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장

 

돌격서렬에서 병사들과 내처 함께 달렸던 림운학은 아직도 혈관을 툭툭 치는 심한 맥박과 가쁜 호흡을 진정하지 못한채 언덕길을 내렸다. 련대장이 그를 찾은것이였다. 53사 9련대 참모로 배치된 그는 전의전투때부터 늘 1대대에 내려와 싸웠다. 오늘도 그는 1대대에 속해 52사 4련대 한개 중대가 공격하는 《호박더기》(지도의 표식대로였다.) 점령전투에 참가했던것이다.…

언덕을 내려 《지뢰해제》라는 패말이 붙은 길로 들어서는데 백키로들이 장약통을 목고로 메고오는 두명의 52사군인을 만났다. 그들이 멘 장약통에는 고기국이 가득 담겨 출렁거렸다. 고추가루가 우러난 벌건 기름물이 장약통겉면으로 흘러내렸다.

《우리에게 주는거요?》

운학의 뒤를 따라오던 대대장이 장약통을 피하느라 뒤로 몸을 제치며 묻자 이제껏 가마불앞에 있은듯 얼굴에 재티가 앉은 앞의 목도군이 벌씬 웃으며 대답했다.

《네, 53사 9련대 동지들을 위해 후방부 비상폰트를 총동원했습니다. 최고의 특식입니다.》

《고맙소!》

두눈이 치째져 험상궂게 보이는 대대장은 고기점을 하나 건져 맛을 보는것으로 자기가 얼마나 감격했는가를 보이였다.

《멋있소, 별맛이요.》

그러다 찦차에 앉은 김만익련대장을 먼발치에서 보자 대대장의 얼굴은 대번에 찡그러졌다.

《동문 왜 왔소?》

김만익련대장은 운학의 옆에 보호자연한 자세로 와 경례하는 대대장을 이상스럽게 보았다. 대대장은 차우에 있는 운전수와 낯모를 군관(52사 정찰참모였다.)을 경계하듯 보고는 두손을 바지에 딱 붙이고 그 거센 모습에 비해서는 매우 노근노근한 태도로 말했다.

《련대장동지, 련대장동지도 아시다싶이 전 전술에는 락제입니다. 작년도 지도지형상학때 련대장동지도 제가 중대장자격도 없다고 하잖았습니까?》

《동문 무슨 소리를 하고있소?》

얼굴이 까뭇한 김만익련대장은 성을 내야 하는지 웃어야 할지 몰라 의아해하였다. 대대장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참모동무를 우리 대대에서 떼지 말아주십시오. 저의 대댄 아시다싶이 저나 상급부관 다가 전술엔 무식하지 않습니까.》

《허허, 알겠소. 돌려보낼테니 걱정마오.》

《저, 련대장동지,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십시오. 굉장히 차렸답니다.》

《걱정마오. 우린 최현아바이한테 가는 길이니 얼싸하게 대접을 받을거요.》

차우에서 김만익은 두팔을 저으며 껑충껑충 달려가는 대대장을 보다가 림운학에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저 뚝보가 동무한테 홀딱 반했소?》

《모르겠습니다.》

림운학은 쑥스럽게 웃었으나 내심으로는 기뻤다. 련대장의 말마따나 전의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도 이 대대장은 운학이를 무슨 샌님이냐 하는 투로 보았다. 운학은 불쾌했으나 어쩔수 없었다. 전투속에서만 사람의 진가를 평가하는데 습관된 화선군관임을 잘 아는 그였다.

대대가 전의시가전에 들어갔을 때 운학은 적들이 버리고간 대형트럭에 한개 소대를 태우고 최현장령이 하던대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렸다. 시외의 야산에 소대를 전개시키고 도망치는 적들을 거기서 거의 전멸시켰다. 이 성과로 하여 대대장은 전투총화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대대장은 그때부터 나이로나 별로나 아래인 운학이를 깍듯이 공경하고 아꼈다.

《련대장동지, 최현사단장동지가 우릴 불렀습니까?》

《아니, 이제부터 그에게 배속되였으니 가서 보고도 하고 지시도 받아야지. 동무는 거기서 정황지도를 작성해야겠소.》

이삭만 자른 보리밭을 꿰질러 얼마 안가서 산턱에 붙여지은 귀틀집 세채가 나타났다. 52사지휘부였다.

《빨찌산식귀틀집이군.》

김만익련대장은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보다가 운학이에게 말을 걸었다.

《최현아바이와 동무가 아는 사이지.》

《네, 좀.》

《이제 그 아바이가 굉장히 맞아줄거요. 빨찌산때부터 손님대접 잘하는걸로 이름이 있었소.》

커다란 탱자나무뒤에서 완전무장을 갖춘 보초병이 나타나 그들을 멈춰세웠다. 안내하는 군관이 뭐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초는 그들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았다. 바빠난 안내군관이 지휘부로 뛰여들어갔다오더니 매우 미안쩍은 기색으로 사정하듯 말했다.

《련대장동지, 저 그늘에서 쉬십시오.》

《무엇때문이요?》

융숭한 환대를 기대하며 희색이 만면해있던 김만익련대장은 불끈 성을 냈다.

《회의중입니다.》

《무슨 회인데 못들어가오? 배속된 련대장이면 나도 응당 참가하여야 할것 아니요?》

《저… 사단장동지가… 그렇게 했습니다.》

《사단장동지가?!… 나라는걸 아오?》

《네.》

《무슨 감투끈인지 모르겠군.》

최현은 목깃단추를 열어놓고있었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이런 현상은 그에게서 례외적인것이였다. 그의 모자와 어깨의 위장망에는 쑥대며 씀바귀따위 풀들이 잔뜩 꽂혀있었다. 그는 얼마전까지 6련대 공격계선에 나가있었다.

거기서 참모장으로부터 53사 9련대의 지원에 대한 보고를 받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금 돌아와 부사단장들을 방에 불러놓았다. 부사단장들외에 개별적으로 찍어 참가시킨 사람은 사단 통신과장과 작전과장이였다.

최현의 얼굴은 해쓱하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방울방울 땀이 솟았다. 책상우에 올려놓은 손은 경련하듯 떨었다. 이틀전부터 말라리아에 걸려 오후면 미열과 오한에 시달리는 그였다. 이런 그에게 대전작전의 주타격사단에서 한개 련대를 떼여낸 사실은 청천벽력같은 일로 안겨왔다.

《말을 하시오. 누가 그따위 우는소리를 했는가?》

최현은 9련대를 떼여보낸것이 여기 누구의 송사질때문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폭풍의 한고비가 가라앉기만 기다리는 그들이였다. 최현은 그 완강한 침묵에 기진한듯 옆에 앉은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뭔가 방조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저으기 청을 낮추어 말했다.

《문화부사단장동무, 그래 이게 옳소? 우리 여기에 그런 겁쟁이가 있는걸 어찌해야 되오?》

《사단장동지, 사단에서 요구한건 없습니다.》

참모장이 안경을 벗고 일어서며 조용히 말했으나 최현은 들은척 않고 문화부사단장만 지켜보았다. 최현은 어떤 막다른 골목이나 자기의 격분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면 정치일군들의 견해를 알아보군 했다.

《사단장동지, 혹시…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실태를 료해하시고 취한 조치가 아닐가요?》

《아니요. 요까짓 적에 부딪쳤다고… 허참, 동무네가 장군님의 담력과 믿음을 어떻게 알고있는거요?》

최현은 숨결이 고르롭지 못했다. 그는 비칠거리며 일어나 배낭우에 걸어놓은 늄물통을 벗어내렸다. 눈앞이 핑 돌았으나 이를 악물고 마개를 뽑았다. 물통아구리를 입에 대였을 때 물이 옷깃에 흘러내렸다.

이발이 쇠전에 부딪치는 소리가 떡떡 울렸다. 문화부사단장이 조용히 문밖으로 나갔다. 그는 사단장의 병세가 악화됨을 알고 군의를 불러오게 하려는것이였다. 최현은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눈앞이 뿌옇게 돌아갔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방에 들어서는 뿌연 형체가 문화부사단장임을 알아보기까지 책상귀퉁이를 꽉 잡은채 옴짝 않았다.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장이 도착했답니다.》

《이렇게 합시다.》

최현은 안깐힘을 써 일어났다. 오한이 최고도로 나는 이 순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생각하며 그는 전신의 기력을 다 짜냈다. 그리고 자기의 병세를 알아차릴가봐 매우 신경을 쓰며 몸자세를 꿋꿋이 잡으려고 애썼다.

《동무들의 태도로 봐서는 우에서 뭔가 오해가 생겨 9련대를 보낸것 같습니다. 대전작전방침은 장군님께서 주신것입니다. 9련대가 거기서 돌려진다는것은 그 작전에 허수가 생기는것으로 됩니다. 우리가 죽지 않은 한 그것을 허용할수 없습니다. 나는 9련대를 돌려보낼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제껏 머리를 떨구고있던 부사단장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놀라움과 의혹, 찬성하지 않는 눈빛들이였다. 참모장이 좌중을 둘러보다가 일어섰다.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지원문제는 이미 전선사령부지시로 찍어진것입니다.》

《나도 아오. 우선 거기에는 시시한 전투보고서를 올려보낸 내 책임도 있소. 때문에…》

최현은 다리가 떨리고 이발이 마주쳐 말을 이을수 없었다. 35년도 미혼진밀영에서 열병을 앓을 때의 증세보다 더 심했다. 그는 책상귀퉁이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참모장동무, 쓰시오.》

최현은 입술을 피가 터져라 하고 깨물고있다가 천천히 불렀다.

《전선사령관 김책동지 앞.

특별한 작전적리해관계가 없는 한 53사 9련대의 지원은… 아니, 다 지워버리오…》

최현의 눈섭은 시종 푸들푸들 떨었다.

《쓰오. 53사 9련대 지원은 요망한것이 아님. 내 이름과… 참모장동무도 이름을 쓰오.》

《사단장동지!》

참모장은 결연한 자세로 일어났다. 최현은 그가 무엇때문에 일어섰는가를 알았다. 최현은 손을 저었다.

《이만합시다. 참 김만익이가 왔다지?》

최현은 딴전을 부리며 책상을 에돌아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휘친거려 하마트면 벽에 부딪칠번 한 그는 우연인듯 귀틀목우에 손을 짚으며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문화부사단장동무, 좀 설명을 해주오.》

그는 마치 문화부사단장과는 미리부터 다 약속되고 견해가 일치된듯 한 태도를 취했다. 문화부사단장은 얕게 한숨을 쉬고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는 최현의 정당성을 이자리에서 제일선참 깨달은 사람이였다.

《들어오시랍니다.》

안내군관이 운학이네에게 달려와 소리쳤다.

운학은 지휘부 귀틀집에서 한사람이 나와 해빛쪼임이라도 하려는듯 벽에 기대는것을 보았다. 차에 올라 잔디가 듬성듬성한 마당에 이르렀을 때 운학은 그가 최현장령임을 알아보았다. 최현은 차에서 내리는 련대장을 보고도 벽에 기대인채 움직이지 않았다.

