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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6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려는 박덕산의 결심은 그 다음해인 1936년에 실현되게 되였다.

일제의 《토벌》공세가 날로 강화되면서 전영림의 반일부대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날을 따라 쇠퇴하게 되였다. 투항동요분자들이 생겨나는것을 막을수 없었다. 1931년 9.18사변후 항일의 기치를 들고 반변하여 중국 동북의 산속에 들어갔던 많은 반일부대들이 1936년 이마적에 와서는 일제의 《토벌》에 쫓기여 중국관내로 들어가거나 적들의 품으로 기여드는 형편이였다.

부대의 전도를 두고 고심하던 전영림은 마침내 일제와의 싸움에서 승승장구하고있는 김일성장군님의 부대에 합류할 결심을 내리게 되였다.

여기에는 박덕산이 조직한 부대내 반일회가 큰 역할을 하였다. 초기에 결의형제패로 걸음을 뗀 조직은 후날 반일회로 개칭되였는데 영덕을 비롯해서 많은 장교들과 병사들이 망라되여 부대의 가장 영향력있는 세력으로 확장되게 되였다. 이 반일회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영림에게 김일성장군님부대를 찾아가자고 제기했고 전영림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것이였다. 김일성장군님의 명성은 동북땅에 널리 알려져 중국인들도 그이를 흠모하고있었다.

그 시기 김일성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무송지구에서 활동하고있었는데 전영림부대가 그곳까지 행군하자면 우선 많은 식량을 준비해야 하였다. 식량공작을 위해 여러개의 조가 파견되였는데 한영덕이 한개 조를 이끌고 현성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영덕이 식량과 함께 자기의 가족에 대한 소식도 알아가지고 돌아올줄은 박덕산은 전혀 예측할수가 없었다.

그날 박덕산은 수림속에서 땔나무를 하고있었다. 앞으로의 행군에서 제기될 문제들을 하나하나 예견하고 해결방도들도 모색하며 땔나무단을 지고가기에 맞춤하게 가려놓는 그의 가슴은 은근한 기쁨으로 설레이고 있었다. 이제 식량공작대들이 돌아오게 되면 부대는 김일성장군님을 찾아 출발하게 될것이다. 오래동안 마음속에 그리며 꿈결에도 달려가 안기던 그 품을 향해 가는데 어찌 그 심정이 범상할수 있겠는가.

덕산이 선들선들한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무잎새들을 유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걸싸게 일을 하느라 내돋은 땀발을 식히는데 영덕이 《형님.》 하고 부르며 달려왔다.

《영덕이.》 덕산은 반갑게 소리치며 마주 걸어갔다.

《그래 갔던 일은 잘되였나?》

《잘되였어요. 그런데 형님은 빨리 현성에 갔다와야겠어요. 어서 가자요.》 영덕은 무작정 덕산의 손을 잡아당기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현성에 들어갔다가 용석이를 만났댔어요.》

《뭐, 내 아들 용석이를?…》

영덕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우두커니 서있는 덕산을 그냥 잡아끌었다.

《내 가면서 말하지요.》

…품팔이군으로 가장하고 현성에 들어간 한영덕은 배가 고파 지짐집에 들리였다. 그 지짐집에서 심부름을 하는 소년이 어딘가 낯이 익어 유심히 살펴보니 4년전 박덕산의 집에 있을 때 사귀였던 장난꾸러기 소년 용석이였다. 영덕은 용석을 불러 사연을 물어보았다. 영덕을 알아본 용석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처창즈유격근거지가 해산되여 인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떠나가는 속에 용석이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먼 친척이 살고있는 연길현 광지암이라는 곳을 찾아가는 길인데 할머니가 앓는 바람에 할수없이 이곳에 머무르게 되였다는것이였다. 할아버지는 어느 부자집에서 머슴을 살면서 할머니를 간호하고 자기는 지짐집에서 심부름군으로 일하면서 로자를 마련하고있다는 용석이의 말은 영덕이의 가슴을 아프게 긁었다.

《용석아, 좀 기다려라. 내 이제 인차 찾아오겠다.》

영덕은 자기의 임무가 있는지라 대원들과 같이 인차 그 자리를 뜨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는 덕산을 데리고 다시 올 결심을 품고 식량공작활동을 벌리였다.

공작대는 왜놈들의 앞잡이노릇을 하는 큰 부자를 한명 붙잡아 위협하여 많은 식량과 물자를 구입해가지고 돌아오게 되였지만 영덕은 덕산의 가족이 처해있는 어려운 사정을 풀어주지 못한것으로 하여 저으기 가슴이 무거웠다.

