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선언한다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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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은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소리없이 내달렸다. 차창밖으로는 아직 채 다스려지지 못한 대자연의 흔적이 거밋한 산발들의 험악한 파도와 우중충한 나무숲과 울퉁불퉁한 바위들이며 사태져 내리다가 굳어진듯 한 벼랑 등이 끝없이 흘렀는데 문득 시야가 환하게 열리며 앞에 기적같이 일떠선 소도시가 바라보였다. 시대의 기운이 뻗쳐오른듯 우뚝우뚝 솟은 건물들, 새벽빛에 희푸르스름하게 채색된 벽체들, 타악기의 고저장단처럼 탄력있게 오르내린 지붕들…

친애하는 그이께서는 읍거리의 초입에서 차를 세우고 길에 내려서시였다. 페부가 저려나도록 청신한 공기, 정적이 흐르는 소리…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다채로운 살림집들이 규모있게 늘어선 읍거리를 둘러보시였다. 산간의 자연속에 솟아있는 거리의 집들은 매우 운치있게 보였다.

그이께서는 다른 수원들과 함께 곁으로 다가온 박윤식에게 인민들이 아직 자고있는데 차소리를 내지 말고 조용히 걸어들어가자고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천천히 걸어나가며 거리의 이쪽저쪽을 둘러보시였다. 박윤식은 그이곁에서 걷고 다른 수원들은 뒤에서 따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스름이 서린 집집의 창문들을 유심히 여겨보며 걸으시였다. 그 하나하나가 각이한 집주인들의 표정으로 안겨왔다. 어찌보면 그 창문들에 사람들의 소원과 희망, 기쁨과 자랑, 남모르는 괴로움이 어려있는것 같기도 하였다. 모두 식사는 어떻게 하고 쉬기는 어떻게 쉬는가… 가정들이 화목하기는 한가… 아이들은 잘 자라는지… 끝없이 가슴에 갈마드는 시름이 발길에 칭칭 감겨들어 걸음을 멈추고 유난히 어둑해뵈는 창문을 지켜보시기도 하였다.

어딘가 먼곳에서 새벽닭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문득 앞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다급한 발자욱소리들… 세 그림자가 길복판을 따라 허둥지둥 달려오다가 멎어서 이쪽을 내다보더니 주춤 물러섰다. 다음 순간 환성이라도 터져오르는듯 고요가 흔들리고 그들이 길바닥을 구르며 정신없이 뛰여왔다. 군당조직비서와 행정경제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군당책임비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사업정지를 당하여 나오지 못한듯 하나 그에 대하여서는 묻지 않고 밝은 안색으로 세 일군을 둘러보시였다.

《그새 건설을 많이 했구만. 새로 지은 살림집들을 보자고 왔소. 어떤 집들을 인민들한테 선물하자고 하는지 어디 좀 우리한테 자랑해보우.》

《좀 짓기는 했지만 변변하지 못합니다.》 하고 건설을 담당한 부위원장이 한걸음 나서며 말씀드렸다.

《좋소, 보자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구영세의 안내로 길가의 5층 살림집으로 들어가시였다. 복도 저쪽방에서 어느 녀인이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녀인은 자기네 아빠트로 어느분이 찾아오셨는지 모르고 아이를 큰소리로 꾸짖기도 하였다.

그이께서는 구영세가 안내하는대로 층계로 올라가며 수원들에게 《쉿, 조용히… 조용히… 사람들이 깨겠소…》 하고 나직이 이르시였다.

구영세는 2층에 시범적으로 꾸려두었던 한 살림집으로 그이를 안내하였다. 그가 복도벽의 단추를 누르자 방들과 부엌, 복도며 위생실에 불이 환히 켜졌다.

