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선언한다

제 3 장

 

4


창문들에 어스름이 비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타격군단 한 구분대의 야간전술훈련을 나가보기 위하여 떠나실 시간이 되였지만 방금전에 류수명을 불러놓고 방안을 거니시였다. 도당위원회가 보고한 군당책임비서 차영진에 대한 신소내용이란 심상치 않은 문제였었다.

군당책임비서는 계급성이 없이 불순이색분자에게 세멘트공장을 떠맡겼다. 그자는 계급성이 흐려진 책임비서의 신임을 악용하여 해독행위를 하여 강도가 보장될수 없는 불량한 가짜세멘트를 생산하여 건설장들에 내보내였다. 그자는 자기 정체가 드러나자 어디로인가 사라졌다. 그러자 인민들속에서 군당책임비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올랐다. 책임비서는 강권을 휘둘러 인민들의 목소리를 마구 눌렀다. 인민들은 책임비서가 그런 불순이색분자는 옆에 끼고 돌아가면서도 피살자, 전사자 가족들을 비롯한 기본계급출신인민들의 생활에 무관심하고 더우기 청년학생들의 앞길을 열어주지 않고 막고있기때문에 더욱 분개하였다. 인민들이 믿고따르는 조선로동당의 군당책임비서가 이럴수 있는가…

신소내용이 모두 사실이면 용서할수 없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너무 아연해져 류수명에게 도당일군들과 함께 군에 내려가 군당책임비서의 사업과 생활을 전면적으로 료해하라고 지시하시였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떠나보낸 다음에도 분격과 의혹, 착잡한 우려에 일손을 놓고 생각에 잠기는 때가 드문히 있었다. 나라의 2백분의 1을 차지하는 한 군에서 어느 당일군에 대한 원한이 이 지경으로 쌓였다면 인민대중을 위하여 헌신복무하는 우리 당에 엄중한 정치적손실이 아닐수 없었다.

일찌기 당중앙위원회에 들어와 당사업을 령도하면서부터 인민대중을 위하여 투쟁하는 주체의 우리 당은 인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야 하며 그러자면 어느 한 당일군도 인민들속에 티끌만한 의견이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인민의 충복답게 일하게 하자는것이 그이의 결심이시였다. 이러한 그이께 있어서 차영진책임비서에 대한 신소는 참을수 없는 문제였던것이다.

류수명이 방에 들어섰다. 해볕과 바람에 검스름하게 그슬리고 좀 수척해진탓인지 그의 얼굴은 밝아보이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서둘러 물으시였다.

《료해가 끝났소?》

류수명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이였다. 재차 물어서야 그는 해당 기관이 도주자의 행처를 밝혀내는중이여서 제기된 문제들의 근본원인을 찾아내기 어렵게 되였다고 대답하였다.

《제기된 문제들은 다 사실이요?》

《사실인것과 아닌것이 뒤섞여있습니다. 군당책임비서가 피살자, 전사자 가족들의 생활에 무관심하고 청년학생들의 앞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것은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차영진동무는 책임비서로 임명된후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는 농업을 발전시켜 알곡생산고를 계속 높여왔으며 지방산업을 새로운 기술로 장비하여 인민생활을 현저히 개선하고 중앙과 도의 도움을 별로 받지 않고 자체의 기술과 로력으로 건설을 대대적으로 벌려 군의 면모를 일신시키고있습니다.》

류수명은 흥분으로 얼굴이 벌겋게 되여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계속하였다.

《백여명의 청년학생들을 중앙과 지방 대학에 보냈고 도공산대학과 인민경제대학, 상업학원, 피복전문학교, 료리전문학교 등에 보냈습니다. 단지 조건부로… 졸업하고 군에 돌아온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보냈습니다. 그가 막은것은… 일부 청년들이 도시와 벌방지대로 빠져나가는것을 강하게 통제하도록 한것입니다. 경제생활과 도덕생활에서는 제기된것이 없습니다.》

《세멘트문제는 다 사실이요?》 하고 그이께서 시름겨운 안색으로 조용히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사라진것도?》

《예…?》

《어디로…》

《아직 행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자를 믿은것이 책임비서의 과오였습니다.》

《그러니까… 해독행위라는거요?》

《의식적인 해독행위라고 인정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합니다. 그러나 사고의 근본원인은 강도가 낮은 세멘트로 건설을 한데 있습니다. 강도가 높았다면 그런 지진쯤에는 끄떡없었을것입니다.》

《사고가 난데 콩크리트를 분석해봤소?》

《예… 분석표를 보니 단층주택이나 지을수 있는 강도가 낮은 세멘트였습니다.》

《음… 시공에는 결함이 없소?》

《좀…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원인은 세멘트의 질에 있습니다.》

《그런데 책임비서는 왜 인민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누르려고 했소?》

《송탄군의 전 책임비서였던 도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동무는 그가 불순이색분자한테 믿음을 준 자기 과오가 널리 여론화될가봐 누른것 같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무엇이라고 하오?》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당조직들을 통해 해당 기관에서 해명하기전에 함부로 억측들을 하며 정확하지도 않은 소리들을 돌리지 말도록 하라고 요구했을뿐이라고 했습니다. 눌렀다고 하면 그렇게 볼수도 있지만 다른편으로 생각하면 책임비서로서 그렇게 요구한것이 옳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담배를 꺼내시였다.

