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 꿈이야기

단편소설

 

최  복  신

정말이지 희한하고 멋진 꿈이였습니다.
아니 글쎄 현우 자기가 어느새 벌써 름름한 대학생으로 자랐는데 앞가슴에는 번쩍번쩍 박사메달이 눈부시게 빛을 뿌리고있는 꿈이였습니다.
꿈속의 현우는 그저 싱글벙글 웃고있었습니다.
훤칠한 이마우에 보기 좋게 흘러내린 반고수머리, 언제 봐야 사색에 잠겨있는듯 한 눈이며 우뚝한 코날, 그쯘한 몸매…
현우는 방금 깬 꿈이 너무도 달콤하여 저도모르게 입이 귀밑까지 돌아갔습니다. 한편으론 또 꿈속에서 깨여난것이 너무도 아쉬워 이부자리우에 굳어진듯 그저 멍하니 앉아만 있었습니다.
마침 웃방으로 올라오신 아버지가 아니였더라면 언제까지 그러고있을는지도 모릅니다.
《이거 아침부터 우리 현우가 기분이 꽤 좋았는걸.》
아버지는 부러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끝으로 현우의 오똑한 코등을 톡 튕겨주었습니다.
《그래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었니?》
현우는 허리를 굽히고 자기의 얼굴을 사랑스레 들여다보는 아버지를 두팔로 꼭 그러안았습니다.
《예, 꿈이래도 아주 멋진 꿈!》
《오, 그래?!》
《예, 내가 글쎄 꿈에서…》
신바람나서 꿈이야기를 펼쳐놓는 현우의 두눈은 막 별처럼 반짝이고있었습니다.
현우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아버지는 껄껄 소리내여 웃었습니다.
《우리 현우한테 정말 아주 멋진 꿈이 찾아왔었구나, 응. 하하하.》
《해해해.》
현우는 아직 꿈에 취해 즐겁게 따라웃습니다.
현우옆에 나란히 앉은 아버지가 갑자기 짐짓 의미있는 어조로 말씀하시였습니다.
《나도 어제 밤 희한한 꿈을 꾸었는데…》
《예, 아버지도요?》
현우는 아버지앞으로 바싹 돌아앉았습니다.
《무슨 꿈이나요?》
아버지는 현우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아이가 되는 꿈!》
《예―에?》
현우의 두눈이 대번에 둥그래졌습니다.
《아이가 되는 꿈이요? 피― 거짓말! 아이가 되는게 뭐가 좋다구…》
《아니, 거짓말이 아니다. 아버진 오늘 새벽 진짜 그런 꿈을 꾸었고 또 그게 소원이란다.》
아버지는 정색한 얼굴로 대답하는것이였습니다.
《쳇―》
현우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아래방에서 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그, 꿈이야기바람에 모두들 늦어지겠다. 자, 이젠 빨리 식사들을 해야지.》
그제야 현우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습니다.
《아이쿠, 시간이 벌써…》
현우는 부산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부리나케 세면을 하고 볼이 미여져라 아침밥을 게눈 감추듯 하고…
할머니는 끌끌 혀를 차며 현우가 학교갈 준비를 거들어주시였습니다. 그러면서 지청구 한마디씩 꼭 하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녀석아, 예로부터 꿈은 꼭 반대라고 해왔다. 넌 어른이 되려면 아직 너무도 멀고멀었다. 넌 어제도 숙제를 채 못하고 그냥 잤지? 에그, 언제면 철이 들겠는지…》
할머니가 챙겨주는 필갑이랑 학습장이랑 잽싸게 가방안에 쑤셔넣던 현우는 이번에는 아래입술을 한뽐이나 더 삐쭉 내밀었습니다.