《이 집에는 왜 사람을 넣지 않고 비워두었소?》

《처음 건설할 때 시범적으로 꾸려놓고 건설자들이 와서 보고 이대로 짓도록 하였습니다. 지금은 리에서 와서 견학하도록 남겨두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세칸 방을 천천히 돌아보며 다심한 눈길로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벽지도 쓸어만져보고 방바닥도 여기저기 짚어보시였다. 그러시고는 복도로 다시 나가 위생실과 창고문을 열고 안을 유심히 살펴보시였으며 부엌으로 나가 타일을 붙인 부뚜막을 만져보며 그 높이와 넓이를 가늠해보고 조리대며 찬장도 빠짐없이 여겨보고 물이 제대로 나오는가 수도꼭지도 틀어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뒤짐을 지고 부엌안을 다시 둘러보시고는 이만하면 녀성들이 동자질을 하는데 큰 불편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미소어린 안색으로 도당책임비서를 돌아보시였다.

《이만하면 부엌의 넓이도 괜찮소. 부엌구조에 대해선 녀성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데… 좀 들어봤소?》

《예… 와서 보고 모두 넓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하고 구영세가 말씀드렸다.

《사람은 아는것만큼 보고 느끼고 말하오. 일군들은 인민들이 좋다고 한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오. 내 보기엔 부뚜막과 조리대가 좀 낮은 감이 있소. 이러면 동자질을 하면서 내내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하루도 아니고 한평생 하루 세끼끼니를 지어야 하는 녀성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또 나이들면 허리도 아프지 않겠소. 보나마나 이 집도 남자가 설계했을거요.》

《예… 그렇습니다.》 하고 구영세가 대답하였다.

그이께서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것보지… 허, 우리 남성동지들은 끼니를 짓는 녀성들의 수고에 대하여서는 모르고 방에 올방자를 틀고앉아 대접을 받을 생각만 한단 말이요. 사회주의혁명을 하지만 가정륜리적인데는 아직도… 아직도… 우리 남성동지들의 머리속에 봉건의 유물이 남아있소. 그러니 녀성들의 애로나 고충 같은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거든, 그렇지 않소?》

도당책임비서와 군일군들은 얼굴이 벌겋게 되여 어줍게 웃어보였다.

《해방직후에는 중앙기구가 그쯘하게 꾸려지지 못해 영접부서같은건 아예 없었소. 그래서 고위급 외국손님들이 오면 우리 집에서 연회를 차렸소. 그때마다 어머님은 부엌에서 전우인 한 녀투사와 함께 바삐 돌아가며 료리를 했는데… 만두를 빚다가도 허리가 아프면 <녀성해방가>를 불렀소. 수령님께서는 그 노래소리를 들으면 서재에서 부엌으로 나와 두분의 일손을 도와 만두를 빚었소. 그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였소. 부엌에는 <녀성해방가>의 3중창이 은은하게 흘렀소. 수령님께서 3대기술혁명과업을 제시하며 녀성들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실 때 나한테는 그 시절이 생각났소… 우리가 좀 힘들어도 녀성들이 허리를 펴고 부엌일을 하도록 해줍시다…》

도당책임비서는 생각깊은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쳐다보고 구영세는 수첩을 펼쳐들고 그이의 말씀을 빠짐없이 적었다. 그의 눈가에 이슬기가 반짝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부엌에서 나와 다시 아래방으로 들어가 창문가에 서시여 다심한 눈길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시였다.

방이 맞춤한 크기로 아늑한 맛이 나게 꾸려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모든것이 조화가 되지 않고 좀 엉성하게 보였다.

(왜 이런가?) 하고 생각하며 벽장문과 가구들을 살펴보시던 그이께서는 마음속으로 밥상둘레에 젊은 아버지와 아이들을 앉히고 옷장앞에 젊은 안해를 세워보시였다. 가구들이 방과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겨 벽장문이며 옷장 모서리를 쓸어만지며 요소요소를 찬찬히 살펴보시였다. 어느 가구나 날림식으로 대수 뚝딱거려 만들었다는것이 확연히 알렸다. 벽장문이 꼭 맞지 않았다. 도색을 진하게 하지 않아 어느 가구나 희누런 표정이였다. 다음 순간 그이의 눈길을 끈것은 옷장문이였다. 결이 곱지 못한 널판으로 짠것이였다. 오히려 옷장옆면에 댄것이 더 좋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구영세를 돌아보시였다.