《만익이냐?》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의 보고는 들은척도 않고 아래우를 흘끔흘끔 살피다가 운전수가 대피처로 가려고 차를 돌리는 순간 차의 뒤꽁무니에 매단 예비바퀴의 한쪽이 뭉청 떨어져나가고 철판이 칼로 베인듯 갈라져있는것을 보고 눈살을 찌프렸다.

《차는 왜 저꼴이야?》

《오다가 반보병지뢰를 다쳐놨습니다. 다행히 차가 속도를 높인 때여서 뒤에서 꽝 하더군요.》

《잘은 한다. 대전에 가보지도 못하고 북망산에 갈번 했구나.》

《뭐, 그저. 근데, 사단장동지, 열이 나지 않습니까?》

김만익은 최현의 낯빛을 근심스럽게 살폈다.

최현은 이마에 땀을 팔소매로 씻었다.

《동무네때문에 좀 열이 났어.》

《무엇때문에 말입니까?》

《동무네 련대 전투임무가 무엇이냐?》

《네?… 거야 이제 받아야지요.》

《7월 8일부 최고사령관동지 명령으로 떨어진 임무말이야?》

《거야 대전을-》

《근데 뭣때문에 여기루 왔어?》

《네-에??》

김만익련대장은 깜짝 놀란 눈길로 최현을 보다가 눈섭을 찌프렸다.

《명령이니까 왔지요. 우리 사단장동지도 뭐 좋아서 보낸건 아닙니다. 잔뜩 울상이더군요,》

《좋아, 좋아. 그럴테지.》

최현은 처음으로 싱긋이 웃었다.

《저기 가 좀 앉자구.》

그는 김만익련대장의 팔을 끼고 땡볕이 쏟아져내리는 잔디밭을 가리켰다. 그러지 않아도 더위에 지친 김만익련대장은 그늘 하나 없이 노랗게 익은 잔디밭을 끔찍스럽게 보다가 정색하여 말하였다.

《우선 임무부터 주십시오.》

《임무?! 임무는 한사람의 손실도 없이 있는거야. 예비대로 있으라구.》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을 끌고 잔디밭으로 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댓걸음 떨어져있는 참모장과 림운학을 돌아보았다.

《저 사람들 밥 먹었나?》

《밥을 먹을리 있습니까?》

《식사를 시켜야지.》

최현은 말하다 말고 림운학에게 눈길을 떨구었다.

《이거 구면친구 아니야!》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참모군관 림운학.》

림운학은 아까 경례를 했으나 다시 차렷을 취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그러니 동무까지 왔구만.》

그는 만익련대장의 팔에서 손을 빼더니 빠른 걸음으로 마주 걸어왔다. 림운학의 손을 잡은 그는 은근한 소리로 물었다.

《그래 만났어? 못만났다?!…》

최현은 운학이를 찬찬히 보다가 머리를 저었다.

《안됐어. 안되구말구.… 하지만… 대전에 가면 만나게 돼. 놈들이 서울형무소수감자들을 대전에 옮겼어. 대전엘 가야지.》

그는 운학의 잔등을 툭툭 치다가 《참모군관이라구?》 하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사단장동지.》

《참모?!… 전투를 해봤나?》

《해봤습니다.》

《만익이 이 사람 어때?》

《보배입니다.》

《허, 나하구 구면친구야. 내가 동무한테 보냈어.》

최현은 다시금 운학이를 찬찬히 살폈다.

《일루 올 때 괴로웠겠군…》

《아, 아닙니다.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최현이 자기의 속을 빤드름히 들여다보는것 같아 어지간히 당황했다. 낯이 파릿한 최현장령의 손은 불돌처럼 뜨거웠다. 얼굴색이 파릿한것이 중병을 앓고있음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사단장동지, 건강이 좋지 않아뵙니다.》

《나… 난 앓는 법이란 몰라.》

최현은 운학의 잔등을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이때 담가를 든 간호원 두명과 군의근무군관 한명이 정문쪽에 나타났다.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던 림운학은 갑자기 가슴이 후두두해졌다. 빨간 견장빛의 반사로 더욱 붉어보이는 가름하면서 약간 새침한 얼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추어올리는 연연한 손동작, 눈길을 치떴다가 다시 내리까는 모습… 너무나 방불하였다.

(성련화가?!…)

그러나 녀간호원은 고개를 숙인채 그대로 옆을 스쳐지나간다.

앞장선 군의근무군관은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김만익련대장과 나란히 앉아있는 최현을 보고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최현이 뭐라 소리쳤다. 그러나 림운학의 귀에 그 말소리는 어렴풋이 들린다. 바로 그 순간에 련화라고 생각한 녀자가 자기를 돌아봤기때문이였다. 최현이 손을 흔들자 그 녀자와 다른 간호원은 물러서고 군의근무군관이 위생가방을 열고 주사기를 꺼내였다. 최현이 껄껄 웃으며 팔소매를 춰올리다가 김만익련대장에게 팔을 맡긴다.

림운학은 그냥 녀간호원을 살폈다. 녀간호원은 이젠 그에게서 돌아서서 같이 온 동무와 뭐라고 말하는듯 했다.

(내가 착각했는가? 얼뜨기)

림운학은 한숨을 쉬고 머리를 수그렸다. 그러나 눈길은 자꾸 그쪽으로 돌아간다.

(아서라.)

림운학은 완강히 입을 다물고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거… 안나카까지 껴묻혀놓지. 응, 좋아.》

최현의 말소리는 똑바로 들려왔다.

《좀 떨릴따름이야… 그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잘못 받았군… 좀 가서 욕을 해주라구. 담가까지 가지고 오면 사단장의 위신이 어떻게 되나… 나같은 환자가 또 있다고… 넨장… 말라리아란 어데서 굴러온건가… 이게 금계랍이란거야… 미국아들거라구… 청주에서 로획한거란거지… 좋아 빨리 가보게.》

림운학은 녀간호원쪽을 그냥 보았다. 녀간호원은 림운학의 지꿎은 눈길에 분명히 기분을 잡친듯 돌아다보지 않았다.

(저렇게도 같을수 있는가?)

운학은 따라가 알아보고싶은 충동을 참노라 이발을 악물었다.

《뭐, 누구와 비슷한 사람이 있나?》

운학은 와뜰 놀랐다. 최현장령이 뒤에 와 서있었다. 운학의 얼굴을 본 그는 눈섭을 쫑깃거리다가 보초선밖으로 사라지는 군의소일행을 살폈다.

《저중에 비슷한 동무가 있나? 거…동무의 애인과-》

《아닙니다.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낯이 파릿해서 얼버무리듯 중얼거렸다. 최현은 동정하듯 그를 보다가 불쑥 물었다.

《동무, 그 애인의 이름이 뭐랬더라.》

《저, 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얼굴이 화끈해올랐다.

《말하라구. 혹 알겠나. 내가 찾아줄지…》

최현은 이렇게 말하고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운학이쪽을 보았다.

《저기 가는 한동문 일주일전에 서울서 입대한 의용군이야.》

《네-?!》

운학은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최현은 빙그레 웃었다.

《내 알아보지. 우선 식사부터 하자구.》

그때 사단장실로부터 참모장이 뛰여나왔다. 그는 주변에 낯모를 군관이 있는것도 보지 못하는듯 갈린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사단장동지, 4련대에서 적의 반돌격이 있다는 보고입니다.》

《소등산의 1사겠지.》

《네. 소등산쪽에서부터 밀려온답니다.》

《그러지 않아도 내 오늘 거길 가자고 했소. 놈들도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란걸 알지. 위협에 불과한거요. 하지만 내 가겠소. 련대장동무에게 그렇게 말하오.》

《아니, 그 몸으로?》

《추워서 방안엔 못있겠으니 어쩌겠소.》

그리고 최현은 김만익과 운학을 돌아보며 량해를 구하는 투로 말했다.

《동석식사는 못하겠소. 푸대접을 하려는건 아니였는데-》

53사 9련대의 피반령계선 진출은 도꾜의 맥아더사령부에 충격적인 정보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작전부서들에 활기를 불러일으켰고 동시에 여러가지 련쇄반응을 일으켰다.

…요란스럽게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여난 채병덕은 잠시 어리둥절한채로 있었다. 총참모장직에서 떨어져 이 부산바닥에 내려온 이후부터는 누구도 이런 정밤중에 찾아든 일이 없었다. 아무런 부하도 대원도 없는 부산시 림시편성군 사령관이라는 허울만 있는 직제에서 오늘도 해종일 시청의 한 구석진 방에 틀고앉아 도주병과 신병모집수자통계장을 주무럭거리며 자기의 불우한 신세를 두고 햄리트의 《사느냐 마느냐》를 몇번씩이나 뇌여본 그였다. 한강교의 조기폭발사건문제로 물끓듯 찾아들던 륙군감찰부와 출판업계의 어중이떠중이들은 그 책임이 공병감 최창식대령에게 돌아가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하는것으로 막을 내리자 아예 발을 끊었고 막역한 사이의 친지들도 그라는 존재가 과연 세상에 있느냐싶게 문안조차 없는 판이다.

《무엇때문일가요?》

구겨진 이불로 퍼런 정맥이 드러난 허벅다리를 가리우며 하는 처의 불안스런 물음에 채병덕은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였으나 베개잇자리가 새겨진 주글주글한 처의 얼굴을 한번 만지는것으로 그 예감을 털어버리였다. 응접실겸으로 쓰이는 전실에 나왔을 때 채병덕은 불면증때문에 마신 위스키의 술기운까지 싹 사라져버렸다. 씨아이씨의 장교 두사람이 뻣뻣이 서있었다.

《갑시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량해도 구함이 없이 다만 상부의 명령이라는 애매몽롱한 말 한마디로 채병덕이를 밖으로 끌고나가 차에 태웠다. 채병덕의 유일한 부하이자 기둥인 부관마저 야멸차게 떼여놓고 처의 인사도 받을 겨를이 없이 차를 몰아댔다.

(련행?!)

씨아이씨의 솜씨를 잘 아는 채병덕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런 야밤에 피의 극을 연출하는데는 그자신도 지난 기간 적지 않게 관여했다.

(무엇때문에?…)

공포와 전률속에 태질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눅잦히며 채병덕은 리성적인 판단을 내리려 애썼다. 죄란 오직 한가지 패전의 책임을 자기에게만 지우려고 하는 힘앞에서 자기를 옹호해나선것뿐이다. 그러나 그 옹호도 기실 얼마나 소극적이였던가. 기실 모든 책임이 로버트나 라이트, 나아가서는 맥아더에게 있는것을 번히 알면서도 그들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켰다. 그들까지 혀에 올리는 날엔 그날로 목이 날아나 염라국에 명함을 들이밀게 됨을 너무나 잘 아는 그였기때문이였다.

