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노래한 중세시문학의 사상정서적특성
《예로부터 사람들은 신념과 의지가 강하고 지조와 절개가 굳은 사람을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눈속에 묻혀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를 의지가 강하고 지조와 절개가 굳은 우리 민족의 굳센 기상과 의지, 절개와 의리의 상징으로 삼아왔으며 소나무를 소재로 많은 시작품들을 창작하였다.
소나무를 민족의 굳센 기상과 의지, 절개와 의리로 숭상하고 찬양한 한자시문학유산은 오랜 력사적과정에 창작전승되여온 우리 민족의 특색있는 시문학유산의 하나이다.
소나무를 노래한 중세시문학유산에서 두드러지는 사상정서적특성의 하나는 소나무를 민족의 굳센 기상과 절개와 의리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다함없는 례찬과 애착의 감정을 토로한것이다.
이러한 작품들가운데서 주목되는것은 무엇보다먼저 눈서리에도 끄떡없이 사시장철 푸른색 변치 않는 소나무의 억센 기상과 꿋꿋한 절개를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높이 내세우고 격조높이 구가한것이다.
림춘(?‐1196)의 시 《반송의 노래》, 리규보(1168‐1241) 의 시 《동백꽃》, 리숭인(1349‐1392)의 시 《리씨의 정원에서 소나무, 참대, 매화, 란초를 보고 양촌의 운을 밟아》, 사명당(1544‐1610)의 시 《푸른 소나무》, 류몽인(1559‐1623)의 시 《주령의 한쌍의 소나무》, 박인로(1561‐1642)의 시 《솔》, 리익(1681‐1763)의 시 《금오산 참대지팽이》, 허균(1569‐1618)의 시 《락화》등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림춘의 시 《반송의 노래》에서는 심산속의 키낮은 소나무‐반송의 모습을 관망하는 미묘한 정서를 통하여 구속없는 생활에 대한 열망을 감명깊게 노래하였다.
시에서 시인은 먼저 《만물은 하늘에서 생겨난다 하거늘》 《천백가지로 모습을 빚어내는 조물주의 본심은 가늠하기 어려워》미끈한 줄기와 꽃향기를 자랑하며 길가에 모습을 드러낸 초목이 있는가 하면 반송처럼 궁벽한 산골에서 산천의 정기를 간직한 령물도 있다고 하면서 그에 비겨 무인통치배들의 탄압으로 세상을 등지고 사는
시에서 반송은 바로 기나긴 방랑생활기간 시인자신이 체험해온 고달프고 외로운 심정과 함께 변심없이 절개를 간직해온 깨끗한 생활신조와 리상을 그대로 구현한것이라고 볼수있다. 다시말하여 시인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꿋꿋이 살아온 반송의 형상을 통하여 궁벽한 시골에서 생을 마칠지언정 권세와 불의에 아부하지 않고 굳세게 살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모진 시련속에서도 생활신조와 절개를 굽힘없이 굳세게 지켜갈
리규보의 사상미학적지향과 정서가 선명하게 드러난 시 《동백꽃 》도 마찬가지이다. 시인은 시에서 《소나무와 잣나무는 곱지는 못하나 /추위를 이겨내는 그 기상 귀하여라》라고 소나무의 굳센 절개를 찬양하였다.
시인은 동백나무는 꽃이 사치하지 않으면서도 소담하고 고우며 게다가 혹한에도 끄떡하지 않고 사시장철 푸른색 변하지 않는 굳센 소나무의 절개까지 지니고있어 더욱 아름답고 사람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는 향취를 풍긴다고 정서적으로 더욱 강조하였다. 시는 소나무처럼 불의에 굽힘없이 강직하게 지조를 지켜 곧바르게 산 시인자신의 생활신조와 사상미학관을 잘 알수 있게 한다.