《이걸 좀 보오. 이렇게 면이 고운 널판을 문에 대고 결이 미운건 보이지 않는 옆면에 대면 더 좋지 않겠소? 여기 가구공장 지배인이 누구요?》

구영세는 또다시 얼굴이 벌겋게 되였지만 감동과 기쁨에 빛나는 눈으로 그이를 우러르며 나직이 대답하였다.

《도에 있다가 여러해전에 여기로 온 동무입니다. 환갑이 지났습니다… 제가 사업에서 세밀하지 못했습니다.》

《부위원장이 가구에 있는 흠집까지 다 알아볼수야 없지. 아래일군들을 잘 교양해야 되오. 수명동무 말을 들어보니 간부한테 바치려던 옷장은 희한하게 만들었다는데 인민들한테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줘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이꼴로 만들지 않았소? 인민대중에 대한 사상관점문제요. 만약 제 살붙이가 쓸 옷장을 짜준다면 이렇게 흠집이 있는 널판으로 문을 만들고 결이 고운 널판을 측면에 붙였겠소? 소경도 이렇게 안할거요. 이건 우리 인민들을 홀시하고 모욕하는거나 다름없소. 우리는 일찌기 가구혁명을 일으키자고 호소했는데 기술문제도 있지만 중요하게는 일군들의 사상관점, 인민성에 걸려 제대로 안되고있소.》

이어서 그이께서는 군에 림지도 있고 가구공장도 있는것만큼 앞으로 가구생산을 전망성있게 발전시켜 모든 주민세대들에 든든하고 모양새도 고운 가구들을 들여놓아주자고 말씀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생활에 대하여 의논할 때면 마냥 마음이 즐겁고 흥분되여 시간이 가는줄도 힘든줄도 모르고 피로도 잊게 되시였다. 이 새벽도 역시 같았다. 그래서 살림집들의 난방조건을 개선하고 창문들은 다 이중창으로 하고 겨울에는 녀성들이 찬물이 아니라 꼭 더운물을 쓰도록 관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집을 한채 짓거나 가구를 하나 만들어도 먼저 인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인민들의 마음에 들겠는가, 인민들의 기호가 어떻고 무엇을 요구하는가, 구체적으로 알고 그에 맞게 일해야 합니다. 우리 일군들은 백성들을 다스리며 행세하는 관료배가 아니라 인민의 심부름군입니다. 심부름군! 이런 자각을 가지기란 결코 헐한 일이 아닙니다. 인생관문제이기때문입니다. 인민들과 똑같이 먹고 입고 쓰는것을 응당하게 여기고 인민들에게 헌신복무하는데서 자기 인생의 보람과 락을 느끼는가, 인민들이야 어떻게 살든 자기만을 위해 머리를 쓰고 움직여 남들보다 호의호식하는데서 인생의 재미를 느끼는가… 혁명가의 인생관과 속물의 인생관… 표방하는 소리가 아니라 깊이 숨어있는 이런 인생관의 차이가 사실상 사업을 좌우합니다. 이 옷장 하나를 놓고도 일군들의 인생관과 결부시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군들을 옳은 인생관으로 교양하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체의 인생관이 똑바로 서면 일이 저절로 잘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라온 수원들이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보는것이 눈곁에 띄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시였다. 군을 더 돌아보고싶으시였다. 건설정형과 농사형편, 인민생활을 더 폭넓고 깊이있게 알아보고 그것을 통하여 당정책의 생활력과 군당위원회의 사업을 료해하여 한가지라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불같았다.

