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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무덥던 평양의 날씨는 소서에 접어들자 찌물쿠는듯 했다.
남진하는 인민군부대들에서 련이어 들어오는 전승소식이 수도의 대기를 뜨겁게 달구어주는듯싶었다. 군관숙박소에는 수많은 장령들과 군관들이 갑자기 모여들어서 침대가 모자랄 지경이였다.
며칠전에 최고사령부가 조직되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의 명령에 따라 전선사령부와 1군, 2군집단지휘부도 조직되였다. 각 군종, 병종들에서 장령들과 군관들이 새로운 직무에 임명받기 위해 왔다.
주문진해상전투에서 영웅적인 위훈을 세운 어뢰정대원들에 대한 수훈추천문건을 가지고 올라온 홍동철은 군관숙박소에 가기에 앞서 먼저 해군사령관을 찾아갔다.
창가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한일무는 자기 방에 들어서는 홍동철을 보자 약간 게면쩍은 표정을 짓더니 환성을 지르며 떠들썩하게 맞이했다.
《아! 기지장동무가 왔구만! 축하하오. 지금 주문진해전의 승리를 두고 전선과 후방에서만이 아니라 온 세계가 격찬하고있소.》
적기동분함대를 까부실데 대한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의 명령이 제2어뢰정대에 하달된 순간부터 한일무는 통신지휘소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해군사령관이기에 그 전투에 자기의 운명을 걸고있었다. 긴장, 초긴장속에서 이틀밤을 꼬박 밝히며 전투소식을 기다리는데 드디여 승전소식이 날아왔다.
미제중순양함을 격침시키고 경순양함을 격상시켰다.
너무도 놀라운 전과여서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요? 다시 확인해보시오. 기지장은 어디에 있소? 기지장을 찾아서 다시 확인해보란 말이요.》
이때 엉뚱하게도 쏘련태평양함대에서 축하전문이 불쑥 날아들었다.
태평양함대의 전파탐지소에서 웨리크가 맥아더사령부에 날린 무전을 잡아 해득했던것이다.
《쏘련동지들이 축하전문에서 뭐라고 했는지 아오?
어뢰정 네척으로 기동분함대를 공격한다는건 자기들도 엄두조차 낼수 없는 일이라는거요. 그런데 조선동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고 〈볼티모〉호가 침몰됐다니 자기들은 도저히 믿을수가 없다는거지.》
그는 두팔을 쩍 벌려보이며 두눈을 디룩거렸다.
《여보, 솔직히 고백하는데 나도 믿을수 없었소.
이건 군사상식과 해상전법상으로는 도저히 성립될수 없고 따라서 리해될수도 없는 수수께끼같은 전투였단 말이요. 정말이지 제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믿을수 없다니까. 기지장동문 작전과장과 함께 주문진등대에서 전투진행의 전과정을 지켜보았다고 했지?》
《예.》
《그럼 어디 말해보오. 동무가 목격한 그대로 이야기를 하란 말이요.》
한일무는 차까지 한잔 각근히 부어주었다.
홍동철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그날 자기가 벅찬 감동과 흥분속에 지켜본 해상전투진행정형을 좋은 언변으로 방불히 펼쳐보이였다.
한일무는 두눈을 잔뜩 쪼프리고 긴장해졌다가 입을 하 벌리며 깜짝 놀라는가 하면 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했고 오른주먹으로 왼손바닥을 철썩 때리며 그래! 잘했소! 바로 그거야!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내 이미 말하지 않았나 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보매 그는 과장된 배우같은 연기로 자기가 지난 기간 몇척밖에 안되는 어뢰정을 그저 탐탁치 않게 여겨온것을 슬쩍 무마시키려 하는것 같았다.
홍동철은 넌지시 말을 이었다.
《우리 작전과장 한백천동무가 하는 말이 아주 교훈적이더군요.》
《그가 뭐라고 했소?》
《자기는 쏘련함대에서 복무할 때부터 해상전투는 군함의 성능과 장비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보니 그게 바로 기술만능주의고 사대주의며 패배주의라는겁니다.》
자기도 그러한 견해를 가지고있었을뿐아니라 그것을 고집스레 주장해왔던지라 한일무는 어쩔수없이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홍동철은 그 거북스런 기침소리를 못 들은체 하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작전과장동무는 자기의 머리속에 인박혀있던 그 잡사상이 주문진해전을 지켜보는 과정에 여지없이 깨져나갔다고 했습니다.》
한일무는 다소 면구스런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 말이 옳소. 하여간 전투에 참가한 당사자들은 말할것도 없고 기지장동무나 한백천동무도 행운아들이요. 세계해전사에 아직 있어본적이 없는 그런 기적을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요.
