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그때 모습

 

              1

저고리 차려입고 집을 나서면

누구나 말했대요 물찬 제비같다고

하지만 조국해방전쟁이 일어난 그해

울할머니 군복입고 전선으로 떠날 때

모두 깜짝 놀랐대요 딴사람 되였다고

 

댕기얹던 머리엔 군모를 쓰고

저고리고름아닌 혁띠를 두른 모습

개구리만 보아도 어깨를 움츠리던

우물집막냉이가 정말 옳은가고

사람마다 혀를 차는 름름한 그 모습

 

미군놈들 무찌르고 이겨서 오거라

따라서며 바래우는 사람들앞에

허리굽힌 절대신 거수경례하는데

마을의 꼬마들은 그 모습이 희한해

서로서로 마주보며 두눈만 휘둥글

 

그래요 할머니는 딴사람이 된거예요

어제날의 물찬 제비도 아닌

어제날의 마음고운 막냉이도 아닌

미군놈들 불지른 전쟁이 일자마자

조국을 지키는 녀장부가 된거예요

 

                 2

미군놈들 비행기가 띄워놓은 조명탄

아무리 대낮처럼 산골길을 밝혀도

후송임무 안고가던 할머니모습

얼마나 멋있을가 지금 볼수 있다면

 

장마비에 솨솨 불어난 산골개울

주저없이 부상병들 등에 업고서

한치한치 외나무다리 건느던 모습

오늘 다시 눈앞에 볼수 있다면

 

정말이지 얼마나 멋이 있을가

어느덧 야전병원 특무상사된 할머니

불타는 고지를 서슴없이 넘나들던

그 모습도 다시 볼수 있다면

 

불을 뿜던 중기사수 적탄에 쓰러지면

할머니가 달려가 틀어잡던 그 중기

뚜루룩 뚜루룩 결사전에 나선 모습

지금 다시 본다면 얼마나 멋있을가

 

―야, 정말 아쉽네 그때 그 모습

어째서 사진에 남기지 않았나요

―말말아라 그날의 사진보다도

조국이 기억하면 더 바랄게 무어냐

 

                3

미군놈들 때려부신 승리의 기쁨안고

제대되여 고향으로 돌아온 그날

할머니는 모여든 사람들속에

하루종일 에워싸여 꼼짝달싹 못했대요

 

먼 옛날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수처럼

아니아니 큰공세운 나라의 영웅처럼

두손잡아 흔들고 어깨를 두드리니

어쩌나 이마엔 땀방울만 송골송골

 

어느 고지에서 싸움을 했느냐고

총알이 날아올 때 무섭지 않더냐고

승냥이 미군놈들 얼마나 잡았는가고

훈장들은 무슨 공을 세워 받았느냐고

 

연거퍼 쏟아지는 물음소나기

무엇부터 어떻게 대답을 한담

딸기처럼 얼굴이 빨개진 할머니

한두마디 대답조차 웃음속에 더듬는데

 

미군놈들 족치며 고지를 지켜가던

용감한 간호병 그 모습은 어데 갔나

할머니는 여전히 우물집막냉이

3년전 그때처럼 수집은 막내처녀

 

어쩔바를 몰라하는 할머니를 도와서

리당위원장아저씨가 큰소리로 말했대요

―김일성장군님을 최고사령관으로

모시고 싸운 병사가 어련했을라구

 

             성 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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