음산한 바람이 목덜미를 후려쳤다. 그는 턱을 잔뜩 떨군채 최근에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과 술좌석들을 상기하며 어망중에나마 그들을 언감생심으로 해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를 곰곰히 따져보았다.

차가 시내를 벗어날 때 채병덕의 두뇌는 이미 기억을 더듬는것을 단념하고 자포자기상태에 들어갔다. 될대로 되라는 체념속에서 그는 매우 태연한 기색으로 려송연을 꺼내 불을 붙여물었다. 차에 탄 장교들이 불을 끄라고 하였으나 듣는척도 않았다.

무연한 어둠속에 퍼런 불, 뻘건 불이 껌벅이고 차바퀴밑으로 풀밭이 지나갔다. 발동기소음과 더불어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모자가 벗겨질듯 하여 손을 올리던 순간 채병덕은 풀밭우에 메뚜기처럼 서있는 《씨-53형》 수송기를 알아봤다. 차는 그앞에서 멎어섰다. 비행기다라쁘옆에 서있던 한 미군장교가 채병덕에게 와 인사를 하며 비행기에 오르라고 하였다.

채병덕은 한바탕 꿈을 꾸지 않는가 생각하며 담배불을 손등에 가져갔다. 뜨거웠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차에서 내렸다. 비행기에서 마중한 장교가 낯익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임을 알아본 순간 희망이 꿈틀거렸다. 마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가 대사령을 받은 죄수의 심정이였다.

그는 자기를 호송해온 두 미군헌병에게 금담배갑과 라이타를 던져주고 비칠거리며 다라쁘로 올랐다. 이 비행기는 요단강을 건늘 지옥사자의 배가 아니라 하늘로 오르는 옥황상제의 비룡차일수 있다.

흰 카바를 씌운 의자에 든든히 자리잡고 앉은 채병덕은 얼마전 자기가 맥아더에게 편지를 썼댔음을 상기했으며 이것은 그 편지와 련관된 움직임이라는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맥아더가 자기 편지를 봤는가, 그가 직접 호출했는가 아니면 다른 누가 만나겠는가. 무슨 중요직책에 임명하자는것은 아니겠는가.

비행기가 리륙하자 채병덕은 야릇한 노린내와 휘발유냄새가 풍기는 좌실안을 살피였다. 알 사람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뿐이였다. 그러나 그도 채병덕이는 아랑곳않고 잠을 청하는 자세로 눈을 꾹 감고있다. 오싹하고 랭기가 치밀었다. 창틈으로 얼음같은 바람이 불어들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이처럼 비밀리에 끌고가는가?)

불시에 의심스러운 구석을 찾아본 채병덕은 불안을 감촉한 구렁이처럼 몸을 도사리고 신경을 바늘끝처럼 세웠다. 맥아더에게 써보낸 편지내용을 더듬어봤다. 그러자 편지를 쓰던 그때의 울분과 반항심이 되살아올랐다. 동시에 그 울분과 반항심을 맥아더가 포착했다면 자기의 이 길이 저승길일수도 있다는 공포가 또다시 엄습해왔다.

6월 30일 리승만《대통령》의 어지로 발송된 해임탈관처분장을 받아든 채병덕은 절망의 낭떠러지에 이른 심정이였다. 그러나 쉽게 비관하려 하지 않았다.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서는것은 의례상으로도 있음직한 일이라고 고차원에서 사태를 평가하려 애썼다.

하여 그는 륙군본부를 떠난것이 아니라 허세의 미소로 무장을 하고 륙군본부와 같이 움직였으며 선배의 아량으로 이전의 자기 수하참모부장이였던 정일원이 사회하는 작전회의에 청탁을 받지 않고 자진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 아랑곳을 않다가 점점 소박이 따랐다. 정일권은 그를 쓴외보듯 하였고 작전회의에서 그의 의견같은것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만주국군의 이전 중위가 이전의 일본군 소좌를 그토록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데는 검질긴 야망으로 일시적인 자존심마저 버렸던 채병덕이라 하지만 참을수 없었다. 그런데다가 한강교 조기폭발의 장본인이라고 뒤에서 시비가 물끓듯 하였다. 륙군의 보급계에서는 응당 배달되여야 할 커피며 술따위의 기호품공급까지 중단해버렸다. 절망적인 울분속에 으르렁거리며 대전에 오니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던 자기의 애첩마저 증기처럼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유성의 국제전화중계소에 가서 꼬박 하루를 기다려 도꾜와 련계를 맺어 애첩과 금의 행처를 알아봤으나 거기서는 모른다는 답변이 왔다.

채병덕은 그 순간에야 자기는 이 전쟁으로 하여 모든것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모욕감과 분노가 온 심신을 태웠다. 그는 승용차를 타고 대구를 거쳐 진해에로 내달렸다. 진해만의 별장에 와 은거해있는 리승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개비가 창문을 때리는 찬 방안에서 얄팍한 외투를 걸치고 화덕불을 쪼이던 리승만은 울울불락해 나타난 채병덕을 보자 대번에 노성을 터뜨렸다. 패전지장은 역신이요 역신은 죽어야 하느니 어찌 감히 대통령존전에 나타났느냐 하는 로망섞인 힐책이였다. 채병덕은 근기있게 듣다가 목소리는 낮으나 그 울분의 도에서는 대통령을 찜쪄먹을 청으로 속에서 괴이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각하, 전패의 책임이 제 하나에 있고 제 하나를 치죄하여 대승을 이룰수 있다면 이 자리에서 각하의 손에 죽고싶습니다. 하나 정세를 넓게 살펴보십시오. 미군들이 전선을 막고 정일권이 제 후임으로 분투하나 대세는 더 비참지경으로 내닫고있지 않습니까. 저는 제 하나 명리를 꾀하고저 각하를 언감 뵈온것이 아닙니다. 살아도 죽어도 각하를 위해 일심할 저의 충성이 지금 비웃음을 당하고 릉멸을 받고있습니다.》

채병덕은 광포할 정도의 기상으로 얼굴빛이 험했으나 그의 생존기법으로 련마된 아첨의 천부적능력이 이 순간에도 말마디를 기름진것으로 골라 리승만의 저락된 마음을 따뜻이 덥히게 했다.

리승만은 채병덕의 장황한 정황분석과 기염섞인 해결책을 다 듣고난후 한동안 안면신경마비가 온듯 얼굴을 씨루다가 일어섰다. 그리고 맥이 빠진 나른한 손으로 채병덕의 떡돌같은 잔등을 두드리면서 영탄하듯 말하였다.

《임자는 언제나 내 심복이야. 내 적당들을 다 친 수고를 왜 잊겠나.》

채병덕은 그때 감격과 함께 증오를 체험했다. 리승만을 위해 려운형이며 김구며를 다 쳐버린 공적을 잊지 않으면서도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자기의 처지를 관망하고만있다는데서 오는 불만에서부터였다. 리승만은 방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에게서 항우 맞잡이였어. 지금도 그렇지. 허나 군사야 미국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충신은 자고로 벼슬을 가리지 않는것이니 그 뜻에 티가 없이 수고를 하느라면 자연 옥이 빛을 낼 때가 오겠지…》

몽유병자의 푸념같은 알쑹달쑹한 연설을 듣고있던 채병덕은 이 시취가 풍기는 로구에게서는 아무런것도 기대할바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도박을 결심하였다. 그렇게 되여 맥아더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보냈던것이다.…

비행장에서는 사복차림을 한 두명의 미국인이 그를 맞았다. 쥐빛 유개승용차가 그를 싣고 새벽안개가 넘실거리는 도꾜의 한복판을 고속으로 질러달렸다. 차가 멎어섰을 때 채병덕은 넉달전 리승만과 함께 왔을 때 자기가 류숙한바 있는 데이고꾸호텔을 알아보았다. 슬픔과 희망이 섞인 짜릿한 감회가 척추를 훑어냈다. 그는 목욕실까지 달려있는 2층의 아담하면서도 사치한 방에 안내되였다.

불색 짧은 스카트에 가슴이 시원스럽게 패인 노란 적삼을 입은 스물이 될가말가한 처녀가 나타나 식사는 무엇으로 하겠는가고 물었다. 채병덕이 목욕부터 하겠다고 하자 처녀는 낯에 약간 홍조를 띄우며 때를 밀어줄 사람이 필요한가고 물었다. 채병덕이 그 말뜻을 새겨보는 사이 처녀는 고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사뿐 절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사라졌다.

뒤늦게야 그 처녀의 말뜻을 깨달은 채병덕은 급작스럽게 변화된 주위환경에 대한 놀라움과 이런 세계의 생활을 영 잊다싶이하고 지낸 자신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기막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처녀를 부르리라 마음먹고 복도로 통하는 문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복도에서는 그를 예까지 데리고 온 미국인이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채병덕은 아무 말도 않고 문을 닫았다.

(저자식은 분명 월로우비의 씨아이씨다. 감시로 붙어있구나.)

채병덕은 목욕탕의 뜨스한 물에 몸을 잠그면서 각성을 늦추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의 침대에는 분명 그가 입게끔 마련된듯싶은 새 내의와 놀랍게는 백화점같은데서도 조만해 찾아볼수 없을 특호양복이 놓여있었다. 그 양복을 본 순간 채병덕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제껏 잊혀졌던 금괴가 머리에 떠올랐고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틈타 그 행처를 알아봐야 하며 필요하면 문밖의 미국인을 제끼고서라도 찾아가야 한다는 비상한 생각이 뇌리를 쳤기때문이였다. 그는 침대머리맡 원탁우에 놓인 전화기에 다가가 도적괭이처럼 문쪽을 살피고는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송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줄을 끊어놓았구나. 개쌍 백당놈들!)

채병덕은 악에 북받쳐 송수화기를 내려다보다가 팽개쳤다. 아침식사를 날라온 써비스양으로부터 다른 방들의 전화시설에는 고장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보이지 않는 조종사가 자기를 외계와 완전히 차단시켜버리기 위해 전화선을 끊었음을 명백히 알았다. 그는 아침을 먹을 때까지 침대에 앉아 닥쳐올 일을 두고 별의별 억측을 다하다가 마지막에는 이 호출은 맥아더가 아니라 월로우비가 채병덕의 금궤건을 알고 도중에서 가로챈후 흥정하기 위해 자기를 불렀을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구주의 포병장교시절을 추억케 하는 사시미로 아침식사를 치른후 다시 데리려 나타난 두 미국인을 따라간곳은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방이 아니라 처음의 추측대로 맥아더의 관저인 히미야본점 5층 1호실이였다.

5성원수 맥아더와 실각된 괴뢰소장 채병덕과의 기이한 회견은 당시 발달된 후각을 가진 도교련합사령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로 되여있었다. 맥아더는 채병덕이와의 회견이 마치 국가의 안전문제와 관련되는 일인듯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선을 동해 특급비밀로 조직하였다. 맥아더는 이 회견이 세상에 알려지면 자기의 지체높은 체면에 똥칠이 된다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역시 그다운 광기로 결단해버렸던것이다.

