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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장동무, 중순양함 〈볼티모〉호와 경순양함, 원양구축함으로 편성된 미7함대의 주력인 기동분함대가 북상하여 여기 삼척―강릉 앞바다에 나타났소.》
방금 방에 들어와 도착보고를 한 홍동철에게 해군사령관인 한일무는 인사말도 없이 직팡 적정부터 알려주었다.
《놈들은 해안가까이에 접근하여 동해안을 따라 남진하고있는 인민군부대들과 항구와 포구들, 인민들의 살림집들을 닥치는대로 포격하고있소. 이리 가까이 오시오.》
한일무는 지시봉을 쥐고 커다란 해도가 걸려있는 벽쪽으로 다가갔다.
홍동철은 두눈을 부릅뜨며 해도앞에 다가섰다.
평소엔 노상 미소가 어려있던 그의 얼굴이 무섭게 이그러졌다. 격분을 금할수 없었다. 상륙작전때 어뢰정이 나포한 괴뢰해군 수로안내선 선장놈의 진술에 의해 일본에 기지를 둔 미7함대가 조선전쟁에 즉시 투입될거라는건 예견했던바이다. 놈들은 곧장 원산항으로 달려들수 있었다.
때문에 기뢰부설을 맡은 채정보대좌와 협동하여 대응책을 세웠는데 놈들은 삼척―강릉 앞바다에서 맴돌면서 함포사격을 들이대고있었다.
놈들이 군사시설이 아닌 포구와 살림집들까지 야수적으로 포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마치도 기지장인 자기가 구실을 못해서 그런 참사가 빚어지고있는것만 같아 마음이 괴로왔다.
그는 해군사령관의 구체적인 정황설명을 들으며 칼끝같이 예리한 눈초리로 해도를 지켜보았다.
미제침략자들의 기동분함대가 날치는 수역은 며칠전 상륙작전을 지휘하며 자기가 소해함을 타고 나가본 곳이였다. 동해에서는 북위 38°40`경에 해상분계선이 지나갔다. 이 선을 넘어 어뢰정으로 두어시간정도 내려가면 속초항이고 거기서 한시간반정도 더 내려가면 주문진항이다. 주문진항에서 묵호항까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아래가 삼척이다.
정동진에 상륙한 해상륙전대는 동해안을 따라 진격해나오는 인민군부대들과 협공하여 강릉을 해방시키고 대관령과 삼당령을 넘어 남쪽으로 전과를 계속 확대해나가고있었다. 이에 질겁한 괴뢰군8사단은 대관령계선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인민군의 진격을 막아보려고 최후발악하고있다.
한편 삼척아래인 림원리에 상륙한 해상륙전대의 눈부신 활약에 의하여 남강원도의 긴 해안은 거의다 인민군대의 수중에 들어왔다. 바로 이러한 때에 미제침략군 기동분함대가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함포사격을 들이대고있다. 남진하는 보병부대들에 위험이 조성되였다. 보병들에게 있어서 적들의 함포사격은 폭격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항공감시를 강화하면 적기가 날아들기 전에 피신할수 있다. 또 중기나 경기관총으로 적기를 위협하거나 쏴떨굴수도 있다. 그러나 해상에서 임의의 시각에 날아오는 포탄은 피할수가 없다. 적함을 까부시자고 해도 보병들에게는 그러한 수단이 없으니 난사다.
적기동분함대를 빨리 타격하여 소멸하지 못하면 해안가를 따라 남진하는 인민군부대들의 전반적인 전투행동에 엄중한 후과를 미치고 나아가서는 반공격속도를 높이고있는 인민군부대들의 전반적인 전투행동에도 지장을 줄수 있었다.
《어떻소? 이런 정황인데 동무네가 놈들의 기동분함대를 까부실수 있겠소?》
한일무는 안절부절하면서 따지듯이 물었다.
홍동철은 선뜻 대답할수 없어 혀로 바싹 마른 입술을 감빨아 물었다.
《자, 이건 적군연구자료요.》
한일무는 적기동분함대자료를 보여주었다.
홍동철은 지그시 두눈을 감았다. 그 자료는 구태여 보지 않아도 머리속에 수자까지 일일이 기억하고있었던것이다.
중순양함 《볼티모》호의 배수량은 1만 7 300t, 그러니 어뢰정배수량의 1 000배가 넘는다.
