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등대고 우쭐대기 좋아하던 달팽이가 어느 강옆에서 참새부리에 쪼이며 소리쳤습니다.
《살려주세요. 이 달팽이를 살려주세요.》
달팽이의 고함소리에 마침 웬 낚시군령감의 지팽이가 휙- 하고 참새를 쫓고 달팽이를 구원해주었습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볼품없고 연약한 저를 구원해주시다니요.》
달팽이는 갑속에서 뾰조름한 뿔머리를 내밀고 지팽이한테 연방 고개를 갑삭이였습니다.
《웬걸. 그쯤한 일을 가지고…》
지팽이는 덤덤히 대답했습니다.
《저… 성함을 어떻게 부르시는지?》
《지팽이라고 하오.》
지팽이의 대답에 달팽이는 환성을 올렸습니다.
《뭐?! 지팽이라구요? 난 달팽이라구 해요. 우린 이름도 같고 구불구불한 몸생김도 비슷하니 친척이나 같군요. 글쎄, 날 제꺽 구원해준다 했지…》
달팽이는 제 기분에 떠 여기저기 돌아치며 떠벌였습니다.
《아, 지팽이가 내 친척일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어요. 키는 얼마나 크고 생기긴 또 얼마나 잘생겼다구요.》
달팽이는 강뚝에 돋아난 물쑥과 길짱구한테도, 한가로이 풀을 뜯고있는 누렁소와 매매염소한테도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 참, 대단하시구려.》
누렁소가 한마디 툭- 내뱉자 달팽이는 또그르 그한테 굴러가 깔끔하게 따지고들었습니다.
《아니, 누렁소야, 너 내 말이 맞갖지 않게 들리니?
그래, 나한테 지팽이같은 듬직한 친척이 나타난게 배아픈가 말이야?》
그 물음에 누렁소가 덤덤히 말이 없자 달팽이는 더 기가 올라 소리쳤습니다.
《모두들 봤지?
지팽이가 날 보호해주는걸. 이젠 누구도 날 못건드려.》
어느새 강뚝의 《제왕》이 된 달팽이는 아무데나 큰소리치며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를 알리 없는 땅거미가 땅속에서 발랑발랑 기여나왔다가 무엄하게도 달팽이의 갑옷우로 올라왔습니다.
《아이고! 지팽이님, 땅거미놈이 내 갑우로 기여다녀요. 어서 이놈을 족쳐주세요.》
달팽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지팽이는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힘껏 달팽이를 내리쳤습니다.
짝- 달팽이갑은 순간에 박살나고말았습니다. 그러니 그속에 있던 말랑말랑한 달팽이의 얼굴이야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달팽이는 지팽이한테 더는 고맙다는 인사를 할수 없게 되였습니다.
더군다나 지팽이를 등대고 우쭐거리지도 못하게 되였습니다.
《그참, 대단한 친척을 두었댔군.》
누렁소의 말에 매매염소도 곁따라 한마디 하였습니다.
《이름이나 같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미련한 지팽이를 등대고 우쭐대다가 단단히 덕을 입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