그이께서 현관을 나서는데 층계밑에서 한 일군이 허리를 꺾으며 인사하였다.

군당책임비서 차영진이였다.

숯처럼 꺼멓게 타버린듯 한 얼굴, 번뜩이는 눈, 다급히 몰아쉬는 더운 숨결이 확 안겨들었다. 만나기전에는 그처럼 다심하게 심려하신 그이였건만 마주선 이순간에는 화염같은 분격에, 어떻게 일했으면 신소까지 받아?! 하는 노성이 터져올랐으나 겨우 누르시였다. 누르고 그의 손을 잡아주고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걸어나가시였다. 차영진은 순간에 등골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끼고 믿을수록 사업과 생활에서 높은 요구를 제기하며 티끌만 한 흠도 용서치 않고 엄하게 다스리는 장군의 기개와 성품을 잘아는 도당책임비서가 영진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리며 따라오라고 눈짓하였다. 사실상 분격을 그대로 드러내여 그처럼 엄하게 대하시는것은 각별한 신임을 받고있는 일군들만 받을수 있는 특전이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구영세의 안내를 받으며 체육관건설장쪽으로 활달하게 걸어올라가시였다.

건설장에 이르러 구영세가 전주대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넣자 체육관안팎에 작업등들이 환히 켜졌다. 넓은 부지에 우중충하게 솟은 벽체들이 그 무슨 성벽처럼 안겨왔다. 벽체들에 붙은 휘틀이며 거기에 지그자그형으로 놓인 발판들, 낡아빠진 소형강철기중기와 나무기중기, 구식권양기와 벽체들우에 매달린 도르래들이 건설자들의 간난신고를 말해주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올리고 건설장을 둘러보시다가 벽체옆에 줄지어 누워있는 트라스들을 여겨보시였다.

《자체로 조립하오? 력학계산도 자체로 하고?》 하고 그이께서는 구영세를 돌아보시였다. 그는 웬일인지 침울한 눈빛으로 트라스들쪽을 흘깃 돌아보고 겨우 대답하였다.

《예… 제철소에서 좀 도와주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가까이에 어설프게 서있는 목조기중기를 여겨보시다가 아무 말씀도 없이 체육관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체육관안에는 서늘한 바람이 부는듯 하였다.

친애하는 그이께서는 체육관의 한복판에 서시여 아직 바닥미장도 못한 실내경기장이며 벽돌로 축조한 관람대며 하늘이 내다보이는 천정을 두루 살펴보시다가 구상이 대담한데 만족하여 환한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대단하오! 좋소! 군에 이만한 체육관이 있으면 체육문화사업을 발전시킬수 있소. 군이 사상, 기술, 문화혁명의 거점으로서 제구실을 다 하자면 이런 체육관도 있어야 하오. 이전에 나는 군을 추겨세우기 위해 삭주군에 가서 실태를 료해하고 글을 쓴 일도 있소.》

《이 동무들이 삭주군을 참관하고 와서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하고 도당책임비서가 조용히 말씀드렸다.

《음…》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말씀이 없이 다정한 눈길로 구영세를 돌아보시였다.

《동무는 너무 겸손하구만. 좀 크게 자랑해보라구. 어떻게 꾸리자는가…》

그는 난처한 얼굴로 뒤를 흘깃 돌아보았다. 그 순간 저쪽 수행원들 뒤에 서있는 차영진책임비서의 그늘진 얼굴이 그이의 시야로 날아들었다. 도당책임비서가 손짓으로 구영세를 재촉하였다.

《어서!…》

구영세는 손을 들어 이쪽저쪽을 가리키며 활기띤 목소리로 설명하였다.