경순양함도 1만 2 000t급이다. 구축함은 5 000t급이고… 그런즉 세척의 승무원들을 다 합치면 수천명에 달하고 화력은 륙군 한개 군단의 화력과 맞먹는다. 우리 기지에 있는 경비함이나 소해함, 소포정을 가지고는 이놈들과 도저히 맞설수 없다. 어뢰정대가 단독으로 싸워야 하는데… 적아간의 력량대비가 너무도 엄청난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어제 나에게 미제대형함선집단이 북상하고있다는데 까부실수 있는가고 물으시였소.》
《예?!》
홍동철은 그만 숨이 턱 막히는듯싶었다.
한일무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계속했다.
《나는 대답을 올리지 못했소.
장군님께서는 매우 유감스러워하시면서 원산기지장을 빨리 부르라고, 어뢰정대를 거느린 그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자고 하시였소, 그래서 급히 불렀는데 동무도 대답을 못하니… 이거 어쩌면 좋겠소?》
홍동철은 죄송스럽고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군사상식으로는 어뢰정 네척을 가지고 기동분함대는 고사하고 구축함 한척과도 맞설수 없었다.
이거야말로 그 어떤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였다. 한일무는 작전수역에 눈초리를 박은채 말했다.
《어쨌든 놈들의 기동분함대를 까부시는건 우리 해군의 몫이 아니겠소. 나는 모대기고모대기던 끝에 최대한의 가능성을 찾아보았소. 어뢰정대가 은밀히 기동하여 적기동분함대의 묘박지를 불의에 기습하는 경우 기적이 일어날것 같기도 하단 말이요, 어떻소? 그런 훈련이야 동무네가 이미 해보지 않았소.》
홍동철은 그제서야 막혔던 숨이 나갔다.
《예, 그건 가능할것 같습니다. 승산이 보입니다.》
한일무는 여전히 신중한 기색이였다.
《어쨌든 모험이요. 천번중 단 한번의 기회를 노리는것인데 그걸 놓치면 끝장이거든. 심사숙고하여 그런 방향에서 작전을 세워보기요. 시간이 없소.》
몹시 서두르던 한일무는 뒤미처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 재빨리 자기의 사무탁앞으로 다가가 송수화기를 들고 군사위원회 서기실을 찾았다.
《서기동무, 원산기지장이 방금전에 도착했습니다.》
《알았습니다. 장군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럽니까?》
《좀 기다려야 할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일군들과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고계시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고있는 일군들도 적지 않아서 그럽니다.》
서기는 미안해서 량해를 구했지만 한일무는 오히려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위대한 장군님의 접견을 받기 전에 해상작전안을 세워볼 여유가 생겼기때문이다. 그는 송수화기를 놓고 얼른 해도앞에 다가갔다. 홍동철은 입을 꾹 다문채 해도에 부호로 표시된 미7함대 기동분함대를 뚫어지게 쏘아보고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일군이 드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칭호제정에 관한 정령초안을 보아주시다가 서기의 전화를 받으시였다.
《방금전에 해군사령관이 전화를 해왔는데 원산기지장 홍동철대좌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 서기실에 여러명의 일군들이 접견을 기다리고있다는것을 상기하시였다. 그들가운데는 인민군신문의 편집방향을 주시려고 자신께서 직접 부르신 민족보위성 부상 김일도 있었다. 하지만 해군사령관과 홍동철기지장을 시급히 만나셔야 했다.
《서기동무, 해군사령관과 원산기지장이 오면 먼저 들여보내시오. 다른 일군들은 저녁시간에 만나도록 합시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지시하시고 상임위원회 일군에게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이 정령을 이제 곧 신문과 방송으로 발표하시오. 영웅칭호가 제정되였다는걸 알게 되면 우리 전사들이 더 용감히 싸워 대중적영웅주의를 발휘함으로써 조국청사에 빛날 위훈을 세우게 될것입니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상임위원회에서는 조선인민군부대들에 수여할 근위칭호를 제정하는 사업도 빨리 끝내야 하겠습니다.》
《예, 지금 정령초안과 근위군기, 근위휘장의 규격과 그림풀이는 심의중에 있습니다.》
《그럼 래일 이 시간에 가져오시오. 내가 보아주겠습니다.》
상임위원회 일군이 나가자 잠시후에 해군사령관과 원산기지장이 들어와 차렷자세로 거수경례를 드리였다.
