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선언한다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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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첫 로동일인 1월 3일 이른아침,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를 타고 평화로운 수도의 거리들을 돌아보시였다.

포도에 정갈한 눈이 얇게 깔리고 줄줄이 늘어선 가로수들에는 서리꽃이 하얗게 피여 새해아침의 운치를 돋구었다. 아직 출근시간이 되지 않았으나 거리에는 사람들의 물결이 넘치였다.

모두 새해의 첫 출근이여서 여느때보다 좀 일찍 집을 나선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궤도전차나 무궤도전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지하철역에서 쏟아져나오는 사람들, 인도로 물결쳐가는 사람들모두가 허연 입김을 날리며 씩씩하게 걸음을 다그치고있었다. 어디에서도 헛눈을 팔며 빈둥거리거나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사람이란 찾아볼수 없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기 일터를 향하여 곧바로 걸어가는것이였다. 얼핏 보건대 그들은 쏘련이나 동유럽의 사태에 대하여서는 흥미도 느끼지 않는것 같았다.

그날아침 김정일동지께서는 출근하는 인민들의 그 기운찬 흐름에서 우리 사회제도의 공고성을 가슴벅차게 느끼며 마음이 든든해지시였다.

그이께서 거리들을 돌아보고 당중앙위원회로 돌아오시니 현관앞에서 한석비서와 강태혁비서가 기다리고있은듯 허리를 굽히며 반겨 인사를 올렸다.

혈색이 불깃한 환한 얼굴로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두 일군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며 설명절을 잘 쇠였는가고 물으시였다. 그들은 설날에도 쉬지 못하고 집필하신것을 알고있어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자기네만 가족들과 함께 설명절을 잘 쇠였다고 하며 그이의 만수무강을 축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게 웃으며 1992년 올해에는 할 일이 정말 많다고 하시였다.

범상한것 같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씀이였다.

강태혁비서가 그이께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이 새해의 첫 가르치심을 받기 위하여 소회의실에 모여있다고 보고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소회의실로 향하시였다. 당력사에 길이 남을 중대한 문제들이 수없이 론의되였으나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회의실, 현대적이면서도 무게있게 꾸려진 크지 않은 방에 밝은 빛이 시원히 흘렀다.

좌석들에 앉아 정숙을 지키고있던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은 그이께서 방에 들어서시자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그이께서는 손을 높이 쳐들어 답례하시고는 자리에 앉아 인정깊은 눈길로 좌중을 둘러보시며 모두 설을 어떻게 쇠였는가고 물으시였다. 장내가 기쁨에 술렁거리였다.

그이께서는 새해를 축하하는 몇마디 말씀을 더 하시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 지난해 국제정세의 변화를 분석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앉아서 담담한 어조로 말씀하시기 시작하였다.

《오늘 사회주의위업을 확고히 고수하고 승리적으로 전진시켜나가는것은 인류의 운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로 나서고있습니다.》

소회의실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했다. 바스락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최근년간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되고 자본주의가 복귀되였으며 얼마전에는 쏘련이 해체되여 자기 존재를 끝마쳤습니다. 이러한 사태를 놓고 제국주의자들과 반동들은 마치 자본주의가 <승리>하고 사회주의가 <종말>을 고한것처럼 떠들고있습니다. 이것은 사태의 진상을 옳게 파악하지 못하고있는 일부 사람들속에서 사상적혼란을 일으키고있으며 세계혁명발전에 심각한 후과를 미치고있습니다.》

앞줄에 앉아있는 강태혁, 한석을 비롯한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장내의 모든 책임일군들이 타는듯 한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담력이 풍기는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오늘 조성된 사태에서 교훈을 찾고 새로운 기초우에서 사회주의운동을 재건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앙양에로 이끌어나가는것은 절박한 력사적과제로 나서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사회주의에로의 길은 새롭게 개척해나가야 하는 전인미답의 길이고 제국주의와의 첨예한 투쟁속에서 진행되는것만큼 난관과 시련, 예상치 못했던 사태도 있을수 있다고 하시면서 일이 잘못되였을 때에는 결함의 원인을 객관에서 찾을것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아야 한다는 수령님의 교시를 상기시키시였다.

