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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무중장은 해군사령부에 올라온 제2어뢰정대의 원항해타격훈련안을 놓고 흡진갑진하다가 정박장을 습격하라는 조건부를 내대고 마지못해 승인해주었다.
그러고나니 명색이 해군사령관인 자기가 동해에서 멀리 떨어진 평양에 그냥 앉아있을 체면이 없게 되였다.
어뢰정이 다 합쳐야 다섯손가락안에 들지만 어쨌든 갓 창설된 인민해군의 주타격력량이였다. 하기에 어뢰정대가 하는 원항해타격훈련은 자기가 응당 주관해야 했다. 그는 이 훈련을 어뢰정대와 청진기지와의 쌍방훈련으로 폭을 넓히기로 작정하고 즉시 청진기지에 내려갔다.
승용차가 군항에 들어서자 기지장과 해군군관학교 교장이 영접보고를 했다.
차에서 내린 한일무는 영접보고를 받자마자 별안간 두눈을 부릅뜨며 벼락치듯 목청껏 웨쳤다.
《폭풍!―》
그의 입에서 진짜 폭풍이 터져나오는것 같았다.
해군사령관이 내려와서 직접 전투경보를 내리기는 처음이였다.
청진기지와 해군군관학교는 즉시에 발칵 뒤집혀졌다. 배고동이 울고 뗑뗑 종치는 소리도 났다.
전투장구류를 착용한 해병들과 해군군관학교 교직원, 학생들이 부리나케 전투초소를 차지했다.
한일무는 기지장을 뒤에 달고 그 길로 정박장초소에 올라갔다.
군항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나지막한 산봉우리에 있는 정박장초소도 게양대에 전투경보기발을 올리고 전투대기근무에 들어갔다.
한일무는 초소장에게서 쌍안경을 받아들고 해상을 둘러보았다.
앞이 탁 트이여서 멀리서 항해하는 배들까지 다 바라보였다.
《초소장동무, 오늘부터 닷새어간에 원산기지에서 떠난 어뢰정대가 청진기지를 습격하게 되오.
눈을 밝히고 귀를 바싹 강구고있다가 어뢰정들이 나타나면 즉시 신호탄을 쏘고 고동을 울리오.》
입대하여 처음으로 해군사령관을 만났고 그에게서 직접 임무를 받게 된 애젊은 소위는 바싹 긴장해서 챙챙한 목소리로 패기있게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동무가 어뢰정을 먼저 발견하고 신호를 하면 표창으로 즉시 중위의 군사칭호를 수여하겠소.
그러나 군항에 돌입하는 어뢰정을 제때에 발견하지 못하면 처벌을 주겠소. 알겠나?》
한일무는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들게 초소장을 닦아세우고나서 해안가에 틀고앉은 해안포중대로 갔다.
위장그물을 씌운 포좌지들에서 57미리해안포 다섯문이 당장이라도 포성을 울릴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있었다. 감시소에는 장독아가리보다 더 큰 탐조등이 두개나 설치되였는데 그것만 켜면 항입구가 대낮처럼 밝아진다고 했다.
중대장 리대훈은 어뢰정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즉시 집중포화를 들씌워 모두 침몰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중위,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건 훈련이야. 어뢰정을 발견하면 공중에 대고 신호탄을 한발 쏘라구. 그러면 동무네가 어뢰정들을 다 까부신거로 평가하겠소.》
한일무가 이렇게 말했지만 승벽에 몸이 와짝 달아오른 젊은 중위는 쌍방훈련인데 위협사격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어뢰정을 탄답시고 우쭐해서 해안포병들을 하찮게 여기는 그 친구들을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쌀내우자는것이였다. 눈찌가 만만치 않은 중위가 윽윽 벼르는 소리를 들으니 자칫하다간 큰일이 날것 같아서 한일무는 닁큼 뛰였다.
《위협사격은 절대로 안돼!
만약 어뢰정을 한척이라도 상하게 하면 중대장을 당장 군사재판에 넘겨 총살하겠어. 재삼 강조하는데 어뢰정들을 발견하면 신호탄을 쏘라. 알겠는가?》
리대훈은 입을 실룩거리더니 마지못해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한일무는 통신소와 수로대를 비롯한 직속구분대들을 돌아보고나서 마감으로 해군군관학교에 갔다.
해군군관학교 학생들은 전투복장을 하고 운동장에 렬을 지어서서 전투명령을 기다리고있었다.
한일무는 정치부교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조국에 개선하실 때 맞이해드리는 영광을 지닌 그는 그날 낯을 익힌 조정철에게 각별한 호감을 가지고있었다.
