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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4


(산호가 정익동지의 아들이란 말이지?)

김일은 승용차를 타고가면서 감개무량하여 입속으로 중얼거리였다.

얼마전에 김일은 한영덕에게서 산호가 강정익의 아들임을 확인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었다. 산호를 데려다 키운 녀인은 해방후에 어떤 사람이 와서 산호의 친아버지에 대해 알아본 사실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때 녀인은 친자식처럼 키운 아들을 졸지에 남에게 떼우는것이 아닌가 겁이 덜컥 나서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영덕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김일은 얼마나 흥분되고 기뻤던지 한동안 일을 못하고 사무실안을 서성거리였다. 당장 산호를 껴안으러 달려가고싶었지만 여러가지 바쁜 일들이 겹쳐 틈을 낼수가 없었다. 그래 산호를 데려오라고 했더니 산호가 대학생들이 담당한 관개공사에 필요한 어떤 자재구입을 위해 지방에 갔다는것이였다. 아쉬운대로 산호를 만나보는것을 뒤로 미루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러나 정익이나 산호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때없이 떠오르며 김일을 깊은 감회에 잠기게 하였다.

지금도 그는 어느 한 단위에 대한 지도를 가면서 산호를 생각하였다.

승용차가 김책공업대학옆을 지나가고있었다.

이제는 대학생들이 맡겨진 공사를 기한전에 끝내고 정상적인 학업에 들어갔다. 산호가 다니는 대학을 보니 별스레 산호를 만나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산호 그 녀석… 글쎄 내 어쩐지 별로 정이 간다 했더니… 산호가 그 형이라는 놈때문에 속을 많이 태웠지. 피줄은 속일수 없는거야.)

문득 대학 정문가에 세워진 알림판이 김일의 눈에 걸려들었다.

《가만, 차를 좀 세우오.》

김일은 운전사에게 말하였다.

알림판에는 오늘 오후에 윤아무개상의 강연이 있다는 소식이 씌여져있었다. 윤아무개는 내각의 여러 상들중에서 당정책시비를 곧잘하는자로 김일이 주목하는 인물이였다. 김일은 생각되는바가 있어 차에서 내리였다. 시계를 보니 그자의 강연시간이 다되였다. 김일은 대학으로 들어갔다.

새로 일떠선 두개의 교사사이의 넓다란 대학운동장에 학생들이 모여앉아있었다. 주석단에는 대학 학장과 당위원장이 앉아있었다.

풍채가 그럴듯한 윤아무개는 불타는듯 한 빨간색넥타이를 매고 연단에 나서서 열변을 토하고있다. 대학 간부들이 김일을 알아보고 당황하여 일어서며 인사를 하였다. 김일은 아무런 말도 없이 주석단의 빈 자리에 가앉았다.

유들유들한 볼살이 축 늘어지고 술을 마신것처럼 불그레한 빛이 돌던 윤아무개의 얼굴이 김일을 보자 금시 백지처럼 해쓱하니 질리였다.

그는 김일의 타협을 모르는 단호한 성격을 잘 알고있었다.

김일은 어디 한번 들어보자는듯 씁쓰레한 표정을 짓고 묵묵히 앉아있었다. 제딴에는 배짱있는 정치가임을 자처하는 윤아무개는 인차 자신을 수습하고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나서 강연을 계속하였다. 그것은 쏘련공산당 제20차대회에 대한 강연이였다.

김일은 분격이 치밀어 앞상에 올려놓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였다.

그는 윤아무개가 무엇을 말하자고 하는지 알아차렸던것이다. 분명 쏘련공산당 20차대회의 결정서를 빗대고 수령님께서 령도하시는 우리 당을 비난하자는것이였다.

(네놈은 분명 또 개인미신에 대해 떠벌일것이다. 쥐새끼같은 놈들…)

윤아무개의 풍채에는 분명 쥐새끼가 어울리지 않는것이였으나 김일은 최창익이나 그의 패거리들에 대해서는 쥐새끼라고밖에 달리는 표현할수 없었다. 어두운 구석이나 더러운데를 쓸고다니면서 먹을것을 찾고 사람들에게 나쁜 병균을 퍼뜨리는 설치류, 반들반들한 눈알을 굴리며 뻔뻔해보이는 길다란 꼬리를 끌고 엉금엉금 기여가는것을 볼 때마다 오싹하니 소름을 끼치게 하는 그 쥐새끼같은자들을 김일은 요사이 주위에서 보군 하면서 치를 떨군 하였었다. 윤아무개는 바로 그런자들 중의 하나였다. 그자는 태연하게 강연을 계속하였다.

《…제20차대회에 이어 쏘련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지난 6월에 개인미신과 그 후과를 극복할데 대한 결정서를 채택하였는데 이것은 우연한것이 아니였습니다. 〈개인미신〉이라는것은…》

김일은 묵직한 주먹으로 앞상을 꽝 치며 일어섰다. 윤아무개가 흠칫놀라 김일을 쳐다보았다.

《상동무, 그 강연은 그만두는게 좋겠소.》

《예? 예.… 방금 끝내려던 참이였습니다.》

윤아무개는 부수상의 지시인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격자무늬의 손수건으로 번번한 낯에 질펀하게 내밴 땀을 닦으며 물러섰다.

김일은 그를 대신하여 연단에 나섰다.

《대학생동무들, 나는 내각부수상 김일입니다.…

우리 조선인민이 한결같이 절감하고있는것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우리 조국의 모든 승리와 영광의 기치라는것입니다.》

회의장에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김일은 계속하였다.

