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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의 편지
단편소설

정 향 미

  

 

파아란 물감통을 탁 쏟아놓은것처럼 티없이 맑고 푸른 하늘에서는 새하얀 비둘기떼가 유유히 날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채송화며 백일홍이며 갖가지 꽃들이 곱게 피여웃는 어느 한 고층살림집의 창문가에서 갑자기 류창한 하모니카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5층 3호! 소학교 1학년에 다니는 영수의 집이였습니다.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하모니카소리가 그냥 울려나오자 아래집과 웃집에서는 복닥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하모니카소리는 딱친구들인 수남이와 명성이를 부르는 영수의 긴급호출이였습니다.
앞가슴에 땅크가 새겨진 멜빵바지를 벗어던지고 어른들처럼 반짝반짝 윤기를 뿌리는 혁띠바지를 입은 날부터 모였다헤여졌다 하는것도 다 어른스럽게 한다면서 탁아소때부터 아래웃집에서 함께 자란 세 동무들끼리만 약속하고 통하는 비상신호였던것입니다.
아동영화 《다람이와 고슴도치》의 노래가 울리면 《모두 모일것.》, 《소년장수》의 노래가 울리면 《밖에 나가 놀자.》 등등 하모니카 하나만으로도 못하는 약속이 없는 그 애들이였습니다.
지금은 영수의 하모니카가 모두 모이라고 부르고있었습니다.
숙제공부를 다 끝내고 푹신한 침대에 걸터앉아 마치 물장구를 치듯 쉴새없이 두다리를 흔들어대던 명성이는 심상치 않게 울리는 비상신호를 받자마자 맛있게 먹던 닭알빵을 볼이 미여지게 꼴깍 삼키고는 런닝그바람으로 급히 밖으로 뛰여나갔습니다.
갸름한 얼굴에 두눈이 반짝이고 오른쪽입귀에 난 쌀알만 한 깜장기미가 첫눈에 유표하게 띄우는 수남이도 놀란 노루처럼 껑충껑충 계단을 뛰여내려 영수네 집 문앞에 이르렀습니다.
두 아이는 잠시 가쁜숨을 몰아쉬며 서로 말똥말똥 마주보기만 했습니다.
수남이보다 한뽐이나 키가 더 크고 몸집이 뚱뚱한 명성이가 오동통한 배를 쑥 내밀며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가?》
《글쎄 말이야. 래일 국어시험때문에 오늘은 절대 그 누구도 하모니카를 불지 말자고 했는데…》
신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급히 뛰여내려온 수남이도 한쪽귀를 영수네 집 문틈에 바투 가져다대며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혹시 전번날처럼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그러지 않을가?》
《뭐? 배가 아파서?》
순간 명성이와 수남이의 동그란 두눈은 왕포도알만큼이나 더욱 커지고 눈앞에는 며칠전학교에서 돌아올 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손잡고 나란히 뛰여놀 때면 한없이 다정한 친한 동무들…
5점꽃이 방실방실 피여웃는 수학시험지들을 저저마다 손에 높이 들고 아버지, 어머니에게 한시바삐 자랑하고싶어 세 동무는 콩콩 뜀박질을 하며 집으로 나는듯이 달려오고있었습니다.
세 동무가 현관앞에 거의 이르렀을 때 갑자기 영수가 배를 그러안고 얼음판을 뱅글뱅글 도는 팽이처럼 대굴대굴 돌아가는것이였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새우처럼 허리를 잔뜩 꼬부리고 가쁜숨만 몰아쉬며 말도 변변히 못하는것이 당장 무슨 큰일이 날것만 같아 두 동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줄을 몰라했습니다.
때마침 지나가던 인민반장어머니가 아니였더라면 정말…
《그때처럼 또 급성위장염? 이거 야단났구나. 영수야― 영수야―》
두 아이는 덤볐다치며 영수의 집문을 벌컥 열어제꼈습니다.
《영수야, 배가 또 아프니?》
명성이는 방에 들어서자바람으로 창밖만 오도카니 바라보고 선 영수의 이마를 짚어본다, 배를 쓸어본다 하면서 법석 떠들었습니다.
한참동안이나 분주탕을 피우던 명성이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한듯 돌조각상처럼 까딱 움직이지 않는 영수의 곁을 슬그머니 벗어나 수남이에게로 다가오며 볼부은 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쳇, 열은 나지도 않아. 배도 일없는것 같애.》
《그래? 그럼 혹시 어제 밤처럼 또 무서운 꿈을 꾸지 않았을가?》
《꿈? 흥, 밤도 아닌데 대낮에 꿈은 무슨 꿈…》
명성이는 비상호출만 보내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영수가 몹시 고까운듯 오동통한 입술을 실룩거렸습니다.
《영수야, 시꺼먼 털부숭이곰이 또 따라오던?》
이번에는 수남이가 재차 물었습니다.
수남이가 말하는 시꺼먼 털부숭이곰이란 오늘 아침 학교에 갈 때 영수가 두 동무에게 들려준어제 밤 꿈이야기속의 곰이였습니다.

