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넘겨 씌우려다가

◇ 우 화 ◇

 

                                                박  화  준
어느날 동산일로
호수가마을에 간 멍멍이
산 물고기들 휘휘 꼬리젓는
물고기초롱을 들고오며 참지 못하고
한마리 꿀꺽 또 한마리 꿀꺽…
 
그러다 펄쩍 제정신이 들었네
《엉? 벌써 다섯마리를?
  이거 큰일났군
  꼼꼼한 염소할아버지가 세여보는 날엔…》
 
더럭 근심이 난 멍멍이
이때 마침 앞서가는 야웅이를 보았네
(고지식한 저 바보를 골려먹어야지)
 
《야웅아― 날 좀 도와줘
  발목을 곱질러서 그래
  염소할아버지가 빨리 오랬는데…》
 
그 소리에 급히 달려온 야웅이
제꺽 초롱을 받아들며 말했네
《걱정말아 내가 들고 냅다 달릴테니…》
 
초롱 들고 마을로 내닫는 야웅이에게
멍멍이 이때란듯 슬쩍 소리쳤네
《야웅아, 그속에 산 물고기가 있으니 조심해》
《응, 알았어 걱정말라니까》
 
《하하, 잘한다 잘해》
쾌재를 올리던 멍멍이
절뚝절뚝 다리 저는 시늉을 하며
염소할아버지네 집마당에 들어섰는데
 
할아버지와 야웅이 저저마다 머리 기웃
《야웅아, 왜 다섯마리가 모자랄가?》
《예? 다섯마리요? 글쎄요…》
야웅이 안타까와 초롱속을 자꾸 들여다보는데
멍멍이 제편에서 버럭 소리쳤네
 
《난 분명 산 물고기 열두마리를 네게 넘겨줬는데
  너 까불며 뛰여가더니 혹시 흘린게 아니야?
  아니면…》
멍멍이의 대들이에
야웅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멍멍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염소할아버지
알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네
《멍멍아, 입이나 싹 씻고 야웅이를 꾸짖으렴.
  그 입에 묻은 고기비늘이 다 말해주는구나
  그 다섯마리가 없어진건
  네가 잘 안다고 말이다》
 
《예?!…》
제 입을 만져본 멍멍이
손바닥에 묻어난 고기비늘을 보자
그만에야 머리를 움켜잡으며 신음했네
 
(아이쿠, 내가 이거
 제 잘못을 남에게 넘겨씌우려다가
 도리여 어지러운
 제 속심만 드러내고말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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