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한 동산에 나무타기를 잘하는 세 꼬마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람쥐, 청서, 토끼였습니다. 그때는 토끼에게도 다람쥐나 청서에 못지 않는 긴 꼬리가 있었답니다.
풍요한 가을 어느날 세 꼬마친구는 시내가에 맛있는 음식들을 가득 차려놓고 모여앉았습니다.
밤이며 도토리를 가득 따들여 겨울나이준비를 충분히 한 자랑이며 번개같은 나무잡이솜씨로 나쁜 짐승들을 골탕먹인 통쾌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자기들의 자랑인 긴 꼬리로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나무타기를 잘하여 맛난 열매랑 배불리 먹으며 즐겁게 놀수 있는건 이 꼬리의 덕이야.》
다람쥐가 답숙한 꼬리를 비다듬으며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옳아, 우리에게 만약 이런 멋진 꼬리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몸의 균형을 바로잡으며 나무에서 제 마음대로 뛰여다니겠니. 여우놈이랑 산달이랑 우리를 어쩌지 못하는것도 우리가 이 꼬리덕에 나무를 잘 타기때문이야.》
청서도 같은 생각이라며 자기의 꼬리를 정겹게 살살 쓸어만졌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꼬리가 너무 기니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것같애. 그리고 남들이 흉보는것같기도 하구.》
토끼는 자기의 꼬리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하는것같지 않았습니다.
《이 맵시쟁이야, 그런 말 말어. 꼬리가 긴게 자랑이면 자랑이지 그게 무슨 흉이겠니. 난 나의 이 긴꼬리가 제일 좋아.》
다람쥐의 목소리가 자부심에 넘쳐 울렸습니다.
《나도 그래. 난 나의 이 꼬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
청서가 하는 말이였습니다.
토끼는 그들이 뭐라고 말해도 자기의 꼬리가 좀 짧았으면 하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자기의 모양새가 더 고와 보일것같았기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토끼의 귀에 누구들인가 소곤소곤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토끼는 귀가 커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쑤군거리는 그런 소리도 얼마든지 들을수가 있었습니다.
《그 토끼 말이요, 어쩌면 그렇게 잘생겼을가요. 털빛은 눈덩이같이 하얗고 눈알은 앵두알같이 새빨간게 볼수록 귀엽더란말이요. 이 세상에 눈알이 빨간 그런 고운 짐승이 어데 있겠소.》
누구인가 그의 말을 받았습니다.
《옳은 말이요. 짐승치고 토끼만큼 잘생긴 짐승이 어데 있을라구. 토끼야말로 우리 짐승들의 자랑이요.》
토끼는 그 말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거려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복중에서 첫째 복이 잘생긴 복이라더니 그애가 잘생긴 덕분에 큰 복을 받게 됐구려.》
토끼는 그들이 말하는 큰 복이란게 대체 뭘가 하고 생각해보았으나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요. 옥에 티라고 그애의 꼬리가 긴게 탈이거던. 귀가 큰데다가 꼬리까지 길다나니 잘 어울리지 않더란 말이요. 하나가 크면 하나는 작아야 보기 좋은건데.》
《옳은 소리요. 그러니 토끼는 그 긴 꼬리때문에 이번에 잘생긴 짐승에게 차례지는 복을 아쉽게도 놓치게 됐구려.》
말소리는 여기서 끊겨져 더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토끼의 머리속에서는 잘생긴 짐승에게 차례지는 복이란 대체 무엇일가 하는 생각이 늘쌍 떠날줄을 몰랐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굴려봐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것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난 이 꼬리가 너무 길어 복을 놓치게 되였구나.》
토끼가 자기의 꼬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기분이 없어 혼자 중얼거리고있는데 지나가던 산양이 그 소리를 듣고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그건 대체 무슨 소리니? 꼬리때문에 복을 놓친다는게?》
토끼는 자기가 들은 소리를 그대로 말했습니다.
《하하하, 너 귀가 크니 별소리를 다 듣누나. 그따위 소린 듣지도 말어. 긴꼬리를 가진거야말로 너의 복이고 자랑이야. 그런데 누가 그따위 실없는 소릴해?》
산양이 웃음을 지었습니다.
《실없는 소릴게 뭐나요. 내 꼬리가 긴건 사실이 아니나요. 그런데 잘생긴 짐승에게 차례지는 복이란게 뭘가요?》
토끼가 알수 없다는듯이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산양은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글쎄 난들 어떻게 알겠니. 혹시 너를 시까스르는 소리가 아닌지 모르겠구나. 알수 있는건 꼬리가 길어 복을 놓친다는 말은 허튼 소리라는거야.》
산양이 장담하듯 말했습니다.
《허튼 소린지 진짜 소린지 알게 뭐나요?》
토끼는 산양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습니다.
그날도 토끼는 돌배나무가지를 오르내리며 돌배를 따다가 쉴참에 잘생긴 짐승에게 차례지는 복이란 대체 어떤것일가 하는 생각에 골몰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나무밑에서 어떤 짐승이 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너 생기기는 곱살하게 생겼는데 얼굴에 수심이 어렸구나.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토끼가 깜짝 놀라 내려다보니 몸매가 날씬하고 털빛이 누르스름한 짐승이였습니다.
《누구예요?》
토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으니 그 짐승이 얼굴에 느슨히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 말이냐? 내 이름은 담비라고 한단다. 마음이 비단결같이 담담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거야. 난 마음이 선량해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어진 짐승이야.》
그 짐승이 살갑게 말했습니다. 첫인상이 별로 나빠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토끼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짐승이 왜서 그렇게 선량한체하며 자기에게 치근거리는지를 알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