 

×

 

하늘에는 목화꽃같은 구름송이들이 뭉게뭉게 피여나고 길가에는 연보라빛나팔꽃들이 뚜뚜뚜 노래하는 어느 따뜻한 봄날 영수네 반동무들은 새로 멋있게 꾸려진 중앙동물원에 견학갔답니다.
꼬마들이 왔다고 긴 코를 공중 들어 환영하는 코끼리들, 금시 올라타기만 해도 바람같이 내달릴것만 같은 늘씬하고 미끈한 말들… 그래도 제일 인기를 끈것은 역시 동물교예였습니다.
재간둥이 원숭이들의 그네타기재주도 볼만 했고 관리공누나와 함께 《멍멍.》 하고 셈세기공부를 하는 령리하고 복스러운 강아지들의 재주도 정말 멋이 있었습니다.
배가 끊어지게 웃으면서 정신없이 바라보던 영수는 더 가까이 가서 구경하려고 동무들의 곁을 훌쩍 떠나 교예무대 가까이로 쑥 나가버렸습니다.
뒤이어 새파란 리봉을 목에 척 걸고 털부숭이 반달곰이 뚱기뚱기 줄넘기를 하며 나왔습니다.
육중한 몸을 들었다놨다 하면서 껑충껑충 줄넘기를 하는 반달곰은 보기만 해도 몹시 둔해보였습니다.
《하하하. 둔한곰, 뚱기뚱기 우둔한 곰.》
영수는 배를 그러안고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리며 정신없이 곰을 놀려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것 보세요.
자기를 놀려준다는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반달곰이 듣기만 해도 머리칼이 곤두설만큼 무서운 소리를 지르면서 무대를 뛰쳐나와 성큼성큼 영수앞으로 걸어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으악, 사람살려요. 아버지―》
그러나 아무리 부르고 불러도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통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무서워 헐레벌떡 아버지를 부르며 달리던 영수는 그만에야 돌부리에 발이 채우면서 넘어졌는데 털부숭이 시꺼먼 곰은 앞발을 척 들고 새빨간 혀를 널름거리며 당장 영수를 덮칠 자세였습니다.
《아버지―》
있는 힘껏 소리치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는데 마침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두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보니 다행히 꿈이였습니다.
한증칸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온통 땀주머니가 되여버린 영수는 《역시 아버지가 곁에 있어야겠어.》 하며 긴 한숨을 후― 하고 내쉬였습니다.
만일 그 자리에 아버지가 있었다면 보기만 해도 무서운 큰 털부숭이곰한테 쫓기우는 자기를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텐데…
아버지가 오래동안 출장을 가계시다보니 이제는 꿈속에서까지 우둔하기로 소문난 곰이란 놈도 자기를 업수이 여기는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영수는 입속으로 조용히 불러보며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밤하늘엔 여전히 쟁반같은 둥근달이 아버지의 얼굴처럼 싱글벙글 웃으며 떠가고있었습니다.
은쟁반같이 밝고 둥근 저 달은 저렇게 환하게 웃다가도 열닷새가 지나면 눈섭만 한 초생달이 되는데 그때에는 정말 영 자취를 감추는것이 아닌가싶게 아주 실눈만큼이나 가냘퍼집니다.
그러다가는 다시금 부풀어올라 보름달이 되고 그다음엔 또 초생달로…
영수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모습은 그 달과 꼭 같았습니다.
때로는 보름달마냥 가슴가득 아버지의 사랑을 채워주다가도 때로는 영수를 감감 잊은듯이 초생달처럼 사라져버리군 하는 아버지…

