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깜장금붕어가 동굴입구에서 조가비뒤집기장난을 하고있는데 어디에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분명 신음소리였습니다.
《아이구… 날… 좀… 살려줘… 아이구…》
(혹시 놀이감승냥이놈이 정말?…)
깜장금붕어가 가만히 물풀을 헤치고 동굴안을 들여다보니 아니글쎄 죽은줄 알았던 놀이감승냥이놈이 몸을 뒤적거리며 꿈틀대는게 아니겠어요.
깜장금붕어는 무섭기도 하고 또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습니다.
(다 죽었던 저놈이 어떻게 되살아났어?)
깜장금붕어는 꼬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가가보았습니다.
《이놈!》
깜장금붕어는 가시창을 놀이감승냥이놈의 코앞에 들이대며 호통을 쳤습니다.
겨우 눈을 뜨고 깜장금붕어를 알아본 놀이감승냥이놈은 비굴하게 애걸하는것이였어요.
《착한 물고기야, 날 좀 살려주렴. 응?》
《흥, 이놈이 어따대고? 난 보초병이란 말이야.》
깜장금붕어는 보초병완장을 추슬러올리며 눈을 부릅떴습니다.
《아이구, 금붕어보초병, 제발 나를 좀 불쌍히 여겨주시우. 내 다시는 나쁜짓을 하지 않고 이 집에서 조용히 사라질테니… 저 하늘에 대구 맹세하오.》
놀이감승냥이놈은 눈물코물을 흘리며 주절댔습니다.
깜장금붕어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이놈아, 넉두린 그만해. 그 주둥일 닥치지 못하겠어?》
깜장금붕어가 가시창을 번쩍 쳐들자 놀이감승냥이놈은 벌렁 나동그라지며 죽는소리를 했습니다.
《아구구 팔이야.》
깜장금붕어는 성이 나서 물속동굴을 나서려 했습니다.
그런데 놀이감승냥이놈이 기신기신 매달리며 또다시 애걸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잠간만… 금붕어보초병, 제발 물고기들이 먹는다는 그 장수물풀약을 내게 조금만 좀 뜯어다주시우, 예?》
깜장금붕어는 눈이 뎅그래졌습니다.
《네놈이 우리가 먹는 약을 어떻게 알아냈어?》
그제야 깜장금붕어는 이전에 놀이감승냥이놈이 사람들이 없을 때마다 구석에서 기여나와 방안을 이곳저곳 살기띤 눈으로 휘둘러보던것이 생각났습니다.
희번뜩거리는 눈으로 어항동네안을 들여다보면서 입을 다시던것도 떠올랐습니다.
《흥, 장수물풀약을 달라구? 어림도 없다. 이놈.》
깜장금붕어가 호통을 치며 가려고 하자 놀이감승냥이놈은 깜장금붕어의 꼬리끝을 쥐고 사정하는것이였습니다.
《내 몸이 좀 추서야 이 어항동네를 떠나갈게 아니요. 아, 그러면 보초도 안서고 마음편히 지낼수 있을텐데…》
깜장금붕어는 그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정말이지 이놈때문에 변변히 놀지도 못하고 보초만 서자니 화가 나던터였습니다.
(그렇게 단단히 혼쌀난 놈인데 되돌아오기야 할라구. 차라리 어항동네밖으로 쫓아보내는게 땅수지.)
그래서 깜장금붕어는 어항속에 자라는 물풀약을 한줌 뜯어 그놈에게 《옛다.》 하고 던져주었습니다.
며칠후였습니다.
물풀로 팔을 동여맨 놀이감승냥이놈은 자리에서 일어나앉아 제법 눈물까지 글썽해져 깜장금붕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금붕어보초병,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았으면 좋겠소? 글쎄 신기한 장수약을 먹으니 몸이 막 거뜬해지는것같수다.》
깜장금붕어는 시답지 않게 말했습니다.
《이젠 약속대로 우리 동네를 떠나야지?》
그러자 놀이감승냥이놈은 뒤로 벌렁 나자빠져 네발을 버둥거리며 아부재기를 쳤습니다.
《아직 다리가 말을 듣지 않으니… 나도 속상해죽겠소.》
깜장금붕어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뻔뻔스러운 놈, 그러니 물풀약을 더 달라는 수작이냐?》
깜장금붕어는 주먹을 쳐들다가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이왕 시작한 일인데 도중에 그만두겠나.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데…)
깜장금붕어는 또 장수물풀을 한잎 뜯어다 놀이감승냥이놈에게 던져주었습니다.
물풀약을 처먹은 놀이감승냥이놈은 한결 더 나아진것이 알렸습니다. 그놈은 제법 깜장금붕어에게 히물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그래도 제일 너그러운건 깜장금붕어보초병이군. 그런데 보초병은 왜 항상 검은 옷만 입고다니시우? 내가 이 어항동네에서 제일 희한한 멋쟁이금붕어로 만들어줄가.》
깜장금붕어는 놀이감승냥이놈의 말에 귀가 벙싯해졌습니다.
《뭐뭐, 날 곱게 만들어줄수 있다구?》
《그렇지 않으면. 날 살려준 보초병에게 거짓말을 하겠소?》
놀이감승냥이놈은 깜장금붕어를 위해주는척하면서 분주탕을 피웠습니다.
《고와지려면 거무틱틱한 비늘을 벗겨내야 한다오. 이래뵈도 내가 그쯤한 미용수술은 얼마든지 해줄수 있구말구. 노란 금붕어나 하얀 금붕어 못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수 있게 해준다니까.》
깜장금붕어는 자기를 곱게 해준다는 소리에 홀딱 넘어가고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