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1
김일은 너부죽한 얼굴에 밝은 웃음을 띠우고 한영덕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있었다.
《이젠 산골마을에도 다 전기가 들어갔단 말이지?… 인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당에 감사를 드리고있다면 더 바랄게 없지 않소?》
《그렇습니다.》
송수화기에서는 한영덕의 굵직하고 잘 울리는 목소리가 기분좋게 울려나오고있었다.
《1부주석동지, 전기선을 해결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내 중앙인민위원회에서 파동수집운동을 벌렸다는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영덕동무가 인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데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었다면 나도 기쁘오.
한영덕과의 전화를 끝낸 다음 김일은 깊은 생각에 잠기였다.
그는 나라의 전력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새로운 공장, 기업소들이 많이 일떠서면서 전력수요는 계속 높아지는데 나라의 발전능력이 그에 따라서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그러나 실태를 그대로 보고하는것이 전사의 자세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날 저녁
《한영덕동무가 역시 괜찮은 동무요.》 하고
김일은 뜨거운 격정에 사로잡히였다. 어느 일군이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했다는것을 아시면 제일로 기뻐하시는
《영덕동무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시오. 비판을 좀 받았지만 사실 영덕동무는 인민군대의 강화발전과 혁명을 위해 공로를 많이 세운 동무입니다. 일을 하느라면 실수할 때도 있고 비판도 받게 되는거지요. 완성된 사람이 있습니까. 사람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발전하게 되는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지난날을 돌이켜보아도 전쟁시기에도 그렇고 사회주의건설시기에도
《됐습니다. 난 김일동무에 대해 만족하게 생각합니다. 가만… 한영덕동무 생일이 박두한것 같은데… 내 기억이 틀림없다면 아마 이달 25일일거요.》
김일은
《옳습니다. 이달 25일입니다.》
《글쎄 그렇다니까. 영덕동무를 평양에 불러다 생일상도 잘 차려주고 축하도 해줍시다.》
김일은 두손으로 정중하게 받쳐들었던 송수화기를 놓고나서도 감격에 사로잡힌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처럼 크고도 다심하신 사랑을 베풀고계시는
한주일후에
《…화력발전소건설을 다그치고 발전설비들의 보수정비를 잘해야 합니다.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최근에 계속 가물이 들어 수력발전소들을 만부하로 돌리지 못하고있습니다. 올해갈수기에 전력부족으로 공장들을 제대로 못 돌렸습니다. 래년도에도 우려됩니다. 전기가 인민경제의 생명선입니다.》
회의실에 모여앉은 일군들은 무거운 표정이 어린 얼굴들을 수굿하고
《기존설비로 다음해 전기문제를 풀기 위한 주공대상은 북창화력입니다. 새 건설로서는 다음해 청천강화력발전소와 웅기(당시)화력발전소의 조업을 당겨야 전기문제가 해결됩니다. 청천강화력발전소는 올해말까지 1호기와 3호기를 먼저 조업해야겠는데 지금형편을 보면 긴장합니다.》
(내가 경제사업을 맡아보던 총리시절에 일을 쓰게 하지 못한 후과가 아니겠는가.)
김일이 이런 자책에 잠겨있는데
《…다음해 전력문제를 풀 방도는 명백합니다. 지시문이 중요한게 아니라 조직사업이 중요합니다. 화력건설과 발전설비보수정비를 다그치기 위해 발전소들에 전권대표를 파견하여야 합니다. 전권대표는 발전소건설과 발전설비들에 대한 보수정비를 직접 틀어쥐고 모든 사업을 다음해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돌격전에 복종시켜야 합니다.…》
(내가
《김일동무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 그만두는게 좋겠소.》
《일없습니다. 제가 올해안으로 발전소조업을 하도록 내밀겠습니다.》
《나라의 전력사정이 긴장한 이 시각에 1부주석이 사무실에나 앉아있어서는 뭘하겠습니까. 전 아직도 기력이 살아있습니다. 얼마든지 전권대표로서의 사업을 감당할수 있습니다.》
《할수 없지. 김일동무가 일단 결심하고 나섰으면 그땐 나도 별수 없소.》
《하지만 김일동무는》 하고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여 김일은 청천강화력발전소건설장에 전권대표로 나가게 되였다.
한영덕의 부부가
김일이 밤이 되여 집으로 돌아오니 맏손자 박광선이 찾아와 기다리고있었다.
《네가 오래간만에 우리 집에 왔구나.》
김일은 대견스런 눈길로 대학생복을 입은 광선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외할아버지 정두환을 닮은 광선은 후리후리한 키에 얼굴의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영민한 미남자로 자랐다. 광선은 씩 웃으면서 말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강도에 3대혁명소조로 파견되게 되였습니다. 집떠나기 전에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자고 왔어요.》
《우리 광선이가 벌써 대학을 졸업하게 되였구나. 세월도 빠르군.》
김일은 광선에게 식사를 시킨 다음 그를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
《광선아, 너 생각나니? 만수대대기념비를 건설할 때 네가 날 많이 따라다녔댔지. 어떤 땐 네가 현장에서 로동자들의 일손을 도와주고 밤에 나랑 같이 지휘부에서 자기도 했고…》
김일은 깊은 감회가 어린 눈으로 만수대대기념비를 바라보았다.
《그때 일이 기억에 생생해요. 지휘부에 있던 한사람이 나에게 할아버지의 〈꼬마부관〉이라고 했지요.》 하고 광선은 말하였다.
김일은 집안의 그 누구보다도 이 맏손자를 사랑하였고 그의 장래를 크게 기대하고있었다.
잠시후 김일은 맏손자와 함께 만수대언덕에 높이 모셔진
투광등이 비치는
《광선아, 평양을 떠나기 전에 우리 함께
투광등의 빛을 받은 김일의 얼굴에는 한없는 경모의 정이 어리여있었다.
김일은 손자와 함께
이윽고 계단을 내려서던 김일은
밤하늘에서 내리는 어떤 자연현상이 그의 마음을 저으기 언짢게 하는것이였다.
손자 박광선이 그가 하는 말을 주의깊이 새겨듣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