 

×

 

《영수야, 영수야―》
수남이가 재차 목소리를 높여서야 영수는 두 동무를 돌아보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철범이네가 전번에 두 몇꼴 먹구선 또 축구경기를 도전하던? 해볼테면 해보자.》
명성이는 두주먹까지 불끈 들어보였습니다.
《아니, 이제 두밤만 자면 학교운동회날인데… 에익, 저걸 좀 봐.》
영수는 달력을 가리켰습니다.
《이크, 큰일났구나.》
《동그라미가 다섯개나 더 생겼는걸, 참참…》
명성이와 수남이가 큰일이요, 동그라미요 하는 말은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간 영수의 아버지가 표창휴가를 받고 곧 온다는 편지를 받은 날부터 영수가 자기 집 달력에 빨간색동그라미를 그려놓은것을 말합니다.
벌써 온다는 날부터 다섯밤이나 더 지나갔습니다. 그럼 영수는…
선생님은 이번 운동회에 아버지, 어머니들을 다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발전소건설장에서 대대장으로 일하시는 영수의 아버지가 그날까지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 아래웃집에서 영수만 똑 아버지없는 애처럼 어머니하구만 운동회에 가야 했습니다.
《이거 정말 야단났구나.》
수남이는 속상할 때마다 늘 하는 버릇대로 볼록 도드라진 까만 김을 살살 긁으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해내려는듯 별같은 두눈만 깜빡깜빡했습니다.
영수의 아버지가 좀 가까운 곳에 계신다면 당장 찾아가보겠는데…
《이럴 땐 우리한테 비행기라도 있었으면 좋겠지? 그러면 영수가 그걸 타고 눈깜빡할새에 아버지를 만나볼게 아니야. 아니면 조종단추 하나만 꾹 눌러도 영수의 속상한 마음을 제꺽 아버지에게 전달할수 있는 만능로보트라던가…》
《뭐, 만능로보트?》
언제나 엉뚱한 생각만 해내는 수남이의 말에 순간 명성이는 용수철에 튕긴것처럼 발딱 일어섰습니다.
《됐다, 됐어. 영수야, 너의 아버지한테 당장 편지쓰자.》
《뭐, 편지?》
《정말, 전번에 우리 엄마가 촌에 사는 할머니한테 〈×월 ×일까지 꼭 오세요〉 하고 편지를 보내니까 진짜루 딱 오시두나.》
수남이도 손벽을 딱 치며 말했습니다.
《정말?》
그러나 영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만 했습니다.
《영수야, 네가 편지만 쓰면 편지 보내는 일은 전적으로 내가 맡을게. 우리 엄만 우편통신원이니까…》
《야! 수남이가 제일이다. 영수야, 빨리 쓰자.》
수남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명성이는 영수를 책상앞으로 끌어당기며 종이를 꺼낸다, 연필을 꺼낸다 하면서 무슨 큰일이라도 칠듯이 야단법석입니다.
《정말 내가 편지를 쓰면 아버지가 진짜 올가?》
《아, 온다는데… 빨리빨리!》
한바탕 분주스럽게 책상우에 종이를 꺼내들고 정작 연필을 손에 들었지만 세 동무는 무엇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통 알수가 없었습니다.
《수남아, 난 편지를 한번도 못 써봤어. 넌 쓸줄 아니?》
영수의 목소리는 퍽 걱정스러웠습니다.
그 말에 수남이도 뒤머리를 살살 긁었습니다.
《음… 어른들처럼 쓰면 안될가? 전에 우리 엄마가 할머니한테 편지 쓴걸 내가 조금 보긴 했는데…》
《야! 됐구나. 그럼 수남아, 네가 불러주고 영수가 제꺽 받아쓰면 되겠구나.》
그제서야 세 동무의 얼굴에는 또다시 함박꽃웃음이 남실거렸습니다.
수남이는 어른처럼 틀을 차리며 웅글은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보고싶은 어머님, 년로하신 몸에 건강은…》
책상우에 연필방아를 쿵쿵 찧으며 듣고있던 영수는 그만에야 배를 그러쥐고 까르르 웃음주머니를 터뜨렸습니다.
《하하하, 명성아, 우리 아버지한테 어머님이라는건 뭐가? 그리고 또 년로하신 몸이라는건…》
《해해. 나두 잘 모르겠어.》
《수남아, 넌 안되겠어. 영수야, 너야 원래 짧은글짓기를 잘하지 않니? 그러지 말고 네가 직접 써봐.》
명성이의 말에 두눈을 딱 감고 한참이나 생각하던 영수는 드디여 한자두자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꿈속에서도 보고싶은 아버지! 나 영수예요. 난 아버지가 막 보고픈데 아버진 왜 안 오시나요? 이제 두밤만 자면 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데 난 아버지랑 어머니랑 같이 가고싶어요. 빨리 오세요. 꼭! 꼭!》