《저쪽에는 선수들의 탈의실겸 휴계실과 심판원들의 방, 위생실을 꾸리자고 합니다. 여기에 군체육지도위원회도 두자고 합니다. 저 왼쪽에는 배전반이 있는 기술실, 그옆에는 체육기재창고 관리성원들의 방도 꾸리자고 합니다.》

《좋아, 그쯘하게 꾸리오!》

《예… 여기서는 롱구, 배구, 정구, 탁구, 기계체조, 예술체조… 실내경기들은 다 할수 있게 꾸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작은 규모의 집단체조도 조직할가 합니다.》

그이께서는 설명을 들으며 체육관의 모래바닥을 둘러보시다가 《바닥에는 무얼 까오?》 하고 물으시였다.

《바리케트를 깔자고 합니다. 가구공장에서 오동나무와 등나무로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질이 괜찮습니다.》

《옳소. 그렇게 되면 실내경기들은 물론 여기 산골소년들도 예술체조를 할수 있소.》 하고 그이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조명시설을 잘 갖추는것이 중요하오. 조명문제는 중앙에서 도와주도록 하겠소. 잘 꾸리면 여기서 도경기뿐아니라 개별적체육종목들의 전국경기도 할수 있겠소. 그걸 예견해서 가까이에 체육인려관도 한채 짓는게 좋겠소. 도에서 도와주오.》

구영세는 기쁨에 겨워 얼굴이 활짝 밝아졌고 도당책임비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그이의 말씀을 수첩에 적어넣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짐을 지고 그들의 앞을 왔다갔다 거니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여기서 도급, 중앙급 경기들이 이따금 열리면 군내 인민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자연히 문화수준도 높아질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도시의 문화가 군을 걸쳐 농촌에 저절로 흘러들게 됩니다. 우리는 대도시에 모든것을 집중시키는것을 극력 제한하자고 합니다. 대도시본위의 문화는 자본주의의 력사적유물입니다. 우리는 온 나라 모든 근로인민대중이 문화적혜택도 골고루 입도록 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사색적인 그윽한 눈길로 허공의 한점을 지켜보시였다. 한가닥의 생각이 뇌리를 스쳐서였다. 벌방지대 군들에도 변변한 체육관이 없는데 경제적밑천도 약하고 모든것이 부족한 여기 산골에서 이런 체육관을 세우고있다. 재정이 남아돌아가고 물자가 흔해서가 아니다. 인민들에게 보다 문화적인 생활을 안겨주려는 열정, 리상, 혁명적인 랑만! 이런 품성이 혁명과 건설을 앙양시키는데서 얼마나 중요한가! 아낌없는 찬사를 주고 그의 손이라도 뜨겁게 잡아주시고 싶었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실무적인 어조로 물으시였다.

《천정에 가로놓이는 트라스는 력학계산을 잘하여 조립하고 용접기능도 높아야 하는데… 제철소에서 좀 도와주었다는건 무슨 소리요? 도와줄바에는 끝까지 도와줄것이지…》

구영세는 눈을 내리뜨고 서있을뿐 대답을 못하였다.

《공업이 농업을, 도시가 농촌을 도와주라는건 우리 당의 일관한 요구인데 제철소동무들이 린색하게 도와준것이 아니요?》

《기술자와 용접기능공들이 와서 도와주었는데 제철소에서 주택건설을 크게 벌리면서 소환해갔습니다.》 하고 도당책임비서가 말씀드렸다.

《제철소야 큰 살림인데 기능공 몇이 없다고 주택건설을 못하겠소?》

《이 동무들이 의견이 좀 있는것 같습니다.》

《리근우지배인 성미에는 맞지 않는 일인데… 누가 어째서 소환해갔는지 알아보시오. 구체적으로…》

《예… 제가 제철소로동계급에게 다시 호소하겠습니다.》 하고 도당책임비서는 팔목시계를 보았다. 벌써 날이 거의 다 밝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수원들과 함께 새로 지은 문화회관과 인민병원도 돌아보시였다. 체육관건설장에서 만족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문화회관과 병원까지 보니 군당책임비서가 일을 많이 했고 리상이 높은 일군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뒤쪽을 돌아보시게 되였다. 군당책임비서는 숱한 일을 해놓고도 사업정지를 당하여 앞에 나서지 못하고 일군들뒤에서 날개죽지가 부러진 수리개와 같은 신세로 되여 따라오고있었다. 도당책임비서는 오늘을 기다리며 일해오다가 공교롭게 일이 비틀어진 그를 동정하는지 앞으로 나서라고 두세번 손짓하는것 같았으나 차영진은 나서지 못하였다.