그러시고는 쏘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된 근본원인에 대하여 분석하시였다.

《…근본원인은 한마디로 말하여 사회주의의 본질을 력사의 주체인 인민대중을 중심으로 하여 리해하지 못한데로부터 사회주의건설에서 주체를 강화하고 주체의 역할을 높이는 문제를 기본으로 틀어쥐고나가지 못한데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열정적으로 설명하시였다. 사회주의사회는 인민대중이 주인으로 된 사회, 인민대중의 통일단결된 힘에 의하여 발전하는 사회이다. 때문에 인간개조사업을 앞세워 인민대중을 공산주의적으로 교양하고 당의 두리에 튼튼히 묶어세워 혁명의 주체를 강화하며 그 역할을 높이는것이 사회주의건설을 촉진시키는데서 근본방도이다. 그러나 일부 나라 사람들은 이 진리를 옳게 리해하지 못하였다.

《사회주의제도가 선 다음 사회주의건설을 어떤 원리에 의거하여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회주의건설을 령도하는 당들앞에 새롭게 해결하여야 할 력사적과제로 제기되였습니다. 이 문제는 선행한 공산주의리론의 력사적제한성을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하는 문제와도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맑스주의는 사회발전과정을 자연사적과정으로 보았다.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생산관계가 발전하게 되고 생산관계의 총체인 경제제도가 해당 사회의 토대로 되며 그 토대우에 상부구조가 서게 된다는 리론이였다. 이에 기초하여 맑스주의는 물질적부의 생산방식을 사회의 성격과 사회발전수준을 규정하는 결정적요인으로 보았다. 사회의 발전과정을 계급투쟁을 통하여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 해결되고 낡은 생산방식이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교체되여나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맑스주의는 이러한 원리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주의생산방식이 확립되면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에로 넘어가는 사회혁명은 끝나는것으로 인정하였으며 공산주의 높은 단계와 낮은 단계의 차이는 생산력발전수준의 차이에 귀착되기때문에 사회주의제도가 선 다음 경제건설을 하여 생산력을 발전시키기만 하면 인류의 리상사회인 공산주의를 실현할수 있다고 보았던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로 이것, 이것이야말로 맑스주의의 심각한 사상리론적제한성이였으며 쏘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 철학적원인이였다고 지적하시였다.

소회의실에서는 그이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흐르고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책임일군들은 머리를 수굿하고 그이의 명언들을 속필로 받아써나갔다.

《선행리론에 대한 교조주의적리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주의사회의 본질과 우월성이 사회주의사상을 가진 인민대중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본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정권과 사회주의적소유관계에 의하여 규정된다고 보았으며 사회주의건설의 추동력도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적응이라는 경제적요인에서 찾았습니다.》 …하여 그들은 인간개조사업에 선차적힘을 넣지 못하였다. 사회주의사회의 본성적요구에 맞는 정치방식을 확립하지 못하였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사회주의정권은 섰다고 하지만 실지로는 낡은 사회의 정치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보니 국가와 사회를 관리하는 사업이 그 주인인 인민대중과 동떨어져 특정한 사람들의 사업으로 되게 되였습니다. 그런데로부터 관료주의가 자라나 사람들의 창발성을 억제하고 당과 국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였으며 인민대중의 통일단결을 파괴하는 엄중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원고에 눈길을 주시였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된 또 하나의 원인을 밝혀나가시였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질적차이를 보지 못하고 사회주의의 근본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지 못하였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인민대중의 자주적요구와 근본리익에 맞게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면 로동계급의 당을 조직사상적으로 강화하고 혁명과 건설에 대한 당의 령도를 확고히 보장하며 사회주의정권의 기능과 역할을 끊임없이 높이며 사회주의적소유를 고수하고 발전시켜나가며 제국주의를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추호도 양보할수 없는 혁명적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을 양보하다가 아주 포기해버렸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 하는 투쟁에서 혁명적원칙을 저버리는것은 곧 투항과 변절을 의미한다.

그이의 음성은 갑자기 격해졌다.