김일성동지는 20여성상 백두밀림에서 왜놈들과 싸워 우리 조국의 광복을 이룩했으며 또 세계최강이라고 우쭐대던 미제의 무력침공을 물리치고 조국의 자주권을 수호하시였습니다. 미국놈들은 야수적인 폭격으로 우리의 강토를 재더미로 만들고 조선은 100년이 가도 일어서지 못한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김일성동지의 령도를 받으며 전후 3년동안에 재를 털어버렸습니다.》

한 학생이 벌떡 일어서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만세!》 하고 소리높이 웨치였다.

그 학생은 김일이 만나고싶어하던 산호였다.

김일성동지 만세!》

《만세!》

대학생들은 한결같이 일어서서 격정에 넘쳐 만세를 불렀다. 김일은 가슴이 후더워져서 산호를 보고 대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주석단에 앉아있던 윤아무개상은 이미 꼬리를 사리였다.

김일은 대학 학장방에 들어가 학장과 당위원장을 호되게 다불렀다세웠다.

《…지금 우리 혁명은 여러가지로 시련을 겪고있소. 이런 때 당원들이, 간부들이 확고한 립장에서 당을 옹호하고 수령님을 받들어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려야 하오.

정신들을 차리시오. 높은 간부라고 해서 다 옳바르게 언동을 취한다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되오.…》

《저희들이 떨떨했댔습니다.》 하고 학장이 김일에게 깊이 머리를 숙이였다.

잠시후 김일은 산호를 불러오게 하였다.

산호를 기다리노라니 아릿한 심경속에 강정익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정익동지, 오늘에야 아들을 찾았습니다. 정익동지가 희생된 그해로부터 계산해보니 21년의 해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들은 김일성장군님의 품속에서 어엿하게 성장했습니다. 장군님만 믿고 살라던 동지의 마지막말이 오늘도 내 심장을 세차게 울려주는군요.)

산호가 방에 들어섰다. 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북받치는 격정을 이기지 못해 갈린 목소리로 불렀다.

《산호야.》

《부수상동지.》

산호가 다가왔다. 거멓게 타고 관골이 두드러진 그의 얼굴엔 소심하면서 긴장된 표정이 비껴있었다. 한영덕과 어머니의 말에 의해 친아버지가 누구임을 알게 된 오늘에 와서 산호에게는 기쁨보다도 놀라움이 더 컸다. 그에게는 그것이 잠에서 깨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꿈처럼 생각되는것이였다.

《어서 가까이 와. 한번 안아보자.》 김일이 말하였다.

김일은 와락 산호를 그러안았다. 그는 마치 강정익과 상봉하는것만 같이 심장이 세차게 뛰였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네가 살아있었구나. 업은 아이 3년 찾는다더니…》

《부수상동지.》

《뭘 자꾸 부수상이라고 하느냐. 난 네 아버지친구다. 이제부터 날 아저씨라고 불러라.》

《아저씨.》

《그렇지, 거 듣기 좋구나.》

산호는 머리를 숙이였다. 그를 대견하게 여겨보다가 김일은 말하였다.

《그동안 고생많았지?》

만단의 사연이 어린 김일의 말에 산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는 꺽꺽 막히는 소리로 말하였다.

《지금의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래도 난 한생 그 어머니를 모시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하구말구.》

《어머니가 불쌍합니다.》

《그 어머니는 좋은 어머니야. 잘 돌봐주어야 한다.》

김일은 오른손으로는 우는 산호의 어깨를 두드리고 왼손으로는 젖어든 눈굽을 슬그머니 닦아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이해 8월에 있은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 혁명과 건설에 막대한 해독을 끼친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을 폭로분쇄하시고 우리 당의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조치를 취하시였다.

그리고 12월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건설에서 혁명적대고조를 일으키기 위하여》라는 력사적인 연설을 하시였다.

12월말 수령님께서는 1만톤의 강철증산을 호소하시기 위해 강선제강소의 로동계급을 찾아 평양을 떠나시였다. 김일은 수령님을 바래워드리였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 우리가 믿을데는 오직 인민밖에 없소.》라고 말씀하시는 수령님의 안광에는 신념과 의지의 빛이 어려있었다.

여느때없이 몸이 수척해지신 수령님을 바라보는 김일의 가슴은 미여지는것만 같았다.

《참, 강정익동무의 아들을 찾았다지요? 산호를 잘 키워 혁명의 피줄기를 억세게 이어나가도록 해야겠소. 산호를 키운 어머니가 고마운 녀인이요. 세상에 우리 인민처럼 좋은 인민은 없소. 이런 인민들이 당을 받들기에 우리는 피바다만리, 불바다만리를 헤치면서 혁명에서 승리할수 있었지.》

《그렇습니다.》

《김일동무, 어서 떠나시오. 우리 인민들속으로 깊이 들어갑시다.》

김일은 농촌에 대한 지도를 떠나는 길이였다.

《수상동지께서 먼저 떠나십시오.》 김일은 고집스럽게 말하였다.

김일의 성격을 잘 알고계시는 수령님께서는 할수 없다는듯 미소를 띠우시며 차에 오르시였다.

《자, 그럼 다시 만납시다.》

수령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강선제강소를 향해 출발하였다. 김일은 수령님의 승용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마음속으로 축원의 인사를 드리였다.

《수령님,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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