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2
평양을 떠나있는 기간에 집무실에는 문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김일은 지금 현장의 가설건물에 자리잡은 지휘부에서 숙식하면서 하루에도 여러차례 지팽이를 짚고 발전소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사를 추진시켜왔다. 지휘부에는 4대의 전화기를 놓고 공사에서 제기되는 자재보장을 비롯한 실무적문제들을 여러 도와 각 기업소들과 련계를 가지고 제때에 풀어주군 하였다. 그의 치밀한 조직사업과 년로하고 불편한 몸도 아랑곳없이 늘 현장에서 로동자들과 함께 살며 혁신에로 불러일으키는 사업기풍으로 하여 청천강화력발전소에서는 혁신의 불바람이 세차게 일어났으며 하여 공사는 거의 조업단계에 이르렀다.…
(필경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사업에만 열중하고있을것이다.)
김일이 청천강화력발전소에 전권대표로 나가겠다고 제기한 사실을 아시게 되였을 때부터
그리고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추진을 위해 충성의 전투를 벌리도록 하시고 당중앙위원회 일군들로 조직된 중앙지도소조를 파견하시여 현장에서 김일을 도와주도록 하시였었다.
《1부주석동지가 지금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에 계시겠지요? 지금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단 말이지?… 1부주석동지가 탄광에 갔단 말이요? 무엇때문에?…》
김일은 보이라가 가동하게 되면 결정적으로 석탄문제가 걸리게 된다는것을 내다보고 그 고리가 튀지 않게 미리 대책을 세우기 위해 탄광으로 왔다. 김일이 탄광의 일군들을 만나 생산정형을 알아보고 걸린 문제의 해결방도를 토의하고는 돌아갈것이라고 생각하였던 부관 림병욱은 김일이 갱막장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후들쩍 놀랐다.
《1부주석동지, 그건 안됩니다.》 병욱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김일은 사무실을 나서서 무작정 걸음을 옮기였다.
몸집이 좋은 탄광지배인도 놀라서 김일의 앞을 막아나섰다. 김일이 탄광에서 걸린 문제들을 료해하고 풀어주었고 탄광사업방향도 가르쳐주었는데 그것이면 더 바랄게 무엇이란 말인가. 막장에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
《1부주석동지, 저희들이 일을 잘하겠습니다. 1부주석동지가 갱목이랑 탄차수리에 필요한 베아링이랑 다 풀어주시지 않았습니까. 이젠
김일은 뚱뚱보지배인을 흘겨보았다.
《내가 탄광에 왔다가 탄부들을 만나보지 않고 가면 되는가. 탄부들에게 내 직접
김일은 지배인을 옆으로 밀어제끼고 절뚝절뚝 걸어갔다.
김일이 갱입구까지 이르렀을 때 림병욱은 더는 참을수 없어 앞길을 막아나섰다.
《막장엔 들어갈수 없습니다.》
허룡도 병욱과 합세하여 앞길을 막았다.
《1부주석동지, 그 몸으로 막장에 들어갔다가 사고라도 나면…》
뜻밖의 도전에 부딪친 김일은 화가 동하여 얼굴이 시뻘개졌다.
《이게 뭣들인가!》
김일이 노성을 지르며 허룡과 병욱을 뚫어지게 보았다.
《1부주석동지,
병욱은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김일에게 양보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마음먹고있었다. 그러나 김일의 무서운 눈길앞에서 여기가 질리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동문 이 김일을 위해 사는 사람이요, 아니면 혁명을 위해 사는 사람이요?》 김일은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병욱은 부관으로 사업한이래 그가 이처럼 자기에게 성을 내는것을 처음으로 당해보고있었다.
《탄광일군들이 탄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결의하지 않았습니까.》
《내 그런 말이나 듣고 돌아가라는거요? 그렇게나 할바엔 탄광걸음을 왜 하는가, 응?》
김일은 열이 올라 지팽이로 땅바닥을 쾅쾅 내리쳤다.
《어서 물러들 서. 감히 내 앞길을 막자고들어? 내겐 동무같은 부관 필요없으니 돌아가시오! 서기동무도 물러가오.》
허룡과 병욱이 주춤거리며 물러서니 김일은 지팽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갱안으로 들어갔다.
《1부주석동지, 잠간만…》
지배인이 덤벼치며 갱밖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안전모와 안전등들을 수집하여 김일과 그의 수행성원들에게 보장하였다. 언제 탄광창고에까지 가서 안전모들을 가져올 여유가 없었기때문이였다.
이윽고 김일은 탄부들이 타는 인차에 올랐다. 수행성원들이 말없이 그를 따랐다.
인차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띄염띄염 전등불이 매달려 어둑시그레한 사갱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가기 시작했다. 김일은 여전히 분기가 치미는듯 얼굴을 잔뜩 찌프리고 덜컹거리는 인차에 몸을 맡기고있었다. 화력발전소를 빨리 조업하여
《지배인동무, 우릴 탄부들에게 안내하오.》
인차에서 내려 김일이 이렇게 지시하자 지배인은 주밋거리였다.
《저… 탄부들을 여기다 모여놓을수 있습니다.》
지배인은 널직하고 환한 권입장을 휘 둘러보았다. 그는 김일이 여기까지 온것만도 큰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아니, 탄부들이 일하는 곳까지 가봅시다.》 김일은 단호하게 말하였다.
지배인은 자기들이 일을 잘못하여 김일이 막장에 내려왔다고 저으기 죄스러움을 느끼며 걸음을 옮기였다. 김일이 절뚝거리며 그의 뒤를 따르고 림병욱이 곁에서 김일을 부축여주었다.
