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4
장종학에게는 모든 일이 요즘처럼 순조롭게 펴나가는적이 일찌기 없었던것처럼 여겨졌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공사중지설이 언제 있었던가싶게 만수대대기념비건설공사는 힘차게 다그쳐져서 이제는 완공을 눈앞에 바라볼수 있게 되였다. 조선혁명박물관건설은 이미 끝났고
작업복차림으로 건설장을 종횡무진하는 그의 입에서는 가끔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장백의 험한 산발 눈보라 헤치시고
혁명의 수만리길 걸어오셨네
…
김일이 사랑하는 노래 《충성의 노래》를 그도 좋아하였다. 그 노래를 부를 때면 가사에 깃든 깊은 뜻과 절절한 음악이 가슴을 뜨겁게 울려주군 한다.
장종학은 원칙이 예리한 김일을 무서워하면서도 정신적인 거인이라고 늘 탄복하면서
행운이라고 해야 하겠는지 장종학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김일의 투쟁과 많이 얽혀돌아갔다. 그래서 김일이 또한 장종학을 남달리 생각하고 신임하고있는것인지도 모른다.
김일이 만수대언덕에 나타나자 장종학은 한달음에 달려가 인사하였다.
《1부수상동지, 나오셨습니까?》
《장동무가 수고많겠소.》
김일은 건성 인사를 받고 현장을 돌아보자고 하였다. 김일은 제잡담
얼마전
김일은 힘차게 일을 다그치는 건설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장종학에게 말하였다.
《빨리
《알겠습니다. 오늘중으로 공사를 완공하겠습니다.》
《좋소. 그래, 장동무 보기엔 어떻소? 확실히 명철하게 위치를 잡으셨거던.》
김일의 훤한 얼굴에는 경탄의 빛이 력연히 어리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눈에 공사현장을 촬영하고있는 사람들이 띄였다. 장종학도 잘알고있는 내각사무국 부장과 촬영가였다.
김일은 부장을 소리쳐불렀다.
《그래, 뭘 찍고있는거요?》
키가 꺽두룩하고 얼굴이 거밋한 부장이 달려와 김일에게 인사를 하고 기록영화에 수록하기 위한 촬영을 하고있다고 대답하였다.
《동무들이 좋은 일을 하고있구만.》 김일의 얼굴에 느슨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야 우리들의 기본혁명임무가 아닙니까.》
부장은 길다란 허리를 약간 굽히며 겸손하게 말하였다.
《기본혁명임무라… 허허, 그 말이 마음에 드오. 그런데 난 동무들이 중요한걸 놓치고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예? 무슨 말씀이신지…》
부장은 허리를 꼿꼿이 펴며 어리둥절하여 김일을 바라보았다.
《물론 지금 하고있는 촬영도 해야지. 하지만 동무들은
부장이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실은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저희들도
《여보, 부장동무!》
장종학이 결이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종학은 부장이 대답을 못하자 김일의 동의를 구하듯 그에게로 돌아섰다.
《1부수상동지, 그렇지 않습니까?》
김일은 머리를 끄덕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혼자소리처럼 조용히 말하였다.
《아니요, 이런 사업은 무작정으로는 힘들것이요. 우리가 차츰 말씀드려서 반승낙이라도 받도록 해야 할것 같소.》
《1부수상동지가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우린 더 바랄게 없습니다.》 하고 부장이 김일에게 머리를 숙이였다.
장종학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기의 즉흥적인 큰소리가 김일의 용의주도한 사색의 바위에 부딪쳐 파도처럼 부서진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던것이다.
한편 김일의 사색은 더욱더 깊어지고있었다. 그는
장장 20년에 걸치는
아,
(더는 그런 후회를 우리 당력사에 남길수는 없다.)
김일은 심중하고 절절한 빛이 짙게 어린 얼굴로 부장에게 말하였다.
《사진제작설비가 좀.…》
《날 용서하오. 내 그것에는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구만. 그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풀어주겠소.》
소담스러운 흰구름송이들이 한가로이 떠도는 푸르른 하늘에서는 봄날의
《우리
부장동무나 장종학동무도 알고있겠지만 지금 전국각지에서 로동자, 농민을 비롯한 각계층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이
내각사무국에서
부장도 장종학도 깊은 존경심이 어린 눈으로 김일을 바라보았다.
내각사무국 부장과 헤여진 김일과 장종학이 건설장을 돌아보는데 뜻밖에도 별오군인민위원장인 산호가 그들에게로 징겅징겅 다가왔다.
《아니, 산호가 어떻게 나타났나?》 김일이 반색을 지었다.
《평양에 회의가 있어 왔던 길에 만수대건설장에서 흙 한삽이라도 뜨고싶어 찾아왔습니다.》
《역시 산호가 산호로구만. 그렇지 않소, 장동무?》
《산호가 산호로 불리우는 이상에야… 하하.》
장종학이 즐거운 웃음을 터치였다.
다부진 체구에 정열이 확확 내풍기는듯싶은 산호는 당장 작업에 착수하려는듯 손에 들었던 가방에서 로동장갑을 꺼내면서 감탄하는 소리를 하였다.
《만수대언덕이 굉장합니다. 막 부글부글 끓는군요. 이제 여기에
《한번 혁신해보라구, 아직 젊었는데.… 그러나 내 지시를 받아야 하네.》
종학이 시까스르는데 산호는 여전히 격동된 태도로 김일과 종학에게 정색한 어조로 말하는것이였다.
《오늘은 왜선지 해방후 신의주에 찾아오시였던
김일은 알릴듯말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래, 산호가 그때 처음으로
《일제식민지하에서 고생살이를 하면서
(산호의 말이 그럴듯한 소리야. 력사적으로 축적된 인민의 감정이 오늘날 여기 만수대대기념비건설장에서 폭발되는것이지.)
문득 김일은 종학이나 산호가 다 해방직후 신의주에서 다시 만났거나 인연을 맺게 되였다는데 생각이 미치였다.
그 시절의 신의주는 세 사람에게 다 잊을수 없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