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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보초병 (1)​
 

어느한 집에 커다란 어항이 있었습니다.

한쪽벽면을 거의다 차지한 멋진 유리어항안에서는 갖가지 관상용물고기들이 즐겁게 헤염치고있었습니다.

노란비늘에 하르르한 꼬리를 흐느적거리는 금붕어가 있는가 하면 줄무늬가 어룽어룽한 멋쟁이신선어도 있었습니다.

어항안의 놀이터는 또 얼마나 멋있게요.

쉼없이 뱅뱅 도는 물레바퀴가 《뽀륵 뽀르르…》 뿜어올리는 공기방울도 볼만했지만 새파란 물풀속에서 하는 숨박곡질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어항은 물고기들이 너무 좋아 하루종일 춤을 추는 행복의 보금자리였답니다.

이 아름다운 어항동네에서 까만 비늘옷을 입고 두눈이 툭 삐여져나온 금붕어도 살고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깜장금붕어였습니다.

사실 깜장금붕어는 어항동네의 보초병이랍니다. 깜장금붕어는 늘 지느러미에 보초완장을 멋지게 두르고 어깨에는 가시창까지 비껴메고 위엄있게 동네를 순찰하군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어요.

어항동네를 돌아보던 깜장금붕어는 밖에서 왁작벅작하는 소리를 듣고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어항벽에 다가가 방안을 내다보니 글쎄 손가락만한 수지장난감들이 서로 싸우고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집에서 사는 유치원어린이의 장난감들이였습니다.

어린이는 아마 방바닥에 주런이 세워놓고 놀던 장난감들을 그냥 두고 유치원에 간 모양인데 그사이에 무슨 사달이 난가봅니다.

아마도 또 못된 놀이감승냥이놈이 착한 놀이감짐승들의 꽁지를 물어주면서 못살게군 모양입니다.

아니나다를가 놀이감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놀이감승냥이놈을 되게 몰아주고있었습니다.

만화영화에서처럼 뾰족뾰족 가시가 돋은 철갑모를 쓴 고슴도치는 휙휙 날면서 놀이감승냥이놈을 답새겼습니다.

물오리는 단단한 부리로 놀이감승냥이놈의 눈통을 드립다 쪼아주었구요.

《아이구, 나 죽는다.》

놀이감승냥이놈이 허둥지둥 달아나는데 다른 놀이감들은 그냥 쫓아가며 조겨댑니다.

한팔이 외로 비틀어진 놀이감승냥이놈은 절뚝거리면서 피하다가 어항꼭대기로 기여올랐습니다.

놀이감승냥이놈은 장난감들의 무서운 기세와 어항의 푸른 물을 겁질린 눈으로 번갈아보며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제발 한번만…》

그러나 놀이감들은 용서가 없었습니다.

다람이정찰병이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땅땅!》

요란하게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놀이감승냥이놈은 한발을 들고 비틀거리다가 《꼬르륵, 첨벙!》 어항물속에 빠지고말았답니다.

《만세!》

놀이감들은 환성을 올렸습니다.

어항동네의 물고기들도 왁 달라붙어 밉고미운 놀이감승냥이놈을 물어뜯고 척 늘어진 그놈을 시커먼 물속동굴안에 처박고말았답니다.

야, 정말 통쾌하지요.

어항안을 들여다보던 방안의 놀이감들은 환성을 올렸고 어항안의 물고기들은 당실당실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면 못된 놀이감승냥이놈이 정말로 죽었을가요?

사실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랍니다.

어항동네의 대장격인 노란 금붕어는 깜장금붕어에게 물속동굴속에 처박힌 놀이감승냥이놈을 지킬데 대한 새로운 보초임무를 주었습니다. 이제 집주인들이 어항의 물을 갈아줄 때면 만신창이 된 놀이감승냥이놈을 없애줄테니 그때까지 그놈이 혹시 되살아나 어항동네의 물고기들을 해치지 못하게 하자는거지요.

깜장금붕어는 처음에는 정신을 바싹 차리고 보초근무를 책임적으로 섰습니다.

하지만 얼마동안이 지나자 깜장금붕어는 그만 심심해졌습니다. 놀이감승냥이놈은 아주 죽어버렸는지 찔 늘어져 아무런 기미도 없었으니까요.

다 죽은 놈을 지킨다는게 참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깜장금붕어는 점차 싫증이 났습니다.

하루는 깜장금붕어가 가시창을 벗어놓고 입으로 공기방울을 내보내는 놀음을 하고있는데 노란 금붕어가 찾아왔습니다.

《아니, 너 놀이감승냥이놈이 살아나오면 어떻게 하려구 가시창을 놓고있니?》

노란 금붕어가 깜짝 놀라며 하는 말이였습니다.

《쳇, 그렇게 두드려맞은 놈이 살긴 어떻게 산다구 그래? 너도 그놈이 이렇게 너부러진걸 보지 않았니?》

깜장금붕어가 우습강스러운 흉내까지 내보이자 노란 금붕어는 심중하게 말했습니다.

《뭐라구? 그놈을 어항동네에서 완전히 쫓아낼 때까지 절대로 탕개를 풀어놓아서는 안돼.》

하지만 깜장금붕어는 노란 금붕어의 말을 듣지 않고 가시창을 휘휘 돌리며 여전히 건들건들 보초를 섰답니다.

(흥, 다 죽은 놈이  무슨 일을 칠라구? 노란 금붕언 괜히 쓸데없는 근심을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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