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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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여 최현의 제2분소에서 시범전술훈련이 시작되였다. 메마르고 찬 가을날이였다. 이해엔 일찍 추위가 들이닥칠듯 싶었다. 흰 구름이 뭉게뭉게 밀려오고 밀려가고 울긋불긋 단장을 한 산과 들에는 때이른 산바람이 불어치고있었다.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며 두고가는 땅에 대한 애석함을 목메여 웨쳤다. 그러나 훈련생들은 그 웨침소리에도 귀를 기울일새가 없었다. 땀을 들쓰고 불을 뿜는듯 숨을 헐썩거리며 중기관총총차를 메고 등성이를 뛰여넘고 포바퀴를 밀고 선을 늘이고 통나무를 박아 다리를 세우는가 하면 불연기가 휩쓰는 야산중턱에서 차단물을 해체하고있었다. 방금 대대의 반돌격이 시작되였다. 보병중대들이 도망치는 《적》들을 추격하여 등성이를 뛰여내리자 포병들이 말을 때려몰며 산포, 류탄포, 직사포들을 끌어냈다. 《적》들로 하여금 조직적으로 퇴각하지 못하게 그리고 유리한 계선에서 저항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하여 일부 중대는 《적》을 옆으로 앞질러가며 야산과 큰길로 병행추격을 시작하였다. 도처에서 보안간부훈련대대부에서 파견한 강평원들이 《다리파괴》 혹은 《차단물》, 《집중포사격구역》 등 정황을 주었지만 이미 있을수 있는 온갖 정황에 대처한 훈련을 진행한 보람이 있어 중대장, 소대장들은 즉시 여울목으로, 지름길로 우회하면서 《적》을 익측으로 위협하며 자기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모든 정경을 쌍안경으로 살펴보고계시였다. 특히 《적》의 퇴각종심에 있는 대상물들과 《적》의 퇴각로를 차단하는 훈련생들의 모습을 이윽토록 살피시였다. 맹장 최현의 솜씨가 력연하였다. 일반적인 군사리론에 의하면 전체 부대가 전면적으로 반공격에 이전할 때 공격이 불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화력협동을 진행하며 보조를 맞추는것을 원칙으로 하나 지금 최현은 《적》의 종심타격을 기본으로 훈련을 진행하고있는것이다. 《적》들의 포진지, 연유창, 제2제대부대들의 집결처로 구분대들을 재빨리 기동시켜 추격과 동시에 《적》의 퇴각종심을 타격하고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 《적》들에게 숨돌릴 틈을 주면 종심깊이 기동한 구분대들이 역포위될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반공격의 좌절 내지는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것이다. 오직 급속한 전개와 기동, 맹렬한 타격으로 《적》들이 정신을 차릴수 없게 해야만 하는데 최현은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타격력을 증대하고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 안길, 강건 등을 돌아보시며 반공격에 나선 구분대들의 행동에서 익측을 너무 무시한 전술적약점이 없는가고 물으시였다. 바로 그때문에 언젠가 고윤이 초보적인 전술적요구를 무시한다고 강하게 반대하던끝에 최현과 충돌하기까지 했던것이다. 김책이 대답올렸다. 《최현동문 구분대들간 보조를 맞추는 익측이 아니라 화력협동으로써의 익측보장을 기본으로 하고있다고 보아집니다.》 그는 최현의 전술적결심을 지지하고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강건에게 눈길을 옮기시였다. 안길에게 물으실 필요는 없었다. 그가 지지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반공격훈련은 달리 되였을것이다. 강건은 먼저 소리없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나서 이렇게 덧붙이였다. 《최현동무는 어제 저한테만 비밀을 대준다면서 사실 이 반공격은 장군님께서 친히 지휘하신 간삼봉전투경험을 그대로 옮겨온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김책이 《저런!》 