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경  명  섭

요즘 복남이의 동그스름한 얼굴에는 근심이 어리였습니다.
아버지때문이였지요.
글쎄 아버지의 얼굴에 늘 피여있던 웃음꽃이 어디론가 사라졌던것입니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였는가구요?
그 웃음꽃이 사라진것은 분명 농장의 관리위원장사업을 맡은 다음부터였습니다.
작업반장으로 일할 때만 해도 복남이 아버지는 얼마나 웃기 잘하고 노래를 잘 불렀는지 몰랐습니다.
모내기전투때나 김매기전투, 가을걷이전투…
하여간 1년내내 바쁘게 벌에 살면서 힘들게 일했지만 복남이 아버지의 얼굴에선 언제 봐도 웃음이 가실줄 몰랐고 흥얼흥얼 코노래가 그칠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관리위원장으로 임명받아가지고 집에 들어선 아버지는 근엄해보이기까지 한 얼굴로 어머니와 복남이에게 이제부턴 일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말하는것이였습니다.
하긴 한개 작업반의 반장이던 아버지가 그런 작업반이 열개도 넘는 큰 농장의 살림을 떠맡았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복남이 아버지는 그날부터 반장으로 일할 때보다 열곱은 더 바쁘게 지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종일 벌판에서 뛰여다니다가도 집에 들어온 저녁이면 늘 복남이의 숙제장도 꼼꼼히 검열해주고 기타연주법까지 차근차근 배워주군 했지만 요즘은 그런 즐거운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밤마다 콤퓨터앞에 마주앉아 자료를 보고 계산을 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그러다나니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사라지고 수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복남이는 더럭 걱정이 났습니다.
(저러다 아버지가 앓기라도 하시면…)
복남이는 아버지에게 웃음꽃을 다시 찾아주고싶어 여러가지로 마음을 썼습니다.
오죽했으면 복남이의 딱친구인 철이가 이런 말까지 했겠나요.
《옛날 어느 한 나라의 왕비가 나라를 위해 웃음을 주고 대신 울음을 가졌대. 혹시 너의 아버지도 농사일과 웃음을 바꾼게 아니가?》
복남이는 속이 탔습니다.
잠시라도 농사일걱정을 잊고 마음껏 웃으며 기뻐하게 해드리고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복남이한테 기쁜 일이 생겼습니다. 군적으로 진행된 학과경연에서 단연 1등을 하여 상장과 상품까지 받게 되였던것입니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시면 껄껄 웃으실거야.)
복남이는 덩실덩실 춤추듯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나다를가 상장을 들여다본 아버지는 《네가 공부를 참 잘했구나.》하며 벙긋 웃으시였습니다.
《야, 아버지가 웃으시네.》
복남이는 환성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복남이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아차, 내 정신봐라. 3작업반에 나가본다는걸 깜빡 잊었댔구나.》하며 밖으로 나가셨던것입니다.
복남이는 밥맛이 없어 숟가락을 들다 말았습니다. 책상에 마주앉았으나 글줄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에게 웃음꽃을 다시 찾아드릴수 있을가 하는 생각뿐이였습니다.
생각던 끝에 복남이는 이튿날 아침 일찌기 집을 나섰습니다. 시내의 교예극장에 다니는 외삼촌한테 가려고 말입니다.
외삼촌은 아무 물건이나 마음먹은대로 척척 생겨나게 하는 인기있는 요술배우였거던요.
복남이의 말을 들은 외삼촌은 《뭐, 아버지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없어졌다구? 거 야단이구나.》하며 걱정했습니다.
《외삼촌의 그 요술이면 돼요. 그 요술막대기를… 좀 도와주세요.》
복남이가 조르자 외삼촌은 벙긋 웃더니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들었습니다.
알락달락한 원주필이였습니다.
외삼촌이 말했습니다.
《이건 내가 척척할아버지한테서 받은 신기한 원주필이란다. 이 원주필로 종이우에 필요한 물건이름을 쓰면 그 물건이 척 생겨난단다.》
《뭐라구요? 필요한 물건이 척척 생겨나는 신기한 원주필이라구요?》
복남이는 원주필을 매만지며 되물었습니다.
《음, 그런데 명심할건 이 원주필은 두번밖에 쓸수 없다는거다.》
《알겠어요. 야, 우리 외삼촌이 제일이야!》
복남이는 너무 좋아 콩당콩당 뛰였습니다.
(무슨 물건을 나오게 해야 아버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될가?)
집에 돌아온 복남이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아, 그렇지. 사계절 벌에서 살다싶이 하는 아버지에게 추울 때는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고 더울 때는 서늘하게 땀을 식혀주는 만능지능옷이 있으면 좋을것 같애.)
이렇게 생각한 복남이는 종이우에 《남자용만능지능옷 한벌》하고 썼습니다.
아, 그러자 이것 보세요.
어느새 책상우에는 회백색의 멋진 만능지능옷 한벌이 척 생겨났습니다.
복남이는 호기심을 누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만능지능옷을 입어보았습니다.
순간 복남이는 《야―》하고 환성을 올렸습니다.
한낮의 가을해빛에 따갑게 달아올랐던 몸이 순간에 시원해지고 옷에서 꽃향기까지 풍겨나와 머리가 거뜬해졌습니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기라도 하듯 복남이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하, 거 정말 신기한데. 아버지는 분명 이 옷을 받으시면 너무 기뻐 껄껄 웃으실거야.》
복남이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제꺽 옷을 드렸습니다.