《아! 홍동철동무, 오래간만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듬직하고 여유작작한 그 인상만 봐도 호감과 믿음이 절로 가는 홍동철에게로 다가가 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홍동철은 항일무장투쟁시기 국제공산당이 조선인민혁명군사령부와 합의를 보고 국내에 파견한 일군이다. 그는 지하공작도중 적들에게 체포되여 옥중생활을 할 때 박달, 리제순과 함께 혁명가의 절개와 지조를 지켜 잘 싸웠다. 엄혹한 시련의 시기에 투쟁을 통하여 검열되고 단련된 일군이기에 자신께서는 그를 해방직후 우리 혁명군대의 골간을 육성하는 중요단위에 보내셨다가 동해함대사령관이나 마찬가지인 원산기지장으로 임명하신것이였다.
오매에도 그립던 위대한 장군님을 만나뵙게 된 홍동철은 너무도 감격해서 눈굽이 후더워졌다. 그는 삼가 축원의 인사를 드렸다.
《고맙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심하신 눈길로 홍동철을 바라보시였다.
《동무는 감옥살이를 할 때 상한 몸을 이젠 완전히 추세운것 같구만. 박달동무는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산에서 싸울 때 만나보니 장수같던 사람이 놈들의 야수적인 고문으로 페인이 됐단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박달동무의 건강을 회복시키겠는지… 그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홍동철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전쟁의 이 엄혹한 시기에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당면한 해상전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한 전사의 건강에 대하여 이토록 마음을 쓰시는것이였다.
조국이 해방되자 홍동철은 옥중투쟁을 하던 동지들과 함께 페인이 된 박달을 업고 서대문형무소를 나왔다. 그는 위대한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박달과 함께 38°선을 넘어왔다. 그후 해주시당과 보안간부학교에서 사업할 때 그는 박달의 건강회복에 극진한 관심을 돌려왔다. 별식이나 희귀한 약재가 생기면 박달을 찾아가군 했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그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었다.
《박달동무가 무사해야 할텐데…》
근심어린 기색으로 뇌이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동철에게 부인은 잘있는가고 물으시였다.
홍동철은 그제서야 긴장을 풀며 서둘러 말씀드렸다.
《예, 며칠전에 생남을 했는데 산모도 아기도 다 건강합니다.》
《며칠전이라면 혹시 전쟁이 터진 날이 아닙니까?》
《예, 공교롭게도 그날 밤에…》
김일성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전쟁이 터진 날에도 새 생명이 태여났다니, 그것도 해군기지장의 대를 이을 아들이 태여났다니 각별히 기쁘시였다.
《축하합니다! 그래, 아들의 이름을 뭐라고 지었습니까?》
홍동철은 저으기 멋적은 기색으로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다고 말씀드렸다.
《아무리 전쟁시기라고 해도 아들의 이름이야 제때에 지어주어야지요, 출생등록도 하고… 우리가 왜 놈들과 피흘려 싸우며 남진의 길을 다그치고있습니까? 조국의 미래인 아이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조국이 통일되면 남녘의 아이들도 돈 한푼 내지 않고 마음껏 배우며 뛰놀게 됩니다. 백두산과 한나산을 비롯한 명승지들을 찾아 수학려행도 하고… 그날을 그려보면 난 힘이 솟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홍동철은 전쟁의 의미가 새롭게 안겨오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랑에 넘치신 미소를 지으신채 붉은색연필을 쥐시고 작전도앞으로 천천히 다가가시였다.
《동무들도 알겠지만 전선형편은 우리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주타격방향의 아군련합부대들은 지금 한강도하작전을 전개하고있습니다.
해군부대들도 동서해에서 아군의 상륙작전을 성과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전선부대들의 공격속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인민군부대들의 이 급속한 반공격에 당황한 미제침략자들이 저들의 륙해공군무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여 인민군대의 맹렬한 반공격을 저지시켜보려고 필사적으로 발악하고있다고 하시면서 동해에 기여든 미제7함대관하 기동분함대의 책동에 대하여 각별히 언급하시였다.
《적들의 이러한 책동은 동해연안선을 따라 진격하는 아군련합부대의 전투행동에 적지 않은 장애로 되고있습니다. 만약 동해연안선을 따라 진격하는 아군련합부대의 공격속도를 보장하지 못하면 내륙지대에서 공격하는 주력부대들의 전투행동에 큰 지장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 전반적인 전선형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수 있습니다.
반공격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려면 동해안에서 날치는 미제침략군 기동분함대를 소멸해야 하는데…》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을 멈추시고 해군사령관을 돌아보시였다.
한일무는 자책감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였다.
