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등록 |  학생가입 
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9

 

외진 포구에서 그동안 착실히 깃을 다듬어온 젊은 갈매기들은 드디여 드넓은 수평선을 향하여 일제히 나래쳐올랐다.

함선생활에 익숙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에 정통하며 사나운 바다를 정복하는 힘겨우나 보람찬 나날속에 한해가 어뢰정이 고속으로 내달리듯 지나갔다.

8월 28일.

여느 사람들에게는 그저 례사로운 계절의 평범한 하루에 불과한 이날을 해군군관학교 학생들은 각별한 흥분과 격동속에 맞이하였다.

오늘 영명하신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함대출항식을 하게 된다.

장차 인민해군력사에 대문자로 아로새겨질 출항식에 참가하는 함선구분대 지휘관들은 모두 해군군관학교 제1기 졸업을 사흘 앞둔 학생들이였다. 바로 여기에 그들이 각별히 흥분되고 격동된 까닭이 있었다. 이날 아침 김군옥이 난생처음 면도를 하다가 아차 실수하여 턱을 약간 베고 피를 몇방울 흘린것도 그때문이였다.

함선호각소리가 울리자 산뜻한 흰 웃옷에 나팔바지를 입은 해군군관학교 학생들과 해군기술원양성소를 나온 해병들은 각기 자기 함선의 선수갑판에 정렬하였다.

오늘부터 상학준비검열시간에 잠정적으로 실시하는 함선규정에 따라 국기를 올리는 의식을 진행하게 된다. 오늘은 출항식날이라 국기와 함께 장식기까지 올리게 되여 명절분위기였다.

《정 차렷! 국기와 장식기 올렷!》

소포정11호에서 선참으로 직일관의 구령과 함선호각소리가 울리자 부두에 질서정연하게 계류한 모든 함선들에서도 구령소리와 함선호각소리가 잇달아 일제히 울려퍼졌다.

함정들의 마스트와 선수선미기대를 련결한 장식기가 천천히 오르면서 해풍에 춤을 추었다. 선미기대에는 람홍색공화국기가 올랐다.

어뢰정21호의 선수갑판 맨 우측에 선 김군옥은 공화국기를 우러러 정중히 거수경례를 했다.

볼수록 아름다운 우리 나라 기발이다. 새삼스레 여겨보니 각종 색갈과 문양이 다 있는 장식기에도 공화국기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운 기발이 없었다. 작년 가을, 갓 창건을 선포한 내 조국의 그 어디서나 자랑차게 나붓기기 시작한 우리 삼색기는 오늘부터 우리 령해에도 위엄있게 휘날리게 된다.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이 수평선우에로 높이 솟아올랐다. 찬란한 해빛은 쥐색에나멜을 칠한 전투함정들의 선체에 부딪쳐 눈부시게 반사되였다. 마치도 전투함정들은 날이 선 장검처럼 번쩍번쩍 빛을 뿌리는것 같았다.

누구보다 흥분하고 긴장된 사람은 함대출항식을 주관해야 할 홍동철기지장이였다.

당시 동서해에 해군기지가 각각 하나씩 있었다.

그러니 원산해군기지장은 동해함대사령관인셈이였다.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부두입구와 손목시계를 번갈아보던 그는 별안간 두눈을 번쩍이더니 군항이 쩌렁쩌렁 울리게 구령을 쳤다.

《함대 차렷!》

순간 군항엔 숭엄한 정적이 깃들었다.

출렁이던 바다도 일순 숨을 죽인듯싶었다.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소리없이 달려와 부두입구에 멈춰섰다. 차문이 열리자 눈부신 빛이 쏟아져나왔다. 너무도 강렬한 그 빛으로 하여 하늘의 태양이 무색해졌다.

위대한 령장의 미소는 그처럼 밝고 자애로웠다.

김군옥은 갑자기 눈앞이 뿌잇해졌다.

가슴속에서 파도치던 격정과 흥분이 일시에 솟구쳐올라 눈시울을 적시며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 망국노의 설음을 안고 이국땅을 정처없이 헤매일 때 희망을 안겨주고 새힘을 안겨주던 그 이름 김일성장군님, 신출귀몰한 전법으로 일제의 백만관동군을 혼비백산케 하신 전설적인 영웅 그이께서 오셨구나!

홍동철기지장이 씩씩하게 영접보고를 드렸다.