자! 그럼 수훈추천문건을 보기요.》
문건을 한장한장 주의깊게 보면서 번지던 한일무는 저으기 놀라와했다.
《아니?! 이건 뭐요?》
손수건으로 대머리에 내배인 땀을 닦던 홍동철은 해군사령관의 놀란 눈동자를 마주보며 왜 그러느냐고 되물었다.
《어째서 공화국영웅을 두명씩이나 추천했소?》
해군사령관이 놀랄만도 했다.
홍동철은 기지당위원회에서 토의한대로 김군옥정대장과 어뢰를 두발 다 명중시켜 전투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리완근정장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하도록 추천문건을 만들었던것이다.
아직은 우리 나라에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은 사람이 없었다. 이런 추천문건도 처음 만들어보았다. 처음으로 하는 일이여서 홍동철은 그것이 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 가늠할수가 없었다.
그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해군사령관을 마주보기만 했다.
《이런건 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관례를 따라야 하오. 제2차 세계대전시기를 놓고봐도 쏘련에서는 전략적의의를 가지는 큰 전투에서 승리한 경우 훈장이나 메달은 많이 주었지만 영웅칭호는 특출한 군공을 세운 한사람에게만 수여하군 했소.
영웅이란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지는 고귀한 칭호요. 영웅이 되면 력사에 남는거지. 이런 비범한 인물이 어떻게 한 전투에서 두명씩이나 생겨날수 있소?》
홍동철은 그 주장이 잘 납득되지 않았다.
《해군사령관동지, 전과를 놓고 보십시오.
중순양함 〈볼티모〉호는 건조비만 봐도 어뢰정 1만 3천척에 맞먹습니다. 우리 정대원들이 주문진해상전투에서 살상한 적은 무려 700명이 넘지요. 이런 놀라운 전과를 올리고도 왜 영웅이 한사람이상은 나올수 없는가 말입니다.》
한일무는 주문진해상전투의 전과에 새삼스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기지장동무, 이번에 어뢰정대가 거둔 전과는 정말 놀랍고 상상을 초월하오. 그런데 말이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이번에 전쟁개시 1단계에 륙해공군과 각 병종들에서 특출한 위훈을 세운 군관, 하사관들을 한명씩 엄선하여 처음으로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하기로 했단 말이요.》
《하지만…》
한일무는 손사래를 쳤다.
《내 말을 마저 듣소. 어뢰정대는 대대급이요. 다른 군종, 병종들은 사단급에서 영웅을 한명씩 추천했는데 동무넨 한개 대대에서 영웅을 두명이나 추천하면 되겠냐 말이요. 하여간 내 기지장동무의 의견을 고려해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해당 부서와 의논은 해보겠소. 그러니 숙소에 가서 기다리시오.》
홍동철은 군관숙박소에 찾아갔다.
그는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서 수훈추천문건과 관련한 문제를 놓고 다시 생각해보고싶었는데 그럴수 없었다. 원산기지장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장령들과 군관들이 다투어 찾아와 요즘 어데서나 화제거리인 주문진해전을 두고 질문의 소나기를 퍼부었던것이다.
그들속엔 해군군관학교 정치부교장으로 사업하던 조정철대좌도 있었다.
그는 앞으로 남해안지역들이 해방되는데 따라 새로 편성하게 될 려단을 꾸릴 임무를 받고 해군사령부에 올라왔다. 남해려단은 남해안의 주요군항들과 항구들, 해군기지들을 관리하고 해안을 방어하며 조국이 통일된 후에는 독자적으로 남해를 지키게 될 해군함대의 모체였다.
전쟁이 터진지 불과 열흘이 남짓하다.
전선은 남쪽으로 쑥 내려가고 남반부의 전지역을 해방할 날이 벌써 눈앞에 다가오고있었다.