《…일부 나라 사람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고 로동계급적립장이 확고하지 못한데로부터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과정에 일시적으로 조성된 난관앞에서 동요하고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굴복하면서 점차 혁명적원칙을 양보하고 포기하는데로 나아갔습니다. 이 나라들에서는 로동계급의 당을 강화하는 사업을 소홀히 하고 당의 령도적역할과 사회주의국가의 통일적지도기능을 약화시켰으며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와 경제관리방법을 받아들이고 제국주의와 투쟁할 대신에 무원칙하게 타협하는데로 나아갔습니다. 이러한 수정주의정책의 결과로 사회가 점차  변질되여갔으며  사회주의를 <개혁>하고 <개편>한다고  하면서 <다원주의>를 끌어들임으로써 사회주의의 변질과정은 더욱 촉진되였습니다.》

여기까지 말씀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침착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이른바 <다원주의>가 허용될수 없습니다. <다원주의>가 표방하는 사상에서의 <자유화>, 정치에서의 <다당제>, 소유에서의 <다양화>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기초한 생존경쟁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의 정치방식입니다.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이며 인민대중의 통일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이므로 사회주의와 <다원주의>는 량립될수 없습니다.

사회주의사회에 <다원주의>를 끌어들이면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조장되여 사회공동의 리익을 침해하게 되며 인민대중의 통일과 단결을 파괴하고 사회적무질서와 혼란을 조성하게 됩니다. 사회주의사회에서 사상의 자유화와 정치에서 다당제를 허용하는것은 결국 사회주의사회의 기초를 허물고 인민의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반혁명적책동에 길을 열어주는것으로 됩니다. 사상분야의 투쟁은 정치투쟁의 서곡이며 그것은 정권투쟁에로 넘어가기마련입니다.

력사적경험은 사상을 자유화하여 반사회주의적사상조류들이 류포되고 <다당제민주주의>를 허용하여 반사회주의정당들의 활동이 보장되면 계급적원쑤들과 반동들이 머리를 쳐들고 반사회주의책동을 감행하며 로동계급의 당을 정권의 자리에서 내쫓는데로 나아간다는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습니다. 현대수정주의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사회주의원칙을 완전히 집어던지고 자본주의적인 정치방식과 경제제도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데로 나아감으로써 결국 사회주의는 좌절되고 자본주의가 되살아나게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원칙으로부터 한걸음의 양보와 후퇴가 열걸음, 백걸음의 양보와 후퇴를 가져왔으며 결국에는 로동계급의 당자체가 파멸되는 엄중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고 규탄하시였다. 방안공기가 설레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가 허물어진 세번째 원인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된것은 또한 사회주의나라 당들사이의 관계에서 자주성에 기초한 국제적련대성을 강화하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국제공산주의운동안에는 큰 나라 당과 작은 나라 당도 있고 력사가 오랜 당과 그렇지 못한 당도 있다, 큰 나라 당은 작은 나라 당들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있으며 공동의 위업수행에 더 큰 기여를 할수 있으나 대국주의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시였다.

《당들사이에는 높은 당과 낮은 당, 지도하는 당과 지도를 받는 당이 따로 있을수 없습니다. 국제공산주의운동에서 국제적인 중앙이 있고 매개 나라 당들이 그 지부로서 활동하던 시기는 지나간지 오랩니다… 지난 기간 일부 사회주의나라 당들은 국제당이 있을 때의 낡은 관계의 유습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국제공산주의운동발전에 커다란 해독을 끼쳤습니다. 어떤 나라 당은 자기를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중앙>으로 자처하면서 다른 나라 당들에 이래라저래라 하고 지시하며 자기의 그릇된 로선을 따르지 않으면 압력을 가하고 내부문제에 간섭하는것과 같은 행동을 서슴없이 하였습니다.

그 결과 사회주의나라들의 사상적통일과 동지적협조관계가 심히 약화되였으며 단합된 힘으로 제국주의와 맞설수 없게 되였습니다. 일부 나라 당들은 주체성이 없이 대국주의적압력에 굴복하고 남의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큰 나라가 수정주의를 할 때 같이 수정주의를 하고 또 남이 <개혁>과 <개편>을 한다고 할 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였습니다. 그리하여 쏘련과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련쇄적으로 좌절되는 엄중한 사태가 빚어지게 되였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일찌기 사람이 사대주의를 하면 나라가 망하며 당이 사대주의를 하면 혁명과 건설을 망쳐먹는다고 가르치시였습니다. 사대주의를 하다가 사회주의를 망쳐먹은 일부 나라들의 현실은 수령님의 이 가르치심이 얼마나 정당한가 하는것을 뚜렷이 실증하였습니다.》

한석과 강태혁을 비롯한 비서들과 책임일군들은 김정일동지의 열변에 심취되여 적는것도 있고 그이를 우러러 쳐다볼뿐이였다.

