, 정말 멋있군요.》하고 분위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한마디 했다.

아직 연마도 부각장식도 도색도 하지 않은 문이 멋있어야 얼마나 멋있겠는가.

그러나 방문객들은 송진내가 은근히 풍기는 그 문이야말로 제일 번쩍거리는 문, 변함없는 한 인간의 보석과도 같은 애국의 마음이 슴배인 값비싼 량심의 문이라는것을 더욱 뜨겁게 느끼고있었다.

그 문우에서는 세상에 없는 미덕의 나라, 아름답고 참다운 인간들을 무수히 키워내는 어머니조국이 오세종에게 안겨준 3대혁명붉은기훈장이 은은한 빛을 뿜고있었다.

오세종은 심장과도 같고 목숨과도 같은 순결한 량심을 지니고 오늘도 조국을 위해 헌신의 문을 기꺼이 열어가고있다.

 

주체109(2020)년 7월 6일 《로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