《정치부교장동무, 해군군관학교의 해상실습선들은 〈적〉 대형함선집단으로서 이번 훈련에서 어뢰정대의 기본타격대상입니다. 정신을 바싹 차리고있다가 선손을 써야지 자칫하면 제자들한테 되게 얻어맞고 망신을 할수 있소.》
조정철은 위험을 느끼고 긴장해질 대신 오히려 희소식에 접한듯 얼굴이 환해졌다.
김군옥을 비롯한 사랑하는 제자들이 보고싶었고 그들이 몰고오는 어뢰정도 보고싶었다.
작년 가을 졸업식이 진행된 다음날 군옥이네가 전투함정들을 몰고 원산기지로 떠나가자 그는 어찌도 서운하고 아쉬운지 마치 자기의 한쪽팔다리가 뚝 떨어져나간듯 한 심정이였다.
자기도 그들과 함께 함정을 타고 원산해군기지로 가고싶었다. 그곳은 수상보안간부학교시절에 정을 흠뻑 들인 곳이여서 못 잊을 고향처럼 못 견디게 그리웠다. 그래서 그는 청진기지군의소에 배치된 김정인이 원산기지로 보내달라고 간청하자 선뜻 그렇게 해준것이였다.
《난 어뢰정대가 어서빨리 들이닥쳐서 우리 실습선들을 통쾌하게 때리는걸 보고싶습니다.》
조정철이 솔직한 심정을 터놓자 한일무는 어이없어했다.
《정치부교장동문 〈적〉들편인가요? 어뢰정대와 청진기지는 이 시각부터 쌍방훈련에 들어갔단 말이요.》
《어쨌든 난 어뢰정대가 보고싶어서 못 견딜 지경입니다. 다리만 온전하면 난 이제라도 어뢰정을 타겠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출항식때 말씀하신바와 같이 어뢰정이야말로 사내들이 젊었을 때 한번 타고 싸워볼만 하지요.》
한일무는 상대방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됐지만 그런 감정이 자칫하면 훈련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다시금 단단히 못을 박았다.
《정치부교장동무, 해상감시를 등한히 하다가 〈적〉의 습격을 받으면 동기훈련총화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는걸 명심하시오.》
조정철은 그제서야 신중한 기색을 지었다.
《그렇다면 어뢰정대와 맞서봐야지요.》
한일무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두눈을 끔벅거렸다.
《그 친구들이 아주 우쭐해서 륙상구분대를 하찮게 여긴다는데 이번에 단단히 혼쌀을 내서 버릇을 가르쳐주기요.》
《알았습니다. 강평은 누가 섭니까?》
《나요. 때문에 난 청진기지편도 어뢰정대편도 아니요.》
한일무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심은 달랐다.
청진기지는 해군사령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에 그는 기지가 《적》들의 습격을 받는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이 기회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원산기지장과 어뢰정대장에게 골탕을 먹여주고싶었다.
한일무는 기지에 올 때마다 사용하는 사무실과 침실이 있었다. 그러나 습격대상인 실습함선 제2특무정에 거처를 정하고 쌍방훈련을 강평하기로 했다.
제2특무정은 남조선괴뢰해군의 함선인데 작년에 의거입북해왔다.
이튿날에도 어뢰정들은 얼씬하지 않았다.
타산해보면 원산기지에서 떠난 어뢰정들이 지금쯤은 청진기지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였다. 그는 등이 달아서 무전으로 원산기지장을 호출했다.
어뢰정대가 언제 출발했는가? 라는 물음에 그것은 알려줄수 없다는 건방진 답전이 왔다. 어째서 알려줄수 없느냐고 재차 물으니 군사비밀이기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이게 해군사령관에게 하는 기지장의 대답이란 말인가?
한일무는 성이 독같이 났지만 꾹 참았다.
다음날도 온종일 어뢰정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뭐야? 항해도중에 사고가 난게 아닐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안절부절하던 그는 다시 무전으로 원산기지장을 호출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엔 응답조차 없었다.
이거 정말 무슨 일이 생긴가부다.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갈마들어 도저히 진정할수가 없었다.
《정치부교장동무, 심상치 않소. 실습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보기요.》
조정철은 배포유한 어조로 아직 하루가 남아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이거야 어디 속이 달아서 앉아있을수 있소?
난 속성교육을 받은 그 햇내기들을 도대체 믿을수 없소. 어뢰정 한척 값이면 큰 공장을 하나 들여올수 있단 말이요. 사고가 나면 정말 야단이요.》
바글바글 끓어대는 해군사령관을 바라보며 조정철은 소리없이 웃었다.