고려말기의 시인이며 학자였던 리숭인은 친구의 정원에 새로 떠온 소나무가 한척가량 자란것을 보고 《리씨의 정원에서 소나무, 참대, 매화, 란초를 보고 양촌의 시에 차운하여》라는 시를 창작하였다. 시인은 시에서 비록 한척가량 자라난 애어린 나무이지만 찬서리에도 끄떡없이 서있는 그 억센 기상으로 하여 뭇사람들‐지조가 없고 신의가 없는 사람들은 그곁에 감히 가까이 할수 없다고 강조하고있다.
허균은 시 《락화》(제4수)에서 복숭아꽃, 오얏꽃이 서로 부귀를 뽐내도 꽃철이 지난후에는 소나무와 참대만이 푸른빛 변함없다는 표현을 통해
민족의 굳센 기상과 절개와 의리의 상징인 소나무를 찬양한 시작품들가운데서 주목되는것은 다음으로 소나무를 나라의 부흥과 잇닿아있고 사람들의 운명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신성시하고 숭상하고있는것이다.
민족이 배출한 출중한 인물을 찬양한 작품, 반침략애국투쟁과정에 발휘된 선조들의 애국심을 찬양한 반침략애국주제의 작품들에서 신령스러운것으로, 나라의 관문을 지켜선 수호신으로 구가되였는데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곽제우(1552‐1617)의 시 《률원을 유람하며》, 강위(1820‐1884)의 시 《동선령》, 권근(1352‐1409)의 시 《바다가 소나무》를 들수 있다.
애국적의병장이였던 곽재우는 자기의 시 《률원을 유람하며》에서 《여섯째 굽이 소나무는 푸른 강물 지켜섰고/ 쓸쓸한 한길가에 돌바위 관문됐네/ 비탈길 층암절벽 천길이나 높이 솟아/ 굽어보고 우러르니 길손마음 한가롭네》라고 소나무를 나라를 방위하는 신과 같이 노래하였다.
임진조국전쟁에서 용맹을 떨치고 애국적위훈을 세운 시인이 시에서 《소나무는 푸른 강물 지켜서고》라고 소나무를 나라를 방위하는 수호신으로 노래하면서 작품전반에 관통시킨 시의 서정은 바로 조국을 끝없이 사랑하는 그의 애국심과 함께 왜적을 쳐부시는 투쟁속에서 변함없이 한몸을 다 바쳐 조국을 사수하리라는 숭엄한 정서의 발현이라고 할수 있다.
황현, 김택영과 아울러 조선봉건왕조의 마지막 시단을 장식한 삼대가로 알려진 애국적인 문필가이며 사회활동가인 강위의 시 《동선령》에서도 이러한 사상정서를 찾아볼수 있다.
싸움의 자취가 아직도 남아있는 황량한 성터에서 그에 깃든 선조들의 애국사적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된 이 시에서 시인은 《포악한 맹수무리 길 메우며 달려들제/ 단풍과 소나무가 루대를 둘러막았지》라고 하여 끝없는 정복욕에 미쳐 신성한 우리의 령토를 침범하였던 침략자들과의 그토록 간고한 싸움에서 무비의 용감성과 헌신성을 발휘하였던 선조들의 뜨거운 조국애를 우리 민족이 가장 신령스럽게 여긴 소나무의 정신으로 더욱 깊이 부각시켰다.
권근도 시 《바다가 소나무》에서 소나무에 신선의 마음과 자취가 깃들어있다고 노래하였다.
시에서는 바다우에 외로이 떠있는 섬을 뒤덮은 푸르른 소나무와의 결부속에 어지러운 사회풍조와 인연없는 깨끗한 생활환경에 대한 서정적주인공의 갈망을 《한쪼각 먼지도 여기에는 스미지 못하리라》라고 토로하였다. 시인은 울창한 소나무에 불어오는 청신한 솔풍을 신선의 기운이 깃든 신령스러운것으로 보면서 여기에 의탁하여 자기의 사상감정을 피력하였던것이다.
소나무를 노래한 중세시문학의 사상정서적특성에서 중요한것은 다음으로 소나무에 비유된 우리 민족의 변심없는 신조와 깨끗한 생활적지향의 구현이다.
