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문제

단편소설

손 형 호
                                                                                           

 

나와 동생 향이는 책상에 마주앉아 숙제를 하고있었습니다.
향이는 아주 쉬운 넉셈문제를 풀면 되였는데 나는 선생님이 뛰여난 학생들을 위한 수학문제집에서 골라낸 힘든 문제들을 열문제나 풀어야 했습니다.
향이는 어느새 숙제를 다 하고 랄랄랄 노래를 부르고있었습니다.
나는 골살을 찌프렸습니다. 아홉문제를 풀었는데 마지막 한문제가 풀릴듯말듯 하면서도 잘 풀리지 않았던것입니다.
《얘, 좀 조용해.》
내가 소리치자 제꺽 다물렸던 향이의 입이 좀 있더니 다시 나불거렸습니다.
《오빠, 수수께끼 내란? 이제 있지? 받침없는 다섯글자로 된 음식이름인데 거꾸로 읽어도 음식이름이 되는거 뭔지 알아맞춰봐.》
《조용하라지 않니.》
향이는 《햄.》 하더니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세계명작동화 《못생긴 새끼오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금붕어처럼 입은 빠금빠금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마지막문제를 풀지 못하고있었습니다.
마음속에선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다른 애들은 아홉문제도 못 풀었을거야. 이거야 뛰여난 학생들이 푸는건데 하도 수학을 잘하는 나니까 이쯤이라도 풀지 누가 다 풀었을라구.)
나는 책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린듯 향이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오빠, 숙제 끝났나? 그럼 수수께끼 맞춰봐.》
나는 하하 웃고나서 그가 아까 낸 문제를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받침없는 다섯글자의 음식이름이라. 거꾸로 읽어도 음식이름이 된다구? 도라지튀기?》
도라지튀기가 있는지는 몰라라 그것을 거꾸로 읽어보니 《기튀지라도》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말이 나왔습니다.
향이는 똥똥한 허리가 잘룩해지도록 깔깔거렸습니다.
나는 방바닥에 벌렁 누워 생각해보고 다시 일어나앉아 생각해보고 종이에 이런저런 음식이름들을 적어보기까지 하였지만 종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혹시 뛰여난 학생들이 푸는 수수께끼가 아닐가?) 하고 생각하며 나는 향이에게 항복의 뜻으로 두손을 쳐들어보였습니다.
《모르겠어, 뭐야?》
향이는 새물새물 웃으며 《모두부 두모.》 하고 대답했습니다.
《모두부 두모?!》
나와 향이는 방안이 떠나가도록 웃었습니다.

 

×

 

다음날 학교에 간 나는 그만 놀랐습니다. 앞책상동무인 광림이가 선생님이 내준 열문제를 다 풀었던것입니다.
결국 광림이가 1등을 하고 나는 2등으로 허양 밀려나게 되였습니다.
《한문제! 한문제는 비록 작아도 1등과 2등을 가른답니다.》
선생님이 나직이 하시는 말씀이 내 가슴에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습니다.
(향이, 고것때문에 내가 광림이앞에서 모두부가 되고말았구나. 죽탕치기 쉬운…)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칠판앞에 나가 내가 못푼 마지막문제를 푸는 광림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이악하게 따라오더니 드디여 나를 앞섰구나.)
광림이가 문제풀이설명을 마쳤을 때 선생님이 이야기했습니다.
《광림학생은 제일 까다로운 마지막 한문제까지 기어이 제힘으로 풀고 수학과목에서 늘 1등이던 향일학생을 따라앞섰어요.
모두 광림학생을 본받읍시다.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서는 경쟁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경쟁해야 발전한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광림학생, 어떻게 되여 이 문제를 끝까지 풀수 있었는지 대답해보세요.》
광림이는 얼굴을 붉히고 잠시 입술을 감빨더니 아주 어마어마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한문제를 기어이 점령해야 할 마지막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입은 절로 벌어졌습니다.
(마지막고지? 마지막고지라구?!…)
생각에 잠겼던 나는 오늘은 선생님이 내주는 문제를 기어이 다 풀어 광림이를 따라잡을 마음을 든든히 먹었습니다.