이어 우렁우렁한 음성이 마치 우뢰소리처럼 하늘과 바다를 뒤흔들며 장엄하게 울렸다.

《력사적인 함대출항식에 참가한 동무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폭풍같은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만세! 만세!》

만세를 목청껏 부르는 김군옥은 쇠물같이 뜨거운 눈물을 좔좔 흘리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지금껏 체험해보지 못한 비상하고 신비로운 황홀경에 잠겨 자신마저 홀연 잊어버렸던것이다. 맑게 개인 군항의 하늘로 흰 갈매기들이 나래쳐올라 춤을 추었다. 해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파도도 격정에 못이겨 소리치며 밀려와 부두에 부딪쳐 꽃보라처럼 물보라를 날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해병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손저어 답례를 보내시며 부두에 렬을 지어 계류한 전투함정들앞을 천천히 지나가시였다.

200톤급소해정 3척, 45톤급소포정 3척, 17톤급어뢰정 5척, 그리고 몇척의 경비함과 소해함들…

아쉽게도 이것이 전부였다.

이것이 갓 창설된 조선해군함대의 주력이였다.

전투함정들은 너무도 작았고 그나마도 다 합쳐야 열댓척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매우 만족하시였다.

나라가 해방된지 4년이 되여서야 우리 해군은 드디여 자기의 면모를 갖추고 함대출항식을 거행하게 된다.

해군창설, 이것은 갓 해방된 조국에 있어서 너무도 아름찬 과제였다.

해방직후엔 국고를 다 털어도, 한해국가예산을 다 들이밀어도 어뢰정 한척 장만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무력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즉시에 밀고나가면서도 해군창설에는 당장 손을 댈수 없어 그이께선 몹시 안타까우시였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고 저축이 되면 그것을 해군창설과 관련되는 사업에 아낌없이 돌리시였다. 그야말로 돈을 쏟아붓다싶이 하면서 한척한척의 군함과 장비들을 마련했고 해군지휘관들과 전문병들을 양성했다. 그렇게 군항들을 보수했고 해군기지를 꾸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에 잠기신 눈길로 수행원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 감상이 어떻습니까?》

김책이 애써 흥분을 누르며 갈린 소리로 말씀드렸다.

《장군님, 이젠… 이젠 됐습니다.》

김책의 뒤에 서있던 민족보위상 최용건과 다른 일군들도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없이 동감을 표시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해군함정들을 둘러보시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렇소! 이제야 됐소.》

발동선에 중기를 설치하고 해상순찰을 하던 수상보안대가 이처럼 어뢰정을 비롯한 전투함정들을 갖춘 해군함대로 강화됨으로써 조선인민군은 오늘에 와서야 모든 군종과 병종을 다 가진 현대적인 정규무력으로 될수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전투함정들의 갑판에 정렬해있는 해병들을 한사람한사람 깊은 애정을 담아 여겨보시였다.

모두 스무살안팎의 새파란 젊은이들인데 산뜻한 해병복을 입어서인지 더 젊고 혈기왕성하면서도 씩씩하고 단정해보였다. 과연 모두 미남들이다.

《음, 모두 끌끌하구만.》

홍동철기지장이 실습정대장들과 정장, 기관장들은 해군군관학교 제1기 졸업반학생들이고 승무원들은 해군기술양성소를 갓 나온 동무들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동무들이 학업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김광민교장이 1년반이라고 말씀드렸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해군지휘관양성이 적어도 5년은 걸려야 한다는데 우린 1년반에 양성했으니 기적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동안 동무들이 정말 수고했습니다.》

과분한 치하에 김광민교장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저희들은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장군님께서 우리 학교에 항일투사동지와 평양학원졸업생들을 파견하시여 교육방법과 내용을 바로잡아주시고 해상실습조건도 보장해주셨기때문에 학생들은 짧은 기간에 해군지휘관들로 자라날수 있었습니다.》

그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정치부교장을 돌아보았다.

조정철은 오래간만에 아버지를 만난 어린애마냥 순진하고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은채 한쪽옆에 겸손하게 서있었다.

그는 어떤 어려운 일도 서슴없이 맡아서 해내지만 일을 끝낸 후 평가를 받는 마당에서는 이처럼 다른 일군들을 앞에 내세우군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자신처럼 믿고 사랑해오시는 전사를 고마움이 담긴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동무들이 패배주의에 빠져서 학생들을 류학보낼 생각이나 하고 순양함타령이나 계속했더라면 해군함대창설은 오늘까지도 그저 소원으로 남아있었을것입니다.

