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편소설의 원고집필을 끝낸 밤 필자는 홀로 앉아 눈을 감고 리씨조선의 몰락경위를 더듬어보았다. 남이장군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한 뒤에도 봉건왕권은 문존무비의 수렁에서 헤여나지 못해 무관들을 터무니없이 의심경계하고 태평세월에 자족하며 군사를 홀시하고 나라방비를 게을리했다. 다른 편에서는 문관량반들의 권력쟁탈을 위한 사화당쟁이 대를 물려가며 벌어져 민심이 흉흉해지고 나라의 통치가 날을 따라 문란해졌다. 하여 침략의 기회를 노리던 왜놈들이 대무력으로 쳐들어와 1592년부터 8년동안이나 임진왜란을 겪어야 했으며 그뒤에도 아시아와 유럽렬강들의 침입이 빈번해 쇠퇴몰락의 길을 걷다가 1905년에는 끝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되고말았던것이다. 모든것이 중세의 장군 남이의 예언대로였다. 아득한 중세에 리조의 운명을 예언한 남이의 넋속에 그때 벌써 조선이라는 이 나라의 지정학적의미와 보국안민의 리치가 력사의 계시로 와닿은것은 아닌지… 그렇게 이 나라의 운명을 예언한 장군의 비운은 세월의 흐름속에 전설로 엮어지고 풍요로 노래되여 백성들속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였다. 1963년 11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에서 발행한 《풍요선집》 2권 362페지와 1985년 11월에 발행한 《한시집》 440페지에는 19세기의 시인 최영년이 쓴 《남이장군의 무덤앞에서》라는 시가 실려있다.
홍옥장군이 밤에 강건너면 적진 마른 풀에 불길이 일어났네
옛날의 어느 명장 그 전술 당하리오 백전의 굳센 장군 용맹을 떨쳤도다
으뜸가는 공신으로 추켜세울 그에게
간악한 무리들이 죽음을 주었어라
강물도 산모습도 한없이 비장하다
영웅의 장한 넋을 부를 길이 없구나
그 시에는 짤막한 주석이 달려있는데 홍옥장군은 젊고 굳센 남이를 찬양하여 이르는 말이고 남이의 무덤은 강원도 홍천에 있다고만 밝혀져있었다. 남이는 서울 저자거리에서 참형을 당했는데 그의 유해가 어떤 연고로 강원땅 홍천으로까지 가게 되였는가. 아마도 그 시대에 산 뜻있는이들의 소행인가싶다. 어쨌든 중세의 장군 남이의 비운과 그의 딸 구을금의 처절했을 삶을 그려보느라면 그 두 인생을 통해 던지는 력사의 계시를 느낄수 있다. 군사를 홀시하면 나라가 망하고 단결을 애써 외면하고 사사에 물젖어 사분오렬을 행한다면 매 개인의 운명도 참화를 면치 못한다는것을 력사는 일깨워주고있다. 오늘도 선군으로 무비를 떨치는 이 나라의 산야에 약관의 명장으로 돌진하던 남이장군의 용용한 말발굽소리 들려오는듯 하고 비운의 소녀로 처절한 운명을 감수할수밖에 없었을 장군의 딸 구을금의 하소가 민족의 부르짖음으로 울려오는듯 싶다. 소설을 통하여 우리 당의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력사적사실로써 반증하고 인간의 정의, 력사의 정의는 선군에 있음을 힘있게 확증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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