그이께서는 그 모든것을 보고 느꼈으며 가슴이 못내 저려들었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단층집들이 모여앉은 읍거리의 유축까지 가보시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 시내가의 동뚝으로 나가시였다.

읍의 변두리를 감돌아흐르는 시내물은 실연기같은 물안개를 피여올리며 끝없이 주절거리고있었다. 폭은 좁으나 빠른 흐름이였다. 물결은 바닥에 깔린 바위우로 장난치듯 훌쩍훌쩍 뛰여넘기도 하고 여울밑으로 물거품을 끓이며 쏟아져내리기도 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소란스러운 흐름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다가 구영세에게 저 물은 그냥 흘러보내는가고 물으시였다.

《앞으로 저아래를 뚝으로 막고 소형발전소를 세우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소. 전기도 내고 또 뚝에 물을 채우고 뽀트들을 띄우면 물놀이장이 되지 않겠소. 여기 산골아이들도 평양아이들처럼 배놀이랑 하면서 자라면 얼마나 좋겠소. 내가 요즘 늘 말하지만 우리 인민들이 누구나 다 자기가 사는 고장에서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하오. 여기에 합성수지제품인 현대식 뽀트들을 내려보내주도록 하겠소…》

군일군들은 기쁨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군을 사회주의리상향으로 꾸려보시오!》

사람들이 흥분에 설레이고있을 때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원들곁에 서있는 차영진에게 눈길을 주시였다. 그리고는 가까이로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차영진은 순간에 얼굴빛이 더 컴컴해져 얼친 사람처럼 허둥지둥 다가왔다.

《저쪽으로 좀 가자구!》 하고 그이께서는 앞에서 걸으시였다. 차영진은 그이의 뒤를 따랐다. 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한 다른 일군들은 모두 그자리에 서있었다.

시내가에 흐르는 젖빛 실안개가 무겁게 옮겨지는 그이의 발길에 휘감겼다가 소리없이 흩어지군 하였다. 그이께서는 잔디풀속에 누워있는 거뭇거뭇한 너럭바위가 나타나자 거기에 걸터앉으며 영진에게도 곁에 앉으라고 자리를 권하시였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일러서야 바위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은근하신 음성으로 건강이며 가정생활, 학습정형에 대하여 알아보시다가 이번 신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시였다.

《사실은 어쨌든 그런 불미스런 일이 제기된데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군당책임비서가 자기군 관할의 주민으로부터 신소가 제기되였다면 당의 권위를 훼손시킨것으로서 응당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래서 저는 며칠째 그 문제를 두고 깊이 돌이켜보았습니다. 주관적으로는 당의 뜻을 받들어 군내 인민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려 애썼는데 어째서 그런 신소가 제기되였을가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신소자에 대해 괘씸한 생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신소자가 누군지 아오?》

《우연히 알게 되였습니다. 퇴근하다가 길에서 한 청년이 저를 보고 피해달아나는것을 보고 알아보니 제지공장에 다니는 리창길이란 동무였습니다. 여태 길에서 저를 보고 피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피하는 청년을 보는 순간 저 동무가 신소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나봤소?》

《만나지 않았습니다. 식료공장 지배인으로 있는 그 동무의 사촌누이가 그를 도시로 옮기도록 해달라고 여러번 간청하는걸 원칙만 원칙이라며 저는… 저는… 그 문제를 너무 소홀히 대했습니다.》