《이럴 땐 기분을 전환해야 합니다. 우린 예술경연에 내놓을 작품들을 마감단계에서 완성하는중인데 좀 봐주십시오.》
한일무는 벌컥 화를 냈다.
《여보, 언제 한가하게 써클구경을 하게 됐소?
난 지금 바늘방석에 앉은 심정이요. 아무래도 안되겠소. 속시원히 바다에 나가봅시다.》
실습선은 곧 출항했다.
군항을 벗어나자마자 지그자그로 항해하면서 해상을 샅샅이 훑었다. 한일무와 조정철은 해풍이 세찬 감시대에 올라가 쌍안경으로 사위를 둘러보았다. 해무가 껴서 시정이 나빴다. 그러나 1마일내에서 고기잡이를 하거나 짐을 실어나르는 배들은 대체로 가려볼수 있었다. 배들이 다 형편없이 속도가 떠서 그저 파도우에서 흥떡이는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눈을 밝혀도 어뢰정은 그림자도 없었고 고속기관의 발동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북동풍이 세차게 불었다. 비교적 얌전하던 바다는 별안간 사납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실습선은 연해연방 밀려오는 세찬 파도에 떠밀려 허공중에 떠올랐다가는 위태롭게 곤두박히고 다시 가까스로 배머리를 추켜들군 했다.
이처럼 바다모양까지 급격히 사나와지니 한일무는 더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실습선의 기관상태가 좋지 않았다.
날바다우에서 기관이 꺼지면 난사다. 하는수없이 실습선은 군항으로 배머리를 돌렸다. 군항입구에 들어서는데 해안포중대의 감시소에서 탐조등의 강한 빛줄기가 뿜어나왔다.
감시대에 있던 갑판장이 그쪽에 대고 불빛신호를 보냈다. 아군임이 확인되자 탐조등빛이 즉시 꺼졌다. 입항하고나니 밤이 퍽 깊었다.
며칠동안 초긴장속에 보낸데다가 오래간만에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던 한일무는 기관실에 들어가 기관정비를 하는걸 지켜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침실로 갔다. 기관정비가 끝나면 즉시 출항해야 했다. 눈을 부릅뜨고 해상시계를 지켜보던 그는 저도 모르게 굳잠에 곯아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누군가 자기를 다급히 찾는 소리에 그는 잠에서 깨여났다.
침실에 뛰여든 군관은 조정철이였다.
《어서 일어나시오! 저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겨우 상반신을 일으킨채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던 한일무는 흠칠 놀라며 굳어졌다.
꽈릉! 꽈릉!
우뢰처럼 요란한 그 소리에 군항이 통채로 뒤흔들리는듯싶다.
《이… 이게 뭐요?》
《어뢰정대가 벌써 기지를 들이쳤습니다.》
《뭐라구?!》
한일무는 튕기듯 뛰쳐일어나 헤덤벼치며 부랴부랴 사다리를 타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짙은 어둠속에서 사령탑 좌우에 푸른색등과 붉은색등을 켠 어뢰정들이 사나운 맹수들처럼 포효하며 살기등등해서 항만이 좁다하게 빙빙 돌고있었다.
고속기관의 추진기들이 힘껏 비틀어서 차올린 물기둥은 무너지면서 넘실넘실 파도쳐밀려와 실습선을 당장 뒤집어놓을듯 심술스레 마구 흔들었다. 부두의 배말뚝에 매놓은 팔뚝처럼 굵은 실습선의 계류바줄이 팽팽히 당겨져서 당장 끊어질듯 부르르 떨다가 맥이 풀린듯 축 늦추어지고 다시 팽팽 당겨지군 했다. 실습선승무원들은 해일처럼 들이치는 파도에 배가 부두에 부딪쳐 깨질가봐 예비방현구를 들이대고 삿대로 밀면서 이런 경우 배군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아부재기를 치며 고래고래 쌍욕을 퍼부었다.
《야! 그만 멈춰서라! 우리 배가 깨지겠어.》
《이거 남의 군항에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겠어?》
어뢰정대의 기관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귀가 다 멍멍해졌다.
이럴수가 있나?
눈앞의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한일무는 몇번이고 눈을 비비며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나 군항안에 들어와 파도를 일으키며 기세등등해서 돌아치는건 어뢰정들이 분명했다. 파도가 어찌도 세찬지 구태여 어뢰를 쏘지 않아도 부두에 붙어있는 배들은 서로 부딪쳐 산산쪼각이 날판이였다.
그는 다급히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나 해군사령관이다! 어뢰정대장, 대답하라!》
저쪽에서 기다리고있었던지 즉시 대답했다.