그이의 흥분된 음성이 소회의실에 가득차서 울리였다.

《력사적경험은 사회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과 옳바른 지도사상을 가지고 혁명의 주체를 끊임없이 강화하며 어떤 환경속에서도 사회주의원칙을 고수하고 자주성에 기초한 동지적단결과 협조를 강화해나갈 때 사회주의위업은 승리의 길을 따라 전진하게 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에는 우여곡절과 좌절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사회주의에로 나가는 길에서 찾은 심각한 교훈입니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장내에는 감격의 선풍도 일지 못하였다. 모두 심각한 얼굴로 숨을 죽이고 그이를 우러를뿐이였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건설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릴데 대한 우리 당의 총로선의 정당성을 열정적으로 론증하시였다. 그이의 연설이 끝났을 때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책임일군들은 몇순간의 동안을 두었다가 일제히 자리에서 뛰여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소회의실에서 나가신 다음 사람들은 모두 감격과 환희에 휩싸여 복도로 쏟아져나왔는데 한석과 강태혁은 그들속에 어울려 나란히 걸어갔다.

두사람사이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느끼는바가 너무 크면 말이 나가지 않는 법이다.

한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회주의가 좌절된 가장 깊은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세가지로… 명백히!》

《예…》 하고 강태혁이 응대하였다. 《사회주의가 사회주의리념자체의 모순이나 결함에 의해 좌절되지 않았다는것이 명명백백하게… 그야말로 완벽하게 론증되였습니다!》

《이 연설이 널리 알려지면 쏘련붕괴후 세계를 휩쓰는 사상적혼란이 가라앉을것입니다.》

《제국주의자들한테는 큰 타격으로 될것입니다!》

강태혁비서는 그날로 《사회주의건설의 력사적교훈과 우리 당의 총로선》이라는 이 연설을 당문헌으로 출판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는 한편 영어, 중어, 로어, 프랑스어, 에스빠냐어, 아랍어로 번역하도록 하였다.

한편 한석비서는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의 모든 일군들에게 령도자의 연설내용을 그대로 알려주고 외교부와 국제문제연구소를 비롯한 해당 기관들에도 나가 그 사상을 상세히 전달하였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그이의 연설내용을 전파로 날려보내기 시작한지 닷새가 지나서부터 국제적인 반영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국제문제연구소는 활기에 넘쳐 들끓었다.

류수진박사가 이끄는 연구집단은 중앙통신사와 외교부의 지역국들을 통하여 혹은 직접 재외대표부들과 해외특파기자들에게 의뢰하여 반영자료들을 수집종합하였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 공산주의자들속에서 심각한 반영이 일어나고있었다.… 김정일동지의 론문 《사회주의건설의 력사적교훈과 우리 당의 총로선》은 20세기말 세계사회주의운동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에 해답을 준 천재적인 로작이다.

우리는 이 로작을 통하여 쏘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가 망한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가 아니라 기회주의자들에 의하여 변질된 《사회주의》라는것을 똑똑히 알게 되였다!… 쏘련의 붕괴로 하여 우리 당의 당원들속에서는 위험한 동요가 일어났다. 수많은 당원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잃고 탈당하였다. 이 로작은 절망속에 허덕이는 우리들에게 사회주의의 진리성과 불패성에 대한 확신을 안겨준다. 동요와 절망의 함정에서 뛰여나와 당을 재건하자!… 우리 당 지도부는 김정일동지가 밝힌 사회주의건설의 력사적교훈에 기초하여 자기 활동을 총화하고 우경기회주의적경향을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할것이다!… 나는 이 천재적인 로작을 통하여 비로소 우리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된 근본원인을 알게 되였다. 론문의 강령적인 사상을 지침으로 사회주의를 재건하자!… 이 로작은 홰불처럼 우리 앞길을 밝힌다. 김정일! 그이는 현대 공산주의운동을 대표하는 위대한 사상가이다!…

사회주의가 좌절된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반향은 매우 의미심장한것이였다. 여러 지역들에서 로작에 대한 연구토론회가 벌어지고 당원재등록사업이 진행되고있었다.