×

은행나무잎새들이 산들바람에 살랑대는 학교길은 정말 상쾌했습니다.
《얘 현우야, 같이 가자.》
뒤돌아보니 한학급동무 은혁이가 숨이 턱에 닿아 콩콩 뛰여오고있었습니다. 그 모양을 본 현우는 이마살을 잔뜩 찌프렸습니다.
이젠 소학교 2학년생이 되였는데 아직도 유치원꼬마들처럼 콩당콩당 뛰여다니다니 일이 됐어?
현우는 앞가슴을 더 쭉 펴며 스적스적 걸어갔습니다.
은혁이가 드디여 옆에 나란히 서자 현우는 대뜸 꿈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은혁아, 너도 어제 밤 꿈꿨니?》
《꿈?》
은혁이는 아닌밤중에 홍두깨라는듯 두눈을 동그랗게 올려떴습니다.
《갑자기 꿈이란건 또 뭐야? 오, 너 어제 밤 그렇게 바라던 진짜 멋있는 꿈을 꾼게로구나, 맞지?》
은혁이는 그러며 오동통한 배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까마귀가 승냥이를 채가지고 시꺼먼 하늘나라로 날아갔다는 그런 꿈? 아니면…》
그러자 현우는 고개를 젖히며 깔깔 웃어댔습니다.
《뭐? 까마귀와 승냥이? 하하하, 바보! 고작 생각했다는게 그게 다야? 하하하.》
그러는 현우를 바라보던 은혁이도 덩달아 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렇게 한창 웃고난 두 아이는 또다시 마주섰습니다. 현우가 그냥 다그어댔습니다.
《글쎄 은혁아, 너 어제 밤 꿈을 꿨니, 안 꿨니? 어서 대답하라니까.》
《쳇, 언제 꿈꿀새가 있었기에 그러니. 밤늦게까지 선생님이 복습과제로 더 내주었던 수학지능문제를 풀다가 책상우에 그대로 엎어져 잠들어버린걸.》
《뭐? 수학지능문제? 아차!》
현우는 손바닥으로 되박이마를 딱 쳤습니다.
흥그럽던 기분이 순간에 싹 잡쳐들고말았습니다.
어제 배운 수학숙제가 너무 힘들어 지능문제같은건 애당초 생각조차 못해본채 꿈나라로 날아간 현우였으니까요.
현우는 뒤더수기를 뻑뻑 긁으며 은혁이를 뚫어지게 여겨보았습니다.
《그래서 은혁아, 넌 다 풀었니?》
《풀긴 풀었는데…》
《그런데 뭐라는거야?》
현우가 자꾸만 꼬치꼬치 캐묻는것이 시끄러워 났는지 은혁이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선생님이 내준 다섯문제중 두문제는 형님이 풀어주고 두문젠 누나가 풀어준거야.》
《뭐라구? 하하하. 야, 그것도 어디 푼거가? 너 정말 사람 웃기는구나, 하하하.》
《쳇!》
이번에는 은혁이가 현우에게 눈을 흘기였습니다.
《그래도 너보다 낫지 뭘 그래? 넌 도대체 한문제도 못 풀지 않았니.》
그 말에 현우는 웃음을 딱 그치고말았습니다.
(정말 그래. 이걸 어떻게 한다?)
현우의 눈앞에는 다정하면서도 엄격하신 선생님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습니다.
(에라, 까짓거 오늘은 욕을 먹고말지 뭐. 야― 아무튼 참 멋진 꿈이였는데…)

×

할머니의 말대로 꿈은 정말 반대인 모양이였습니다.
오늘 현우는 선생님에게서 정말이지 따끔히도 욕을 먹었거던요. 공부를 직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이다음 훌륭한 사람이 못된다구요.…
선생님은 별빛눈 초롱초롱한 현우네 반동무들을 한명한명 둘러보며 차근차근 말씀하시였습니다.
《…최우등생의 영예는 누구나 바란다고 저절로 차례지는것이 아니랍니다. 어렵고 힘든 문제들일수록 기어이 제힘으로 풀어나가는 버릇을 키워야 해요.
누구든 피나게 노력하지 않고 큰사람이 될수 있을가요?》
선생님은 잠시 말씀을 끊으셨다가 계속했습니다.
《학생동무들, 21세기는 최첨단의 시대입니다. 우리가 만약 오늘은 이 문제가 힘들다고 주저앉고 래일은 또 저 문제가 어렵다고 에돌아간다면 동무들은 언제 가도 최첨단을 돌파해나갈수가 없을거예요.
우리모두 한초한초 귀중한 시간을 놓치지 말고 더 열심히 아글타글 배우고 또 배워나갑시다. 그래서 모두다 최첨단돌파전의 1번수로 자신들을 떳떳이 준비해나가자요.》
《예!》
아이들의 힘찬 대답소리에 교실이 막 떠나갈듯 하였습니다.
현우는 고개를 푹 떨구었습니다.
어제 밤 수학숙제앞에서 쩔쩔매다가 지능문제는 펼쳐볼 엄두도 못 내보고 잠자리에 들었던 자기였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까다로운 지능문제 같은것은 애당초 제힘으로 풀어볼 생각조차 안하고 어느새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데만 습관되여버린것이였습니다.
게다가 어제 밤에는 아버지가 퍽 늦어서야 들어오신다는 바람에 현우는 지능문제숙제장을 아예 꺼내놓지부터 않았던것이였습니다.
현우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다가 드디여 결심한듯 머리를 버쩍 쳐들었습니다.
(나도 이제부턴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깊이 명심할테야!)
은혁이도 현우를 돌아보며 싱긋 웃음을 짓는것이였습니다.