《나 어뢰정대장이다! 정박장습격을 방금 끝냈다.》
한일무는 곁에 서있는 조정철이 흐뭇하게 웃는것을 잔뜩 찡그린 눈으로 흘겨보았다.
김군옥은 확성기로 군항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자랑차게 웨쳤다.
《전투가 끝났으니 우린 돌아가겠다!》
조정철이 다급히 어뢰정대를 그냥 돌려보내면 안된다고 권고했다.
한일무도 그들을 만나보고싶었다.
그들이 어떻게 돼서 해안포중대의 감시소와 정박장초소가 알지 못하게 군항에 들어왔는지 알아보아야 했다. 장기항해를 한 어뢰정들을 정비하고 승무원들이 피로를 풀게 해야 했다.
《돌아가지 말고 3호부두에 계류하라!》
《알았다!》
어뢰정들은 속도가 매우 빠르기때문에 입출항을 하는게 헐치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충돌사고가 난다. 입출항을 할 때는 정장들의 대담하고 능숙한 지휘에 승무원들의 기민하고 숙련된 동작이 안받침되여야 했다. 입출항을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도 그 함정의 전투력을 평가할수 있다.
한일무와 조정철은 바싹 긴장해서 숨을 죽이고 어뢰정대의 계류장면을 지켜보았다.
파도가 세차고 캄캄해서 조건은 매우 불리했다.
정대장의 지휘에 따라 먼저 25호정이 계류장소를 탐조등으로 비치며 기관공회전을 하고 타력으로 3호부두에 접근하더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서서 련락삭을 던졌다. 그들이 련락삭에 달아보낸 계류바줄의 올가미를 부두의 배말뚝에 걸고 영차영차 바줄을 당기는데 뒤따라 24호정이 타력으로 미끄러져들어왔다. 이렇게 어뢰정 다섯척이 자석에 쇠붙이가 달라붙듯이 횡대로 착착 계류하는데 그 솜씨가 과연 놀라왔다.
배 한척이 무사히 계류할 때마다 조정철은 너무 기뻐 주먹으로 허공을 찌르며 소리치군 했다.
《좋다! 잘한다!》
한일무도 흡족해서 깊이 패였던 미간의 주름살을 쭉 펴며 소리없이 웃었다.
서둘러 실습선에서 내린 그들은 떠들썩한 3호부두로 갔다.
김군옥은 파도에 젖은 항해복차림으로 달려나와 거수경례를 했다.
《중장동지, 제2어뢰정대는…》
《수고했소!》
한일무는 보고를 채 듣지 않고 젊은 정대장의 어깨를 툭 치며 못내 궁금해서 성급히 물었다.
《여보! 어떻게 감쪽같이 들어왔나? 도깨비감투라도 썼댔나?》
김군옥은 마스트밑에 둘둘 말아서 묶어놓은 자작 만든 돛을 가리켰다.
《예, 저게 바로 도깨비감투입니다.》
사연을 알게 된 한일무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그거 과연 묘안이요! 어뢰정들이 돛을 달고 들어올줄이야 누가 감히 예상할수 있었겠소. 해안포중대장이 동무네를 모조리 까부시겠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웬걸, 이젠 입두 못 벌리게 됐소.》
요구성이 높고 칭찬에 린색하기로 소문난 그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조정철은 칭찬을 받는 당사자들보다 더 흡족했다.
《해군사령관동지, 속성교육을 해서 내보낸 우리 해군군관학교 졸업생들이 어떻습니까?》
《정말 괜찮소. 해군대학을 나온 사람들보다 낫소. 그런데 승선지도는 누가 했소?》
《작전과장동지입니다.》
어느 구석에 서있던 한백천상좌가 이제야 스적스적 다가와 거수경례를 했는데 그의 거동엔 활기가 없었다.
《상좌동무, 수고했소. 닻을 올릴 묘안을 동무가 내놓았겠지?》
해군사령관의 기대어린 물음에 한백천은 몹시 당황해했다.
《아, 아닙니다.》
《왜 그러오? 기분이 좋지 않은것 같구만.》
한백천은 대답대신 짤막한 한숨을 내쉬였다.
한일무는 그의 복잡한 심정이 다소나마 리해되기에 이따가 따로 만나 회포를 나누자고 귀띔했다. 그러고나서 정대장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모두 수고했으니 이틀동안 푹 쉬면서 항해후정비를 깐깐히 하고 출항하도록 하오.》
그날 해군군관학교 군인회관에서는 어뢰정대의 훈련성과를 축하하는 예술소조공연이 진행되였다.
례복차림을 한 조정철대좌가 합창대앞으로 나와 관람자들에게 정중히 거수경례를 했다.