영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두 동무에게 자기의 손으로 처음 쓴 편지를 큰소리로 읽어주었습니다.
《야! 영수야, 너 진짜 편지를 잘 쓴다야. 영수야, 그 편지에 내 말도 좀 적어.
영수 아버지, 난 웃집에서 사는 영수의 딱친구 명성이예요. 아버지가 보고싶어서 영수는 매일 손가락만 꼽으며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요. 이번 운동회에 늦지 말고 꼭 오셔야 해요.》
《꼭》이라는 글자를 다른 글자에 비해 좀 더크게 쓰고 그밑에 날자와 세 동무의 이름을 주런이 내려써넣으니 제법 편지같았습니다.
수남이가 맵시나게 만들어준 봉투안에 편지를 척 넣고 풀로 딱 봉인까지 해놓으니 당장 오늘밤이라도 아버지가 영수의 앞에 척 나타날것만 같았습니다.
세 동무가 기쁨에 넘쳐 와― 하고 수남이 엄마가 우편통신원으로 일하는 체신소로 가려고 집문을 막 나서려는데 영수네 집 부름종이 딸랑 하고 울렸습니다.
(엉?)
세 동무는 혹시 하는 생각에 출입문을 열념도 못하고 서로 한참이나 마주보기만 했습니다.
《영수야― 영수 없니?》
그런데 부름종을 누르는 사람은 뜻밖에도 수남이의 어머니였습니다.
《우리 엄마다. 엄마―》
수남이는 재빨리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수남아, 명성이두… 너희들이 여기 다 있었구나.》
《엄마, 우린 엄마직장에 가려댔어요.》
《수남이 어머니, 이것 좀 보내주세요.》
명성이는 영수의 손에 들려있는 편지봉투를 재빨리 나꾸어채서 수남이 어머니에게 주었습니다.
《아니? 이건 뭐냐?》
《영수와 우리가 영수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예요.》
명성이와 수남이가 자랑스럽게 내민 편지는 받을 사람의 주소와 이름 한자도 없는 엉터리편지였습니다.
그저 봉투 맨 가운데자리에 《보고싶은 아버지에게》라고만 쓴 큼직큼직한 글자들이 네모반듯 하면서도 듬직하게 씌여져있었습니다.
《우리 영수가 참 엉뚱한데… 참 영수야, 네게 기쁜 소식을 알려줄게 있단다.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알려줄가?》
《예? 기쁜 소식이요?》
세 동무는 영수에게 오는 기쁜 소식이라는 말에 두귀가 다 번쩍 트이였습니다.
《자, 제일먼저 영수의 아버지편지!》
파란 우편통신원가방에서 수남이 어머니가 꺼내주는 편지는 어느덧 세 동무의 손에서 뱅뱅 맴돌았습니다.
《나부터 좀 보자.》
《가만 좀 있어. 내가 먼저…》
《호호 애들아, 그러다 편지를 찢겠다. 영수야, 네가 어서 크게 읽어라.》
수남이 어머니가 말해서야 세 동무는 어깨나란히 편지를 펼쳐들고 읽었습니다.
《보고싶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 영수야! 아버지는 지금 여기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건설장에서 이 글을 쓴다. 집에 간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아버진 여길 뜰수 없구나.…》
여기까지 읽고난 영수는 그만에야 더 읽을수가 없었습니다.
손꼽아 기다린 아버지건만 이번에도 집에 올수 없다는 무정한 말들만 씌여져있을것이니까요.
《아버진 정말 미워.》
영수는 읽던 편지를 휙 집어던졌습니다.
《영수 아버진 정말 너무해. 영수가 얼마나 기다린다구.》
명성이와 수남이도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볼부은 소리를 했습니다.
《얘들아, 그러지 말고 여길 좀 봐라. 여기 오늘 신문에 영수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단다.》
《예?》
세 동무는 약속이나 한듯이 수남이 어머니가 내주는 신문을 재빨리 펼쳐들었습니다.
신문에는 발전소건설장에서 날에 날마다 새로운 혁신과 위훈을 창조해나가는 영수 아버지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려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많은 자재와 로력을 절약하면서도 빠른 시일내에 발전소를 하루빨리 완공할수 있는 우리 식의 독특한 건설시공법을 창안하여 국가에 큰 리득을 준 영수 아버지야말로 말로써가 아니라 높은 실력과 실천으로 우리 당을 충정으로 받드는 참된 일군이라고 온 세상사람들이 다 알도록 자랑하고있었습니다.
《야! 영수 아버진 정말 대단하구나.》