조정철은 자기가 손때묻혀 키운 제자들이 이번에 세상을 깜짝 놀래우는 대승리를 거두었기에 혁혁한 그 전과를 두고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김군옥정대장은 수상보안간부학교시절부터 장차 큰일을 할 친구였소. 내가 정치부교장으로 임명되여가니 그는 채정보부교장의 아들과 함께 처벌을 받고 해상부업을 하고있더군.
참, 소포정대장인 고준무도 그때 함께 처벌을 받았댔소. 그들은 학교적으로 실력이 뛰여났지만 서로 승벽다툼이 여간 아니였지.》
《이번에 고준무정대장이 소포정으로 자진하여 화력지원을 해주었습니다. 놈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소포정들이 박산나는통에 하마트면 잘못될번 했지요. 그는 부상당한 몸으로도 정대원들을 이끌고 바다기슭으로 헤염쳐나왔습니다.》
그들의 미더운 모습을 그려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조정철은 불시에 안색을 흐리며 나직이 물었다.
《듣자니 문화부정대장동무는 전사했다지요?》
홍동철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바다사나이답게 거쿨지고 거무틱틱하게 생긴 리학섭의 미더운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척 바라보기만 해도 믿음이 절로 가서 속을 터놓고싶고 의지하고싶어지던 그의 모습이… 해상전투를 앞두고 그가 미리 준비한 위대한 장군님께 드리는 맹세문초안의 격동적인 글발들이 자자구구 뇌리에 되살아난다.
그는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으로 정대원들을 위훈에로 이끈 정치일군이였다.
그렇다! 이번 해상전투에서는 가슴아픈 희생도 있었다. 적순양함에 선참으로 어뢰를 명중시킨 최정수정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기지에 돌아오지 못했다.
떠들썩하던 방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수적, 기술적우세를 자랑하는 미제침략자들과의 판가리싸움에서 희생적인 영웅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어뢰정대원들을 그려보며 모두들 비장하고 숭엄한 생각에 잠겨들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일무가 나타났다.
《기지장동무! 빨리 나오시오.》
뭔가 급한 일이 생긴것 같아서 홍동철은 풀어헤쳤던 군복상의의 단추도 미처 채우지 못한채 서둘러 복도에 나갔다.
《복장정돈을 바로하고 어서 갑시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동무를 친히 부르셨소.》
《예?!》
그리도 바라던 소원이 이처럼 정작 이루어지니 홍동철은 이것이 현실로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동무네가 제출한 제2어뢰정대원들의 수훈추천문건을 몸소 보아주시였소.》
갓 조직된 최고사령부에 일감이 얼마나 많을것인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한몸에 지니시고 전선과 후방의 모든것을 돌보시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자기가 올린 수훈추천문건까지 보아주셨다니 홍동철은 감격을 금할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복장정돈을 바로하고 뒤설레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노라 무진 애를 쓰며 해군사령관을 따라갔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최고사령부작전실에서 그들을 접견해주시였다.
견장이 없는 군복차림을 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동철이 삼가 올리는 인사를 받으시고 보시던 문건을 밀어놓고 일어나시여 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기지장동무, 수고가 많았습니다. 난 어뢰정대원들이 몹시 보고싶었는데 동무를 만나니 그들을 만난것처럼 반갑습니다.》
《김군옥정대장을 비롯한 어뢰정대원들은 모두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뵙고싶어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있습니다.》
《고맙소. 내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내여 용감한 우리 어뢰정대원들을 꼭 만나서 그들이 거둔 전투성과를 축하해주려고 합니다.》
전화종이 울렸다.
김일성동지께서 전화를 받으시는데 부관이 무전문을 들고 들어왔다. 그이께서는 전화를 받으시면서 동시에 무전문도 받아보시였다.
《알겠습니다. 김책동무, 내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군사위원회는 한시간후에 합시다.》
송수화기를 놓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부관에게 이르시였다.
《이제부터 한시간동안 여기에 전화를 련결시키지 말라고 하시오. 무전문도 한시간후에 가져오시오.》
《알았습니다!》
부관은 서둘러 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동철을 돌아보시며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는데 순간 두볼에 패이는 볼우물이 인상적이였다. 거기에서 다정한 미소가, 뜨거운 사랑이 계속 샘솟아 흘러넘치는것만 같았다.