소나무에 비유된 우리 민족의 변심없는 신조와 깨끗한 생활적지향은 무엇보다도 봉건사회의 어지러운 세파와 생활풍조에서 벗어나 가난하게 살지언정 소나무처럼 변심없이 청렴하게 살려는 지향을 노래한 작품들에서 찾아볼수 있다.
소나무처럼 깨끗하게 살려는 지향은 우선 어지러운 정계에서 벗어나 량심과 지조를 저버리지 않고 산 진보적이고 량심적인 량반출신문인들의 작품에서 나타났다.
《해좌칠현》의 대표적시인 리인로(1152‐1220)는 시 《송풍정시운을 따라》에서 심심유곡에 자라는 소나무의 굳센 기개를 통하여 환기되는 정서적체험을 파고들어 운명의 가혹한 희롱속에서도 깨끗한 지조를 더럽히지 않을 생활적지향을 생동하게 구현하였다.
이러한 사상정서는 리인로의 시 《한림원의 잣나무노래》에서도 나타나고있다.
《신선부》라고 일컫는 한림원에서 《구태여 신선되는 술법을 익히지 않고도 살만한》데 《지금 그대 어인 연고로 나그네가 되였는가》라고 묻는 시인의 물음과 그에 대답하는 푸른 군자‐송백의 대화로 구성된 이 시에서 시인은 높은 뜻과 재능을 지닌 인재들이 세상에 용납되지 못하는 무신통치하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드러내고 무신폭정하에서도 리상과 포부를 잃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가려는 시인자신의 지향과 생활신조를 구현하였다.
임진조국전쟁시기의 의병장 리정암(1541‐1600)은 시 《윤기부의 운을 밟아》에서 《방랑하는 신세라 풍진 사납》고 《도시락 표주박에 가난》하여도 변함없는 우정을 간직하고 굳세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랑만적인 생활지향을 《눈서리 사나워도 솔은 푸르고/ 란초꽃 묻혔어도 골은 향긋해》라는 시구속에 담았다.
소나무처럼 깨끗하게 살려는 지향은 또한 신분적으로 불우한 평민출신 시인들의 작품에서도 나타났다.
이들은 자기들의 신분적처지로부터 신분적차별을 강요하는 모순되고 불합리한 봉건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비록 가난하게 살지언정 부귀공명을 추구하지 않고 소나무처럼 깨끗하게 살아가는 자기들의 생활을 그에 대치시키고있다.
남응침, 김락서, 조수삼과 같은 평민시인들의 작품들에서는 소나무에 비기는 이러한 사상정서가 진하게 흐르고있다.
시인 남응침은 시《고송》에서 뿌리를 박을 곳을 얻지 못하여 구름을 찌를듯 한 자태를 지니였어도 울창한 수림속이 아니라 황량한 길가에 자라난 소나무, 잎은 이미 시들었으나 늙은 가지는 아직도 꿋꿋한 소나무에 의탁하여 남다른 재주를 지니였어도 불우하게 살아가는 시인자신의 처지와 가난할지언정 지조를 굽힘없이 깨끗하게 살아가려는 생활적지향을 잘 표명하였다.
김락서도 시 《지문재에게》에서 바위틈에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의 억센 모습에 의탁하여 언제나 가난하고 어렵게 살면서도 공명과 부귀에 물들지 않고 마음의 탕개를 조이며 굳건히 살아가려는 시인의 생활신조를 표현하였다.