최근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도주이후 처음되는 곤경과 번민을 개열핥듯 맛보고있었다. 어찌보면 그 역시 채병덕이나 다름없는 사면초가에 빠져있었다. 다르다면 채병덕은 이미 죽음과 절망의 나락을 굽어보며 얼마간 체념한 상태이고 맥아더는 사방에서 다가드는 파멸의 아찔한 심연을 내려다보고 혼비백산해 신경을 도사리고있다는 그점이였다.

맥아더는 이미 7월 13일 콜린즈 륙군참모총장과 반덴버그 공군참모장을 만나기전부터 워싱톤의 백악관과 펜타콘에서 자기에 대한 불신임의 기운이 극도로 높아간다는것을 알았다. 국회와 펜타콘의 공화당 동료들과 친구들로부터 보내오는 편지에서 맥아더는 트루맨이 지금까지의 《한국전쟁실패》를 전적으로 맥아더의 경솔성과 어리석음에서 시작된것으로 평가한다는것을 알았다. 한 나라의 평시민이 아니라 자기의 별을 떼고 붙일수 있는 트루맨이 그런 견해를 공공연히 표명한다는데는 맥아더로서도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트루맨을 훌 무시해버리려고도 해봤으나 여하튼 바보라도 백악관 룡좌에 올라앉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할수 없을진대 그 눈치에 무관심할수 없었다.

맥아더는 일본사람들이 중국사람들에게서 넘겨받아 쓰고있다는 달관료법인지 기공료법인지 하는것으로 트루맨의 영상을 잊으려 했으나 생리적피곤을 주는 그 원시적운동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격동된 그는 7월 12일 텔레타이프로 합동참모부 의장 브레들리에게 이곳 전쟁의 승산은 확고하며 현재의 미군으로 금강계선에서 적의 주력을 소멸할뿐만아니라 충격적인 새 작전으로 38˚선을 밀고나갈것이라는 《엄숙한 메세지》를 보냈다. 다음날 도꾜에 나타난 콜린즈와 반덴버그앞에서도 같은 소리를 되풀이했다. 콜린즈는 국방성은 물론 트루맨까지 기대에 어긋나는 전쟁추이에 관해 심심한 우려를 표명하는 조건에서 맥원수의 결의는 응당한 좋은 반영을 나타낼것이라고 고무하였다. 맥아더는 그 말에서 자기가 헤여나기 어려운 골목에 빠졌다고 때늦게 깨달았다. 하여 자기로서도 도저히 믿지 않는 《쏘련의 개입》설을 들고나오며 쏘련을 견제하고 대만을 지키며 중국본토를 수복하기 위해서 최소한 다섯개사단이 더 필요하다는것을 강경히 주장하였다. 그때 콜린즈는 품속에 가지고온 뉴욕타임스의 석간 한장을 내밀었다.

콜린즈가 손톱으로 그어놓은 글줄을 읽어본 맥아더는 자신의 인기와 명예를 살리기 위한 연기가 어떤 결과에로 뻗어가는가를 보았다.

《현재 <한국>에 투입된 미군만으로도 전승의 담보는 위력하다고 맥아더원수 장담, 징집된 륙군의 2만명은 그곳으로 출발이 없을것이며 앞으로도 <한국>땅은 밟지 않게 될것이다.》

《이건 어떤 개자식이 썼소?》

맥아더는 콜린즈와 반덴버그가 귀국하면 자기의 몸짓 하나하나까지 흉내내여 동료들과 기자들에게 떠벌이리라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이 순간은 분격을 참을길 없었다. 콜린즈는 미안스런 웃음을 지으면서도 똑똑히 알아두라는 투로 말했다.

《맥원수께서 언명하신 사실에 기초하여 국방부에서는 어저께 기자들과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그걸 어느 맹랑한 녀석이 되받아 썼군요. 그래 원수는 그 언명을 철회할 생각입니까.》

《아니, 난 철회하지 않소. 난 현재의 력량으로 현재의 계선을 유지할것이며 반드시 획기적인 승리를 쟁취할것이요, 하지만 이 전쟁을 한정된 반도에만 고착시켜 생각하는것은 바보요.

대국적인 자세에서 바라볼 때 이 전쟁은 북조선 하나와의 전쟁이 아니란것을 잊지 말아야 되오. 금강계선에만도 적은 십수만이요. 적의 지휘와 병사들의 움직임은 고도로 세련되였고 원숙하오…

우리는 어떤 비적이 아니라 잘 훈련된 강력한 군대와 고전을 치르고있다는걸 알아야 하오.》

맥아더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말이 사기를 잃었고 혼란에 빠졌다. 결국 그의 말은 하루전에 선언한 원군이 없어도 승리를 이루어보겠다고 한 소리를 뒤집는 론증으로 되고말았다. 사태를 여러모로 알아본 콜린즈와 반덴버그도 결국 현재 미군력량으로는 어림없다는것을 인정했으며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맥아더는 그들이 풋내기대통령앞에서 로장 맥아더를 마구 짓밟을것이라는것으로 가슴아팠다. 하여 그는 다시금 오만한 배우의 연기로 금강계선이남으로 《적》을 들여놓지 않을것이며 그 계선에서 맥아더작전의 기본인 《지연전》, 《소모전》은 끝나고 새 공세가 시작될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콜린즈는 맥아더가 《푸른 심장작전》이라고 명한 1기사로 37˚선의 어느 한 지점을 때려 허리를 절단하겠다는 새로운 공세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그의 의견에 동의하고 심심한 존경의 뜻을 표하고 떠나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도 못되여 금강이 돌파당했다.

맥아더는 콜린즈는 물론 트루맨과 미국시민들앞에서 도꾜주재 영국사절단 단장 가스코인이 말한대로 《허풍선이》가 되여가고있음을 괴롭게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자리를 노려 눈을 희번득거리는 아이젠하워며 리치웨이따위들을 상기하고 몸서리를 쳤다. 이것을 생각한 순간 맥아더는 얼마전에 받은 철직당한 남조선괴뢰군 참모총장의 편지를 상기하였다.

무슨 패전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푸념으로 엮어진것이라 몇자 보지 않고 집어던진 그 편지의 서투른 영어글씨들이 그때 맥아더에게는 먹이를 움켜쥐려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떠올랐다. 이번 전쟁의 리면사와 작전진행과정에 대해서 채병덕이가 손금보듯 꿰뚫고있음을 잘 아는 맥아더였다.

만약 채병덕의 입이 터진 광주리처럼 열리는 날엔 맥아더는 물론 미국의 명예가 세계의 면전에서 여지없이 떨어질수 있다는것을 생각했을 때 맥아더는 력대 대통령들이 흔히 쓰는 수법으로 쥐도새도 모르게 그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가도 해보았으나 그것은 천한 후대(미련방수사국장)따위나 할 노릇이지 대 맥아더로서는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단념하였다.

그러나 채병덕은 맥아더의 든든한 신경속에서도 초침이 재깍거리는 시한탄처럼 사라져버릴줄 몰랐다. 만약 그자가 이번 전쟁과 관련한 맥아더나 맥아더사령부의 일체 행동비밀을 맥아더반대파의 어느 국회의원에게라도 상소하는 날엔 그날로 자기 모가지가 떨어질것이였다. 그러면 광휘로운 맥아더가문의 명성은 끝날것이고 그렇게 되여 아시아태평양주의의 기수가 사라지면 미국의 원대한 세계제패의 야망은 또 몇세기 뒤로 밀릴수 있게 되는것이였다.

채병덕의 존재가 이처럼 금강작전의 실패에 덧달린 골치거리로 나타나 맥아더의 우울증을 격발시킬 때 대전공격사단인 인민군 53사의 한개 련대가 인민군 52사가 돌파를 시도하는 피반령계선에 진출했다는 정보가 날아왔다. 맥아더는 확대경을 들고 그 정보를 가지고 온 신임작전부장 라이트와 함께 피반령과 대전을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라이트는 피반령으로부터 대전까지의 거리, 인민군 52사와 53사의 현재 형편과 력량, 작전기도를 분주히 설명하던 끝에 맥아더가 그토록 신경을 쓰는 채병덕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각하, 현재 공산군의 기도는 6월 27일 서울공략당시와 비슷합니다. 그때도 적은 아군을 정면으로 핍박하면서 인민군 52사를 우회시켜 포위전을 기도했습니다. 그 기도는 우리 미군사고문에서도 포착했을뿐만아니라 전 참모총장 채병덕도 간파한바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취한 대응작전으로 하여 인민군은 전술을 변경시켜 53사와 54사, 905호땅크려단으로만 공격을 하였습니다. 예상치 않은 공격이라 그때 서울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이번의 대전작전도 초기 서울공격전의 기도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기어코 대전을 포위하여 우리 미군을 전멸케 하려는 시도가 분명합니다.》

《같은 전술의 반복은 실패라는것을 그들이 모를가?》

《각하, 아닙니다. 따지고보면 같을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서울을 우회포초할듯하다가 불의기습으로 점령했습니다. 적의 사령관은 보매 우리가 그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고있으리라는 전제밑에 이번에 대전만은 반드시 포위공격할것입니다. 그때문에 대전의 주공부대인 53사에서 한개 련대를 떼내지 않았습니까.》

《그래 한번 속은 사람은 두번 속지 않는다는점을 고려한것이라는것이지.》

《각하, 그렇습니다. 그러나 피반령은 철벽입니다.》 기뻐하는 라이트를 보며 맥아더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그렇지. 그 피반령뒤엔 우리 25사가 대기하고있고.》

맥아더는 영천의 미25사와 피반령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면서 모든 실패를 만회할 대결전의 장엄화려한 작전의 전모를 눈앞에 보았다. 그는 령감에 사로잡힌 시인의 자세로 천천히 콩고 파이프를 물고 지도앞에서 왔다갔다하다가 칭찬을 바라는 사냥개처럼 굳어져있는 라이트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감사하오. 당신은 오늘 나를 기쁘게 하였소.》 라이트가 문밖에 사라지는 순간 그는 껄껄 소리내여 웃다가 불쑥 허탄한 한숨을 지었다. 수십만의 전선군과 방면군을 호령하던 대맥아더가 인민군 한개 련대 이동에 이처럼 열이 나 있다는것이 허구프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모든것은 작은데서 시작되지 않는가.)

맥아더는 이렇게 자신을 위안한 후 작전국장 시볼트와 워커를 불러 《부르하트작전》(《푸른 심장작전》)을 중지하고 북상하는 미1기병사단을 태운 수송선들을 즉시 포항쪽에 진출시켜 대전에 돌릴것을 엄숙히 지시하였다. 이 작전의 《위대성》을 선뜻 깨닫지 못하는 두사람의 얼떠름한 얼굴기색을 보자 맥아더는 선량한 로인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설명하였다.