동무들이 제때에 정신을 차리고 분발하기를 잘했습니다.

그래 교육을 해보니 학생들이 어떻습니까?》

모두 머리가 비상하고 배우려는 열의가 높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드렸다.

《그럴겁니다. 조선사람들은 원래 총명합니다.

특히 해방된 조선의 청년들은 다시는 망국노가 되지 않으려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각을 가지고있으며 그러자면 배워야 한다는 불타는 열의를 안고있습니다.

평양학원이나 보안간부훈련소에 가보아도 모두들 열성이 대단합니다.

우리는 해방직후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렵지만 이런 청년들을 믿고 정규무력건설이라는 방대하고 힘겨운 사업에 착수하였습니다.

애쓴 보람이 있습니다. 나는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손에 총을 잡던 나날에 바로 오늘을 그려보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격정과 환희에 넘치시여 한손을 번쩍 들어 하늘과 바다 그리고 땅을 가리키시였다.

《저 하늘에선 우리 비행기가 날고 바다엔 이렇게 우리 군함이 떠있고 땅에선 우리 땅크와 포차들이 씽씽 내달리는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했단 말입니다.

그 소원을 오늘에야 완전히 성취하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기지장의 안내를 받으시며 먼저 소해함갑판에 오르시였다.

김군옥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뢰정대에 오실 시각만을 애타게 기다리고있었다.

소해정들을 돌아보시고 소포정대에 들리셨던 김일성동지께서는 활달하신 걸음으로 어뢰정들이 횡대를 지어 계류한 부두끝으로 다가가시였다.

김군옥은 거수경례를 하며 힘차게 보고드렸다.

《실습어뢰정대장 김군옥.》

김일성동지께서는 구면친구라도 만나신듯 몹시 반가와하시였다.

《동무에 대한 말은 이미전에 들었는데 오늘에야 만나보게 되는구만.》

《?!》

김군옥은 너무도 놀라와 내가 혹시 잘못 듣지나 않았는지 하고 자기의 귀를 의심할 지경이였다.

《나는 동무가 서해수상보안대에 있을 때 전마선에 오토바이기관을 설치하고 해상경비근무를 수행했다는 말을 이미 들은적이 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수행원들에게 자랑스럽게 말씀하시였다.

《어제날엔 전마선을 타던 동무가 오늘은 이처럼 어뢰정대를 지휘하게 되였으니 얼마나 장합니까.》

너무도 분에 넘친 말씀에 김군옥은 눈굽이 저리게 고맙고 한편 송구스러워서 미처 감사의 인사도 올리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총명하고 단정하면서도 강기있게 생긴 그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다가 약간 놀라운 기색을 지으시였다.

《턱에 상처가 생겼구만.》

김군옥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얼른 턱을 감싸쥐였다.

《오늘 아침 면도를 처음 해보다나니 서툴러서 그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나이가 몇인가고 물으시였다.

《스물한살입니다.》

《젊어서 좋구만.》

그이께서는 한결같이 키꼴이 쑥 빠지고 젊음이 차넘치며 혈기왕성한 승무원들을 바라보시며 대견하게 뇌이시였다.

《모두 젊고 건강하구만. 어디 동무들이 타는 어뢰정을 구경해보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정대장의 설명을 들으시며 갑판에 있는 전투초소들을 돌아보시고 배기름냄새가 풍기는 기관실안에까지 몸소 들어가시였다.

《기관이 몇마력이요?》

《800마력입니다.》

《수명은?》

《300시간인데 이미 150시간이상이나 사용한것입니다.》

그러니 남은 사용시간은 150시간이 못된다.

《정대장동무, 동해조선소에서는 채정보부교장동무가 로동자들과 합심하여 경비함을 건조해냈소.

우린 앞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어뢰정도 만들고 고속기관도 만들어내자는거요. 하지만 몇해안으로는 그럴수 없소. 그러니 어뢰정기관을 자기의 심장처럼 아끼고 사랑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렇게 간곡히 당부하시고 무전실을 거쳐 사령탑에로 오르시였다.

《어뢰정이 신통히 비행기처럼 생겼구만.

기지장동무, 이 동무들에게 식사를 어떻게 보장해줍니까? 여기 내각부수상과 민족보위상동무도 있으니 애로가 있으면 다 제기하시오.》

홍동철은 고기류와 빠다가 걸린다고 솔직히 말씀드렸다. 김책이 자못 난처해했다.