하고 혀를 찼다. 《그런걸 난 최현동무가 아주 대담하고 묘한 전술을 발견했다구 놀랐구만.》 《엉큼하다니까.》 안길도 한마디 했다. 《간삼봉전투때 우린 없었으니 비밀에 붙일만도 하지.》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씀하시였다. 《문제는 소대장, 중대장들이 어떻게 우회와 포초를 빠른 시간내에 수행해내는가 하는데 있소. <적>들의 2제대구분대앞에 지뢰원이 있다는 정황을 주어봅시다. 거기서 우물거리면 반공격은 실패요.》 안길이 감시소의 고윤을 전화로 찾았다. 《지금 <적>들의 퇴각종심에 돌입하는 구분대가 어느 중대요?… 음… 그 동무네 공격전면은?… 알겠소. 그들앞에 10m폭의 지뢰원이 있소. 그걸 즉시 알려줄수 있소?》 고윤이 대답했다. 《제1소에서 온 통신소대장동무가 공격전방에서 제기된 문제를 수시로 보고하고있습니다. 그를 통해 변동된 정황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고윤의 보고를 들으며 그이께서는 생각하시였다. 역시 고윤은 깐깐하고 주도세밀하다. 제2분소의 반공격훈련을 손금보듯 하기 위하여, 강평원들과 직접 련계를 취하기 위하여 1소지휘부 무선전화수들까지 동원시킨것이다. 아직 매 구분대들에 통신병들이 부족한 형편에서 그것은 예견성있는 적절한 조치가 아닐수 없다. 동시에 그것은 기술병종, 전문병들을 육성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야 할 절박성도 강조해주고있다. 다시 쌍안경을 눈가에 가져가신다. 《변동된 정황》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직접 보시려는것이였다. 전투때 흔히 있을수 있는 뜻밖의 정황에서 지휘관들의 결심이 흔들리거나 주저 혹은 무모한 객기를 부리면 그 후과는 치명적이다. 《저기 누가 있소? 차단물을 해제하는 저 동무들은 몇중대요. 소대장이 누구요?》 하고 그이께서는 쌍안경을 눈에서 떼지 않은채 물으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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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삼은 통로개설임무를 받고있었다. 그들은 극도로 지쳐있었다. 여울목에서의 다리부설과 배속된 포병중대의 진출로를 여는 임무에 이어 마지막 통로개설임무에 이르기까지 무려 1시간 40분간 단 한번도 숨을 돌려보지 못했다. 말뚝을 박고 바위를 까내고 혀를 빼물지경으로 뛰고 또 뛰였다. 잔등은 화락하니 젖었고 물에 젖은 바지가랭이는 진흙으로 매닥질되여있었다. 눈을 쓰리게 하는 땀방울을 씻을 짬도 없었다. 그들이 순간이라도 멎어선다면 폭풍같은 반돌격의 기세가 숙어들기때문이였다. 그들이 한걸음 늦으면 수많은 전사들의 피가 흐르게 된다는것을 한종삼은 잘 알고있었다. 남들보다 날래지는 못해도 그는 꾸준하고 검질기고 완강했다. 철조망을 걷어내였을 때 그는 더이상 몸을 지탱해낼것 같지 못했다. 두 다리가 휘청거리고 눈앞이 뿌얘졌다. 그는 자기 앞으로 다가오는 웬 처녀의 낯선 얼굴을 꿈결에서처럼 보고있었다. 그가 뭐라고 소리쳤으나 알아듣지 못하고 입을 벌린채 헉헉 단숨만 내뿜고있었다. 놀라운 일이였다. 새 군복차림의 처녀가 난데없이 나타났는데 가죽혁띠를 꽉 졸라매고 새까만 장화까지 받쳐신고있는 그 처녀의 어깨우엔 새까만 바탕에 붉은 줄로 테를 두른 견장이 붙어있고 해빛에 반짝이는 별까지 있었다. 그것이 새로 제정된 군복이며 지금 제1소와 2소지휘부성원들에게 시범으로 착용시켰다는것을 그는 알지 못하고있었으므로 시꺼먼 손바닥으로 얼굴의 땀을 훔치며 두눈을 껌벅거렸다. 이처럼 날씬하고 단정하고 아름다운 군대처녀가 어디서 나타난것인가, 정녕 이게 꿈은 아니란 말인가?… 다음 순간 《훈련참모동지가 명령》했다는 말이 귀전을 두드렸다. 그는 펀뜩 정신을 차리며 소리쳐 물었다. 《뭐요. 이자 뭐라고 했소?》 《5분내로 지뢰원을 해제하라는 명령이예요.》 처녀도 증이 나서 소리치고있었다. 《저 앞의 개활지대에 10m폭으로 지뢰원이 막고있다지 않나요. 몇번이나 말해야 알겠어요. 소대장동무?》 《뭐, 지뢰원?… 허튼 소리요. 우리가 받은 임무엔 그런게 없었소.》 《변동된 정황이라지 않아요. 이제껏 말했는데 뭘 듣고있었어요!》 