 

×

 

집에 돌아오니 숙제하던 향이가 반기며 재잘댔습니다.
《오빠, 수수께끼 또 내란? 어제것보다 더 재미난거야.》
나는 눈을 홱 부라렸습니다.
《그만둬. 쳇, 모두부 두모? 모두부는 음식이름이라 하자. 두모가 수자이지 음식이름이야?》
향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잽싸게 대꾸질을 했습니다.
《그럼 오빤 도라지튀기나 해먹으려마. 도라지로 어떻게 튀기를 하니. 도라지를 튀기면 거 뭐드라? 〈기튀지라도〉가 되니?》
아직까지 입씨름에서 나는 향이를 이긴적이 없었습니다.
이기고싶지도 않았습니다. 향이와의 입씨름경쟁보다 광림이와의 수학문제풀이경쟁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또 마지막 한문제에서 딱 막혔습니다.
나는 광림이가 하던 말을 되새겨보았습니다.
(기어이 점령해야 할 마지막고지…)
입술에 힘을 주고 그 마지막문제를 읽었습니다.
《반달곰이 낚시질을 하러 강가로 나갔습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였습니다. 광림이에게는 어떻게 되여 마지막 한문제가 불타는 고지로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눈앞에는 낚시대를 메고 뚱깃뚱깃 강가로 가는 반달곰이 떠오르는것이였습니다.
어느덧 밤은 깊어갔습니다.
끄덕끄덕 고개방아를 찧으며 반달곰문제를 안고 모지름을 쓰던 나는 그만 그 문제우에 코를 박고말았습니다.
그러니 다음날 광림이가 또 1등을 하였습니다.

 

×

 

나는 광림이와 나란히 집으로 가고있었습니다.
《광림아, 축하해. 또 1등한걸!》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물었습니다. 이틀째나 선생님이 내준 힘든 수학문제를 다 풀수 있은 비결을 말입니다.
광림이는 내 손을 다정히 잡았습니다.
《향일아, 이건 우리 사촌형이 편지로 전해준 이야기야.》
광림이의 눈길이 어디론가 멀리로 향해졌습니다.
《어느날 아침 학교로 가던 형은 글쎄 뜻밖에도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을 만나뵙게 되였단다.》
《뭐?!》
나는 저도 모르게 광림이의 손을 꽉 틀어잡았습니다.
…전선으로 달리던 야전차를 멈추시고 학교가는 철림이를 차에 태우신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서는 이름은 무엇이냐, 공부는 잘하느냐 하나하나 다정히 물으시였습니다.
철림은 자랑삼아 말씀올렸습니다.
《장군님, 전 전국 중학교학생들의 콤퓨터경연에서 2등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서는 왜 1등을 못했는가고 물으시는것이였습니다.
《저… 마지막 한문제때문에…》
철림이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는데 김정일대원수님께서는 그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으시였습니다.
《마지막 한문제라… 대단히 중요한 한문제이지.
CNC기계도 마지막 한문제를 끝까지 풀어 세상에 나온것이구 우리의 인공지구위성도 마지막 한문제까지 끝끝내 풀어내여 하늘높이 씽씽 날아오를수 있은것이지.
마지막 한문제, 그건 싸우는 병사들에게는 최후승리를 위한 마지막고지와 같고 마라손선수에게는 마지막 직선주로와 같은것이 아니겠느냐.》

철림은 고개를 들고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 말씀올렸습니다.
《장군님, 다음번경연에선 꼭 1등을 하겠습니다.》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서는 만족하신듯 환한 미소를 지으시였습니다.
《이름이 철림이라고 했지? 꼭 1등을 하거라. 그리구 경연에서 1등을 하면 나에게 편지를 쓰거라. 내 너의 편지를 기다리마.》
《장군님!》

 


이야기를 하는 광림이의 눈에도 이야기를 듣는 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목이 꺽 막혀올랐습니다.
《그래 철림형은 어떻게 했니? 회답편지를 올렸니?》
《그럼. 형님은 정말 피타는 정열을 다 바쳐 공부를 하고 또 했대. 그래서 다음해 경연에서 기어이 1등을 하고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 편지를 삼가 올렸대.》
《야― 정말! 너의 형은 대단하구나!》
《그렇지 않구. 철림형은 말이야, 내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어. 위대한 김정일대원수님께서 그날에 하신 말씀은 온 나라 소년단원들에게 주신 고귀한 유훈이라고, 너도나도 그 유훈을 지켜 전국적인 1등학생, 세계적인 1등학생이 되여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 꼭 기쁨을 드리자고 말이야.
그래서 난…》
나는 격정을 금할수 없어 광림이의 어깨를 꽉 그러안았습니다.
《광림아, 그 이야기를 학급동무들에게 다 해주자. 철이랑 해남이랑 모두가 1등학생이 되게 하자.》
《그래, 선생님도 래일 동무들앞에 출연할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
우리 둘의 앞가슴에서 꼭같이 붉고붉은 넥타이가 저녁바람에 나붓기고있었습니다. 광림이와 나의 심장도 꼭같이 높뛰고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먼저 향이에게 광림이가 들려준 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향이야, 우리 꼭 1등학생이 되자. 마지막 한문제가 아무리 풀기 힘들어도 절대로 다음날로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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