《기묘하고 대담한 전법으로 원항해타격훈련에서 높은 성과를 거둠으로써 동기훈련의 마감을 빛나게 장식한 제2어뢰정대를 열렬히 축하합니다!》
교직원, 학생들이 꽉 들어찬 관람석에서는 수천수만마리의 바다새들이 일제히 나래쳐오르듯이 우렁찬 박수갈채가 일어번졌다.
초대석에 앉은 어뢰정대원들은 이 과분한 축하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김군옥은 항일투사이며 스승인 정치부교장이 직접 무대에 나와 감동적인 축하연설을 해주니 고맙고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위대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높이 받들고 전투정치훈련을 힘있게 벌려 천리동해에 모교의 영예를 유감없이 떨치고있는 제2어뢰정대원들을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며 힘과 용기를 얻고있습니다.
그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막될 예술경연무대에 올리기 위해 우리들이 준비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처음으로 합창 〈김일성장군의 노래〉.》
조정철은 합창대앞으로 홱 돌아서면서 팔소매안에 넣었던 지휘봉을 꺼내들었다.
그가 지휘봉을 휘젓자 악사석에서 취주악의 전주곡이 장중히 울려나왔다.
합창대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우에
력력히 비쳐주는 거룩한 자욱
아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장군
장내엔 감격과 흥분이 차넘쳤다.
김군옥의 눈앞에는 어뢰정21호의 사령탑에 몸소 오르셨던 위대한 장군님의 영상이 우렷이 안겨왔다.
휘두르는 장검인양 세찬 파도의 정수리를 쩡쩡 후려치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어뢰정, 물보라가 날아드는 사령탑에 거연히 서시여 해병들에게 신심과 용기를 안겨주시던 강철의 령장 그이께서 허물없이 입으셨던 항해복이 눈에 삼삼 떠오르며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주는것이였다.
아, 그 이름도 그리운 김일성장군님을 언제면, 그 언제면 또다시 어뢰정에 모시게 될것인가? 경애하는 그이께 우리 언제면 승리의 보고를 드릴수 있을것인가?
그는 이런 생각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지금 열정적으로 합창을 지휘하는 정치부교장에게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위대한 장군님을 따라 혈전만리를 헤치며 장백산 줄기줄기에, 압록강 굽이굽이에 피어린 자욱을 찍은 항일투사가 합창을 지휘하니 더 감동이 컸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소리가 강당을 진감했다.
합창대는 계속하여 씩씩하게 팔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해군행진곡》을 불렀다.
장군님품속에서 태여난 함대
내 조국 지켜가는 불패의 함대
백두산천지에서 닻을 올리고
제주도 한끝까지 폭풍쳐간다
듣기만 해도 심장의 피가 펄펄 끓어오르고 어깨엔 나래가 돋쳐 펄럭이는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합창에 맞추어 박자를 치며 상반신을 들썩이는 그에게 곁에 앉은 리학섭이 귀띔했다.
《저 노래는 정치부교장동지가 학생들과 함께 집체적인 지혜를 모아 가사를 쓰고 곡도 붙였다고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오?》
리학섭은 그저 빙그레 웃었다.
합창에 이어 경음악과 무용, 독창, 제창 등 작품들이 련속 무대에 올랐다.
마감으로 1막 2경으로 된 연극까지 나오니 김군옥은 어마지두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남조선괴뢰해군소속이였던 제2특무정이 의거입북하게 된 경위를 주제로 한 연극은 악질장교들과 사병들간에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계급적모순과 갈등을 첨예한 대립과 투쟁을 통하여 생활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김일성장군님의 현명한 령도밑에 행복이 꽃펴나는 공화국북반부를 동경하며 그 과정에 폭동을 일으켜 악질장교들을 처단하고 북으로 배길을 돌리는 사병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였다.
부두에 돌아온 정대원들은 예술공연을 본 흥분이 사라지지 않아서 감상을 토로하느라 떠들썩했다.
《정말 멋진 공연이요.》
《련습을 얼마나 했는지 전문예술인들 못지 않더구만.》
《해군군관학교는 예술경연에서 단연 1등을 하게 될거요.》
오락조장인 박원협이 나서서 소리쳤다.
《남들이 준비한 공연을 보고 감탄만 할텐가?
자! 우리도 노래를 불러보자구.》
그의 선창에 따라 오락회때마다 지정곡처럼 즐겨부르던 《승리의 5월》을 모두 불렀다.
웬일인지 오늘따라 이 노래가 마음에 그닥 차지 않았다.
