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에 비길가 보석에 비길가

□ 수 필 □

흰눈에 비길가 보석에 비길가

 

                                                한 탁 세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끝없이 내리고내린다. 비애에 잠겨, 슬픔에 잠겨 산천초목도 몸부림치고 태질하는 이 나라 강산에 송이송이 흰눈이 내려쌓이고 또 쌓인다. 너도나도 들고다니는 꽃송이도 하얀 꽃송이, 화환들도 새하얀 꽃송이들로 숲을 이룬 조의식장마다에 아니, 온 나라 삼천리강산에 하늘도 새하얌을 더해주려는듯 흰눈송이들을 끝없이 뿌려 하얀 소복단장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이른새벽부터 오후내껏 멈춤없이 내린 흰눈들도 미처 덮을수 없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그곳은 위대한 장군님의 령구차가 지나갈 100여리 연도길이였다.
이른새벽부터 눈이 내리자 달려나온 사람들은 그 얼마였던가. 그들중에는 80고령에 가까운 늙은이도 있었고 수십리밖에서 달려온 나어린 소년단원들도 있었다.
(아버지장군님께서 가실 길에 눈이 쌓여서는 안돼. 그러지 않아도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 한평생 찬눈비를 다 맞으신 장군님이신데…)
하여 눈물을 머금으며 쓸고 닦기를 그 얼마…
하지만 무정한 하늘에서는 목화송이같은 함박눈이 조금도 멈춤없이 펑펑 쏟아져내리기만 하였다.
《야― 이젠 그만 내렸으면 좋겠는데…》
나와 함께 눈을 쓸던 련광중학교 학생들중에서 안영주라는 학생이 하늘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하루종일 내릴거야.》
분단위원장 김영일의 말에 다른 애들이 재게 놀리던 손을 멈추었다.
《그걸 어떻게 아니?》
《어떻게 알긴, 이건 그저 내리는 눈이 아니야. 하늘이 흘리는 눈물이야. 겨울이니 눈이 되여 내리는거지.》
《뭐, 하늘의 눈물?!》
《그래. 아버지장군님은 하늘이 낸분이시기에 오늘이 영결식날이라는것을 알고 하늘도 지금 통곡하고있는거야. 기자선생님, 맞지요?》
빠금히 쳐다보며 묻는 김영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래그래, 맞았다. 학생동무들도 이번 애도기간에 온 나라 곳곳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자연현상들을 보았지요?》
《예― 보았습니다.》
《정말 우리 장군님은…》
아이들은 격정에 넘쳐 말을 더 잇지 못하였다. 나 역시 그만 또다시 눈물이 솟구쳐오르며 목이 꽉 메여오름을 어쩔수 없었다.
정말이지 우리는 얼마나 위대한 령도자, 얼마나 위대한 천출위인을 잃었는가.
예로부터 위인중의 위인은 하늘이 내고 하늘이 알아본다고 하였거늘 아버지장군님은 하늘이 낸분이시기에 하늘도 알아보는것이 아닌가.
이른새벽부터 시작하여 하루종일 통곡하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던 하늘이 영결식이 끝날무렵에야 겨우 눈물을 멈추었던것이다.
그럴수록 우리 장군님은 실로 하늘이 낸 절세의 위인이심을 모두가 더더욱 사무치도록 느끼게 되였다.
하기에 우리 인민들뿐만아니라 온 세상 인민들도 위대한 장군님을 그토록 높이 우러러 모시고 그토록 열렬히 흠모하고 따르며 그토록 진심을 다하여 높이 받들지 않았던가.
어버이장군님에 대한 맑고 깨끗한 마음과 뜨거움의 열도는 점점 더 절정을 이루었다.
모두가 연도에 숭엄한 자세로 서있는데 하늘은 계속 눈물을 흘리고있었으니 이를 과연 어쩐단 말인가. 점점이 쌓이고쌓이는 눈을 안타까이 바라보며 속을 조이는데 또다시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입고있던 외투와 솜옷이며 쓰고있던 머리수건과 목도리까지 풀어 도로우에 차례차례 펴놓는것이 아닌가.
아, 이 얼마나 놀라운 광경인가, 이 얼마나 뜨거운 화폭인가. 장군님께서 가시는 길에 쌓일 눈을 고스란히 자기들의 몸에 지니고 자기들의 가슴속에 안아 녹이려는 맑고 깨끗한 정신세계는 그 얼마나 뜨겁고 그 얼마나 열렬한가.
넓고넓은 대통로, 눈뿌리 아득하게 뻗어간 대통로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형태와 색갈로 된 솜옷들과 수건, 그것은 바로 순결한 량심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보석들이였다. 그렇다. 우리 인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마음을 100여리 연도에, 넓고넓은 광장들에 펼쳐놓고있었다.
그 누가 말했던가, 보석보다 더 맑고 더 밝게 빛을 뿌리는 물건은 없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흰눈, 숫눈이 하얗게 덮인 세계보다 더 정갈하고 깨끗한 세계는 없다고…
하건만 그 어떤 진귀한 보석도, 그 어떤 맑고 깨끗한 눈의 세계도 티없이 맑고 깨끗한 우리 인민들의 정신세계에 그 어이 비길수 있단 말인가.
문득 나의 눈앞에는 며칠전 김일성광장에서 만났던 김성주소학교의 단위원장 김초향이와 그의 동무들인 방선화, 윤정화, 강일미, 김진정이네들의 모습이 삼삼히 떠올랐다.
그날도 태양의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장군님의 태양상앞에 인사드리러 왔던 초향이네가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문득 달라붙어 손으로 쓸고 솜옷에 담아 버리는것이 아닌가. 학교도 집도 멀지 않은데 눈치기도구들을 가지고 오지 않고 왜 손으로 그러는가고 물으니 초향이네는 이렇게 말하였다.
《선생님, 어찌 눈치기도구들을 쓸수 있겠나요. 저의 이 손으로, 이 마음으로 눈을 치려고… 흐흑.》
아, 그래서였구나! 정말 기특하다, 아이들아. 진정 너희들의 마음은 흰눈보다 더 깨끗하고 너희들의 정성은 보석보다 더 아름답구나. 진정 철부지 아이들로부터 늙은이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 인민들이 자기의 령도자를 높이 모시고 따르려는 마음을 그 어디에 비길수 있단 말인가.
아, 물어보자 하늘아, 정녕 너는 굽어보고있느냐? 정녕 너는 새기고있느냐? 수수천만년 인류력사에 있어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이토록 크나큰 슬픔의 세계를, 이토록 다함없는 충정의 세계를.…
한껏 격정에 넘친 나는 연도에 겹겹이 늘어서서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는 아이들과 인민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웨치고 또 웨쳤다.
《아― 슬픔에 잠겨 눈물을 쏟는 아이들아, 이제는 우리모두 삼가 눈물을 거두자. 우리에게는 또 한분의 천출위인이신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이 계시지 않느냐. 그이가 계시여 아버지장군님께서 주시던 사랑은 그대로 이어질것이며 그이가 계시여 아버지장군님의 원대한 강성국가건설구상은 계속 꽃펴날것이고 그이가 계시여 아버지장군님께서 그토록 념원하시던 우리들의 행복한 생활은 영원히 마련되고 담보될것이 아니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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