소나무에 비유된 우리 민족의 변심없는 신조와 깨끗한 생활적지향은 다음으로 굳은 절개를 지킨것으로 하여 세상에 이름난 인물들의 정신세계를 소나무에 비기여 찬양하면서 그들처럼 살려는 지향을 노래한 작품들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16세기중엽 노비출신의 시인이였던 어무적은 학자이며 시인이였던 길재의 옛집을 지나며 지은 《감회시》에서 고려왕조에 대한 충의와 의리를 귀중히 여긴 길재의 고결함과 절개를 곧고 높이 자란 소나무에 비겨 찬양하였다. 마찬가지로 리익의 시 《금오산 참대지팽이》에서도 조정에서 높은 벼슬로 회유하였지만 신의를 지켜 금오산에 들어가 학문탐구에 힘쓰면서 대문닫고 지낸 야은 길재의 절개를 《태평세월 바라면서 신하되기 거절하고/ 나라가 준 밭에다 참대를 심었었지/ 서리눈 내려쌓여 날씨가 추울때도/ 이을지 않은 소나무와 함께 있기 바라면서》라고 찬양하였다.
우리 나라 봉건시대의 마지막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김택영(1850‐1927)역시 시《승지 리회관을 회고하며》에서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살면서도 지조를 끝까지 지킨 리회관을 소나무에 비겨 찬양하였다.
소나무를 노래한 중세시문학에서 찾아보게 되는 또 하나의 사상정서적특성은 소나무를 널리 심어가꾸고 애호리용해온 민족세태생활과 풍습을 높이 찬양하며 감명깊게 반영한것이다.
임진조국전쟁시기 의병장의 한사람이였던 고경명(1533‐1592)은 시 《동선의 푸른 솔》에서 소나무를 심고 가꾸며 향토애를 키워가던 모습을 깊은 서정속에 회억하였다.
《만그루 소나무는 내가 심은것/ 푸르른 숲 이루고 구름 헤치네/ 십리송림 한밤중 바람이 불제/ 들려오는 바람소리 사랑하노라》라고 그는 자기의 작품에서 만그루나 되는 소나무를 심어 훌륭한 숲을 이루어 자기 사는 고장을 아름답게 꾸리며 자기의 정신과 마음을 단련하였던 체험을 시에 담고있다.
김시습(1435‐1493)은 특별히 소나무를 사랑하여 많이 심고 가꾸면서 그 체험을 시에 담았는데 시《솔을 심고》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인은 시에서 차디찬 겨울에도 절개를 지키는 소나무의 모습에 자기의 의지를 비기면서 문앞에 소나무를 심은데 대해 깊은 서정을 안고 구가하였다.
리량연은 김시습의 본을 받아 시《매월당》에서 김시습이 심은 소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대해 안타까와하면서 《동봉이 손수 심은 소나무/ 세월이 흘러도 무성하지 못하네/ 내가 삼가 솔씨를 받아/ 그 씨를 땅속깊이 심노니/ 아침비여 움트게하라/ 저녁이슬이여 고이 적셔라》라고 하여 김시습이 심어가꾸던 소나무를 훌륭하게 자래우며 그들의 뜻과 기개를 이어 굳세게 살려는 심정을 피력하였다.
소나무를 널리 심어가꾸고 애호리용해온 민족세태생활과 풍속은 소나무를 심어가꾸어 이루어낸 풍경을 소중히 여기며 그에 대한 무한한 애착과 찬탄을 표시한 작품들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서산대사의 시 《풍악산》, 리숭인의 시 《성주 가야산》, 곽여의 시 《영명사》, 리인로의 시 《한송정》, 서거정의 시 《월송정》등 소나무를 많이 심어가꾸어 울창한 수림을 이룬 장쾌하고 운치가 있는 풍경을 노래한 작품은 실로 허다하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소나무를 민족의 기상과 절개, 의리의 상징으로 찬양하고 어지러운 세파에 부대낌이 없이 꿋꿋하면서도 청렴결백하게, 변심없이 살아가려는 생활신조를 소나무에 비기여 표명하였으며 소나무를 심어가꾸고 리용해온 민족세태생활과 풍속을 반영한 중세시문학유산들은 소나무에 대한 정서가 우리 인민들과 오랜 력사를 같이해오는 과정에 스스로 생겨나고 받아안은 사상감정이라는것을 다양하고 풍만하게 형상하였다는데서 특색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