《이거야 로동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김도형이 불만스러워하자 곁에서들 맞장구를 쳤다. 우린 해군이니 응당 바다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것이였다. 헌데 정작 그러자니 별로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제노라는 어뢰정대원들이 해녀나 양식공처녀들처럼 《해당화》를 부를수야 없지 않는가.
《동무들, 우리도 해군군관학교 교직원, 학생들처럼 〈해군행진곡〉을 부르기요. 그 노래가 정말 씩씩하고 기백이 있더구만.》
정대장의 제기에 모두들 쌍수를 들어 찬성했다.
그런데 정작 부르자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서로 마주보기만 했다.
오락회책임자노라고 앞에 나선 박원협이도 선창을 떼지 못하고 모래불에 밀려나온 도미처럼 입만 벌름거렸다.
리학섭이 그를 달구어댔다.
《박동무! 빨리 해군군관학교에 가서 그 노래를 배워오든가 가사와 악보라도 베껴가지고 오라구, 어서!》
《예.》
해군군관학교로 꽁지에 불이 달린듯 냅다 달려가던 박원협은 일이 될세라 도중에 밥국통을 든 여러명의 학생들과 함께 오는 정치부교장을 만났다. 그는 신바람이 나서 춤을 추며 되돌아왔다.
어뢰정대원들은 고맙게도 어죽까지 쒀가지고 찾아온 조정철을 와! 에워싸고 《해군행진곡》을 배워달라고 졸라댔다.
조정철은 싱글벙글 웃으며 기꺼이 동의했다.
《좋소! 배워주지. 그럼 내가 먼저 한 소절씩 부르면 동무들은 따라부르시오.》
조정철은 부상당한 두다리를 약간 벌리고서서 한손으로 씩씩하게 박자를 치면서 성량이 아주 풍부한 맑은 목청으로 선창을 뗐다.
모두들 신이 나서 목청껏 따라불렀다. 노래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고 씩씩하게 울려퍼지는데 수평선 저 멀리에 둥근달이 소리없이 솟아올랐다.
달빛을 받은 바다는 커다란 금빛물고기처럼 번쩍거렸다. 서늘한 해풍이 불어왔다. 해풍을 타고 전마선 한척이 삐걱삐걱 노젓는 소리를 내며 3호부두로 미끄러져왔다.
부두에 있는 어뢰정대원들은 모두 노래를 배우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맨 바깥쪽에 계류한 21호정갑판에서 감시근무를 서던 위생지도원 오익섭이 전마선을 발견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섯! 누구야?》
전마선에서 누군가 천연스레 응대했다.
《나야, 나!》
《섯! 쏜다!》
경고를 한다기보다는 엄포를 놓는 그 소리에 모두들 노래를 중단하고 전마선이 오는쪽을 일제히 바라보았다.
상대방은 모욕이라도 느낀듯이 화를 내며 두덜거렸다.
《젠장! 친구들! 이젠 내 목소리까지 잊어버렸나? 나 리대훈이야!》
김군옥은 너무도 반가와서 렬을 지어 계류한 어뢰정들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21호정갑판에 뛰여들었다.
《여! 대훈이!》
《군옥이!》
21호정 현측에 솜씨있게 전마선을 댄 리대훈은 재빨리 갑판으로 기여올라왔다.
두 친구는 와락 그러안고 뿜어넘치는 반가움을 억제할수 없어 서로 상대방을 들어올리려고 했다. 역시 동창생들인 정장들과 기관장들이 우르르 달려와 리대훈을 그러안거나 주먹으로 툭툭 치기도 했다.
주고받는 상봉인사가 거칠고 완력적이여서 몸이 약한 사람은 나자빠질 지경이였다.
《내 이번에 자네들을 본때나게 두들겨패려고 벼르었는데 그만 놓쳐버렸거던. 돛을 달고 살며시 군항으로 들어가는걸 발견하지 못했단 말이야.》
리대훈은 그게 분하고 아쉬워서 실실했다.
《하여간 우리 해안포가 졌어. 배상금을 가져왔으니 사양말고 받아주게.》
전마선에 남아있던 두 병사가 철띠를 단단히 두른 아름드리목통을 바줄로 매서 올려보냈다.
목통이 꽤나 무거워서 혼자서는 다룰수 없었다.
《이게 뭔가?》
《고래고기야.》
탐조등을 비치게 하고 뚜껑을 여니 손바닥만큼씩 잘라서 염장한 기름진 고래고기가 가득차있었다. 껍질이 시꺼멓고 비게가 두껍게 붙은게 얼핏 보기엔 검은 돼지고기같았다.
《이걸 어디서 났나?》
호기심이 어린 김군옥의 물음에 리대훈은 뽐내듯이 대답했다.