영덕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난 덕산은 마치 의지나 하듯 이깔나무줄기에 몸을 기대며 머리를 숙이였다. 그의 두손은 나무줄기의 터실터실한 껍질을 안타까이 뜯어내고있었다.

《덕산형님, 현성이 여기서 하루길이 아니예요? 나랑 같이 다녀옵시다. 내 용석이에게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어요. 어머니랑 앓는다는데 병문안도 하고 하다못해 얼마간의 돈이라도 쥐여주고 와야지요.》

영덕은 목석처럼 서있는 덕산의 팔을 안타까이 잡아흔들었다.

이때 덕산은 영덕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고 안깐힘을 다하고있었다.

(하루길이라… 그닥 먼길이 아니지. 잠간 만나보고 로자를 보태주고 힘이 되는 말을 좀 해주고 돌아설수 있을것이다. 그래,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 전영림대장도 승인해줄것이고… 하긴 영덕이가 벌써 그에게 다 말했다고 했던가.…)

그는 자기 몸을 의지한 이깔나무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한달음에 부모님들과 아들에게로 달려가고싶은 그 욕망을 억제하지 못할것만 같아 고집스럽게 나무줄기에 기대여 껍질을 허벼뜯어내는것이였다.

부모님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랴. 하긴 부모님들이야 혁명에 몸을 바친 이 자식을 리해하실것이지만 어린 용석이는 혹시날 원망할는지도 모른다. 《민생단》으로 몰렸다가 앓고난 후에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려고 나섰을 때 같이 가겠다고 떼를 쓰던 용석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린 나이에도 장군님을 따르고 또 아버지를 걱정하던 기특한 애였다. 이겨내겠지. 그래, 이겨낼것이다.

빗장을 지른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응답이 없는 덕산에게 영덕이 끝내 화증을 터뜨리고야말았다.

《싹 그만두오. 도대체 형님은 가슴에 심장을 달고있소 아니면 돌덩어리를 달고있소? 형님이 가지 않겠다면 나 혼자라도 갔다와야겠어요.》

영덕이 팩하니 돌아서 가버리려는데 덕산이가 그의 한쪽팔을 꽉 잡았다.

《영덕이, 그만두게. 날 더 괴롭힐 생각 말라구.》

《그럼 어쩌자는거요? 난 지짐집에서 심부름군으로 일하는 용석이를 보면서 내 지난날을 생각했어요. 용석이도 나처럼 부모잃고 집잃고 방황하는 고아처럼 여겨지더란 말이예요.》

《알아, 네 심정을 다 알아. 하지만 너도 생각해봐.》

덕산은 고통을 씹어삼키듯 얼굴을 이그러뜨리며 힘겹게 말하였다.

《지금 부대는 김일성장군님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 내가 이런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너도 잘 알지? 그런데 내가 어떻게 쉽게 여기를 뜰수가 있겠니. 내가 없으면 안된다. 부대가 출발하면 내가 길안내를 해야 한다. 난 너도 보낼수가 없어. 넌 패장이다. 그런데 네가 이 박덕산의 가족때문에 다시 현성에 걸음한다는게 어디 말이 되는 일이냐? 안돼!》

《에익―》

영덕은 큼직한 주먹으로 아름드리 이깔나무줄기를 들이쳤다. 바늘같은 누런 잎새들이 깃털마냥 머리우에 날아떨어졌다.

이때 저벅저벅하는 발자욱소리가 들리였다. 풀숲이 와슬렁거리더니 뚱뚱한 몸집의 키큰 중년사나이가 나타났다. 단정한 군복차림에 일본군에게서 로획한 밤색가죽장화를 신었으며 쌍안경을 목에 걸고 가방과 목갑총을 멘 위풍당당한 차림새의 그 사나이는 대장 전영림이였다.

그는 뒤짐을 진 자세로 한영덕과 박덕산의 심각하고 울기뻗친 얼굴들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알릴듯말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전영림의 퉁퉁하나 짙은, 시름이 끼고 탄력이 풀어진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어리였다.

《박간사의 가족이 현성에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었소.》 전영림은 덕산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서 만나보고 오시오. 부대에서 좀 도와주도록 합시다.》

《대장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부대는 빨리 출발해야 합니다. 내 가족의 사사로운 일때문에 늦출수는 없습니다.》

《하루이틀 늦는다고 뭐가 잘못될리 없지. 어서 떠나시오! 명령이요!》

《그 명령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덕산은 어느새 이깔나무에서 몸을 떼고 엄숙한 자세로 서있었다.