×


《이게 혹시 꿈이 아니야?》
현우와 은혁이는 서로 제 볼을 살그머니 꼬집어보았습니다.
《아야야!》
《아가가!》
《정말 꿈이 아니로구나.》
둘은 서로 마주안고 한바탕 깔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꼭 꿈만 같았습니다.
둘은 선생님이 오늘 내준 수학지능문제들을 끝내 제힘으로 풀어내고야만것입니다.
만세! 좋구나! 결심하고 달라붙으니 별게 아니였구나!
현우와 은혁이가 코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숙제장을 거두는데 머리우에서 문득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왔습니다.
《허― 이거 우리 꼬마친구들이 기분이 참 좋았는걸.》
현우 아버지가 공장에서 돌아오시는 길이였습니다.
현우와 은혁이는 기다렸다는듯 소리높이 자랑했습니다.
《그래?!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로구나. 아버지는 공장에서 드디여 CNC화된 새 기계를 만들어내고 너희들은 끝내 제힘으로 지식의 새문을 열고…》
아버지는 둥그런 얼굴이 막 넘쳐나도록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현우와 은혁이도 손벽까지 짜랑짜랑 치며 아버지의 손목을 붙들고 깡충깡충 돌아갔습니다.…
아버지가 기사로 일하는 기계공장에 몇번이나 찾아오셨던 아버지장군님을 생각하니 불쑥 눈물이 솟구쳐올랐습니다. 한평생 꽃봉오리 우릴 위해, 인민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하신 장군님의 유훈을 기어이 관철하리라 밤낮없이 애쓰던 아버지는 드디여 또 하나 큰일을 해놓은것이였습니다.
현우는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랐습니다.
《아버진 정말 대단해요.》
현우는 아버지앞에 엄지손가락을 펴보였습니다. 그러는 현우와 은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생각깊이 이야기했습니다.
《너희들이야말로 얼마나 좋은 때냐? 정말 귀중한 때지. 이 아버진 이따금 너희들처럼 아이가 되고싶은 생각이 드는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너희 나이로 다시 되돌아갈수만 있다면 일분일초도 딴데 헛눈팔지 않고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울텐데… 그럴수만 있다면 이 아버진 지금 그 무엇에도 막힘없이 어떤 어려운 기술과제라도 척척 맡아제낄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 아버진 때때로 이제 다시 아이가 될수 없을가 하는 꿈을 꾸군 하지.》
아버지는 현우와 은혁이를 품에 꼭 껴안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여 덧없이 흘러보낸 너희 나이때를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을 아껴가며 배우고 또 배워라. 그리고 너희들의 꿈을 소중히 여기거라.
너희들의 꿈이 모두 활짝 꽃펴 저저마다 탐스런 열매를 맺을 때 우리 나라는 얼마나 더 부강해지고 아름다와지겠니.…》
현우는 아버지가 아침에 왜 아이가 되는 꿈을 꾸었다고 하셨는지 차츰 깨닫게 되는것 같았습니다.

×

밤.
현우는 또 꿈을 꾸고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우가 연구제작한 《광명성―4》호가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꿈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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