《보름전에 말일세. 우리 감시소에서 군항으로 들어오는 적잠수함을 발견했지. 감시근무성원들이 비상신호를 울리며 법석 떠들기에 나가보니 잠수함이 아니라 이 어뢰정만 한 고래였단 말이요.》
《그래서?》
《난 이거 마침이다 하고 기지참모부에 제기하여 류동목표에 대한 실탄사격훈련을 했소.
1포순서로 쐈는데 3포가 명중시켰소. 포탄에 얻어맞은 고래가 바다물이 시뻘겋게 피를 흘리며 도망친다는게 해안포진지앞으로 곧추 들어오더구만. 아깝게도 잘생긴 놈이였어.
범도 잡고보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더니 아닌게 아니라 그런 멋쟁이를 잡고나니 아쉽더구만. 이거야말로 벼락맞은 소고기나 같은지라 기지에 있는 각 구분대들이 저마다 전마선을 타고 모여들어 고기덩이를 베여냈는데 그 작업이 주야간 사흘이나 걸렸네.
저울에 달아보니 총무게가 열다섯톤이 넘었어.》
모두들 입을 하 벌리고 혀를 내둘렀다.
《우리 해안포중대엔 이런 재미가 가끔 있다네.
참, 여보게 서해친구, 기뻐하게.》
리대훈이가 자기를 서해친구라고 부르며 무작정 기뻐하라니 김군옥은 어리둥절해졌다.
《나 인차 남포기지로 갈것 같네. 거기에도 해안포구분대가 새로 나오거던.》
수상보안대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서해요, 남포요 하는 소리를 들으니 김군옥은 고향바다가의 파도소리를 들은듯 무등 반가왔다.
《참, 그 친구 잘 있나? 동해친구 말이야.》
《고준무 말인가?》
《응, 그 친구 학교땐 제가 동해출신이라고 꽤나 으시댔지. 〈뽀쬼낀〉선생도 잘 있나?》
《승선지도로 함께 왔네. 해군사령관동지를 만나러 갔는데 이제 오시겠지.》
함선호각소리가 명랑하게 울렸다.
직일관인 김도형이 소리쳤다.
《정대장동지, 어서 손님들을 데리고오십시오. 저녁식사시간이 두시간이나 지났습니다.》
그 말을 듣고나니 배가 출출했다.
《대훈이, 함께 식사나 하기요.》
《아니, 우린 이미 했소.》
《어서 가자구. 해군군관학교 정치부교장동지도 오셨소. 함선승무원들의 솜씨가 어떤지 한번 맛을 보라구.》
부두를 식탁삼아 길게 차려놓은 저녁식사는 과연 잔치상에 못지 않았다.
소고기장졸임, 청어찜, 무우오가리절임, 절인 게, 운단 등은 군관가족들이 성의껏 마련해준 반찬이고 고소한 김이 문문 나는 어죽은 조정철이 학생들과 함께 가져온것이였다.
바람은 선들선들 불어오고 잔파도는 가락맞게 배전을 치고 달빛은 유정하게 흘러내린다.
천렵놀이를 하는 기분으로 모두 즐겁게 식사를 하는데 부두입구쪽에서 누군가 춤을 추듯이 비칠거리며 갈지자로 걸어왔다. 그러다가 턱 멈춰서더니 손가락질을 했다.
《여! 동무네 거기서 뭘해?》
목소리를 들으니 거나해서 트집을 잡듯이 소래기를 치는건 작전과장이였다.
모두들 깜짝 놀라 식사를 멈추고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부두에 두줄로 주런이 마주앉은 그들을 잠시 지켜보던 한백천은 뒤늦게야 식사중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언성을 낮추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음, 식사를 하고있군. 많이들 드오.
난 말이요, 평양으로 떠나는 해군사령관동지를 바래주고오는 길이요. 에― 중장동지는 동무들이 정박장타격훈련을 아주 잘했다고 대단히 기뻐하셨소.》
한백천은 누가 밀치기라도 한듯 위태롭게 비틀거리더니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았다.
《그래서 말이요, 중장동지는 동무들에게 축배를 부어주겠다고 여기에 찾아왔더랬소. 거 있잖소. 모스꼬브스까야말이야.
쏘련의 유명한 워드까를 부어주겠다고 해군사령관동지가 직접 찾아왔댔는데 동무넨 없더구만. 무슨 써클구경인지 뭔지 하러 갔댔다면서?
엥이! 동무넨 참 아까운 기회를 놓쳤소.
그러니 어쩌겠소. 동무네 대신에 아니, 어뢰정대를 대표하여 내가 마셨지.》
한백천은 또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자 비틀거리다가 배말뚝에 주저앉았다. 해군복을 입은 사람이 배말뚝에 앉는건 몰상식한 행동이지만 그는 그런것을 념두에 둘 형편이 못되였다.