《인민군은 대전을 우리 미군의 무덤으로 만들려고 하고있소. 하지만 무덤의 십자가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는가 하는것은 그때 두고보기요. 그런데 여기서 피반령계선의 역할이 중요하오. 그러나 그들만을 믿는 바보로는 되지 맙시다. 영천에 전개된 25사는 피반령방어의 예비대로도 되오. 그러나 신이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한 피반령계선은 넘지 못할것이요. 그때 누가 누구를 포위하고 섬멸하는가?》

맥아더는 이런 때면 늘 하는 습관으로 턱을 쳐들고 파이프를 든 팔을 약간 앞으로 내민채 어딘가 천정쪽을 바라보며 실눈을 지었다. 맥아더의 머리에는 확고하고 명확한 결심과 구상이 구체화되여갔다. 그는 전개되는 작전을 보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어조와 표정은 평온하였다.

《포항에 상륙한 1기사는 강행군으로 대전 피반령사이로 진출하여 피반령을 위협하면서 대전방어의 외곽전선을 형성한 즉시 24사와 협동하여 인민군 53사단을 역포위하여 전멸시키고 띤은 <한국군>의 호남전선사령부와 련계를 취하여 호남쪽으로 진출하려는 54사의 측방을 후려쳐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때 킨은 무엇을 하는가. 오른쪽으로 예봉을 돌려 피반령에서 분주탕을 놓는 인민군 52사의 측면을 들이쳐 역시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렇게 되는 경우 영천의 25사는 피반령이 아니라 동부 산악지대로 타고오는 인민군을 섬멸하는 소모전을 하게 될것이요. <부르하트작전>은 결국 <대전작전>으로 물러났지만 그 성공의 의의에서 대전작전은 더 큰 의의를 띠고있소. 여기서 가장 중요한것은 시간문제요. 인민군은 새 사단들을 급속히 꾸리고있소. 월로우비의 말에 의하면 l 000만도 못되는 북조선에서 50만이나 참군하겠다고 나섰다는건 무시할수 없는 힘이요. 이 적의 새 예비대가 나타나기전에 이 모든 계획이 집행돼야 하오.》

맥아더의 판단과 결심, 그 계획은 오랜기간의 그의 전쟁경험과 최근 작전참모부서들에서 제출된 견해가 보태진것으로서 그 타산에서 일정한 과학성을 내포하고있었다.

직감과 추리, 타산력에서 자기의 천재를 믿고있는 맥아더는 이 작전의 수행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기동력과 화력장비에서 적아의 대비, 이 모든 계산에서 답은 정수로 맞아떨어진것이였다.

워커와 시볼트의 응당한 감동과 지지를 박수갈채처럼 받아들인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에 대한 한국인의 견해가 듣고싶어졌다. 그때 생각난것이 채병덕이였다.

오늘아침 맥아더의 기분은 요즈음 형편에서 최고로 《날씨 맑음》이였다. 방금 받은 15일부의 미국신문들과 주요하게는 부관이 찾아낸 채병덕의 편지를 본탓이였다. 뉴욕타임스지에서는 금강전투의 실패를 작전전술상 실패로가 아니라 북조선군의 막강한 실력인것으로 분석하였다. 그중에서 《인민군은 15만의 병력과 60대의 땅크로 금강을 돌파》라고 한 대목이 제일 맘에 들었다. 맥아더는 금강도하작전에 투입된 인민군이 2만도 채 못됨을 알고있었다.

(거짓말을 써낼바엔 이렇게 큼직하게 해야지.)

그다음 본 《성조기》지면에 실린 콜린즈대장의 인터뷰도 신경을 돋궈가며 봤으나 《후퇴와 지연작전이 련속되는 가렬한 환경에서도 미군은 우세한 장비와 전투력으로 적의 예기를 계속 꺾고있다.》라는 귀맛좋은 칭찬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채병덕의 편지는 위스키뒤에 마시는 달콤한 브란데와 같은 작용을 했다.

초기 공격의 좌절은 적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시작된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뭔가 맥아더의 처사를 까밝히려는 은근한 암시가 있는듯싶어 거슬렸으나 서울함락까지의 과정을 어쩔수 없는 사실로 론증하면서 세계적명장들의 전례에 맥아더의 실례까지 겹쳐 쓴 대목을 두번씩이나 읽었다.

《각하, 저는 할수 있는것은 다 하였습니다. 할수 없는것까지 하여야 했으나 저는 초인이 아니였습니다. 존경하는 처치준장과 라이트대좌도 여기서는 례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운명적인것이였습니다. 운명에는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 아닙니까. 저 옛날 알렉싼더대왕이 하이파니스강에서 퇴군한것이나 나폴레옹이 모스크바에서 퇴각한것도 다 그 실례라고 봅니다. 저는 때로 운명의 총아인 씨저가 제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를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는 뎀스강이나 라인강에서 했듯이 자발적인 퇴각과 회군을 단행했을것입니다. 외람된 얘기입니다만 맥아더원수각하께서 코래히돌에서의 격전장을 떠남으로써 일본의 패전을 마련했듯이… 급속퇴각을 했을것입니다. 저의 잘못이라면 바로 이런 대용단을 내릴 포재와 안목이 없은것입니다…》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그의 수치스러운 도주를 미화하는 글구에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거기에는 낯간지러운데가 있었으나 우직스럽다고 할 정도의 로골적인 아첨에 마음이 떴다.

(령리한자다. 이 정도로 상대를 띄울줄 아는 머리를 가졌던것은 반대로 그만큼 내리깎을 재간도 가지고있다는것을 말한다.)

맥아더는 이자를 불러온것이 장한 처사라고 흡족해졌다. 신성모와 정일권을 통 껴잡아 《군사를 인기잡이 외교술로만 아는 능한 군계의 지도층》으로 비난하면서 실패한 전투들을 일일이 집어 분석하고 어찌어찌했으면 좋을것이라고 쓴 대목에서는 아시아인들이란 출세와 명의라면 저들끼리 물어뜯는 개와 같다는 서글픈 통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 역시 기분을 좋게 했지 나쁘게 하지는 않았다. 맥아더는 마지막대목에서 주의를 집중하여 읽었다.

《…그런데 저로서 통탄하게 되는것은 우방 미국군에 대한 <국군>수뇌의 무관심입니다. 아무리 용맹한 군대라 해도 그 땅과 자연, 지형지물과 주민에 익숙되지 않으면 싸우기 어렵다는것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다 같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국군>수뇌는 극도로 유리한 동중부의 산악지대를 지키는데 무려 두개 군단을 붙여놓고 공격에는 리롭고 방어에는 불리한 서부의 평원을 사수하는 미군에는 극히 비우호적으로 무관심하고있다는겁니다. 지금상태에서 저는 동부와 중부에서 네개 사단을 떼여 응당 미24사의 량측과 정면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찰과 지형파악을 위해 미군부대 지휘관들에게 우리 응당한 방조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현재의 미군전선과 <국군>전선의 모순점들을 보고 또 북조선군과의 첫 대결에서 얻은 경험과 지금까지의 연구로부터 전반작전에서 일련의 개선이 필요하다는것을 맥아더원수께 <한국군>장성으로 보고하는것을 응당한 의무로 여기며 가급적으로 저의 작전견해를 들어주실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맥아더는 여기서도 채병덕이 자못 령리하다고 판단하였다. 군사작전적견해란 진부하고 유치하여 참고할만 한 가치가 쥐뿔도 없었으나 무관다운 꿋꿋한 고집과 결단력을 보았고 주요하게는 미국과 미군에 대한 철저한 옹호정신을 보았다.

맥아더는 그 편지를 개여 빼람에 넣고 매우 유쾌한 얼굴빛으로 부관을 찾아 채병덕이를 들어오게 하라고 하였다.

대기실에서 무려 한시간동안이나 초긴장상태로 앉아있던 채병덕은 갑자기 일어서는바람에 다리에 쥐가 일었다. 그는 한동안 병신처럼 얼굴을 찡그린채 옴짝 못하다가 이를 사려물고 걸음을 옮겼다.

맥아더는 구겨진 보위색 와이샤쯔차림으로 신문을 보다가 채병덕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 제네랄 채.》

맥아더는 70객의 몸에 비해서는 매우 재빠른 동작으로 일어나 채병덕에게 다가왔다.

《각하, 저는…》

채병덕은 그만 눈굽이 찡해오며 말이 목에서 나가지 않았다. 맥아더는 그의 손등을 한번 다치고 매우 너그러운 눈길로 보았다.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많은데서 공감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그 감상을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피반령을 압니까. 대전방어선에 대해서도 압니까. 좋습니다.》

맥아더는 채병덕이한테서 다른 긴말이 나올가 저어하듯 성급히 몇가지를 묻고는 일본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인 장옆에서 자기의 키만 한 지시봉을 들었다. 그 지시봉이 유난스레 큰데 놀라 채병덕이 유심히 살피자 맥아더는 빙긋 웃었다.

《당신네 조그만 전선이 이 로병 맥아더의 손에 이런 짐까지 지웁니다.》

하며 대전을 짚은 지시봉을 피반령쪽으로 옮기며 말하였다.

《이 대전과 피반령계선을 한개전선으로 봅시다. 그리고 이 전선을 맡은 사령관이 제네랄 채라고 합시다. 당신의 결심과 작전구상을 말하시오.》

채병덕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질문이였다. 그는 대화를 전혀 이런 방향에서 예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의 대답에 자기 운명전체가 결정될수 있다는 예리한 직감에 온 중추신경이 곤두박질치며 일떠섰다. 맥아더는 용기를 주듯 또 한번 벙긋 웃으며 조용히 말하였다.

《어제낮 대전북방의 인민군 53사 9련대가 피반령계선에 이동한다는것을 참고하시오.》

《각하.》

채병덕은 드디여 입을 열었다.

《북조선공산군은 일반 야전전투규범과 조례를 무시하고 싸우는 군대입니다. 그들은 작전의 초보인 군사장비와 화력기재의 이동과 집중, 그 수자와 보급의 량적 측면은 별로 중시하지 않고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로써 판단하기 어려운 함정이 있습니다. 그들이 렬세한 무기와 장비로 계속 남하해오는것은 독특한 전술과 전법의 응용입니다.》

《제네랄 채, 여기는 군사아까데미아가 아니고 이 맥아더는 사관학교 학생이 아니요.》

그 말에 채병덕은 찔끔하였으나 자기가 여기서 수그러들면 오히려 축잡힐수 있다는것으로 태연히 계속하였다.

《그런 군대이니만치 대전 피반령전선을 유지하고 적을 제압하자면 고대로부터 오늘까지의 전쟁에서 사용된 온갖 기만과 책략의 모든 수들을 다 내다보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것입니다.》

《그래 그 대비책이 뭐요?》

맥아더는 눈살을 찌프리고있었다. 채병덕은 자기의 박식과 론리로 일정하게 맥아더를 틀어쥔 다음 내대려던 결론을 먼저 꺼낼수밖에 없었다.