《나도 들었소. 류수명동무는 신소된 문제들중에서 근거가 없는것들이 무엇이란것을 죄다 보고하며 동무를 옹호하려고 했소. 그가 누구인지 아오? 류수진박사의 동생이요.》

《예… 낯익은 인상이여서…》

《그런데 행방불명의 사람에 대해서는 결과를 보고 비판하라는건 무슨 소리요. 응? 과오를 인정하기 그렇게 힘드오?》

마음의 상처를 쓸어만지는듯 한 그이의 부드러운 물음에 영진은 그만 목이 메여 말이 나가지 않았다.

《동무는 그가 꼭 돌아오리라고 믿고있는게 아니요.응? 어디로 갔을가?》

《지도자동지, 그 동무가 돌아왔습니다. 세시간전에 저의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차영진은 그처럼 기쁜 소식인데도 웬일인지 심란한 얼굴, 갈린 목소리로 말하였다.

《무슨 일이 있소?》

《예…》 하고 그는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주상민은 자기에 대한 여론이 점점 험악해지며 검찰소의 주의가 자신에게 쏠리자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이전의 병적인 신경과민이 되살아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는 불량세멘트를 건설장에 내보냈다는 소리에 강하게 반발하였다. 어째 덮어놓고 세멘트만 시비하는가, 시공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것은 자기 아버지의 죄과와 자신의 이전의 과오들, 오늘의 사고를 인위적으로 련결시켜 생각하는데서 오는 선입견이다, 과학적인 원인규명이 아니다 하고 하소연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자기가 생산한 세멘트의 질을 굳게 믿었으며 사고의 원인은 시공을 잘못한데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자기자신도 억울한 루명을 쓰는것이 분했지만 더우기 자기를 믿어준 군당책임비서에게 루가 미칠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터지는듯 하였다. 앉아서 벼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릴수 없었다.

세멘트의 질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자료로 무죄를 론증해야 하였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불이 번뜩이는 깊은 밤중 그는 사고현장들에서 부서진 콩크리트쪼각들을 모아가지고 남몰래 읍거리를 빠져나가 도세멘트공장을 향해 달리다가 생각을 다시하고 제철소의 분석실로 찾아갔다.

도안에서 제일 신빙성이 있는 그 분석실에 중학시절의 송아지동무가 분석기사로 있었던것이다. 물참봉이 되여 우들우들 떠는 수난자로부터 찾아온 사연을 듣고난 옛 벗은 그를 측은하게 여겨 집에 묵게 하고 세차례에 걸쳐 분석실험을 하였다. 하지만 분석결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것이였다. 사고의 원인이 시공이 아니라 세멘트의 질에 있다는것을 변명할 여지없이 까밝혔던것이다.

분석기사는 어둑한 얼굴로 이전에 군자체로 생산한 세멘트의 강도실험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주상민은 비로소 기술검정을 잘하지 못한 제품을 내보낸것이 화근이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세멘트생산이 갓 시작된 초기에는 그 강도실험을 위한 기술적조건도 어설프게 갖추어져있었다. 게다가 세멘트생산이 성공하여 모두 기쁨에 떠있는 때였다. 어느날 주상민은 기술적방조를 받고싶어 세멘트공장으로 나가며 기능이 그리 높지 못한 동무들한테 제품검사를 맡겨놓고도 사흘뒤 돌아와서 그 결과를 따져보지 못했었다.

생산이 기술적요구대로 진행된것을 알고 제품의 질을 믿었던것이다. 원료의 선별과 혼합공정에 문제가 있는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중대한 책임은 주상민에게 있었다. 분석기사는 옛 송아지동무를 운명의 나락으로 떠밀어넣게 될 분석표를 찢어버리려고 하였다. 주상민은 그러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징벌이 기다리는 군으로 돌아와 읍 뒤산 수림속에 숨어 고민하다가 군당책임비서를 찾아와 그 분석표를 내놓으며 유죄를 인정하였다.