발밑에서 고인물이 철벅거리고 머리우에선 석수가 떨어지면서 옷이 젖어든다. 막장의 키가 낮아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지 않으면 안되였는데 키가 큰 김일은 습관되지 않아 안전모를 쓴 머리로 자꾸 천정을 들이받게 되였다. 그때마다 림병욱과 허룡이 가슴을 조이느라 숨도 바로 쉬지 못한다는것을 김일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탄부들의 말소리와 오가드릴을 돌리는 약한 소음이 들려왔다. 드디여 탄부들이 일하는 마구리에까지 온것이였다.
《동무들, 김일 1부주석동지가 오셨습니다.》 김일의 앞에서 한걸음 먼저 당도한 지배인이 격정어린 큰소리로 말하였다.
탄부들은 놀라는 눈길로 김일의 일행을 맞이하였다. 지금까지 이처럼 높은 급의 간부가 마구리에 들어왔던적이 없었던것이였다.
《탄부동무들, 수고합니다.》
김일은 안전등빛에 탄가루가 묻어 까밋까밋한 얼굴들이 드러나는 탄부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었다.
김일은 탄부들을 둘러앉히고
김일은 힐끔 장갑을 여겨보고 림병욱과 허룡의 부축을 받으며 그우에 털썩 엉치를 붙이였다.
《자, 편안히 앉아서 얘기해보자구.》
김일은 소탈하게 웃으며 담배갑을 열어 탄부들에게 담배를 한대씩 나누어주었다. 탄부들이 황송하여 담배를 받는데 김일은 문득 한사람의 손에 붕대가 감겨져있는것을 발견하였다.
《동문 손을 상했구만.》
김일은 그의 새까만 손을 따뜻이 잡아주었다.
《왜 작업장갑을 끼지 않고 일하오?》
《괜찮습니다.》
《로동장갑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모양이구만. 지배인동무, 어떻소?》 김일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로동장갑같은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지배인이 죄스러운 어조로 대답하였다.
《한심하오. 지배인이 일하는 태도가 틀려먹었단 말이요. 동무, 손건사를 잘해야겠소.》
막장안에는 향긋한 담배연기가 떠돌고 탄부들의 얼굴에는 우선우선한 기운이 피여났다.
《그래, 담배들은 푼푼하게 가지고다니나?》
탄부들은 인차 대답을 못하고 슬금슬금 서로의 눈치들을 보았다.
《말을 못하는걸 보니 담배가 긴장한 모양이구만.》
한 중년탄부가 말하였다.
《1부주석동지, 탄부들에게 담배를 공급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막장에 들어오면 사탕보다 담배를 더 찾게 됩니다.》
《그래, 아마 그럴거요.》
김일은 작업복 웃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몇글자 적어넣었다.
《그리고 더 애로되는건 없소?》
《없습니다.》
《영양제식사랑 어떻소?》
《그만하면 좋습니다.》
《내 난장에 올라가서 영양제식사질이 어떤지 알아봐야지. 지배인동무, 탄을 캐는 탄부들이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 해.》
이때 탄부들중 한 젊은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김일에게 겁석 큰절을 하였다.
《동문 왜 갑자기 인사요?》 김일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인사하는겁니다. 난 아버지에게서 1부주석동지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젊은 탄부는 싱글싱글 웃으며 자랑하듯 말하였다.
《동무 아버지가 날 알고있나?》
《우리 아버지는 전쟁시기
전선사령부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되였는데 군의들은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했답니다. 이때 전선사령부 군사위원이였던 1부주석동지가
《음― 그런 일이 있었댔소.》 하고 김일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아버지는 1부주석동지에 대해 자주 말하면서 고마운분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막장에서 1부주석동지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동무 아버지는 그때당시
《예, 지금 탄광당비서를 하고있는데 출장갔습니다. 내가 1부주석동지를 만났다는걸 말하면 깜짝 놀랄겁니다.》
《그래? 한번 그 친구를 만나봐야겠군. 내 오늘 막장에 들어와보길 정말 잘했소.》
김일은 만족하게 웃다가 한결 저력있게 말하였다.
《탄부동무들,
《제1부주석동지, 석탄은 걱정마십시오.》
젊은 탄부가 웨치듯 말하자 다른 탄부들도 주먹을 흔들며 목소리를 합치였다.
《문제없습니다.》
《우리가 결사적으로 탄을 캐내겠습니다.》
김일은 탄부들의 진정이 넘친 결의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말하였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그 불편한 몸으로 막장에까지 들어가다니…)
처음엔 로투사의 불같은 충정에 감동되시였고 다음엔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와 근심이 못 견디게 치밀어오르시는것이였다.
4시간후에 림병욱과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아마 부르심을 받고 냅다 달려온 모양이였다.
《부관동무, 1부주석동지가 탄광막장에 들어갔댔습니까?》
《예, 방금 막장에서 나오셨습니다.》
《어쩌면 동무는 그 말을 그렇게 태연하게 할수가 있습니까.》
《1부주석동지가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에 나갈 때 총비서동지께서 무리하게 사업하지 말데 대해 신신당부했다는것을 부관동무는 벌써 잊었습니까? 그리고 나도 부관동무를 따로 만나 1부주석동지를 잘 지켜드리라고 당부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기억하고있습니까?》
《예, 제가 어떻게 그 말씀을 잊을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무엇때문에 1부주석동지를 갱막장에까지 들어가게 합니까? 동무가 과연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요? 부관의 임무가 뭡니까?
《알고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1부주석동지의 건강을 소홀히 대하다니, 한심하단말이요.》
《막장에 들어가 4시간이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힙니다. 석탄 몇만톤이 뭐라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병욱이 주눅든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동무들의 임무가 중요합니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