《제가 생각컨대 북한군은 그 풍부한 게릴라전의 경험으로부터 반드시 기습과 우회로 대전을 포위공격할것이라는것입니다.》

《대전포위의 임무를 띤 인민군부대가 나오지 못하는 조건에서도?》

《각하, 그 부대는 반드시 나올것입니다. 다만 시간문제입니다. 그 사단장은 게릴라전의 능수로서 김일성수상이 가장 믿는 지휘관의 한사람입니다.》

《그건 내가 못나오게 할테요. 이 로병 맥아더가 결심한것이요. 그 사단이 절대 포위진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전제밑에서 말해보오.》

《그렇다면 서울시가전의 재판이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그들은 게릴라수법으로 땅크와 기습대를 진입시켜 배후를 교란하면서 정면으로 공격합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방어진을 분산포위하여 각개소멸합니다. 그 시간선택과 돌입의 불의성과 교묘함때문에 지휘부가 미처 결심을 채택하기전에 녹아나게 됩니다.》

《게릴라적기습이라?! 물론 띤이나 그 병사들이 그에 습관못된것만 사실이지. 하지만 서울의 재판이란 있을수 없소.》

맥아더는 채병덕이가 완전한 바보는 아님을 알았다. 그의 말에는 무시할수 없는 경험과 진실이 담겨있었다. 맥아더는 중을 뜨듯 채병덕을 다시금 찬찬히 보다가 위엄있게 입을 열었다.

《이제 30분후에 당신은 워커장군과 함께 대구로 가시오. 거기서 오늘 당신들의 지휘권을 워커중장이 넘겨받는 의식을 정식 치르게 되오. 그리고 가틴대좌가 가져가는 <유엔기>를 8군사령부에 게양하는 행사도 치르오. 아마 이 행사는 당신들 장병들의 사기를 돋구는데 크게 이바지할것이요.》

《각하, 알겠습니다. 그것은 패퇴에 저락된 용기를 복돋는 력사적인 사변으로 될것입니다.》

채병덕은 뭔가 자기에게 크나큰 행운이 닥쳐온다는것으로 가슴설레이며 진심을 기울여 말했다. 맥아더는 그의 말에는 별로 반응이 없이 계속했다.

《당신은 오늘부터 대전과 피반령방어계선에서 워커와 띤장군을 협력하시오.》

《각하, 영광으로 받아들입니다. 죽기로써 소임을 수행하겠습니다.》

《죽을것까지야 없지, 죽어서야 아무것도 못할테니.》

맥아더는 너그럽게 웃었다.

채병덕은 잃었던 세상을 다시 찾는 황홀경에 도취하였다. 그는 은닉된 금의 행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였다는것쯤은 이젠 아랑곳 않았다. 얼마전부터 《국군》장성들속에서 돌아가던 워커의 보좌관제가 나올수 있다던 말을 상기하고 오늘 자기가 그 일인자로 지목되였다고 기뻐하였다. 워커의 보좌관이면 정일권은 물론 신성모의 모가지까지 휘둘러댈수 있는 자리일것이였다. 그러나 병덕의 기쁨은 일렀다. 아직 맥아더는 채병덕이를 그런 영광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으로 채병덕이를 그자리에 올려놓는 경우 남조선의 군부와 사회는 물론 미국계에서도 강력한 반발을 살수 있다는것을 내다보았다. 그는 이만큼 주물러놓는것으로도 채병덕이의 복수심을 갈앉힐수 있으며 또 채병덕의 손과 머리를 충분히 써먹을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것을 모르는 채병덕은 기세등등하여 대구로 날아갔다. 마치 워커의 보좌관으로 정식 임명된듯 한 심리였다.

행사장인 8군사령부앞마당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던 채병덕은 옆으로 선행하는 검은빛 대형 《크라이슬러 리무진》차를 보다가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번 하였다. 반쯤 제낀 창가림뒤로 황급히 숨는 파마머리를 본 채병덕은 그 녀자가 그토록 찾으려 애쓰던 팔판동의 애희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차에 무쵸가 타고있는것도 보았다. 채병덕은 심장이 지지우는듯 한 뻐근한 아픔을 체험하며 차가 선 다음에도 한참이나 의자등받이에 기대있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뛰쳐나가 차문을 부시고 계집을 꺼내오고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지개처럼 비껴든 출세의 행운을 영원히 쫓아버리는 비극으로 끝날것이라는것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 있었다.

《계집이란 그런거지.》

이렇게 중얼거려도 보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 총애하던 계집의 피를 칼에 묻히는것도 서슴지 않은 전국시대의 일본무사들의 이름도 꼽아보고… 한창 씨루던끝에 흔연히 일어났다. 회의석으로 가다가 무쵸의 차를 얼핏 돌아보았다.

창가림은 꼼꼼히 내려져있는데 흰 철갑모를 쓴 엠피가 그앞에 굴왕신처럼 지키고있었다.

(그래 참기를 잘했다.)

그는 회의휴식틈에 매우 천연한 태도로 무쵸와 인사도 나누었고 연회석에서는 술잔까지 쪼았다. 무쵸의 노리개로 전락된듯싶은 어제날의 그의 정부는 어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채병덕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대의를 위해 사사는 희생해야 하거니.)

그는 일본의 어느 소극에서 나오는 가사를 되뇌이며 불끈거리는 분노의 발작을 진정시키군 했다.

 

김일성동지께서 계시는 방에서 나온 김책과 강건은 눈같이 흰 백포가 깔린 침대 두개가 나란히 놓인 방에 들어서자 잠시 마주보았다.

《어떻게 할가?》

《쉬셔야지요.》

이때 두사람의 얼굴에는 행복스러운 소년들만이 가질수 있는 미소가 피여올랐다. 두사람은 등을 마주한채 앉아 갑자르며 장화를 벗었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같이 어린애가 된듯싶은 기분으로 푸푸 소리를 내며 머리도 감고 발도 씻었다.

강건은 수건걸개에 매여달린 푸른 세면주머니에 시선이 가자 두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노란 수실로 새긴 《승리》라는 글자를 만져보기까지 하고 김책을 돌아보았다.

《이건 어디서 받은것입니까?》

김책은 피끗 돌아보고 수건을 비틀어짜며 말했다.

《그 임자를 오늘 만났댔소. 난 잊었는데 장군님께서 알아보셨소.》

《어떤 녀자인데요?》

《우리가 평천폭격장에서 만난 녀자인데 오늘 이곳 병원에서 만나보았소.》

김책은 침실에 들어와 복심이라는 녀자를 만난것으로부터 낮에 있은 일 몇가지를 말해주었다.

오늘오후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함께 서울시내 여러곳을 돌아보시였다. 한강에 부설한 잠수교를 보신 그이께서는 적의 항공대가 모든 도로와 다리를 제압하는 조건에서 큰 강들마다에 이런 잠수교를 가설하고 주요도로와 다리들에 항시적으로 복구대를 두고 련락장을 꾸릴데 대하여 가르쳐주셨다. 련락장은 야간행군을 위주로 하는 인민군대와 보급물자운반대렬이 낮에는 대피도 하고 식사도 할수 있는 장소로 되여야 하므로 진료소와 간단한 자동차수리소까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매 작전과 전투조직이 끝난 후에 군수물자를 날라가는 종래의 방식을 고치고 예견하는 주요작전지구들에 중앙병공창의 분살림형태로 선두병공창을 꾸릴데 대한 발기를 하셨다. 물자의 수송보급문제로 늘 골을 앓던 김책에게 이것은 하나의 혁명적방안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속하여 작전물자의 보급을 철도나 자동차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원적으로 떨쳐난 인민들의 힘에 의거할데 대하여 주요하게 말씀하셨다. 그길로 김일성동지께서는 경성전기회사자리에 들리시여 평양에서 파견된 경제일군들과 짤막한 담화를 하신 후 서울에 군수생산분국을 조직하며 피복류와 신발같은 일용품을 여기서 자체생산하여 보장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그때 김책은 이것이야말로 산업상이였던 자기가 포착하고 조직해야 할 일이 아니였던가 하는 자책을 심하게 느꼈으나 이 역시 그이의 특출한 예지로만 할수 있는 일이라는데 생각이 멎고말았다.…

창문에 부딪치는 날벌레들의 날개짓소리가 들려왔다. 두사람은 침대에 걸터앉은채 창문쪽을 내다보았다.

《사령관동지, 우리 결심안에 대해서 장군님께서 그대로 비준하실것 같습니까?》

강건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들은 방금전 김일성동지께 대전작전에 대한 전선사령부의 최종결심안을 보고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의 초조한 얼굴을 지켜보다가 래일 새벽에 토론하자고 하며 이젠 밤이 깊었으니 쉬라고 하셨다.

《너무 옹생원이 되지 말기요. 자기를 믿어야지. 그만 자자구.》

《그런데 장군님께서 정말 지금 쉬실가요?》

《내 강부관한테도 단단히 말했으니 오늘에야 좀 쉬시겠지. 벌써 두시구만.》

《그럼 좀 누웁시다.》

그들은 서로 마주 빙긋 웃고 모포속에 몸을 감추었다.

강건은 오른쪽으로 몸을 꼬부린채 누워 인츰 코를 골았다. 알릴락말락하는 그 코소리를 들으며 김책은 습관대로 하루사업에서 잘못된것이 없는가를 생각해보려 했다. 그러나 여느때와 달리 생각이 흐리멍텅해지며 무섭게 잠이 몰려들었다.

(대전작전결심안이 과연 완성된것일가.)

김책은 사단들의 진격로들을 머리속에 그려보다가 잠들었다.

그들은 다같이 김일성동지께서 곁에 와 계신다는것으로 모든 근심을 잊고만것이였다.

김책과 강건이 초보적으로 완성한 대전작전안은 최고사령관동지의 7월 8일부 작전방침에 철저히 근거해 작성한 포위전계획이였다. 주타격부대들의 7월 8일이후의 전투들은 바로 이 최종작전에로 내닫는 행동이기도 하였다. 53사와 54사식의 성과적인 금강도하로 하여 대전작전은 성공할수 있는 마지막그물을 치는것으로 남았다.

오늘저녁 총참모부결심안으로 제출된 대전전투는 세개 사단으로 수행하게 되여있었다.

53사는 대전을 정면과 동북방으로부터 압축하며 54사는 대전의 우익인 서쪽에서, 52사는 대전의 동남쪽인 대전-금산간의 도로를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혀 24사를 전멸시키자는것이였다. 대전의 서남쪽에서 24사의 좌익린접을 형성하려 지원해올수 있는 호남지구 전투사령부의 병력은 론산쪽으로 진출하는 54사 18련대로 제압하게 되여있었고 대전동쪽의 피반령에서 미24사의 우익린접을 형성하려 지원해올수 있는 괴뢰1군단에 대해서는 52사의 2제대 련대와 (대전후면으로의 52사진출은 두개 련대로 예견하고있었다.) 53사 9련대의 일부 력량으로 막게끔 타산되였다. 대전 포위공격전투날자는 7월 21일까지 대전뒤 옥천계선에 나가겠다는 최현의 결심에 의거하여 7월 22일로 잡았다.