《장군님, 고기류는 어떻게 해서든지 정상적으로 공급해주겠습니다. 그런데 빠다는 국내에서 생산하는데가 없어서 곤난합니다.》

《그렇다면 수입을 해서라도 공급해줍시다.》

《예?!》

김책은 물론 동행한 일군들과 그 문제를 제기한 홍동철기지장까지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나라에 무슨 외화가 그리도 많아서 빠다까지 수입해온단 말인가? 그럴 돈이 있으면 군함 한척이나 어뢰 한발을 더 장만해야 했다.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해군을 강화하는데서 중요한것은 군함이나 무기전투기술기재가 아니라 해병들입니다. 그들의 건강이 첫째입니다. 파도가 세차고 습기가 많은 바다우에서 생활하는게 헐치 않습니다. 때문에 해병들에게는 습기와 찬바람을 막을수 있게 모직으로 군복을 해입히고 영양가가 높은 식사를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빠다가 바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이 많으며 몸을 덥게 해주는 항해용식품입니다.

당분간은 수입을 하고 앞으로는 우리도 빠다와 치즈를 생산해서 해병들과 비행사들에게 떨구지 말고 공급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젊은 정대장에게 담배를 피우는가고 물으시였다.

김군옥은 얼굴을 붉히며 미처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담배를 즐기는 모양이구만.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보여주시오.》

김군옥은 망설이다가 담배쌈지를 꺼내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담배쌈지를 펴시다가 푸른 공단에 흰 실로 유표하게 수놓은 어뢰정을 보시고 정겨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담배쌈지에까지 어뢰정을 수놓은걸 보니 어뢰정을 몹시 사랑하는 모양이구만. 이건 누구 솜씨요?》

《저…》

김군옥은 수줍음을 타는 처녀처럼 얼굴을 붉히였다.

《그건 수상보안간부학교에 입학하러 왔던 처녀동무가 작별기념으로 만들어준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와하시였다.

《수상보안간부학교에 처녀가 입학하려고 찾아왔댔단 말이지. 거 정말 보통처녀가 아니로구만. 그 처녀가 지금 어디에 있소?》

《함흥의학전문학교에 다니는데 졸업하면 꼭 해군에 입대하여 어뢰정을 타겠다고 합니다.》

곁에 있던 조정철이 그 처녀가 홍동철기지장의 처제라고 덧붙여 말씀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 처녀가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소원대로 해군에 입대시키는것이 좋겠습니다.》

김군옥은 이 영광의 자리에 정인이도 함께 있는것만 같아서 기쁘기 이를데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쌈지에서 써레기를 조금 집어 냄새를 맡아보시였다.

《함선승무원들에게는 가치담배를 공급해주어야 하겠습니다. 보시오, 이 동무들의 손은 늘 바다물에 젖어있거나 배기름이 묻어있어 마라초를 말기가 말쨀거란 말입니다.

정대장동무, 그렇지 않소?》

김군옥은 다시 얼굴을 붉혔다.

《예, 그렇습니다. 손이 젖어있다나니 담배말지가 자꾸만 찢어져 애를 먹습니다.》

《항해를 할 때는 바람이 세차서 담배를 말수 없겠지?》

《예, 그래서 해도실안에 들어가 담배를 말아 불까지 붙여가지고 나오군 합니다.》

《허, 그러다간 배가 암초에 부딪치겠소.》

동행한 일군들이 소리없이 웃었다.

친어버이심정으로 해병들의 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헤아려보시고 즉석에서 다 풀어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늘 출항식은 참으로 뜻이 깊은데 자신께서도 어뢰정을 타고 바다에 나가보시겠다고 하시였다.

이 순간이 오기만을 내심 기다리던 김군옥은 즉시 출항준비구령을 내렸다. 부두에 정렬해있던 정대원들은 정대장의 구령을 일제히 큰소리로 복창하며 비호처럼 어뢰정갑판에 뛰여올라 각기 자기의 전투초소를 차지하고 출항준비를 불이 번쩍나게 해치웠다. 먼저 보조기관들이 고르로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면서 각 전투초소들에 전원을 공급하더니 뒤이어 주기관을 시동하는 요란한 폭음이 스르릉― 쾅! 쾅! 련이어 울려퍼졌다.

