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3
문경고개로 올라가는 산밑의 깊은 골짜기에 거의나 납작납작한 초가집들뿐인 가난한 마을이 있었다. 전선사령부는 이 마을에 자리잡았다.
이동전개가 성과적으로 끝난 다음날 밤이였다. 김일은 군의소에서 부상당한 상처를 처치받고있었다.
총탄에 어깨의 살점이 떨어져나갔을뿐인데 동통이 지속되고있었다.
처치를 다 받고 군의소를 나섰을 때 전선사령관의 방쪽에서 놀라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김일은 의아한감을 느끼며 그쪽으로 갔다. 여러대의 초불을 켜놓은 방에서는 김책과 강건이 한 군관을 붙들고 격해서 말하고있었다.
《여긴 서울하고도 다르단 말입니다. 수안보는 최전선입니다.》
김일은 김책과 강건의 앞에 서있는 군관이
《아니,
김책은 말이 나오지 않는듯 슬그머니 얼굴을 돌려버렸고 강건은 격정을 금할수 없어 머리를 수그리였고 부관장만이 침착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예, 이제 곧 도착하시게 됩니다.》
김책이 주먹으로 쾅 하고 야전탁을 내리쳤다.
《아, 내가 전선사령관구실을 똑바로 못해
그 통탄의 목소리는 김일의 가슴을 찢는것만 같았다.
(아니, 여기가 어디라구… 예측할수 없는 적기의 공습… 게다가 어중이떠중이 패잔병놈들까지 날치는데…)
김일은 생각만 해도 피가 얼어드는것만 같았다.
《전선사령관동지, 저희들이
《그래 오는 길에 별고는 없었소?》 김일이 조용히 물었다.
《예,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부관장은
…수안보에로의 길은 날이 갈수록 더욱더 위험의 빈도가 높아졌다.
그것은 적들이 무력을 증강하면서 발악이 드세여졌기때문이였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자 전조등을 켜고 달리도록 하신
《적들의 공습이 있으므로 10리가량 불을 켜고 전속으로 달리다가 멈춰서서 불을 끄고 항공감시를 한 다음 다시 전속으로 달리군 하여야 하오. 자동차가 보병들이 약진하는 식으로 달리면 적비행기의 습격을 받지 않고 빨리 전선사령부에 가닿을수 있습니다.》
망설이는 운전사의 심정을 헤아리신
《자동차를 최대속도로 몰아야 하겠소. 자동차가 지금처럼 달려가지고는 전선사령부가 있는 수안보에 언제 도착하겠는지 모르겠소. 전선의 동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있습니다.》
김일은 부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긴장해서인지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 위험한 고비들을 넘어서시는
이윽고 김책을 비롯한 전선사령부의 지휘성원들이
《그새 몸들은 상하지 않았소?》
《예, 다 건강합니다.》 하고 김책이 말씀올리였다.
김책은
이밤엔
그런데 김책의 안내를 받으시며 그의 방에 들어서신
《방이 좀 어둡구만.》 하고
그동안 다른 초는 다 타버리고 한대의 꽁다리초만이 야전탁우에서 타면서 희붐한 빛을 내고있었다.
《오늘 밤에는 일을 보실수 없습니다.》 하고 김책이 말씀드리였다.
《이 꽁다리초가 마지막초입니다. 그러니 빨리 휴식하셔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초라?》
그러나 김책은 그냥 꼿꼿이 서서 말씀드리였다.
《오래지 않아 날이 밝습니다. 그러니 잠시라도 쉬여주십시오.》
김책은
김책은 문밖에서 대기하고있던 김일을 데리고 경비소대천막으로 갔다. 강건이 김책에게 지도를 짚으며 특별경비조직에 대해 보고하였다.
《여기… 그리고 또 여기, 여기 이 지점들에 경비초소들을 새로 증설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선사령부 군관들로 여러개의 야간순찰조를 조직하였습니다.》
《그만하면 경비조직을 빈틈없이 했소.》 김책의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때 림산호가 체격이 옹골차고 날파람있어보이는 두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김책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보고하였다.
《전선사령관동지, 참모장동지의 명령대로 보초에 나갈 성원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동무들은 제1근무조입니다.》
김책은 그들의 장구류들을 살피고 기관단총들을 넘겨받아 깐깐히 검사해보았다.
《잘 준비되였소.》
두 병사의 준비상태를 칭찬한 김책은 림산호에게 돌아섰다.
《그러나 오늘 밤
산호가 놀란 눈길로 김일을 보았다. 그는 김일의 부상을 목격하였고 그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있었다. 그런 몸상태로는 장시간 립초근무를 설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김일과 김책사이에 어떤 뜨거운 대화가 오갔는지 다 알길이 없었다. 사실 김책과 김일이 경비소대천막에 들어서기 전에
《전선사령관동지, 군사위원동지는 이틀전날 밤 적패잔병들과의 전투시 어깨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비소대장!》
김일이 소리치는데 김책이 웃으며 산호에게 말하였다.
《소대장동무, 군사위원에 대해선 우리가 잘 알고있소. 걱정마오. 동무는 주변경계근무를 철저히 세워야겠소.》
김책은 강건을 따로 만나 무엇인가 지시를 주었다.
이윽고 강건은 간절한 표정이 어린 낯으로 김책과 김일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부탁합니다.》
림산호와 두명의 대원들도 그들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동무들.》 하고 김책이 힘있는 어조로 말하였다.
《우리
김책은 결연한 자세로 돌아섰고 김일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한편
다음순간
전선사령관의 군복에 혁띠를 두르고 허리에 권총을 찬 김책이 출입문 바깥계단에 차렷자세로 서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김일이 또한 장령의 군복에 혁띠를 띠고 권총을 차고 서있었다. 그들은
《사람들도 참…》
강건의 모습이 나타났다. 강건이 김책에게 보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선사령관동지, 순찰중 다른 이상이 없습니다.》
피로가 걷잡을수없이 밀려들었으나
(김책이, 우리가 처음 만난것은 국제당이 소집한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하바롭스크에 갔을 때였지. 그때 김책은 북만성위와 동북항일련군 3로군을 대표하여 국제당이 소집한 회의에 참가했었다. 나를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
김책에 비해 김일은 참으로 오랜 지기처럼 생각되시였다. 김일은 동만에서
눈물이 글썽하여 웨친 김일은 더 면대해있기가 괴로운듯 성급하게 천막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는 누군가 천막가를 도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보니 아닐세라 휘연한 달빛을 받으며 군복입은 덩치 큰 사나이, 다름아닌 박덕산이 사령부천막가를 거닐고있었다. 아마 날이 밝도록 저렇게 천막가를 거닐는지도 모를 사람이였다.
(그때도 저렇게 문밖에서 나를 걱정하며 밤을 지새울 잡도리였었지.… 그저 하나밖에 모른다니까. 이름그대로 김일이지.) 하고
(민족의
이런 생각을 하니 김일은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금시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았다.
김책도 같은 생각을 하는듯 갱핏한 얼굴에 숭엄한 표정이 떠돌고있었다.
김일은 시간이 갈수록 부상당한 어깨가 쑤시고 동통이 옴을 느낀다.
그래도 김일은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그는
그는 허리에 찬 권총집에 손을 얹고 온몸을 긴장시킨다.
그의 눈앞에는
김일에게
《
그것은 강정익의 유언이였다. 그의 안해는 토비놈들에 의해 희생되고 아들애는 행처를 모른다. 강정익처럼 이국땅에 쓰러진 투사들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으랴.
어느덧 새벽이 푸름푸름 밝아오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