어느날 저녁, 류수진은 입수된 반영들을 종합분석하고나서 퇴근길에 올랐으나 북받치는 격정을 누를길 없어 대동강으로 나갔다.

푸근한 밤이였다. 희붐한 하늘에서는 눈송이들이 부실부실 날아내렸다.

그는 눈이 하얗게 덮인 얼음판우로 후더운 입김을 내불며 한번 또 한번 오르내리였다. 몸이 화끈거려 외투앞섶을 열어제끼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가던 박사는 멎어서서 머리를 뒤로 젖히고 시원한 눈을 얼굴에 맞았다.… 세상사람들이 다 그랬고 나 역시 세월이 퍽 지나가야 사회주의재생운동이 일어나리라 생각했다. 간혹 21세기 30년대나 50년대에 가서야… 하고 생각한적도 있었지. 한데 벌써 재생의 기운이 태동하고있지 않는가. 아, 세계도처에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과 공산당지도자들이 좌절감, 절망감, 비감에 빠져있을 때 우리 김정일동지께서는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에 대한 신심과 락관에 넘쳐 위대한 로작을 집필하시였다.

그의 얼굴에서 눈송이들이 녹아 관자노리며 볼을 따라 주르르 흘러내렸다.

감격의 후더운 이슬처럼… 문득 지난해말 주체사상탑앞에서 인민대중이 각성하여 재생운동이 일어나자면 일정한 력사적기간이 필요할것이라고 그이께 말씀드렸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그것은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한다는 비관론이였다. 웬일인지 그 판단이 학술적인 착오가 아니라 자신의 인간적인 본질과 관련되는것이 아닌가싶어졌다. 쓰디쓴 환멸감이 엄습해들었다.

그는 어리친 사람처럼 비청거리기도 하며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나는 《개편》에 저항했던 《반대파》세력과 견결한 공산주의자들이 들고일어나면 재생의 격류가 인차 흐르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통신자료들에서 아무런 소식도 찾아볼수 없게 되자… 세계적인 여론의 영향도 크게 작용하여 그런 생각은 어디로인가 밀려나고말았다. 나는 왜?… 내 의지는 왜 자기 옳은 생각도 지켜내지 못하는가? 이런 의지박약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기에 대한 확신, 진리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지 못한데서 비롯되는것이 아닌가?…

류수진은 자기 한생에 이와 류사한 일들이 허다한것 같았다. 학술사업에서뿐아니라 사생활, 안해와의 관계에서도… 그는 흩날리는 눈발속을 걸어가며 몸부림쳤다… 나는… 내 존재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인가? 자기 넋이 없고 류수진이라는 허울뿐인 존재가 나란 말인가? 자기 넋이 탄탄하게 맺히지 못해 세상바람에 이리저리 밀리우며 살아온것이 내 인생이란 말인가?

그는 다른 사람이 되고싶은 강렬한 욕망에 우들우들 떨다가 《엑-》 하고 거칠게 소리치며 얼음판에 퍼더버리고앉아 두손으로 눈을 퍼올려 왁살스럽게 눈세수를 하였다. 얼굴에 불길이 황황 이는듯 했다.

그의 연구집단은 낮에 밤을 이어 로작에 대한 세계적반향들을 종합분석하였다.

류수진이 그 문건을 안고 당중앙위원회로 달려갔을 때 (그날 창광거리의 가로수들에는 서리꽃이 하얗게 피였다.) 한석비서는 기뻐하면서도 아쉬운 표정으로 아침방송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량강도를 현지지도하시는중이요.》

《그렇습니까?!》 류수진은 그이께 어서 보고하고싶은 심정이여서 좀 아연해졌다.

《어찌겠소. 삼지연으로 가는 비행기편에 보내지…》 하고 한석비서는 위로하듯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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