《아버지, 받으세요. 만능지능옷이예요.》
《엉? 만능지능옷? 어디서 난거냐?》
옷을 받아든 아버지는 영문을 몰라 복남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어서 입어보세요. 외삼촌이 주었어요.》
《허, 이런 옷이 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직접 보기는 처음이구나.》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만능지능옷을 이리저리 펼쳐보았습니다.
《야, 아버지가 웃으시는구나!》
복남이는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만능지능옷을 옷걸이에 걸어놓더니 《난 지금 입은 이 옷도 괜찮다. 농사를 잘 짓지 못하는 농사군이 좋은 옷 입을 자격이 있니?》하시는것이였습니다.
복남이 아버지는 늘 입던 옷차림 그대로 또 벌판에 나갔습니다.
복남이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자기의 성의가 조금도 빛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의 도톰한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앵돌아진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쳇, 아버진 너무해. 내 성의를 너무 몰라준다니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웃음을 아예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에 마음이 자꾸만 불안해졌어요.
《엥이, 아버지를 이전처럼 웃게 할수는 없을가?》
이렇게 중얼거리는 복남이의 머리에 문득 지난해 극장구경을 갔을 때 아버지가 줄곧 하하하 웃으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옳지.》
복남이는 환성을 올리고나서 흰 종이우에 삼촌이 준 원주필로 《희극장면들이 보이는 신기한 안경》하고 또박또박 썼습니다.
그러자 테가 타원형인 연록색안경이 책상우에 척 나타났습니다.
복남이는 신기한 안경을 얼른 눈에 가져다 대보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희극공연장면들이 련속 펼쳐졌습니다.
《히야― 정말 멋진데.》
복남이는 너무 좋아 소리쳤습니다.
나무나 돌이 아닌 다음에야 이렇게 멋진 장면들을 보고 어떻게 웃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밤낮 들판에서 살다싶이 하는 아버지한테는 휴식참에 논두렁에 척 앉아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을 다 볼수 있는 이런 안경이 정말 제격일것입니다.
서둘러 숙제를 끝낸 복남이는 안경을 가지고 농장벌로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들어오실 때까지 기다리자니 오금이 쑤셔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들판에 나서니 구수한 낟알향기를 싣고 선들선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무겁게 고개숙인 벼이삭들이 춤추듯 설레이고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샘골논에서 농장원아저씨들과 함께 벼이삭에 달린 벼알수를 세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곁으로 다가간 복남이는 아버지의 손에 슬그머니 안경을 쥐여주며 귀속말로 소곤거렸습니다.
《아버지, 이건 희극장면들만 볼수 있는 멋진 안경이예요. 휴식참에 껴보세요.》
《그래? 원참, 녀석두. 늘 아버지 생각뿐이구나. 고맙다. 하지만 네가 잘 건사해둬라. 지금이야 언제 그럴새가 있니?》
아버지는 안경을 복남이의 주머니에 도로 넣어주고나서 다시 일손을 잡았습니다.
《야 참, 아버진 정말…》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한 복남이는 은근히 심사가 뒤틀렸습니다.
아버지가 웃지 않으니 불꺼진 난로처럼 집안에도 늘 서늘한 공기가 도는것 같아 복남이는 막 안타까왔습니다.
복남이는 맥없이 터벌터벌 집으로 돌아오며 뿔돋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헹, 아버진 뭐야. 그저 일밖에 몰라. 농사일이면 다나. 씨―》
복남이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단단히 밸풀이를 하리라 별렀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아버지는 밤늦도록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몇시나 됐는지…
책을 보던 복남이가 솔곳이 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아버지였습니다.
전혀 웃지를 않아 속을 태우던 아버지가 그것도 한밤중에 큰소리로 웃으시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복남이는 자기가 혹시 꿈을 꾸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다 들었지요.
하지만 꿈은 아니였습니다.
아버지는 밥상에 앉아서도 웃으시였고 수저를 놀리면서도 싱글벙글했습니다.
《오늘은 웬일이예요. 웃음과는 담을 쌓은줄 알았는데, 호호호… 잃어버렸던 웃음을 다시 찾은게 아니나요?》
어머니는 롱담절반, 진담절반으로 물었습니다.
《허허허. 오늘 농장별 수확고판정을 했는데 우리 농장이 계획을 넘쳐하였소. 허허 허허허… 얘 복남아, 거 만능지능옷 있지. 어서 한번 입어보자꾸나.》
복남이가 가져다준 만능지능옷을 입은 아버지는 그냥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허허허… 거참 좋구나. 복남아, 이왕이면 그 안경두 좀 주려무나.》
복남이는 신이 나서 안경을 꺼내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안경을 끼자마자 방안이 떠나가게 껄껄 웃었습니다. 마치도 그간 웃지 못한 봉창을 다 하려는듯이 말이예요.
아버지가 웃으시니 어머니도 웃으시고 복남이도 활짝 웃었습니다.
온 집안에 웃음꽃이 활짝 피여났습니다.
복남이는 아버지의 얼굴에 지금처럼 밝은 웃음꽃이 피여난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만풍년으로 온 마을, 온 농장에 웃음을 주려고 그토록 애쓰는 아버지에게 순간적인 기쁨으로 웃음꽃을 찾아주려 했던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짧은것이였는가를 말이예요.
복남이는 기뻐하는 아버지를 보며 굳게 마음다졌습니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여 벼알 한알이 주먹만 하게 커지게 하는 새로운 품종을 연구해내겠다고말이예요.
하여 아버지의 얼굴에 늘 웃음꽃이 피여있게 하겠다고 말이예요.
아니, 아버지만이 아니라 온 마을, 온 나라에 웃음꽃이 활짝 피여나게 하겠다고 말이예요.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CAPTCHA Image
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