《동무가 주문진등대에 올라가 주문진해전을 직접 보았다고 하는데 먼저 그 이야기부터 들려주시오.》
홍동철은 저도 모르게 벽시계부터 바라보았다.
그는 될수록 조리있게, 간단명료하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도중에 초조해진 그는 또다시 벽시계에 눈길이 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며 너그럽게 이르시였다.
《기지장동무, 조급해서 그러지 마오. 우정 통시간을 냈으니 마음을 푹 놓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시오. 전투를 앞두고 속초항에서 해병궐기모임을 할 때 정대장동무가 첫 토론을 어떻게 했다구?》
《정대장동무는 우리가 타격해야 할 미제침략군 기동분함대는 지상의 군단에 맞먹는 너무도 엄청난 무력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천출명장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 몸소 심어주신 백두의 공격정신과 우리 식의 전법이 있다, 이것이 필승의 무기다라고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젊은 정대장의 신심에 넘친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계속하여 정대장동무는 우리 어뢰정들에 장진한것은 단순한 어뢰가 아니라 항일선렬들이 물려준 연길폭탄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폭탄을 적중순양함의 심장부에 명중시켜 기어이 침몰시키겠다고 맹세를 다졌습니다.》
《그래! 그 말이 옳소! 계속하시오. 전투진행정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시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천천히 작전대앞에 다가가시여 인민해군의 빛나는 위훈이 아로새겨진 주문진앞바다를 이윽토록 지켜보시며 기지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쏟아져내리는 함포탄소나기속을 뚫고 돌격침로에 들어선 어뢰정들의 기세높은 동음소리, 질겁하여 허둥거리는 침략선들, 발사구령이 내리자 수면을 스치며 쏜살같이 나아가는 멸적의 어뢰들, 하늘을 찌르며 올라가는 물기둥들…
불현듯 그이의 눈앞에는 휘몰아치는 백두의 눈보라속에서 세차게 나붓기던 붉은기가 떠올랐다.
피어린 항일전장에 울려퍼지던 돌격의 나팔소리도 세월을 거슬러 랑랑히 메아리쳐오는것 같으시였다. 항일의 전통, 백두의 공격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은 우리 해병들이기에 《최강》을 뽐내던 미제침략자들과의 첫 싸움에서 온 세상을 깜짝 놀래우는 불멸의 위훈을 떨친것이였다.
《용감한 우리 해병들이 미국놈들에게 조선사람의 본때를 단단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싸움은 조선의 해병들만이 할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을 믿었기때문에 네척의 어뢰정을 가지고 미제침략자들의 중순양함을 까부시라고 명령했던것입니다.》
그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는 용감무쌍한 해병들, 영웅적인 전사들을 수하에 거느린 령장의 자부심과 기쁨 그리고 행복이 가득 넘쳐있었다.
그이께서는 계속하시여 급변한 정황속에서도 정대장이 제때에 결심채택을 하고 승리의 신심에 넘쳐 전투지휘를 능숙하게 했다고 높이 평가해주시였다.
《김군옥정대장은 높은 공격정신과 우리 식의 해상전법을 소유하면 작은 어뢰정을 가지고도 적들의 대형함선집단과 얼마든지 맞서싸워 이길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원항해타격훈련에 전심전력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그것이 크게 은을 냈습니다. 주문진해상전투의 승리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평상시에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을 통하여 강한 정신력과 우리 식의 령활한 전법을 소유하면 제아무리 수적, 기술적우세를 떠들어대는 적들과 싸워도 반드시 이긴다는것이 주문진해상전투를 통하여 진리로 확증되였다고 각별히 강조하시였다.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빨찌산식입니다. 빨찌산식으로 싸우면 반드시 이깁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해군사령관을 돌아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해방직후에 우리가 수상보안간부학교를 내오고 조정철동무를 비롯한 일군들을 파견하여 학생들에게 백두의 혁명정신을 심어주기를 잘했습니다. 내가 함대출항식때도 말했지만 동무들이 순양함타령이나 하고 학생들을 류학보낼 생각이나 하고있었다면 어떻게 될번 했습니까?》
덤덤히 서있던 한일무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였다.