처녀가 홱 돌아서며 뒤에 선 녀성군인(그 역시 전혀 보지 못하던 군복차림이였는데 모자와 견장이 달랐다.)에게서 무선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빼앗듯 잡아채며 소리쳤다. 《지휘감시소, 나 매봉 하나, 공병소대장에게 말했으나 그는 반발한다. 어떻게 하라는가?》 그때에야 한종삼은 벌어지고있는 일을 짐작했다. 강평원들이 무시로 정황을 주던것과 마찬가지로 별나라에서 온것 같은 이 처녀 역시 새 정황과 새 임무를 전달하였던것이다. 그는 처녀군관에게서 송수화기를 나꾸채며 무작정 소리쳤다. 《알았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5분간이요!》 저쪽에서도 소리치고있다. 《아니 벌써 1분이 지났소. 4분동안 지뢰원을 해제할것. 수단과 방법을 다하시오. 제 머리로!… 시간을 놓치면 공격이 좌절된다는걸 명심하오. 알겠소? 그땐 총살이야!》 대대부훈련참모 고윤은 전시규률과 《군사재판》, 《총살》에 대하여 한두번만 말해오지 않았다. 지금도 임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총살》이라는 한마디 말을 기총사격처럼 내쏜것이다. 《알았습니다!》 송수화기를 던져주다싶이 하고 뛰여가며 그는 생각하였다. 차라리 총살을 당하는 편이 더 나을것이다. 10m폭의 지뢰원을 4분동안에 해제하라니. 이거야말로 까무라칠 일이 아니고 뭔가?!… 그러나 그는 전투장에 나선 군인이다. 소대장이다. 임무는 무조건 수행되여야 한다. 무조건이다. 그것을 수행하지 못한 군인은 《총살》을 기다리기전에 죽어야 한다. 아니 죽어서도 안된다. 죽을 권리도 없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기진하여 노그라진 소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변동된 정황을 알려주고 단숨에 지뢰원을 해제할 방도를 찾아보라고 웨쳤다. 《적》의 마지막 저항선으로 돌격해나가던 보병중대들이 개활지대를 눈앞에 두고 엎드려 때를 기다리고있다. 살점을 저미고 물어뜯으며 시간은 흘러갔으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린 훈련생들의 얼굴이 소대장 한종삼에게서 떨어지지 않고있었다. 미칠것 같은 흥분때문에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사정없이 달리는 초침소리가 귀전을 지져대고 허벼대건만 종삼의 머리속에는 아무 묘안도 떠오르지 않았다. 저놈의 지뢰밭을 싹 갈아엎어야겠는데… 보습으로 뒤집어엎을수만 있다면… 한순간 그는 말울음소리에 귀가 번쩍 트이는듯 했다. 뒤쪽의 숲속에 박격포중대의 말들이 도착한것이였다. 머리를 돌려보니 박격포병들이 《적》진지에 《포사격》을 가하고있었다. 푸른 숲속에서 수기들이 얼씬거리고 포수들이 덤벼치며 번수동작을 반복하고있었다. 그는 아픔에 겨워 신음하듯 머리속에 번개친 생각을 부르짖었다. 《말들을 끌어오자. 지뢰밭을 갈아엎자!》 한개분대성원들을 소리쳐 부르며 숲속으로 달려갔다. 《친구들, 포병들! 말을 좀 빌려씁세!》 무작정 포마들을 끌어내려니 포병들이 성이 나서 웨쳐댔다. 《이건 뭐요, 말을 왜 끌어가는거요?》 《명령이요, 명령!》 그는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런걸 설명해줄 여유도 없었다. 4분 이제는 3분이 남았는지 2분이 남았는지 귀신이나 알 그 명령받은 시간만이 머리에 꽉 차있었다. 《말에 아무거나 매달라!》 하고 자기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끈에 매달라. 나무가지든 철조망이든.》 박격포병들중에서 상급인듯한 사람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말고삐를 잡아채며 험상궂게 이즈러진 볼을 실룩거리는데 금시 따귀라도 후려칠것 같았다. 《무슨 짓이요.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소?》 그러나 그는 한종삼의 황소힘을 당해낼수가 없었다. 종삼은 그를 사정없이 떠밀어갔다. 《명령이라고 하지 않아. 배라먹을!…》 그리고는 말고삐며 배때끈, 등자와 박격포를 얹는 안장에 꺾어진 나무와 버침대, 철조망등을 비끄러맨 다음 말들을 지뢰원으로 때려몰았다. 