그는 어제 위대한 장군님께 다른 나라의 전투규정을 실례들면서 적중순양함함선집단을 타격하려면 수십척의 어뢰정들이 비행대의 지원을 받으며 공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제침략군 기동분함대가 돌아치는 수역을 잠시 지켜보시다가 문득 알릴듯말듯 안색을 흐리시였다.
《그런데 우리에겐 어뢰정이 네척밖에 없다고 했지요?》
한일무는 물론 홍동철도 죄책감에 가슴이 졸아드는것만 같았다.
《예, 모두 다섯척이였는데 한척은 훈련도중 기관사용시간이 지나서 바다에 나갈수 없게 되였습니다.》
《그래, 다섯척이였지. 작년 가을 함대출항식을 할 때 어뢰정이 분명 다섯척이였습니다.》
못 잊을 그날을 돌이켜보시는 그이의 말씀에 유정한 감회가 그윽히 어렸다.
따웅! 따웅! 하고 성난 호랑이처럼 울부짖으며 파도우에로 나래쳐가던 바다의 비행기―어뢰정 21호, 마스트에서 홰불처럼 나붓기던 람홍색공화국기, 세차게 날리던 물보라, 그 물보라를 한몸으로 막아나서던 실습정대장의 모습이 오늘도 눈에 선했다. 출항식을 맞으며 난생처음 면도를 했다는 영민하고 단정하게 생긴 그 젊은이의 모습이…
《난 그날 실습정대장동무에게 높은 공격정신을 지니고 기묘하고 령활한 전법을 쓰면 어뢰정으로 순양함이나 구축함을 얼마든지 까부실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뢰정대가 그동안 훈련을 어떻게 했습니까?》
홍동철은 정대장의 주동적인 발기로 원항해타격훈련을 진행한데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드렸다.
어뢰정들의 기관사용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조건에서 다른 함정들을 리용하거나 도보항해훈련을 통하여 적 대형함선집단을 공격하기 위한 여러가지 전술방안과 전투조법을 완성하고 숙련해온데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대장을 비롯한 미더운 어뢰정대원들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크게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평상시에 훈련을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유사시 적과의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됩니다. 결국 훈련도 전투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니 승리는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마련된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몹시 긴장한 자세로 서있는 홍동철기지장에게 물으시였다.
《그래, 기지장동무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리 어뢰정대가 놈들의 기동분함대를 까부실수 있겠습니까? 승산이 있는가 말입니다.》
책임적인 대답을 올려야 할 이 시각에 홍동철은 주저되는바가 없지 않아 곁에 서있는 해군사령관을 얼핏 돌아보았다. 한일무는 여전히 난감한 기색이였다. 홍동철은 자신없이 말씀드렸다.
《저… 해상에서의 공격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놈들이 항구나 연안에 정박해있을 때 야간에 기습하면 성사될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한일무가 곁따라 말씀드렸다.
《그런 경우에도 운수가 좋아야 합니다. 만약 어뢰정대가 먼저 발견되면…》
김일성동지께서는 허구픈 미소를 지으시였다.
운수소리까지 하는걸 보니 해군사령관이나 기지장이나 아직도 신심이 부족한게 분명했다. 그들은 순양함이나 구축함을 지나치게 요란하게 여기고있었다. 적을 과대평가하면 패배주의에 빠져서 애당초 싸워볼 엄두조차 낼수 없는것이다.
그이께서는 미제침략자들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앞두고 첫 전투라고 볼수 있는 이번 해상전에서 기어이 승리해야만 일부 지휘관들속에 잔재해있는 남에 대한 의존심과 패배주의를 뿌리채 뽑아던지고 최후승리를 이룩할수 있다고 생각하시였다.
《동무들은 두억시니가 뭔지 아오?》
두억시니란 무서운 귀신을 말한다. 야차라고도 부른다.
홍동철과 한일무는 그 말의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장군님께서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 알수 없어 어리둥절한 눈길로 마주보았다.
《물론 알고있겠지. 두억시니는 겁에 질려 바라보면 볼수록 커보인다고 했소. 동무들은 순양함이나 구축함을 지나치게 요란하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제서야 질문의 뜻을 깨달은 두사람은 얼굴을 붉혔다.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일제는 우리 유격대를 〈창해의 일속〉이라고 하였소. 바다에 비기면 좁쌀처럼 보잘것없다는건데 놈들이 그런 소리를 할만도 했소. 관동군만 해도 백만에 달했고 땅크와 대포는 물론 비행기까지 가지고있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제 손으로 만든 연길폭탄을 가지고 령활무쌍한 전법으로 일제 백만대군과 싸워서 끝내 이겼습니다.