군항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참하게 정박해있던 어뢰정들은 출발선에 나선 준마들처럼 흥분하여 별안간 선체를 푸들푸들 떨면서 중갑판을 거쳐 선미로 길게 뻗어나간 배기관으로 흰연기를 경쟁적으로 내뿜었다. 어뢰정 다섯척이 내뿜는 연기가 어찌도 요란한지 마치 부두엔 화재라도 난듯싶었다. 배기름이 탄 연기냄새는 몹시도 지독해서 눈이 쓰렸고 숨이 턱턱 막혔다.

멀미를 심하게 하는 약골들은 이 연기만 맡아도 당장 속이 뒤집혀져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토하게 되는것이였다.

김군옥은 항해준비를 지휘하면서도 위대한 장군님의 신변안전이 걱정되여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역한 연기속에서도 대견한 미소를 지으시고 해병들의 동작을 지켜보고계시였다. 갑판장이 그이께 항해복과 항해모를 드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항해복을 입고 항해모를 쓰시더니 역한 연기를 맡지 않으려고 손으로 코와 입을 싸쥐고 눈까지 질끈 감고있는 수행원들에게 큰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도 어서 항해복을 입으시오!》

홍동철기지장이 출항준비가 끝났다고 보고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에게 어뢰정들이 다 출항하는가고 물으시였다.

《예, 다섯척이 다 출항하는데 어뢰발사는 기정인 21호가 하게 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뢰정들의 고속기관수명이 150시간이상이나 지났다고 하던 정대장의 보고를 상기하시였다.

《어뢰정기관을 아껴야 합니다. 21호정만 출항하도록 합시다.》

그이의 지시대로 다른 어뢰정들은 즉시 기관을 세웠다.

어뢰정21호가 먼저 출항하였다.

김군옥은 몹시 흥분했지만 한편 섭섭한감도 없지 않았다. 인민해군력사에 특기할 출항식이지만 부두엔 환영군중이 없었고 군악도 울리지 않았기때문이였다. 너무도 소박한 출항식이였다. 장식기를 거둔 어뢰정21호의 마스트에는 공화국기와 출항을 알리는 신호기들이 올라 불어치는 해풍에 홰불처럼 펄펄 나붓겼다. 어뢰정21호의 뒤를 소포정대와 소해정대가 꼬리를 물고 따라섰다.

미속으로 유유히 방파제를 에돈 어뢰정은 고삐를 당긴 준마처럼 배머리를 번쩍 추켜들고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장검인양 날이 선 배머리는 넘실넘실 밀려오는 파도의 정수리를 쩡쩡 내려치며 내달렸다. 산산쪼각난 파도가 물보라로 뽀얗게 날리며 갑판과 사령탑을 휩쓸었다. 중갑판에서 보호손잡이를 꽉 틀어쥐고 서있는 수행원들은 물론이고 사령탑에 서있는 김군옥이도 순간에 물참봉이 되였다.

김군옥은 곁에 서계시는 위대한 장군님께로 날아드는 물보라를 막아드리려고 애를 썼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날아드는 물보라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숨막힐듯 불어치는 세찬 해풍을 시원히 호흡하시며 못내 만족하여 말씀하시였다.

《좋소! 아주 좋소! 정대장동무, 속도를 더 올리시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최대로 올리시오.》

《알았습니다! 전속으로!》

정대장의 명령을 받은 채기정은 전령기의 손잡이를 최대위치에 놓으며 복창했다.

《전속으로!》

최대회전수로 올리는 기관소리는 마치 성난 호랑이가 울부짖는것만 같았다.

따웅! 따웅!

요란한 동음과 함께 어뢰정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내달리는데 파도를 헤친다기보다는 파도우에로 나래쳐가는듯싶었다. 선수에서 량쪽으로 갈라져 폭풍치듯 뒤로 흩날리는 하얀 물보라가 대공을 가르며 세차게 퍼덕이는 새의 날개처럼 보였다. 선미에서는 두개의 추진기가 련속 힘껏 차올리는 물기둥이 쌍분수처럼 뿜어오른다. 커다란 장검처럼 수면을 찢어놓으며 어뢰정이 달려간 자리에서는 넓다란 폭을 이루며 바다물이 설설 끓어번지는데 마치도 씩씩한 열병대오가 따라선것만 같았다.

폭발적인 질주가 안겨주는 쾌감과 환희가 모두의 전신을 휩쓸었다.

《아!》

탄성이 절로 터져나갔다.