말들이 사납게 날뛰며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이것이 만약 실전이라면 어떻게 되였을것인가. 지뢰들이 터지고 미쳐버린 말들이 사방 헤덤비며 날뛰고 쓰러지며 지뢰원을 《갈아엎을》것이다. 10m폭의 지뢰원을 말들이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꼬리에 달고 뛰여넘었을 때 처녀군관이 푸른색기발을 들며 《해제!》하고 웨쳤다. 보병중대들이 《와!》하고 돌격해나갔다. 비로소 영문을 알아차린 박격포병들은 다시 사격제원을 웨쳐대며 번수동작을 시작하였다. 소잔등같은 둔덕우에서는 강평원이 시계를 들여다보고있었다. 한종삼은 몸매가 날씬한 처녀군관앞을 뛰여가다가 우뚝 멎어섰다. 숨이 차서 헐썩거리며 머리를 흔들어 눈섭우에 매달린 땀방울들을 떨구었다. 《동무 이름이 뭐요, 어데서 봤더라?!…》 무엇때문에 이렇게 물었는지, 아니 성난듯 소리쳤는지 그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러자 《별나라처녀》가 낮게 새되게 쏘아붙였다.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전투장에서!》 그렇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수 없다. 종삼은 무섭게 씨근거리며 처녀의 곁을 떠나 돌격중대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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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께서는 훈련생들의 모습에서 이윽토록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최현이 불러온 소대장들과 분대장들 그리고 훈련에서 모범을 보인 여러 훈련생들이 그이의 앞에 서있었다. 찢기고 색이 바랜 옷을 입고 땀과 연기와 먼지에 얼룩을 그린 얼굴들이였지만 하나같이 름름하고 장한 모습이였다. 대대부훈련참모 고윤이 매 사람을 소개하였다. 제1중대 3소대장 아무개, 박격포중대 소대장 아무개 공병소대장 아무개… 김일성동지께서도 잘 아시는 한종삼이 그들가운데 끼워있는것이 반가우시였다. 《동무가 박격포병들의 말을 빼앗아 지뢰원으로 내몰았지?》 그이께서 웃으며 물으시자 그는 주먹코를 벌름거리며 당황하여 고윤이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자기가 한 일이 옳은것인지 아닌지 아직 분별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걸 동무가 생각해냈소?》 그이께서 또 물으시였다. 《옛, 장군님. 그렇게밖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래 실지 전투라면 어떻게 됐겠는지 생각해봤소?… 박격포들은 말이 없이 어떻게 하겠소?》 《그건 저… 우리가 메여다줄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김책과 안길, 강건은 물론 최현과 고윤 그리고 훈련생들까지 웃었다. 그이께서도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메여다준단 말이지… 그걸 포병들이 좋아할가?》 《예. 좋아합니다. 장군님, 훈련이 끝나자 포병들이 찾아와 기뻐서 악수까지 청했습니다.》 《그렇다.- 그게 정말이요. 포병소대장?》 《예. 그렇게 한건 사실입니다.》 박격포소대장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올렸다. 《사실은 말들이 살아있으니까, 좋아한거구… 정작 말들이 죽으면… 아마 대판 싸울것입니다.》 《장군님!》 한종삼이 그를 흘겨보고나서 말씀드렸다. 《실지 전투라면 우린 말보다 더 좋은걸 줄수 있습니다. 미국놈들 자동차를 로획하여 그걸 넘겨줄수도 있습니다.》 또다시 터져나온 웃음, 오직 웃지 않고있던 고윤이 이마살을 찡그리며 나직이 핀잔을 주었다. 《종삼동무, 감히 무슨…》 김일성동지께서는 고윤에게 미소어린 눈빛을 옮기시였다. 《그럼 고윤동무, 훈련참모로서 한번 말해보시오. 조성된 정황에서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옛, 말씀드리겠습니다. 