《해군사령관동지와 나는 동무네 나이때 발뜨함대와 태평양함대에서 복무했소. 우린 전투함 〈뽀쬼낀〉도 순양함 〈아브로라〉도 다 구경했단 말이요. 그때 우린 세계혁명을 수행했소.》
김군옥은 일어나 장광설을 늘어놓는 그에게 다가갔다.
《상좌동지, 함께 식사합시다.》
한백천은 세차게 도리질을 했다.
《싫소! 난 먹고왔소. 오래간만에 흘레브에 빠다를 발라서 맛있게 먹었지. 동무넨 지금 뭘 먹고있소?》
《어죽입니다.》
《어죽은 어디서 났소?》
《정치부교장동지가 가져왔습니다.》
한백천은 흠칠 놀라더니 비틀거리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정치부교장이 어디에 있소? 어디에?》
김군옥은 그를 조정철의 곁으로 부축해갔다.
조정철은 자기앞에 다가온 한백천을 말없이 바라보는데 눈초리가 여간만 엄하지 않았다.
그 눈길을 피하려고 애를 쓰던 한백천은 고개를 푹 떨구며 한숨을 쉬였다.
조정철은 나직하나 엄하게 물었다.
《취했소?》
한백천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몸을 가까스로 바로잡으며 주눅이 든 어조로 공손히 대답했다.
《예, 오래간만에 마시다나니…》
《그럼 해도실에 들어가 좀 누워있소.》
한백천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김군옥의 부축을 받으며 어뢰정의 지휘소에 올라가 망홀안으로 들어갔다.
조정철은 그제서야 엄한 기색을 풀며 정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자, 어서 듭시다.》
흥은 이미 깨여진지라 모두들 묵묵히 수저를 놀렸다.
조정철은 식사가 끝나자 젊은 정대장과 함께 조용한 부두끝에 나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정인준의는 잘 있소?》
《예, 그 동문 이번에 원항해타격훈련에 참가하려다가 퇴박을 맞았습니다.》
조정철은 녀장부의 모습을 대견하게 그려보며 빙그레 웃었다.
《정말 괜찮은 처녀야. 훈련을 앞두고 어뢰정마스트에 돛을 달자는 묘안도 정인준의가 내놓은거라지?》
정치부교장이 이렇게 묻는걸 보니 문화부정대장이 그런 말을 한것 같았다.
《아닙니다, 그건 문화부정대장이 발기한거지요.》
《음, 그 동무를 만나보니 정말 진국이더구만.》
김군옥은 자랑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 다방면적으로 준비된 일군입니다. 제가 많은 도움을 받고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훈련도 문화부정대장동무가 적극 지지해주어서 성사된것입니다.》
조정철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음, 지휘관과 정치일군은 그렇게 보조를 맞추고 배합작전을 잘해야지. 그런데 혹시 동무가 훈련일면에만 치우치면서 문화사업은 등한히 하는게 아닌가?》
김군옥은 그러지 않아도 해군군관학교에서 준비한 예술공연을 보고 생각이 많았던지라 자책감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정대장동무, 문화사업은 군인들을 정치사상적으로 튼튼히 준비시키며 고상하고 풍만한 정서와 혁명적락관을 안겨주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요. 이 사업을 등한히 하면 정대원들을 높은 공격정신을 지닌 사상의 강자로 키울수 없소.
그래서 말이요, 최근 놈들의 북침소동으로 정세가 매우 긴장하지만 인민군적인 예술경연과 발명 및 미술경연을 조직한거요.
우린 산에서 왜놈들과 싸울 때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으며 〈한 자위단원의 운명〉과 〈피바다〉를 비롯한 연극도 공연하군 했소. 인민군대는 항일의 전통을 이어받았기때문에 훈련도 생활도 빨찌산들처럼 해야 하오.》
조정철은 심각한 자책에 잠겨 고개를 떨구고있는 젊은 정대장의 어깨를 다정히 잡았다.
《어뢰정대는 인민해군을 대표하는 중요한 전투구분대요. 그래서 당에서는 중앙당학교를 나온 일군을 문화부정대장으로 보내준거요. 정대의 쌍기둥인 동무들이 합심을 하고 협력을 해야 정대원들을 펄펄 나는 싸움군으로 키워낼수 있소. 그래야 일단 유사시 위대한 김일성장군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그 어떤 대적과 싸워도 이길수 있단 말이요.》
김군옥은 고개를 번쩍 들고 가슴을 쭉 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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