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사 시 서화전일기
-비전향장기수 최하종동지의 이야기중에서-
첫 머리에
세상에 이런 희한한 서화전도 있었는가? 세상에 이런 뜨거운 격정의 소리 없는 노래도 있었는가? 아, 우리 장군님 탄신절에 즈음하여 여기 평양에서 열린 서화전 《비전향장기수들의 서화전시회》!
사람들이 물결쳤다 한결같이 후더워 진 가슴가슴들이 전시회가 열린 그날부터 그것이 예정날자를 넘어 다시 연기된 그 나날 내내 이 전시회장을 붐볐다 마냥 떠날줄 몰랐다
잔악한 고문과 고독 추위와 주림뿐이 있다고 여긴 아, 0.75평 그 《관》속에 이런 서예의 문화도 공생했다는 이 믿지 못할 현실앞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더운것 안고 내 바이 발길을 떼지 못했노니
이제 그 전시회장 첫벽에 걸린 비전향장기수 최하종동지의 한생과 내 묵묵히 마주 서본다 축축히 적셔 지는 눈시울 떨리는 손으로 훔치며 훔치며 아, 한 인생의 피어린 한생길을 고즈넉이 고즈넉이 내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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