뜻밖의 변동된 정황에서 저는 한종삼동무가 전화로 포사격을 부탁했더라면 좋았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사격으로 지뢰원을 날려보낸다. 그럴수도 있지. 그렇지만 오늘은 훈련생들이 지뢰원대밑에 너무 가까이 있었소.… 오늘은 전적으로 소대장이 자체로 결심해야 했으니 그런 방법이 나온게지. 나는 한종삼동무가 옳게 결심하고 행동했다고 보오. 만약 이 동무가 조금만 더 어물거렸다면 오늘 훈련은 완전히 실패했을것이요.》 한종삼의 얼룩진 얼굴이 환해졌다. 자기의 기쁨을 숨기지 않고 두눈을 빛내이며 머룩하니 웃고있는데 벌려진 입으로 땀방울이 흘러들었다. 날씨는 찼으나 아직 이들은 화끈 달아오른 화로처럼 열을 내뿜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매 훈련생들의 정황처리와 전투행동을 일일이 치하해주시였다. 비록 결함도 없지 않았으나 그들이 대견하고 장하여 무엇으로든지 표창을 해주고싶은 심정이시였다. 이제 훈장이 정해지면 이들 모두에게 공로에 따라 훈장이 수여될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건군의 힘찬 걸음을 이어가고있을뿐이다. 하여 그이께서는 제1소지휘부의 병기공급장(남자)과 통신소대장(녀자)등을 부르시였다. 새로 제정한 군복을 입고있는 남녀군관과 하사관들이 달려와 멋지게 거수경례를 올렸다. 《자, 동무들. 이 동무들이 입은 군복이 어떻소? 이제 동무들에게 차례질 우리 정규군대의 새 군복이요.》 훈련생들은 물론 최현까지도 그들의 맵시나고 경쾌하면서도 박력있는 모습에 입을 벌리고 감탄을 련발했다. 김책이 최현의 귀가에 대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숙동무가 장령군복은 더 희한하게 만들었소. 최현동문 아마 꿈에서도 본적이 없는 그런거요.》 최현이 볼부은 소리를 했다. 《그런걸 왜 나한텐 알리지 않았소다?》 《쉿. 큰소린!…》 김일성동지께서는 훈련생들에게 훈련을 더 잘하여 그 어떤 강적도 단매에 쳐부실수 있게 준비되여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 특히 항일유격투쟁의 경험을 습득하는데 힘을 넣을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이윽고 김책 등 지휘간부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모든 분소들에서 오늘의 경험과 교훈을 살려 전투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도록 해야겠소.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혁명의 진리를 다시금 확신하게 되오. 보시오. 어제는 베잠뱅이차림으로 왔던 동무가 2년새 얼마나 자랐는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믿고 시작한 인민의 힘이요. 이제는 열병식을 준비합시다. 온 세상에 우리의 혁명적정규무력의 건설을 선포할 때가 왔습니다.》 그 순간 요란한 폭음이 저 하늘끝에서 울려왔다. 마치 때를 기다리고있었던듯 비행기들이 편대를 지어 날아오고있는것이였다. 날개를 흔드는 비행기도 있었다. 《우리 비행기들이 시위비행을 하고있소.》 김일성동지께서 손채양을 하고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최현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니, 코수염쟁이 비행사가 아니오다!》 《옳소, 리학이요.》 비행기들의 동음이 거센 파도소리마냥 머리우를 휩쓸어갔다. 그것을 바라보는 안길의 눈가에서 이슬이 번득이고있다. 김책, 강건도 물기에 젖어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모든 성공, 온갖 환희엔 눈물이 따르기 마련인가?… 그날은 멀지 않다. 혁명적정규무력의 탄생을 선포할 그날이!… 하지만 그것은 일의 시작에 불과한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시련과 난관을 헤쳐가지 않으면 안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새까만 점들로 멀리 사라져가는 비행기들에서 이윽토록 눈길을 떼지 못하고계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