《구영세라는 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동무는 책임비서를 옹호했습니다. 다른 일군들의 의견은 착잡합니다. 통이 너무 커서 사람을 헐하게 믿다나니 과오를 범했다, 계급로선을 홀시하고 군중로선을 중시했다, 믿음을 준것이 잘못인가, 믿음을 악용한놈이 죄인이지 하고 말하는 동무들도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시였다.

《차영진이… 영진이… 그 동무는 왜 믿었다고 하오?》

《그 동무와 여러차례 담화하며 이 문제에 대해 파고들었습니다. 매번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현행이 좋고 충실하려는 사람을 믿지 않을수 있는가. 당일군으로서… 나는 믿으려고 했다. 이렇게 고집하며 자기비판을 성근하게 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불순이색분자한테 믿음을 준것이 과오가 아닌가고 하니 그의 정체가 밝혀진 다음에 비판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단 말이요?》

《성미가 누긋한 도당책임비서동지도 분격해서 상급당에 대한 태도문제라면서 사업정지를 풀지 않고 계속 자기비판을 시키겠다고, 그냥 저렇게 나오면 조직문제를 보지 않을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심각한 안색으로 방안을 거니시다가 자리에 도로 앉으며 계속하라고 부드럽게 이르시였다. 류수명은 죄송스러운 얼굴로 나직이 말씀드렸다.

《엄중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장본인이 없어진것이 현실인데도… 우선 도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근거도 없이…》

《그렇단 말이요?!… 그에 대해 총체적으로 어떤 인상을 받았소?》

《산골군을 추켜세우자고 자신의 모든것을 다 바쳐 일한것은 사실입니다. 일군입니다. 그러나 해놓은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입밖에 내지 않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말만 하면서… 도주인가 아닌가 해명되기전에는 평가를 내릴수 없습니다. 그가 주관이 센것은 사실입니다… 너무 복잡한 문제여서 도당책임비서동무도 중간보고를 드리고 가르치심을 받았으면 했습니다.》

《신소자는 어떤 동무요?》

《리창길이라는 청년인데 제지공장 로동자입니다. 철이 좀 없습니다. 이 동무가 물이 맞지 않아 못살겠다, 다른데 옮겨달라고 몇해째 계속 제기했는데 막으니까 거기에 불만을 품어오다가 사고가 나고 여론이 분분한데 충격을 받아 신소한것 같습니다. 알아보니 물이 맞지 않는다는것은 거짓소리입니다. 도시로 옮겨가자는 구실이였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군당책임비서한테 불만을 품는가? 책임비서가 거주퇴거를 맡아보는것도 아닌데…》

《새 책임비서가 와서 주민들을 거주지에 고착시키도록 강하게 요구하였기때문인것 같습니다.》

《음…》

《그 동무 누이가 식료공장 지배인인데 보통 활동가가 아닙니다. 그 녀성이 어떤 작용을 놀았는지 전 책임비서가 해당기관에 옮겨주라고 권고했는데 새 책임비서가 와서 그것을 뒤집어놓았습니다. 그 녀성이 지금도 송규태동무의 집에 이따금 찾아다닌다는 여론이 있습니다. 총화하면서 도당책임비서동무한테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이께서 시름겨운 한숨을 내쉬시였다.

《차영진동무는 누가 신소했는지 알고있소?》

《제가 말해주자고 하는데 너무 완강하게 거절해서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일찌기 종합대학의 한 교수는 김정일동지의 천재성에 대하여 회고하며 그이께서는 대학시절부터 한가지 일을 하면서 두가지 세가지 일을 구상하였으며 네가지 다섯가지 문제를 두고 동시에 사색하였다고 했다. 오진우동지는 그이의 비상한 독서력에 감탄하며 그이께서는 문건이나 책을 볼 때 대각선으로 읽는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석줄, 넉줄씩 읽는다, 바로 여기에 그 비상한 독서력의 비결이 있다, 나는 이것을 가까이에서 여러번 느꼈으며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날도 김정일동지께서는 류수명과 담화하며 동시에 대외문화련락위원회의 제의서를 두고 사색하시였다. 쏘련의 여러 대학들에서 동시에 동창회를 연다고 통고하면서 우리 나라 류학생출신 일군, 과학자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내여왔다. 쏘련측의 의도는 명백하다. 사회주의나라들의 류학생출신간부들을 초청하여 《개편》사상을 주입하자는것이다.