 

 


두 동무의 목소리는 부러움에 가득차있었습니다.
순간 영수의 귀는 잘 익은 꽈리처럼 새빨갛게 익었습니다.
영수는 울렁이는 마음을 안고 못 다 읽은 아버지의 편지를 다시금 펼쳐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온 세상에 보란듯이 발전소언제를 하늘높이 세운 다음 이 아버지는 사랑하는 우리 영수를 한품에 꼭 안으련다.》
《아― 아버지―》
영수는 뜨거운것을 삼켰습니다.
《영수야, 아버지가 오시지 못한다고 너무 옴해서 생각지 말아. 대신 내 이 편지를 꼭 아버지에게 보내주마.》
수남이 어머니가 다정히 말했으나 영수는 세차게 도리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아니예요. 난 편지를 다시 쓰겠어요. 난 아버지에게 운동회에 참가하러 꼭 오라는… 난 정말 애기였어요. 수남이 어머니, 난 편지를 다시 쓸래요.》
《영수야, 우리도 함께 쓰자.》
세 동무도, 수남이 어머니도 보름달같은 웃음을 함뿍 피웠습니다.
《아버지, 절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더 많은 일을 해서 하루빨리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를 높이 세워주세요.
난 오늘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가시는 그 길이 얼마나 훌륭한 길인가를 가슴깊이 느꼈어요.
나도 날마다 5점꽃을 곱게 피워서 최우등탑을 높이높이 세울래요. 그 길이 아버지를 따라 걷는 길이고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 기쁨만을 드리는 길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았어요, 아버지!》
영수는 또박또박 써나갔습니다. 그리고 봉투안에 5점맞은 수학시험지도 함께 보냈습니다.
5점맞은 수학시험지!
이것은 영수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제일 큰 기쁨의 편지, 축하의 편지였습니다.
창문너머로 쟁글쟁글 웃고있는 해님도, 훈훈한 바람도 사랑스러운 세 동무의 능금알같은 두볼을 따스히 어루만져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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