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염소와 부덕쥐

◇ 우 화 ◇

                                                박  성  옥

달래벌마을에 가을이 왔습니다.
온 마을 짐승들이 가을걷이를 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빴습니다.
어느날 저녁 얼룩염소는 인차 하게 될 낟알꺼들이기에 메고나갈 지게를 손질하느라 땅거미가 기여드는것도 모르고있었습니다.
이때 지나가던 부덕쥐가 얼룩염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형님, 알고계시우? 지금 마을에서 모임을 하고있는줄…》
부덕쥐가 조그만 눈을 깜빡거리며 수군거렸습니다.
《모임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나에겐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그러게 말이예요. 형님만 쑥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나누어먹을 궁냥을 한다는거지.》
《뭐, 뭐라구? 그럴수가 있나?》
얼룩염소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부덕쥐가 대문을 빠끔히 열었습니다.
얼룩염소가 내다보니 모임이 끝났는지 정자나무아래에 모였던 검정황소며 멍멍이, 야웅이들이 자기네 집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헤쳐가는것이였습니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부덕쥐가 얼룩염소의 기색을 살피며 귀에 대고 쏭알댔습니다.
《형님은 참 답답하군요. 저것들이 모여서 형님을 저밖에 모르는 욕심쟁이라고 욕을 했어요. 형님, 들판경비에 뽑혔을 때 슬금슬금 날라다 쌓아놓으라구요. 그래야 겨우내 푼푼히 살수 있을게 아니요.》
《이, 이놈이 못하는 수작이 없구나. 썩 물러가지 못할가.》
얼룩염소가 발을 쾅 구르자 질겁한 부덕쥐는 문쪽으로 냉큼 몸을 사리며 종알거렸습니다.
《흥, 그래야 제 손해지. 쯔쯧…》
부덕쥐가 사라졌지만 얼룩염소의 귀가에는 그놈이 던진 말이 계속 맴돌이쳐와 생각할수록 속이 울컥 치밀었습니다.
(뭐? 슬금슬금 날라다 쌓아놓으라구? 하긴 부덕쥐의 말도 일리가 있어. 인차 맏이잔치도 해야 할텐데. 내 주머니야 내 손
으로 챙겨야지.)
얼룩염소는 그날 밤부터 들판경비를 턱대고 들판에 나가 벼단무지에서 슬금슬금 한두단씩 날라다 창고에 쌓았습니다.
혹시 누가 알아차리지 않았을가 께름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위안하며 동네눈치만 슬슬 보던 어느날이였습니다.
《도적을 잡았다!》
왁짝 떠드는 소리에 속이 덜컥해진 얼룩염소는 들창문을 살그머니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순간 얼룩염소는 깜짝 놀랐습니다.
야웅이한테 끌려가는 도적놈이 다름아닌 부덕쥐였던것입니다.
(엉, 저놈이? 늘 못된짓만 하는 놈이니 할수 없지.)
저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들창문을 닫으려던 얼룩염소는 야웅이가 부덕쥐를 끌고 제집으로 들어서자 벼락같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그 도적놈을 왜 우리 집에 끌고 오나?》
《이놈이 자네네 집에서 낟알을 날라온다고 하기에 확인하러 오는 길일세. 아직 동산에서 낟알을 꺼들이지 않았는데 대체 어찌된 일인가?》
《그… 그건.》
대답이 궁해진 얼룩염소가 어쩔바를 몰라하는데 부덕쥐놈이 이때라고 주절거렸습니다.
《저 창고를 열어보면 다 알게 될거요.》
더는 자기를 변명할수 없게 된 얼룩염소는 할수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얼룩염소의 말에 검정황소가 격해서 소리쳤습니다.
《요 부덕쥐놈이 하도 들판경비가 철통같으니 자네 같은것들을 리용했구만. 이보게, 사실 그때 느티나무밑에 모인건 자네네 맏이잔치준비를 온 마을이 도와 잘해주자고 의논을 한걸세. 그런데 뭐 어쩌구 어째? 너무하네.》
검정황소는 코김을 내불며 돌아서버렸습니다.
《아니, 그럼 내가…》
얼룩염소는 머리를 싸쥐고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이쿠, 내가 나쁜놈의 꾀임에 빠져 제 욕심만 차리다가 이웃들의 진정도 차버리구 도적감투를 뒤집어썼구나.》
얼룩염소가 가슴을 치며 통탄했으나 그것은 이미 때늦은 후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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