《대단해! 정말 빠르구만. 어뢰정은 바다의 비행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물보라를 막아드리려고 사령탑앞으로 상반신을 쑥 내밀고있는 젊은 정대장의 어깨를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시며 큰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정대장동무! 됐소, 이젠 속도를 떨구시오.》

김군옥은 젊은 혈기라 몸이 달대로 달아올라서 이제 당장 눈앞에 적구축함이나 순양함이 나타나지 않는게 유감스러울 지경이였다. 이왕이면 어뢰정을 돌격침로에 진입시키고 어뢰를 발사하여 적함을 단방에 명중하여 침몰시키는 통쾌한 장면을 위대한 장군님께 보여드리고싶었다. 그 심정을 담아 말씀드렸다.

《장군님, 이제 어뢰발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신중한 안색으로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몇달전에 그이께 어뢰정대에 장비할 어뢰와 어뢰조종설비를 사오기 위한 문건이 올라왔다. 흔히 포탄 한발값이 황소 한마리값이라고 하는데 어뢰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게 비쌌다. 어뢰 한발을 사올 돈으로는 온 나라 로동자들에게 작업복을 한벌씩 해입힐수 있었다. 손이 떨려 선뜻 수표를 할수 없으시였다.

어뢰정도 아니고 어뢰 한발값이 이럴진대 해군함대를 꾸리는 사업에 드는 자금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자였다. 그래도 해군함대는 꾸려야 했다. 그래야 작년 2월초에 정규적인 혁명무력으로 강화발전된 우리 인민군대가 군종, 병종을 다 갖출수 있었다.

그이께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시다가 용단을 내려 그 문건에 수표를 하시였던것이다.

《어뢰는 값이 너무 비싸거던.》

《장군님, 장약하지 않은 어뢰는 발사후 회수하여 다시 사용할수 있습니다.》

《어뢰에 설치한 기관도 어뢰정기관처럼 사용시간이 제한되여있잖소, 그렇지?》

김군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뢰에 대하여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알고계실줄은 미처 몰랐던것이다.

《예, 재발사는 두번밖에 할수 없습니다.》

김책과 최용건은 난생처음 어뢰정을 타고 바다에 나와서 기분이 한껏 뜬 상태라 이왕이면 어뢰발사장면까지 보았으면 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정대장동무, 어뢰발사훈련은 앞으로 꼭 필요한 때에 하도록 하시오. 오늘은 아쉽지만 어뢰발사는 그만두고 소포정들의 포실탄사격과 소해정들의 폭뢰투하장면을 보도록 합시다.》

어뢰정은 곧 속도를 떨구고 배머리를 돌렸다.

어뢰정을 따라오던 소포정대는 홍동철기지장의 무선전화지휘에 따라 공격대형을 짓고 적함으로 선정한 부표에 포사격을 시작했다. 뒤이어 소해정들이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폭뢰를 떨구었다. 포성과 폭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포실탄사격과 폭뢰투하가 끝나자 바다엔 고요가 깃들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상반신을 돌리시고 선미갑판의 좌우에 나란히 적재한 두발의 어뢰를 대견하게 바라보시였다.

《정대장동무, 이렇게 어뢰정을 타고 바다에 나오니 신심이 생기고 기분도 아주 좋구만. 동무들이 높은 공격정신을 지니고 기묘하고 령활한 전법을 쓰면 이 좋은 어뢰정을 가지고 큰 적함도 얼마든지 까부실수 있겠소.》

그이께서는 이처럼 정대장과 어뢰정대원들을 고무해주시며 저 멀리 남쪽해상으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남조선괴뢰해군에 있는 함선들따위는 어뢰정대의 상대가 못되지.

유사시에 어뢰정대의 주타격대상은 지금 일본의 군항들에 있는 미제침략군 제7함대요. 전쟁이 터지면 미7함대의 대형함선집단이 즉시 조선동해로 달려들거요. 어뢰정대는 바로 이놈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하오.》

김군옥은 온몸에 새힘이 용솟음치는감을 느끼며 씩씩하게 대답을 올렸다.

《알았습니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아직은 그에 대한 면밀한 타산과 연구를 해보지 못한 김군옥은 잠시 망설이다가 큰소리로 말씀드렸다.