때문에 본인들이 동의한다면 적당한 리유로 동창회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제기해왔다. 그러나 보내자, 보내는것이 좋다, 남들이 《개편》사상을 주입하려 한다고 우리 지식인들이 받아먹겠는가. 수명의 형같은 사람은 쏘련에 가서 《개편》의 실상을 목격하는것도 필요하다. 우리 지식인들을 믿어야 한다.…

그날밤 김정일동지께서는 계획대로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타격군단으로 나가시였다.

보름달이 환하게 비쳐 온 대지가 희푸르스름한 빛에 물들여졌다. 그이를 모신 승용차행렬은 서남방향으로 뻗은 도로를 따라 살같이 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타격군단의 야간전술훈련을 보시러 가는 길이였건만 송탄군당 책임비서에 대한 걱정에서 좀처럼 벗어나실수 없었다.

…사람이 교만해졌는가. 도당책임비서의 말대로 당중앙에 대한 태도상문제인가… 그런데 자격이 없다는건 무슨 소리인가? 자격… 자격이 없다… 자격이… 신소가 제기되게 했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사람을 잘못 믿었다고 인정하는데서 나온 소리인가?… 이번 일을 통해 그한테서 사람일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면 이거야말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인민대중의 힘을 믿고 혁명과 건설의 모든 일을 벌려나가는 우리 당의 한 군당책임비서가 그렇게 된다면?… 그는 우선 사람들에 대한 포옹력, 사업에서 전개력, 진취성, 대담성, 담력… 모든것을 잃게 될것이다. 당사업에 사랑과 믿음의 정치를 철저히 구현하지 못할것이다.

그이께서는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이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처음 만났다가 헤여질 때 차뒤를 따라 정신없이 뛰여오던 그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가슴이 저려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지정된 계선으로 나가 타격군단 한개 구분대의 야간전술훈련과 실탄사격을 보아주시고 돌아오는 길에 군소재지와 농촌리들의 형성도안을 보아주신적이 있는 한개 군을 실무지도하시였다. 그러시고는 송탄으로 곧바로 향하시였는데 도중에 동녘하늘이 벌써 희붐하게 밝아왔다. 타격군단에서 너무 지체하였던것이다. 아침에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의 협의회를 가지도록 포치해놓으신 그이께서는 동녘하늘을 보자 마음이 초조해지시였다. 그이께서는 평양쪽으로 뻗은 대도로와 송탄으로 갈라져 들어가는 길의 갈림목에 이르러 차를 세우고 길에 내려서시였다. 뒤따르던 승용차들이 줄레줄레 멎어섰고 수행원들이 황급히 차에서 내려 그이께로 다가왔다. 그속에 박윤식이도 끼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손을 허리에 올리고 송탄쪽으로 굽이쳐 들어가다가 새벽안개속에 묻혀버린 길을 바라보시였다. 고즈넉이 서려있는 희뿌연 안개바다 저쪽 멀리에 송탄땅이 있고 거기에 산간오지의 어려운 조건에서 살고있는 수만의 인민들이 있는것이다. 그들에게로 가는 길… 수수백년 송탄사람들은 죽지 말고 살아보자고, 잘 살아보자고 이 한적한 길로 수없이 드나들었을것이다. 자자손손들의 발들과 달구지바퀴며 자동차와 뜨락또르의 바퀴들에 다져지고 패인 이 길은 사람들이 뿌린 눈물과 땀, 비탄과 울분, 갈망과 공상, 더운 숨결에 쩌들어 검스름해진듯 하였다. 송탄의 군당책임비서… 문득 흙빛으로 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인민들을 잘살게 하려고 애쓰다가 그 인민들속에서 신소가 제기되여 사업정지를 당한 전사… 다시 오마고 약속해놓고 한번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일찌기 찾아가 사업을 료해하고 도움을 주었더라면 그가 과오를 범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가슴이 저려드시였다.

그이의 뒤쪽에 와서 주런이 선 수행원들속에서 벌써 무엇인가 느끼고 초조한 얼굴로 야광시계를 들여다보는 일군들도 있었다.

그이께서 문득 뒤를 돌아보며 박윤식을 찾으시였다. 박윤식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는 간절한 소원을 담아 가까스로 말씀드렸다.

《지도자동지, 날이 밝습니다. 그냥… 지나가주십시오. 제가 그 동무들한테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힘껏 도와주겠습니다.》

《저 길을 보니 영진동무가 생각나 걸음이 떨어지지 않소. 가봐야 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에 하기로 포치된 사업때문에 태반의 수행원들과 인민무력부장일행에게는 먼저 평양으로 올라가라고 이르고는 차에 오르시였다. 그리하여 희푸르스름한 새벽하늘밑에서 여러대의 승용차행렬은 차창들을 번들거리며 수도를 향하여 달리고 석대의 승용차만 송탄으로 가는 길로 꺾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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