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꽃들이 피여나는 아름다운 꽃동산에 꿀벌들이 살고있었습니다.
붕붕- 꿀을 따세
붕붕- 꽃꿀 따세
꿀벌들이 붕붕- 노래를 부르며 꽃밭을 날으면 꽃들은 《자, 붕붕이들아. 어서 꿀을 가져가!》하고 꽃잎들을 활짝 펼쳤습니다.
붕붕- 하는 웅글면서도 부드러운 그 소리는 그대로 꿀벌들이 꽃들에게 보내는 정다운 인사였습니다.
동산의 꽃나무들은 수많은 꿀벌들중에서도 막내꿀벌의 노래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봉봉봉 봉봉봉
꿀을 따자요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꽃나무들을 가꾸는데도 남다른 정성을 기울이는 막내꿀벌이여서 꽃나무들은 누구보다도 봉봉이에게 맛있는 꿀을 더 많이 주군 했습니다.
그래서 막내꿀벌은 한낮이 되기도 전에 한단지나 되게 꿀을 따들이군 했습니다.
《우리 막내가 제일이다!》
꿀벌형제들은 막내꿀벌을 둥기둥기 목말에 태워주었습니다.
꿀따는 기쁨속에 하루하루 나날은 흘렀습니다.
어느날 막내꿀벌이 분꽃송이에 내려앉아 꽃꿀을 따고있는데 문득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울려왔습니다.
푸웅- 꿀을 따세
푸웅- 꽃꿀 따세
아주 거칠고 듣기가 퍽 아츠러운 소리였습니다. 얼핏 들으면 꿀벌들의 노래소리와 비슷했지만 너무나 기분을 잡치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꿀벌들의 붕붕- 하는 소리는 그 누군가를 살틀히 부르는 소리같다면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칼부림을 하는 소리같았습니다.
그 이상한 소리가 울리자마자 곱게 피여났던 꽃들이 급기야 꽃잎들을 오무리는것이였습니다.
누가 부르는지 모를 그 노래소리는 한번두번 련거퍼 동산에 울렸습니다.
그 바람에 온 동산의 꽃들은 죄다 꽃잎을 오무리더니 푸른 잎사귀들까지 거멓게 색이 죽으면서 가드라들었습니다.
그날 꿀벌들은 한방울의 꿀도 따지 못했습니다.
꿀벌들은 빈통만 들고서서 영문을 몰라 서로 눈을 껌뻑거렸습니다.
《누가 우리의 노래를 아주 듣기가 거북스럽게 흉내내는걸가?》
꿀벌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동산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였습니다.
그러나 흉칙한 소리의 임자를 찾아낼수가 없었습니다.
꿀벌들은 이튿날에야 이웃동산의 나비로부터 그 흉칙한 소리의 사연을 알게 되였습니다.
얼마전에 꿀벌동산에 달려들었다가 꿀벌들의 드센 반격에 쫓겨간 말벌놈들중에서 요행 살아남은 놈들이 어디서 얻어왔는지 이상한 풀피리로 그런 흉칙한 소리를 낸다는것이였습니다.
거무죽죽하고 뻣뻣한 풀잎사귀로 만든 풀피리를 불기만 하면 고운 꽃나무들은 서리맞은 나무들처럼 푸르죽죽해진답니다.
말벌놈들은 꿀벌들에 대한 앙갚음으로 그 이상한 풀피리를 불어 꽃동산을 아예 망하게 하자는것이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꿀벌들은 걱정에 잠겼습니다.
말벌놈들이 창을 꼬나들고 달려들면 맞받아싸우련만 이렇게 숨어서 못된짓을 하면 어쩔 방도가 없었던것입니다.
《어쩌면 좋아요?》
막내꿀벌이 형들을 둘러보며 안타까이 물었습니다.
《글쎄… 어째야 할지…》
처음 당하는 일이라 모두 안타까와하기만 할뿐이였습니다.
《자, 어쨌든 상한 꽃나무들을 살펴보자꾸나.》
맏이꿀벌의 호소에 모두가 떨쳐나서서 쓰러진 꽃포기들을 일으켜세우기도 하고 모금모금 물도 주면서 꽃나무들을 돌보았으나 허사였습니다.
꿀벌들의 성의에 조금 살아나는듯하던 꽃나무들이 자꾸만 들려오는 푸웅- 소리에 와스스 몸을 떨며 쓰러져갔습니다.
성이 난 꿀벌들이 날창을 꼬나들고 여기저기로 소리나는 곳을 찾아 헤매였으나 말벌놈들이 어떻게나 묘한 곳에 숨어서 풀피리를 불어대는지 찾아낼수가 없었습니다.
꿀벌들이 손맥을 놓고 한숨을 쉬고있는데 맏이꿀벌이 말했습니다.
《저기 구름봉너머 금빛다람이가 돌바위산의 돌비늘로 신기한 날창을 벼려준다고 하던데…》
《신기한 날창이요?》
막내꿀벌이 눈이 둥그래서 되물었습니다.
《그래, 저 나리동산 잠자리들도 거기서 날창을 벼려다가 풍뎅이놈들을 족쳤다더라. 그 날창은 나쁜 놈들을 따라가서 족친다던지…》
막내꿀벌은 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형, 내가 가서 그 신기한 날창을 벼려오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