《놈들과 맞다들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각오는 좋은데 훈련을 통하여 숙련된 동작과 군사적슬기가 안받침되지 못한 용감성은 객기나 모험에 지나지 않소.》

김군옥은 느닷없이 얼굴을 붉히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기지장과 정장을 둘러보시며 감회깊이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는 산에서 싸울 때 총알을 아끼려고 조준훈련을 눈에서 피가 날 지경으로 직심스레 했습니다. 조준훈련을 백번 하면 실탄사격을 한번 한것과 같았습니다. 해군에서는 조준훈련을 강화하여 어뢰발사와 함상포의 명중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한손을 드시여 바다를 가리키셨다.

《자! 보다싶이 망망한 바다엔 은페할 곳이 없습니다. 그러니 먼저 적함을 발견하고 즉시에 공격하여 명중사격으로 격침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적함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때리겠는가? 이를 두고 고심하면서 여러가지 전투조법들을 찾아내고 훈련을 통하여 숙련시켜야 합니다. 훈련이 기본입니다. 훈련을 통해서만이 용감성과 대담성을 키울수 있고 기묘하고 령활한 전법도 찾아낼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젊은 정대장을 바라보시며 한번 더 모를 박아 강조하시였다.

《날바다우에서 훈련하고 또 훈련하시오. 동무들은 땅우에서 큰소리를 쳐야 소용이 없소. 바다우에서 큰소리를 쳐야 하오. 그래야 적구축함이나 순양함과 맞다들려도 주도권을 틀어쥐고 대담하게 먼저 공격하여 타승할수 있소. 이것이 바로 항일유격대식공격정신이고 전법이요.》

그 말씀을 들으니 김군옥은 심장의 피가 설설 끓어올랐다. 앞으로 훈련을 어떻게 하고 전쟁이 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도가 눈앞에 선히 떠오르는것만 같았다.

그는 기세충천하여 큰소리로 씩씩하게 말씀드렸다.

《장군님, 명심하겠습니다!》

《지금 정세는 매우 긴장합니다. 남조선괴뢰도당이 북벌소동을 벌리고있는데 방금전에도 말했지만 괴뢰군따위는 우리 상대가 못됩니다. 전쟁이 터지면 남조선괴뢰군을 총알받이로 앞세우고 미제침략군이 덤벼들건 불보듯 뻔합니다. 그놈들에겐 항공모함도 있고 순양함과 구축함, 잠수함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해군무력은 어떠합니까?

력량상 너무도 우세한 적과 싸워 이기려면 항일유격대원들처럼 억천만번 죽더라도 원쑤를 치자는 사생결단의 각오를 가지고 신출귀몰하는 우리 식의 전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현실정에서 청소한 우리 해군을 강군으로 빨리 키워 조국의 바다를 지킬수 있게 하는 근본방도입니다.》

위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김군옥은 자자구구 심장에 새기였다.

《해군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뢰정처럼 작지만 속도가 빠르고 타격력이 강한 함선들과 경비함들을 건조해야 합니다. 동해조선소에서는 채정보동무가 로동자들과 힘과 지혜를 합쳐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수백톤급의 경비함을 건조하였습니다. 나는 새로 건조한 경비함의 진수식에 참가하기 위해 이제 곧 동해조선소에 가야 합니다.》

김군옥은 얼른 말씀드렸다.

《장군님, 우리 어뢰정을 타고가십시오. 이제 떠나면 날이 저물기 전에 원산항에 들어설수 있습니다.》

《고맙소. 나도 이왕이면 속도가 빠른 어뢰정을 타고가고싶소. 그러나 어뢰정을 될수록 아껴야 하기때문에 소해함을 타고가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뢰정이 입항하자 부두에 내리기에 앞서 젊은 정대장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려주시였다.

《정대장동무, 훈련을 통하여 그 어떤 적함과 맞다들려도 까부실수 있게 준비하시오. 나는 조국의 바다를 동무들에게 맡기고 갑니다.》

크나큰 기대와 믿음이 담긴 당부이시였다.

김군옥은 가슴에 바다를 통채로 안은것만 같았다. 바다는 그와 함께 기쁨과 영광을 누리는듯 즐겁게 출렁이였다. 파도에 부딪친 해빛이 눈부시게 반사되였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도 번쩍! 마치 보석의 마당이 춤을 추는것 같았다. 그는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라서 도저히 진정할수 없었다.

바다여! 내 사랑하는 조국의 바다여!

너는 오늘따라 어쩌면 이리도 황홀하고 아름다우냐. 태양이 빛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바다여, 내 너를 지켜 청춘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친들 무슨 한이 있으랴.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