7월 16일까지의 적아의 력량과 전선형편을 볼 때 이 작전은 매우 과학적인 빈틈없는 작전이였다. 김책과 강건이 이 작전에서 우려한것이 있다면 피반령에서 저지된 52사가 과연 제시간안에 대전후면을 차단하겠는가 하는것뿐이였다. 그러나 그것도 최현장령의 확답속에 가능한것으로 된이상 거칠것이 없었다. 김책과 강건은 현재의 결심안에 자신을 가졌다. 어떤 어려운 문제나 그 예리하고 정확한 통찰력과 천재적예지로 즉석 판단하시는 김일성동지께서 별다른 의견이 없이 김책과 강건을 쉬라고 하셨다는데서 이들은 더욱더 마음을 놓은것이였다.

그러나 이 두 장령은 바로 자기들이 잠든 시각에 부산으로 상륙하리라 생각한 1기병사단이 포항을 향해 침로를 돌린것은 몰랐다.

김책과 강건이 대전에서 미제침략군 주력을 결정적으로 소멸해치우자고 결심한것처럼 맥아더와 워커 역시 이 대전을 한니발의 깐느격전장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한것이였다. 하여 22일이 아니라 20일이면 1기병사단이 대전에 도착하여 피반령쪽으로부터 남하하는 52사앞에 장벽을 조성하면서 대전방어를 보강하고 53사와 905땅크사단을 역포위하여 격파할수 있는 위험이 짙어간다는것은 더욱 알수 없었다.

 

탁상등의 불그스레한 빛발은 흰 모슬린이 드리운 벽들마다에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들을 새겨놓고있었다. 파아란 담배연기가 그 벽을 따라 그물거리며 기여오르다가는 맹렬히 돌아가는 선풍기의 나래바람에 부딪쳐 흐트러지군 했다.

깊어가는 밤의 고요와 정적이 그대로 옮겨앉은듯 한 방이였다. 차광막을 대신하는 검은 비로도창가림은 이따금 웨치는 보초병의 구령도, 자동차의 소음도, 먼곳에서 울리는 야간비행대의 폭음도 막아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부시게 흰 와이샤쯔의 웃단추를 터치신채 책상우의 지도를 마주하고계셨다.

새로 한시, 두시… 시간의 분침은 계속 움직였으나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자리에서 움직일줄 모르셨다. 어느 틈으로 날아들었는지 모를 하루살이들이 탁상등주위를 맴돌다가 소매를 걷어올린 그이의 팔우에 주저없이 앉는것도 느끼지 못하시였다. 옥색 재털이우에 놓인 담배에 손을 뻗치였다가 그 담배가 절로 다 타서 재가 된것을 아시고는 그대로 손을 끄당겨 이마에 가져가셨다.

《장군님!》

조심스레 울리는 목소리에 그이께서는 고개를 드셨다. 책상앞에는 강부관이 서있었다.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이고 차렷자세를 한것으로 자기는 매우 공식적인 임무를 집행한다는것을 암시하는 시위적인 자세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가 신랄한 공격을 가해올 잡도리란것을 아셨다. 좀전에 그가 들어와 쉬실것을 간청할 때 그럼 자겠다고 웃옷까지 벗으며 약속하신 그이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럴 때는 선손을 써 막는것이 좋다는것을 아셨으나 방금 이어가던 생각때문에 다시 지도에 시선을 주셨다.

다행히 강부관은 기척이 없었다.

1분, 2분, 또 10분… 김일성동지께서는 강부관이 나갔는가 하여 눈길을 드셨다. 그런데 강부관은 그대로 서있었다. 옛날 과오를 범한 유격대원들이 자기스스로 금을 그어놓은 원안에 들어가 하루종일 차렷을 한채 《근신처벌》을 받던 그런 자세였다. 입술은 뿌주름히 내밀어있었고 내리깐 눈에서는 방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상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눈섭을 찌프리셨다.

《강동무, 그러지 말고 가서 좀 자라구.》

《장군님!》

요지부동일듯싶던 강부관이 한걸음 내짚었다. 목에서 울대뼈가 움씰하고 얼굴이 뻘겋게 질려갔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며칠밤을 안쉰지 아십니까. 그렇게 못쉬구서 어떻게 미국과 전쟁을 끝까지 하겠습니까! 이러시다가 앓으시면-》

강부관의 고개는 외로 틀어졌다. 맹렬한 시작에 비해서 뒤는 물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껄껄 웃으시였다.

《아직 초저녁인데 뭘 그러나?》

《장군님 지금 두십니다. 다섯시면 작전회의를 하시잖습니까. 그러면.》

《벌써 두신가. 허허. 그럼 자야지. 자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색연필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강부관은 온 얼굴이 비 씻긴 하늘처럼 환해졌다. 그는 방안을 두루 살피다가 침대우에 대형작전지도가 펼쳐져있는것을 보고 허락을 받을념도 않고 달려가 두루루 말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띠우신채 그를 살피다가 창가의 쏘파에 가앉으셨다.

《강동무, 난 여기서 자겠소. 이럴 땐 야전식으로 자는게 더 좋지. 침대에선 동무가 자라구.》

강부관은 딱한 기색으로 김일성동지와 침대를 엇갈아보다가 한수 양보한다는 식으로 침대우의 깃털베개와 백포를 주섬주섬 벗겨들었다.

《장군님, 탁상등도 끄겠습니다.》

쏘파우에 베개와 백포를 내려놓은 강부관은 큰 승리를 한 개선장군마냥 만족스런 기색이였으나 그 빛을 감추느라 말소리는 매우 공손했다.

(이건 완전히 강짜인걸.)

김일성동지께서는 하는수 없이 쏘파우에 비스듬히 누우셨다. 순간 온몸이 둥 뜨는듯 하며 천정과 벽이 핑 돌아가는것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께서 몹시 지치셨음을 깨달으셨다.

(그래 옳다. 좀 자야 한다. 저 보모의 역을 노는 강부관의 말이 옳다. 자자.)

그이께서는 오른손을 이마우에 얹으며 눈을 감으셨다. 딸깍 하고 탁상등스위치를 끄는 소리와 함께 포근한 어둠이 눈시울을 덮었다. 그러자 온몸이 아득한 나락으로 잠겨내려가는것 같고 눈앞에는 계선과 형태가 명백치 않은 광대한 전선이 펼쳐졌다. 산길과 도로와 참호들, 땅크와 보병중대의 행렬이 지도의 화살표들과 치차표식의 부호에 엇섞여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검푸른 바다가 펼쳐졌고 물갈기를 일으키며 내닫는 군함의 검은 선체와 그 물사다리를 타고 내리는 중무장한 적군병사의 모습도 보였다.

(그래, 이건 내가 미1기병사단의 움직임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탓이다.)

김책과 강건은 그 1기사도 부산으로 상륙하리라 보고있다. 항만시설이라던가 전례로 보면 그것이 옳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지도앞에 앉으셨을 때와 같은 사색의 세계에 되돌아가셨다.

머리는 점점 더 맑아지셨다. 좀 다르다면 수자적인 계산과 추리대신 상념이 뒤섞인 영화의 화면같은 광경이 줄곧 눈앞에 서려오는것이였다.

언젠가 외국기록영화에서 보신 미드웨이해전과 사이판도상륙작전의 몇개 장면까지 떠오르셨다. 탄약이 떨어진 몇천에 불과한 일본군을 대상해 수백대의 비행기와 땅크를 앞세워 초토화작전을 벌리며 몇개 사단의 무력으로 살륙전을 벌리던 화폭이였다. 화염방사기의 불길, 땅을 짓씹는 무한궤도, 까만 먼지처럼 자욱히 덮여 내달려오는 보병의 돌격대형…

(그렇다. 맥아더는 병력과 화력의 절대적우세하에서만 싸우는자다. 그의 작전적안목이란 땅크와 대포의 수자, 총탄과 포탄의 톤수에서 적아의 대비를 재빨리 계산하고 결심하는 거기에 있다. 코레히돌에서는 약간한 병력차이때문에 도주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금 그는 화력의 절대적우세를 떠벌이던 금강이 돌파당한 상태에서 몇배의 병력지원을 꾀할것이다. 물론 그도 지금 대전을 생각할것이다. 그렇다면 어저께 요꼬하마부두를 떠난 1기병사단은 어데를 목표로 하겠는가. 대전으로 온다고 봐야 할것이다. 그 1기사가 대전에 오는것은 맥아더가 우리의 수에 걸려 피동에 빠진것으로 된다. 그러나 당면한 대전작전에서 1기사의 출현은 명백한 위험으로 된다. 그렇다면…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맥아더가 보다 담이 큰놈이라면 동서해안의 어느곳에서 상륙작전을 할수도 있잖을가?)

동서의 해안선들이 일시에 떠오르고 공격산병선들이 죽 펼쳐졌다.

(어디로 들이밀것인가. 55사의 전투지구?… 그 55사는 울진과 평해리를 지났지. 맥아더는 산이 많은 그 험지에 기계화사단을 들이밀수는 없다. 최춘국의 전선중부 역시 그렇다. 그들은 단양고개를 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부?… 온양-공주쪽으로 쳐들어온다는것인데 거기는 한개 사단이 상륙할 항만이 없지 않은가. 거기는 아니다. 현재 맥아더가 상륙을 꾀할수 있는곳이란 목포나 부산, 포항뿐이다. 목포까지는 바다길의 거리가 멀므로 그것은 지워버리자. 부산과 포항?… 부산은 지금 미본토와 일본에서 들여오는 군수물자하역으로 빈틈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포항이다. 포항은 대전과 직선으로 이어진곳이고…)

써늘한 랭기가 가슴 한곬을 파고 지나가는것 같으셨다.

1기병사단이 출동했다면 그 선전대는 하루사이에 포항에 들어설것이였다. 바다우에 까맣게 덮여드는 상륙정들과 모래불로 뛰여내리는 군인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움직였다.

(그래, 나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 있은것이야. 22일이라는 작전개시날자에 대한 불만도 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되는것이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책과 강건이 제출한 대전작전안에서 두가지 모순점을 포착하셨다. 하나는 작전준비시간을 너무 오래 잡는것이였다. 피반령돌파를 기준한다는 리유로 닷새동안이나 우물거린다는것은 그 어떤 객관적인 사정으로도 합리화할수 없었다. 또한 변화된 현실과 정황에 관계없이 곧은목으로 나가려는 유연치 못한 립장이였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모든 불만과 의견을 보류하셨다. 이 전쟁에서 시간의 절박성, 그 시간의 의의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김책과 강건이 더 다른 방안이 없어 택한 결심임을 너무나 잘 아셨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늘 밤을 못자 수척해진 그들의 얼굴로 하여 차마 말씀을 떼실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이 문제 해결의 과제를 스스로 자신께서 짊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다면 맥아더는 우리의 의도를 다 알고 움직이는셈이다.

