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7
(그때부터 우리는 변함없는 한길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어둠이 서린 보통강반에 눈은 하염없이 내려쌓이였다.
김일은 망두석처럼 서있는 한영덕의 가긍한 모양을 가슴아프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영덕이 갈린 목소리로 얼어붙은듯싶었던 침묵을 깨뜨렸다.
《난 이젠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 순간 영덕에게는 반일부대에서
그 시절에 김일동지가 이 가슴에 새겨주었던
영덕은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그럴수 없다. 그러나…
영덕은 고통에 못이겨 눈이 두텁게 쌓인 머리칼을 움켜쥐였다. 그는 손이 얼어드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똑똑히 반성해보라. 너는
《아!―》 하는 신음소리가 영덕의 푸들푸들 떨리는 입술사이로 새여나왔다.
이때 김일의 큼직한 주먹이 툭 하니 영덕의 가슴을 내질렀다. 영덕은 전기에라도 감전된것처럼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도장이라도 찍듯 주먹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가볍게 치는 버릇은 김일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표시할 때 나오는것임을 영덕은 잘 알고있었다.
《알고있습니다.》
영덕은 눈물이 그렁하니 두눈에 고여오름을 느끼였다.
《영덕동무, 언제나 굳게 믿고 사시오.》
김일은 다시한번 주먹으로 영덕의 가슴을 쳤다.
《우리
눈물줄기가 영덕의 두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떨어졌다. 그 순간 영덕은 내각 제1부수상으로서의 김일이 아니라 고지식하고 변함없는
《명심하겠습니다.》 하고 영덕은 눈물을 감빨며 말하였다.
김일은 한영덕의 팔을 잡아당겼다. 영덕이 비칠거리며 저도 모르게 김일에게 몸을 의지하였다. 김일은 슬며시 그의 한쪽 팔을 꽉 붙잡아주었다. 영덕의 입에서 신음같기도 하고 흐느낌같기도 한 소리가 다시금 새여나왔다.
《고맙습니다, 1부수상동지.》
《이젠 돌아갑시다. 설미랑 가족들이 기다리고있소.》
김일은 영덕을 부축하여 자기의 승용차에로 이끌었다. 한설미가 뒤따라 승용차에 올랐다.
《네가 괜히 고생을 하는구나.》 하고 김일이 설미에게 한마디 하였다.
잠시후 김일의 승용차는 영덕의 집이 있는 아빠트밑에 와 멎어섰다.
《집에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영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밤은 어지간히 깊어 아빠트의 창문들은 거의다 불이 꺼졌다. 사람들은 혼곤히 안식의 꿈속에 잠겨들것이다.
김일은 차라리 이밤 영덕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한자리에 누워 잠을 자고싶었다. 과오를 범하고 고민하는 전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좀더 힘을 보태주고싶었다. 그에게 미리 관심을 돌리지 못한것을 두고 자책을 느끼고있기에 더욱더 그렇게 하고싶었다. 그러나 김일은 래일 지방지도를 나가야 한다는것을 자각하였다.
《됐소. 어서 올라가서 쉬오. 난 래일 지방지도를 나가게 되오. 동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