지금은 우리에게 어뢰정이라는 좋은 전투함정이 있고 용감한 해병들이 있는데 어째서 조국의 바다에 기여든 침략선들을 보고만 있겠습니까. 우리 해병들이 정치사상적으로 철저히 준비된 조건에서 전술만 잘 쓰면 미제기동분함대와 싸워 얼마든지 이길수 있습니다.
동무들은 승리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이번 해상전투를 잘 조직진행하여야 하겠습니다.》
한일무와 홍동철은 동시에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알았습니다!》
《신심이 중요합니다.
기지장동무, 기지에 돌아가면 전투임무를 주기에 앞서 정대장에게 네척의 어뢰정으로 적기동분함대를 까부실수 있는가를 먼저 물어보시오. 나는 그 동무가 까부실수 있다는 신심에 넘친 대답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크나큰 기대와 믿음에 넘쳐 이렇게 말씀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지시봉을 드시고 작전수역을 가리키시였다.
《정찰자료에 의하면 적함들이 낮에는 이 수역을 돌아치며 함포사격을 하다가 밤에는 묵호항앞의 묘박지에 정박한다고 하는데 동무들의 타산대로 이때 불의에 타격하면 효과가 클겁니다. 지금 적기동분함대는 우리 해군이 저들과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방심하고있을겁니다. 이게 바로 허장성세하는 놈들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어뢰정대의 주타격대상은 분함대의 기함인 〈볼티모〉호입니다. 자그마한 어뢰정으로 적중순양함과 같은 큰 함선을 타격하자면 근거리전을 해야 합니다. 놈들과 함선척수가 엇비슷한 조건에서 어뢰정대는 기묘하고 령활하게 유인기동을 하며 쏘구역을 뚫고들어가 〈볼티모〉호에 화력을 집중하여 반드시 격침시켜야 합니다.
기지장동무가 어뢰정대장에게 이런 방향에서 전투임무를 구체적으로 주어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정찰국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중순양함 〈볼티모〉호는 갑오농민전쟁때도 우리 나라 인천항에 기여든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배는 태평양전쟁때 미해군의 기함이였습니다.
〈대통령〉이나 해군작전부장이 전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결국 〈볼티모〉호는 미국을 상징하는 함선인셈입니다. 우리 어뢰정대가 〈볼티모〉호를 격침시키는것은 군사적으로뿐만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커다란 의의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가 네척의 어뢰정으로 미기동분함대를 족치면 미제침략자들과의 판가리결전을 앞둔 우리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에게 승리의 신심과 용기를 안겨주고 세계해전사에 아직 없는 기적을 창조하게 됩니다.》
미제침략자들과의 본격적인 싸움을 앞두고 진행할 해상전투의 의의에 대하여 각별히 강조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뢰정대의 문화부정대장이 누구인가고 물으시였다.
《리학섭이라구 중앙당학교를 졸업한 유능한 정치일군입니다.》
《음, 그런 동무가 정대장의 곁에 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 동무에게 해병들을 원쑤와의 결사전에로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상동원사업을 잘하라고 하시오. 그리고 비밀보장을 위해 어뢰정들이 전투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무선전파를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시오.》
《알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번 해상전투와 관련하여 제2어뢰정대에 내리는 자신의 명령문에 활달하신 필체로 수표를 하시였다.
《이 명령문은 어뢰정대가 속초항으로 이동한 다음 해상전투에 나가기 앞서 기지장동무가 전체 정대원들에게 직접 전달하시오.》
홍동철은 그이께서 주신 명령문을 작전가방에 정히 간수하고 삼가 작별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가만, 동무들에게 한가지 기쁜 소식을 알려주겠소.》
기쁜 소식이라니?!
한일무와 홍동철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듯 한 그 말씀에 다소 어리둥절해졌다.
《이제 곧 신문과 방송으로 공화국영웅칭호제정에 관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발표될거요.》
그 말씀이 쿵! 가슴을 쳤다.
몹시 긴장되였던 홍동철과 한일무의 가슴은 바다처럼 급작스레 뒤설레였다. 솟구치는 감격과 흥분을 누를수가 없었다.
공화국영웅칭호의 제정!
이것은 조국해방전쟁에서 날에 날마다 세상을 놀래우는 위훈을 떨치고있는 인민군대의 전체 장병들에 대한 위대한 령장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가 담겨진 조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믿음에 넘치신 눈길로 두 지휘관을 바라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럼 잘 싸우시오. 나는 해군에서 공화국의 첫 영웅들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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