전영림의 꾹 다문 입귀로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그는 몹시 기분이 상한듯 덕산을 쏘아보며 거칠게 말했다.

《거역한다는거지? 대의명분은 확고한 사람이군. 좋소.》

《…》

《그래 박간사에게 하나 묻기요. 조선사람은 다 그렇게 몰인정하오?》

《조선사람이라고 왜 인정이 없겠습니까.》 덕산은 또박또박 그루를 박으며 말하였다. 《내 몸이라고 왜 더운 피가 흐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우리들 매 개인의 운명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민족의 운명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조선민족도 중화민족도 왜놈들의 게다짝에 짓밟히고있습니다. 동북과 조선에서 왜놈들을 모조리 쳐없애고 승리하자면 김일성장군님의 두리에 모든 반일력량이 하루빨리 굳게 뭉쳐야 합니다. 김장군부대에로 가는 길은 하루라도 빠르면 빠를수록 우리에게 유익하고 두 나라 인민들의 리익에도 부합됩니다. 왜놈들에게 유린당하는 조선과 중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빨리 길을 떠나야 합니다.》

전영림은 한동안 말없이 덕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색적인 길둥그런 얼굴에는 감심의 빛이 력연히 흐르고있었으나 그는 여전히 랭정하게 투시하는듯 한 태도를 허물지 않고있었다.

《박간사는 어쩔수가 없는 사람이군. 옹고집쟁이요. 어쨌든… 당신의 마음을 알겠소.》

전영림은 홱 돌아서서 스적스적 걸음을 옮겼다.

《형님은 정말…》

영덕은 팔굽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용석아, 이 무정한 삼촌을 용서해라.》

덕산도 마음속으로 부모님과 아들애에게 용서를 빌었다.

(아버지, 어머니, 조국이 광복되는 그날까지 부디 몸성히 살아계십시오.

용석아, 넌 씩씩하게, 용감하게 살아야 한다. 김일성장군님이 계시는 한 조국광복의 날은 반드시 오고야말것이다.)

《영덕이.》 하고 덕산은 심각한 얼굴로 말하였다. 《난 우리 민족의 재생을 위해, 조국광복을 위해 그리고 혁명을 위해 김일성장군님께 자신의 운명을 다 맡기기로 한 사람이다. 난 장군님의 전사로 살며 싸우는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영덕이, 너도 장군님을 따르는 전사가 되겠다고 했지?》

《예.》

영덕은 저도 모르게 상관앞에서처럼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그럼 앞으로도 명심해라. 장군님을 따르는 마음에 그 어떤 개인의 사정이나 감정을 뒤섞어놓지 말아야 한다. 오직 티없이 깨끗하고 순결하고 또 경건한 마음으로 그분을 받들고 따를 때에만 그이의 참된 혁명전사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영덕은 김일성장군님의 혁명전사의 진정한 모습을 덕산에게서 보는것만 같았다. 리해하기 힘들었고 따라서 모진 인간이 아닌가고 의심하기도 했던 덕산이 높이 돋보이였다. (혁명가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장군님의 전사는 바로 형님처럼 살며 싸워야 하는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내 생각이 짧았던것 같아요.》

《됐다. 그리고…》

덕산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했다.

김일성장군님의 전사들은 모두 동지로 된다. 그래서 난 이제부터 영덕이를 동무로 부르겠다. 그러니 너도 날 동무로 불러라.》

《예?》

《영덕동무.》 덕산이 정색한 낯빛으로 말했다.

난생처음 《동무》라고 불리운 영덕은 소스라치듯 놀라며 덕산을 쳐다보았다. 짜릿한 흥분이 전류처럼 온몸을 줄달음치는것만 같았다.

《그래 동무는 끝까지 나와 한길을 갈수 있겠소?》

《예!》

《우리 맹세합시다. 하늘이 무너진대도 장군님을 찾아가 그이를 받들어 혁명을 하자는걸 맹세하기요.》

덕산은 영덕에게 한손을 내밀었다. 영덕이 그 손을 꽉 틀어잡았다.

그다음 덕산은 싱긋 웃으며 큼직한 주먹으로 영덕의 가슴우를 가볍게, 그러면서도 은근한 힘을 주어 도장이라도 찍듯 툭 쳤다.

《장군님을 받들고 한생을 혁명을 위해 바치자구.》 덕산은 다시금 힘있게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날 전영림의 반일부대는 김일성장군님의 친솔부대를 찾아 출발하였다. 그 대오의 앞에는 박덕산이 걸어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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