《해군에서는 앞으로 주문진해상전투에서 얻은 고귀한 경험에 기초하여 작지만 기동이 빠르고 타격력이 강한 함선들로 무장하고 미제침략자들의 대형함선집단과 맞서싸워야 합니다.
이것이 현단계에서 우리의 힘으로 바다를 지켜낼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방도입니다.》
이처럼 해군무력을 강화하기 위한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주문진해상전투를 잘 지휘한 정대장과 두발의 어뢰를 다 명중시킨 22호정장에게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 전투에서 영웅을 한명밖에 내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대장에게만 영웅칭호를 수여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였다는데 남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이 있습니까. 우리는 잘 싸운 동무들에게 공적에 따라 다 영웅칭호를 주어야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해군사령관에게 동무의 생각은 어떤가? 솔직히 말해보라고 하시였다.
한일무는 송구스런 기색으로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그렇게 되면 영웅이 너무 많이 나올것 같습니다.》
《허허! 해군사령관동무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있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열정적으로 손을 흔드시며 작전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소리로 언명하시였다.
《나라에 영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전쟁기간에 영웅은 수많이 배출될것이며 전쟁에서 승리하면 우리 나라는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영웅의 나라로 될것입니다.》
홍동철과 한일무는 일찌기 느껴보지 못한 감격과 환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늘은 어뢰정대에서 영웅이 두명이나 나왔다면 래일은 기뢰부설조에서도 영웅이 나올것이고 해안포구분대와 해상륙전대에서도 영웅이 나올것이다.
어찌 그뿐이랴. 보병은 물론이고 비행사들, 정찰병들, 땅크병들과 자동차운전사들, 지어는 공병과 통신병, 간호원들속에서도 영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올테니 조국해방전쟁은 백전백승의 강철의 령장이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의 손길아래 평범한 전사들을 모두다 영웅으로 키워내는 활무대로 전변되고있었다.
그렇다!
천재적인 군사전략가이시며 무쌍의 배짱가이신 천출명장 김일성장군님을 진두에 높이 모셨기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제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때려부시고 포연이 가셔진 내 나라의 푸른 하늘에 전승의 축포를 통쾌하게 쏴올릴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문득 안색을 흐리시며 갈리신 어조로 문화부정대장을 비롯하여 장렬하게 전사한 동무들이 있다는데 그들도 크게 표창해야 한다고 하시였다.
《사실 제2어뢰정대 해병들은 다 영웅인셈입니다. 그들은 이 전쟁에서 처음으로 미제침략자들과 싸워이기고 천만군민에게 필승의 신념을 안겨주었으며 세계해전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기적을 창조하였습니다.
대통령전용함선이였으며 미해군의 기함이였던 중순양함 〈볼티모〉호의 침몰은 결국 미국의 침몰을 의미합니다. 그처럼 강대하다고 뽐내던 미제는 벌써 내리막길에 들어섰습니다. 조선전쟁에서 주문진해전과 같은 기적은 계속 창조될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완전침몰의 가련한 운명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나는 조국해방전쟁사에 특기할 위훈을 세운 제2어뢰정대에 근위칭호를 수여하려고 합니다.》
한일무와 홍동철은 더이상 격정을 누를수가 없어 힘껏 박수를 쳤다.
잊지 못할 그날로부터 세월은 멀리도 흘러갔다.
스물두살의 젊은 나이에 공화국의 첫 영웅의 한사람으로 된 어뢰정대장 김군옥의 머리에도 어느덧 흰서리가 내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것은 영웅전사들에 대한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크나큰 믿음과 사랑이였다.
김군옥이 일흔고개에 거의 올라선 주체85(1996)년 7월의 어느날 그에게는 꿈에서도 바라지 못했고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행운이 찾아왔다.
김정일장군님께서는 그를 복대시켜 해군소장의 군사칭호를 수여하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공훈강사로 임명해주시는 크나큰 정치적신임과 대해같은 사랑을 안겨주시였다.
어제날의 젊었던 어뢰정대장은 칠순나이에 다시 군복을 입고 사랑하는 어뢰정21호가 전쟁시기의 그 모습대로 전시되여있는 영웅들의 집―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으로 찾아갔다, 어제날의 어뢰정대 담당준의인 늙은 안해와 함께…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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