《…그 분석표를 보니 여기 법기관에서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분석한 자료와 같았습니다. 이제는 어쩌는수 없게 되였습니다. 우선 벽에 균렬이 험하게 간 아빠트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고 그를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을수 없게 되였습니다.》

《그렇다… 어쩌는수 없다… 어쩌는수 없다는 말이요?》

《예…》

《나는 다르게 생각하오. 다르게… 다르게 생각하오! 그는 자기한테 극히 불리한, 정치적생명을 빼앗길수도 있는 실험검사표를 찢어버리지 않고 그냥 가지고와서 동무앞에 내놓았소. 이런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 처벌한다! 이런 량심을 외면한단 말이요?… 우리 당일군들이,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이런 랭혈인간인가?! 물론 군살림살이에서 아빠트를 한채 다시 짓는다는건 헐한 일이 아니요. 그러나 그의 량심은 가치로 보아 그만한 물질적손실을 메꾸고도 남소. 백배, 천배로!…》

차영진은 쌓이고쌓인 설음이 터져오르는듯 그만 자신을 걷잡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며 울부짖었다.

《지도자동지!》

그의 눈언저리며 코마루에 후더운 이슬방울들이 휘뿌려졌다.

《건설하기보다 파괴하는것이 헐한것처럼 믿고 사랑하기보다는 의심하고 배척하기는 쉬운 일이요. 우리 당은 주체혁명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따라올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묶어세워야 하오. 그래서 우리는 파괴가 아니라 건설, 의심과 배척이 아니라 믿고 사랑하는 어려운 사명을 스스로 걸머진 혁명가들이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어떤 힘을 낳는가 하는것은 우리 당 력사의 전과정이 잘 말해주오. 나는 그한테 믿음이 가오. 그의 량심을 보고… 동무는 어떻소?》

《!…》 영진은 고마움에 목이 메여 선뜻 대답을 못하였다.

친애하는 그이께서는 은회색으로 번들거리는 시내물의 흐름을 잠시 바라보시였다. 괴괴한 고요… 가까운 수풀속에서 이슬방울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는듯…

《그런 량심을 외면하는데 습관되면 우리 당은 인민대중을 한품에 안을수 없소. 절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흔들리지 말고 믿소. 믿으려면 철저히 믿어야 하오. 사람에 따라 한계를 그어놓고 어느만큼 믿고 어느만큼 안믿는다는 식으로 해서는 일심단결을 이룩할수 없소! 철저히, 깊이 믿어야 하오. 자기 사업의 정당성… 자기가 참가하고있는 주체혁명의 정의로움과 그 강력한 견인력을 확신하는 사람만이 그렇게 할수 있소. 신념이 약한 사람은 누구도 깊이 믿을수 없소. 철저히 깊이 믿어야 하오. 그런 믿음을 의식할 때 대중은 무궁무진한 힘을 발휘하는거요.… 설사 무슨 어려움이 생긴다 해도 자기 뒤에 당중앙이, 우리가 서있다는것을 생각하고 자신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포옹하오.》

차영진은 터져오르는 격정을 누르려고 두무릎을 꽉 움켜잡고 턱을 끌어들였다.

《사람이 일을 하느라면 과오도 범할수 있고 그 무슨 손실을 줄수도 있소. 그렇다고 도와줄대신 처벌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소.》

《…주상민동무를, 그 동무를… 처벌하지 말고 지배인으로 그냥 일하도록 하면 안되겠습니까?!》

《군당책임비서가 그렇게 믿는다면 나도 믿소!》

《지도자동지!》

《영진동무, 일을 잘하라구.》 하고 그이께서는 무릎우에서 떨고있는 군당책임비서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벌써 동녘하늘이 푸름푸름 밝아와 나무우듬지들에서 잠을 깬 새들이 우짖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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