최현사단을 한개 군단으로 막는것도 그놈의 선견지명으로 봐두자. 그 뒤쪽에 25사를 웅크리고있게 한것 역시 그렇다. 놈은 우리의 대전포위작전구상을 대체로 짐작하고 막는셈이다. 현재의 그 무력이면 놈들은 역포위를 시도할수 있으나 역시 맥아더는 엉큼한자다. 놈은 더 많은 무력을 끌여들여 력량상 절대적인 우세를 보일 때를 기다리고있다.

1기사? 1기사라?… 그외에 어떤 무력을 대전으로 끌어들일수 있는가?

피반령이 돌파당하는 경우 괴뢰1군단이 들어설것이고… 김천에 있는 미25사의 한개 련대가 덧붙여질것이다. 호남지구전투사령부 관하 부대들도 움직일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여섯개 사단이다… 이것을 다 자루속에 넣자면…)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둠서린 천정에서 희미하게 번뜩이는 무리등에 시선을 주신채 입술을 아프게 깨물으셨다. 너무나 적은 군대며 약소한 무장이였다. 완전장비된 서-너개의 보병사단과 한두개의 비행사단만 더 있어도 단숨에 모든 적들을 구축하고 이나라 강토를 깨끗이 할것이였다. 폭격기편대로 부산 1부두를 봉쇄하고 저격부대들을 적의 주요지점들에 파견하여 앞으로 치고 뒤에서 치면 그까짓 적이 무엇인가. 그러나 신생공화국에서 그런 희망은 한갖 꿈에 불과한것이다.

지금 대전작전에 투입할수 있는 사단도 오직 53사와 54사, 52사 뿐이였다. 예비대도 없었다. 매일같이 인민군대 탄원자들이 수만명씩 나선다 하여도 그들에게 메워줄 충분한 무장도 없었다.

현재의 무력으로 적과 판가름을 할수밖에 없었다. 대비할수 없는 력량의 차이는 매 전사들에게서 넘쳐나는 애국심과 의지, 용맹으로 메꾸어야 하였다. 그들의 용맹과 애국심이 헛된 피로 흘러내리지 않게끔 그들을 승리의 지름길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금 천정을 바라보시는 시각에도 가슴뿌듯이 절감되셨다.

(현실적으로 판단하자. 문제는 1기사나 기타의 적들이 대전에 이르기전에 포위섬멸하는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것은 포위작전의 시간을 앞당기는것이다.

그 짐은 52사가 지고있다. 그런데 52사에 그 무거운 짐을 지운채 방임하는것은 결국 그들을 쏘구역에 밀어넣는것과 같은것이다. 최현은 죽기내기로 할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그를 비롯해 앉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할수도 있다.)

《안된다.》

《장군님!》

벽가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김일성동지께시는 강부관이 또다시 속을가봐 지켜있는것을 아시고 어지간히 놀라셨다.

《동문 왜 안자고있소?》

《장군님, 좀 쉬십시오. 계속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잠소리를 했군. 그러니 내가 좀 잔것이 아닌가. 동무도 이젠 감시를 그만하고 자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리등이 희뿌연 형체가 더욱 명료히 드러나는것을 점도록 보시였다.

(내가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것이 아닌가, 좀 자긴 자야겠다.)

그러자 눈앞에는 또다시 최현의 이글거리는 눈과 치솟는 눈섭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그가 53사 9련대를 되돌려보낼것을 강경히 주장해왔다고 하던 김책의 말이 떠오르며 뭔가 섬광처럼 스쳐가는 착안점을 붙잡으시였다.

(53사 9련대의 피반령진출은 적들로 하여금 아군의 대전포위작전에 대해 완전히 단정할수 있는 근거로 될수 있다. 맥아더는 어기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 있다. 52사와 53사 9련대의 피반령 돌파시간을 맥아더는 자기의 의도를 실현할 여유시간으로 잡을수 있다.

그러면 결론은 피반령에서 손을 떼는것이다. 9련대는 원래의 공격선 대전동북방에로 돌려야 한다. 그러나 9련대가 맡은 지탱점이 비면 52사는 어찌되겠는가. 물론 최현은 끄떡도 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면서 최현은 결사적인 전투에 나갈것이다.)

때맞지 않게 저택에서 마지막으로 본 최현의 모습이 떠오르셨다. 룡옥이를 꼭 부둥켜안고 어색한 미소를 띄우던 그, 그 정상이 가슴아파 하루밤 자고 가라고 했으나 최현은 떠났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빠오르는 숨길을 누르며 눈을 감으셨다.

불쑥 다른 얼굴이 떠오르셨다. 병원에서 본 복심이라는 녀인이였다. 그 얼굴은 종이장처럼 희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은 떨고 스러지는 초불같은 눈길에는 그래도 웃음이 떠돌았다.

(정숙동무도 그 녀인처럼 싸움터에서 늘 적의 총탄을 맞받아 전우들을 지켰었지.)

뼈아픈 짜릿한 추억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우리 나라 녀성들은 참으로 훌륭하다.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데 그 남편이라는녀석은 어찌된 사람인가. 그런 녀성을 마다하다니… 도대체 가정이나 사랑이란걸 뭘루 아는건가. 김책이가 만났다는 그 중대장이 과연 그 녀자의 남편일가. 진짜배기싸움군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 전쟁통에 그도 뭔가 깨닫겠지.

아니, 이 문제엔 내가 개입해야 돼.

그런데서는 오영혜도 매한가지야. 뭐 전쟁때에는 사랑이 없다구… 진짜배기혁명가들의 사랑관을 안다면 저러지 않겠는데… 세대차이인가?… 오영혜한테 김혁이의 사랑에 대해서 좀 말해줘야지…

그런데 복심의 남편은 54사 18련대라고 했지. 여기 가까이만 있으면 만나겠는데… 그들은 지금 론산쪽으로 가고있다… 지금쯤 그들은 적진연구를 할가. 아니면 잘가… 그녀석을 만나야 되는데… 53사 9련대를 빼면 52사앞에는 위험이 조성된다. 그러면 또 2의 3의 리복심이가 나올수 있고… 아니 그보다 더한 희생이 나올것이다. 그러나 9련대는 돌려야 한다… 그렇다면 포위는… 대전의 후면포위를 누가 하는가?…)

산줄기들과 도로, 행군하는 보병대렬… 상상속에 그려지는 송기덕이라고 하는 군관이며 최현, 리복심, 그런 얼굴들이 간단없이 눈앞에 오간다.

(내가 너무 지쳤구나. 이래서야 신통한 수를 얻지 못하지.)

코고는 소리가 울렸다. 방안의 공기를 다 빨아들이듯 거세게 숨을 들이쉬다가 드르릉하고 폭음같은 소리를 터치고는 잠시 있다가 요란한 풀무질소리로 후하고 내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쏘파등받이대를 잡으시고 몸을 일으키시였다.

문가의 장의자우에 앉은 강부관이 고개를 한쪽 어깨에 떨군채 셈평좋게 자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베개를 드시고 발끝걸음으로 가시였다. 장의자우에 베개를 놓고 강부관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러서시였다. 깨는날엔 랑패라는 생각이 번개치듯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침대에 놓여있는 이불을 가져다가 그의 옆구리에 놓아주시고 조심스럽게 문을 여시였다,

멀리서 닭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김책은 정각 네시에 깨여났다.

강건이가 어린애처럼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자는것을 만족스럽게 보며 조심히 침대에서 내린 그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작전직일관실에 내려갔다. 거기서 다른 정황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아직 잠기를 완전히 덜지 못한 머리를 밝게 하려 밖으로 나섰다.

불깃하게 서기가 어려있었다. 김책은 오늘 날씨가 매우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습관대로 건물을 에돌아 정향나무들이 띠염띠염 널린 공지로 걸음을 옮기던 김책은 그만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약간 둔덕진 잔디밭우에 김일성동지께서 서계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새벽려조에 어둠이 갈라진 동켠하늘을 바라보고계셨다. 손에는 백합꽃 한송이가 들려있었다.

(밤을 패셨구나.)

김책이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다가가 인사를 올렸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매우 밝으신 안색이시였다.

《우린 산에 익숙되여서 그런지 역시 방안보다 이 나무가 있고 풀이 있는 밖이 좋구만.》

그이의 어깨는 정향나무잎들에서 떨어져내린 이슬들로 점점이 얼룩져있었고 장화 역시 젖어 비맞은 뒤처럼 번들거렸다.

《김책동무, 이렇게 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합꽃송이를 나무가지우에 끼워놓고 신중한 눈길로 김책을 보시였다,

《대전작전안은 변경시켜야겠습니다.》

《네?!》

김책은 너무나 뜻밖의 말씀에 등곬에 찬바람이 휙 지나가는것만 같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러한 김책을 잠시 눈주어 보시다가 힘있게 말씀하시였다.

《피반령에 진출한 53사 9련대를 본래의 공격위치로 이동시켜야 하겠습니다.》

《…?…》

김책은 뭔가 수수께끼와 같은 거대한 담벽에 부딪친 심정이였다. 그는 아직 아무런 리해에도 이를수 없었다. 그것은 명백히 불안이였다.

강건참모장이 뛰다싶이 달려왔다. 그는 6월 23일 전선시찰을 마치고 왔을 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김일성동지께 보고를 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정찰국 긴급통보입니다. 미1기사가 포항으로 상륙한다는 적의 무선통신을 잡았답니다.》

김책은 숨이 꽉 막혀들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적혼란을 간신히 억제하며 김일성동지를 바라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합꽃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계셨다. 자신의 예견과 타산이 맞아떨어진것이였다.

《1기사는 대전을 지원해올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신심에 넘치신 밝은 얼굴로 두사람을 보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우리는 그 1기사가 도착하기전에 대전포위도 끝내고 전투도 결속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형편에서 52사가 대전후면에 진출할 때까지를 기다린다는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적들은 이미 우리의 기도를 일부 알아차리고 최현사단의 진출을 막기 위하여 결사적으로 발악하고있습니다. 오늘도 래일도 계속 그럴것이며 또 그러라고 합시다. 우리는 적들이 거기에 시선을 쏟아붓고있는것을 리용하여 현재 론산으로 진출하고있는 전선서부의 54사 18련대를 동남쪽으로 급속 우회기동시켜 대전의 후면포위를 완성하자는것입니다. 이 포위는 늦어도 래일까지는 끝나야 하며 우리는 모레 즉 7월 20일에는 대전을 해방하여야 하겠습니다.》

적들에게는 청천벽력으로 군사예술사가들에게는 신비적인 기적으로 보여진 대전포위전투의 구상은 이렇게 태여났다.

이날아침 김일성동지의 지도밑에 진행된 작전회의에서는 대전포위문제로부터 전선동부, 전선서부를 비롯한 전반전선문제가 토론되고 일련의 새로운 방침이 제기되였다. 대전포위전투와 관련된 토론들에서는 미 1기사보다 먼저 대전후면에 도착해야 될 54사 18련대의 행군의 중요성과 간고성이 언급되였고 53사 9련대를 대전동북쪽으로 이동철수시키는 조건에서 52사가 원래의 《연기》를 계속하는것이 매우 어려우리라는것도 론의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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